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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치유 전도사 이윤정 경인여대 간호학과 교수

“갱년기 주부 숲치유만으로도 활력이 생깁니다”

2019-09-09 09:41

글 : 이창희  |  사진(제공) : 안규림,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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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경관, 피톤치드, 음이온, 산소, 소리, 햇빛으로 마음을 안정시키는 산림치유. 아이들은 물론 갱년기에 접어든 주부들에게도 효과가 좋은 것이 알려지면서 산림치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산림치유 확산에 앞장서고 있는 이윤정 경인여대 간호학과 교수를 하늘로 곧게 뻗은 금강송으로 유명한 강원도 속초의 척산온천 휴양림에서 8월 17일 만났다.
“주부들은 갱년기에 들어가면 무기력해지면서 삶의 의미를 못 찾아 우울증에 빠져들곤 합니다. 이럴 때 산림치유를 권하고 싶어요. 산림치유지도사들은 대상자의 특성과 상황에 맞는 산림치유프로그램을 적용하는 사람들이죠. 이들은 대상이 아이들인지, 갱년기 주부인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인지에 따라, 어떤 장소에서 어떤 치유인자를 활용해 대상자의 문제를 풀어갈지 고민합니다. 갱년기 주부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간혹 눈물을 쏟곤 하시는데, 후련해지면서 힐링이 된다고 해요.”

이윤정 교수는 산림치유지도사 양성과정이 시작되고 이듬해인 2013년부터 자격시험 출제위원, 평가위원으로 참여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 교수는 산림치유 등 산림복지를 위해 다방면으로 활동한 공로가 인정돼 2018년 산림청장 표창을 수여받았다. 속초에서 소나무 농원을 운영하던 부친을 통해 자연스럽게 숲을 접하게 됐고, 대학에서 간호학 및 보건학(박사)을 전공한 후 산림청의 숲치유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산림치유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얼마 전 작고한 부친은 수목장으로 모셨다고.

“일반적으로 건강에 대한 접근은 질병 치료, 질병 예방, 건강 유지 및 증진 등 3가지로 나뉘는데, 산림치유는 그중 마지막에 해당됩니다. 굳이 집에서 먼 산까지 가지 않더라도 도시 인근 숲에서 자연을 보고, 새소리와 바람 소리를 듣고, 풀냄새를 맡고, 만져보고 때론 맛도 보고 하는 오감을 통해 충분히 힐링이 가능합니다. 그걸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전문인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산림치유지도사가 생겨난 겁니다.”
 

주부들도 제2의 직업으로 산림치유지도사 자격증 도전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한 달에 한 번 정도 산행하는 인구는 1800만, 두세 달에 한 번 정도 산행하는 인구까지 합하면 약 2500만에 이른다. 산행 인구의 주요 연령은 18세~29세가 약 13%, 30세~40세가 약 14%, 41세 이상이 73%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 중 41세 이상 연령자들은 산행 목적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82%가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정작 산행을 통해 건강 증진보다는 부상을 얻는 경우가 많고, 숲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해서 건강 증진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산림청이 산림치유지도사제도를 마련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산림치유지도사는 일정 시간 산림교육 전문과정을 이수하면 취득이 가능한 숲해설가, 유아숲지도사 등 산림교육전문가와 달리 산림치유지도사 양성기관에서 교육을 받고 산림청이 주관하고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이 실시하는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산림치유지도사들은 임부(숲태교), 영유아(숲속유치원), 청소년(숲속캠프), 청년(산림레포츠), 중장년(자연휴양), 노인(숲요양) 케어는 물론 사망 후 수목장에 이르는 출생부터 사망까지 7단계 ‘생애 주기에 걸친 산림치유’를 지도한다. 산림치유지도사는 2019년 5월 8일 현재 1급 193명, 2급 1028명에 이른다.

대체로 정년퇴직 후 인생2막을 위해 준비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숲 체험기관 등에서 필요한 젊은 세대들은 필요한 만큼 충분치 않다고. 특히 산림청 등 국가기관 내지 일반 숲 체험기관 등에서 필요로 하는 1급 인력들은 시험이 어려워 합격자가 적은 데다, 개인적으로 산림치유전문업을 개업하는 경우가 많다. 충남대 산림학과의 모 교수는 대학 안에 산림치유 전문 여행사를 교내 벤처기업으로 창업하기도 했고, 제주대 간호대 모 교수는 1급 자격을 얻어 산림치유전문업을 개업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주부, 어린이집 원장, 퇴직 교장들의 산림치유지도사 지원이 늘어나고 있다. 지자체들마다 유아숲, 산림치유센터 등 숲을 활용한 다양한 공간을 만들고 도시에 숲을 조성하면서 이런 곳에서 일하고자 제2의 직업으로 준비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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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산림자원연구소 치유의 숲

시각·청각·후각·촉각·미각 ‘5감 만족’을 통한 치유
과연 숲을 찾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되는 걸까?

“산림을 이루고 있는 녹색은 눈의 피로를 풀어주며 마음에 안정을 가져옵니다. 산림에서 발생되는 소리는 인간을 편안하게 하며,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비교적 넓은 음폭의 백색(White Sound)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봄의 산림 소리는 가장 안정된 소리의 특징을 보입니다. 이와 함께 산림에서는 도시보다 피부암, 백내장과 면역학적으로 인체에 해로운 자외선(UVB) 차단 효과가 뛰어나 오랜 시간 야외활동이 가능합니다. 햇빛은 세로토닌 생성을 촉진시켜 우울증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방법으로 넓게 활용되며, 뼈를 튼튼하게 하고 세포 분화를 돕는 비타민 D 합성에 필수적인 인자입니다.”

