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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충하초로 인생2막 준비하는 강원도 영월군 주부 전업농부 4인

2019-09-01 16:02

글·사진 :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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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이 늘어나면서 제2의 인생에 대한 준비는 도시민뿐만 아니라 농민들 사이에서도 고민거리다. 특히 수명은 늘어나지만 기력이 떨어져 육체노동을 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 영월군에서 인생2막을 준비하는 주부농부 4인을 만났다.
사진 왼쪽부터 추은화 대표, 박옥화 이사, 천명희 총무, 엄경희 이사
“우리는 아직 젊지만 나이 60이 넘어가면 농사짓기가 힘듭니다. 체력이 못 따라가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80~90세까지 산다고 치면 20~30년을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낼 수는 없잖아요. 솔직히 소처럼 일만 해온 우리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죠.(웃음) 그래서 힘들이지 않고도 계속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강원도 영월군 영농조합 농부원 추은화(53) 대표의 말이다. 한우 사육과 포도 재배를 하는 추 대표는 평소 알고 지내온 주부농부들과 인생2막을 준비하기 위해 2015년 농부원을 만들었다. 배추와 고추 등 밭에서 나는 모든 것을 재배한다는 엄경희(58) 이사, 사과를 수확하는 박옥화(58) 이사, 아로니아 및 배추를 재배하는 천명희(43) 총무 등이 그들이다. 이들 중 서울에서 시집온 새댁이자 막내인 천 총무를 제외하면 모두 영월 토박이들이다. 이들이 처음 손을 댄 것은 식용 곤충 사육이었다.

“우리는 농부원을 설립하기 전부터 무엇을 인생2막의 일거리로 삼아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당시 같은 모임에 참가하고 있던 윤길로 영월군의회 의장이 고소애를 제2의 먹거리 사업으로 하자고 제안을 하더라고요. 고된 육체노동을 하지 않고서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고소애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고심 끝에 결정하고 말았습니다. 이제 와서 보면 무모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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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원의 동충하초 배양실.

식용 곤충 고소애, 항암·항치매·항당뇨·모발 촉진에 좋아
농진청·강남세브란스병원 공동연구에서 밝혀져

윤 의장은 당시 선거에서 낙선한 후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며 전남 곡성과 중국 태산을 방문하던 중 식용 곤충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어 추 대표 등에게 제안을 하게 됐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추 대표 등은 식용 곤충을 사육하는 국내 현장을 다녔고, 당시 영월군 곤충 생태를 연구하고 있던 서울대 안용준 교수(현 영월 동강생물사업단장)를 통해 고소애에 대한 기본 지식을 습득했다.

고소애는 2014년 농촌진흥청에서 식용 곤충으로 인정한 갈색거저리(밀웜) 유충(애벌레)의 애칭이다. 이를 사육하는 농가에서 식용 곤충에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라며 고충을 호소하자, 농진청은 2015년 ‘고소한 맛을 내는 애벌레’라는 뜻의 ‘고소애’라는 별칭을 부여했다.

고소애는 보기와는 달리 단백질이 풍부한 곤충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농진청은 지난 7월 강남세브란스병원 박준성 교수팀과의 공동연구에서 수술을 받은 암환자들이 고소애를 장기 복용 시 영양 상태가 개선되고 면역력이 좋아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고소애의 영양 성분은 단백질 53%, 지방 31%, 탄수화물 9%에 불포화지방 함량도 높다. 이번 연구에서 고소애는 항치매, 항암 활성, 항염증, 모발 촉진, 항당뇨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고소애 섭취가 건강에도 효능이 있다는 것이 입증되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축산법 시행규칙 위임 고시인 ‘가축으로 정하는 기타 동물’을 개정, 지난 7월 25일부터 갈색거저리(고소애), 장수풍뎅이, 흰점박이꽃무지 등 14종의 식용 곤충 사육 농가를 축산농가로 지정, 제도적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고소애 사육을 시작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아직 소득은 없어요. 사람들이 번데기는 잘 먹으면서도 고소애는 찾지 않더라고요.”

농부원은 건강식으로 먹을 수 있도록 말린 고소애 제품을 지난해 처음으로 선보였다. 하지만 보기에 흉한 곤충을 먹거나 음식의 재료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지 않아 큰 소득을 올리지 못했다.

어쨌든 4년을 별 소득 없이 지냈으면 중도에 그만뒀을 법도 한데, 그러지 않았다.

“나를 포함해 멤버들 모두가 현업에서 소득을 올리고 있어서 경제적 부담이 덜했어요. 예컨대 고소애 사육에 필요한 배추, 사과 등은 자체적으로 조달이 가능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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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산 동충하초 균사와 이 균을 고소애에 배양해 재배하고 있는 동충하초(오른쪽 사진) 식용곤충 고소애 제품.

동충하초, 산삼으로 비유되는 자연균사로 배양
영월에서 된장 담고 장독 관리·배송하는 프로그램도

다른 이유도 있었다. 고소애를 먹이로 한 동충하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봤던 것이다.

동충하초 재배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고소애에 대한 사람들 반응이 시큰둥하자 이를 자양분으로 하는 동충하초 재배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물론 처음엔 균사가 죽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젠 노하우를 터득해 현재 3000개의 병에 동충하초를 키우고 있고, 앞으로도 한 번에 1000병씩 배양해나갈 계획이다.

“동충하초를 키우는 농가들은 대체로 탄수화물이 주성분인 현미에 버섯균사를 키웁니다. 이건 ‘동충하초’가 아닌 ‘동초하초’인 거죠. 그러나 우리는 곤충이자 단백질 덩어리인 고소애를 자양분으로 합니다.”

현미를 자양분으로 삼는 동충하초는 예쁘고 크게 자라기도 하거니와 재배까지 30일밖에 안 걸리지만, 고소애에 균사를 배양하면 크기도 작고 상품으로 내놓는 데까지 3개월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를 고집하는 것은 효과에서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산삼이나 다름없는 자연산 동충하초를 찾아 배양하기 때문에 효과가 남다를 수밖에 없죠. 그런데 자연산 동충하초는 조그만 벌레에서 자란 동충하초이다 보니 산삼보다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고 해요. 우린 이걸 잘 찾는 분을 통해 독점적으로 제공받고 있습니다.”

농부원은 곧 재배를 앞둔 동충하초를 분말로 만들어 1일 1회 섭취가 가능하도록 파우치에 담아 8월 중 시판에