이 교수는 나무가 해충과 상처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생성하는 물질인 피톤치드가 염증을 완화하고, 인간의 후각을 자극하여 마음에 안정과 쾌적감을 준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김일성이 근무하던 주석궁에는 건강을 위해 인근의 만수산에서 파이프를 통해 피톤치드가 풍부한 숲속의 신선한 공기를 공급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 외에 산림욕 후에 혈압이 낮아지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타액에서 분명하게 감소하였으며, 전두엽의 활동성이 감소하고 자율신경활동이 안정화되었음을 입증하는 의학적인 논문들도 쏟아지고 있다.

“국내에서 수행된 연구 33편을 대상으로 메타분석을 해보면 산림치유 효과는 환자군보다 일반인이, 생애주기별로는 노년기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계절별로는 봄이, 집단 구성원 규모는 21~40명이 효과가 크다고 합니다. 특히 우울증 치료에 탁월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산림치유에 대한 효능이 알려지면서 전남 장성군 편백나무 숲은 암환자들이 치유를 위해 많이 찾고 있고, 전남대 화순병원은 바로 뒤 숲을 암환자 치유에 활용하고 있다. 국립산림치유원은 경북 영주에 한 곳이 있고, 호남에도 하나를 준비 중이다.

이 교수는 특히 여성들의 삶은 많은 스트레스 속에서 이어지는 데 비해 여성들이 편하게 쉬거나 휴양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은 없는 상황이라면서, 생활 권역 주변에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숲(산림)치유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알고 활용하면 여성 당사자뿐 아니라 그 가족들의 육체적·정신적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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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교수 약력
강릉여고 졸업,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졸업,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학 석사 및 박사,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연구교수,
(현) 경인여대 간호학과 교수,
(현) 산림치유지도사과정 운영위원,
산림치유지도사 양성기관·자격과정 평가위원,
산림복지진흥원 경영자문위원

임부들을 위한 다양한 숲태교 프로그램 준비 중

이 교수가 최근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숲태교이다. 임부들은 태교음악을 듣거나 태교동화를 읽어주거나, 심지어 영어·수학 공부를 하기도 하지만 임부들의 정서 안정에 정말 좋은 효과를 내는 숲태교에는 참여율이 낮다. 이는 숲이 멀리 있다고 생각하고 다양한 벌레들을 기피하는 심리 때문이다.

“요즘 임부들이 태교여행을 떠나는 게 붐이라고 해요. 그러나 저는 국내 가까운 숲에서 진행되는 숲태교 프로그램을 권하고 싶어요. 엄마의 정서 안정은 물론 아빠도 같이 할 수 있어 더 좋습니다.”

이 교수는 멀리 있는 숲만이 산림치유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집 가까운 도시숲에서 간단한 산책을 하는 것만으로도 임산부 정서 안정에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비행기를 타고 멀리 가는 태교여행이 아니라 1박2일 정도 인근 숲에 다녀오는 것이 오히려 안전한 태교여행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귀띔했다.

산림치유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급여화가 관건이다. 그러나 건강보험 급여는 주로 치료 효과가 확실한 경우에만 지급하다 보니 산림치유의 건강 증진 효과에 건강보험공단이 급여를 결정하는 것이 현재로써는 쉽지 않다. 효과가 있는 일부 항목에 대해서만 지급을 고려하는 수준이다.

“요즘 건강에 대한 국민과 국가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질병 치료만큼 건강 유지 및 증진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전국 254개 보건소에서 다양한 건강 증진 인력이 활동하고 있고, 산림치유지도사도 보건소에 배치될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습니다.”

최근 숲에 대한 도시민들의 인식이 달라져 숲세권의 집값이 비싸졌다고 한다. 하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의 건강 유지 및 증진을 위해 도시숲이 계속 조성되어야 한다는 게 이 교수 얘기다. 사람들이 쉽게 자주 찾을 수 있어야 산림치유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여성조선> 독자들에게 당부도 잊지 않았다.

“어렵고 힘든 현실에 살고 계신 여성 여러분, 시간을 내서라도 지금 당장 숲으로 가보세요. 가급적이면 자주 숲에 가세요. 가족들의 손을 잡고 함께 가세요. 아무것도 몰라도 좋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냥 숲에서 시간을 보내시고, 걷고 숨 쉬고 다녀보세요. 대신 핸드폰은 끄고 가셔야 합니다. 자연이 우리에게 만들어준 혜택을 마음껏 누리세요. 숲은 200만 년 전부터 그 모든 것을 여러분들에게 드릴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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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척산온천휴양촌 ‘300년 금강송 산책로’

속초 척산온천장 뒤편에는 하늘로 곧게 뻗은 수령 300년 금강소나무들 사이로 산책로가 있다. 맨발로 걸을 수 있으며 20분가량 소요된다. 자연 그대로 모양이 다양한 크고 작은 돌을 전시한 석림원도 맞붙어 있다. 독도를 빼닮은 돌이 눈길을 끈다. 권순안 척산온천휴양촌 사장은 “온천욕을 한 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천천히 걷다 보면 저절로 힐링이 된다”고 자랑했다. 척산온천은 수온이 50~53℃인 뜨거운 용출수를 그대로 사용한다. 강알칼리성을 띤 온천수는 라돈을 함유해 노폐물 제거에 효과가 있으며, 살결이 부드러워지고 피부병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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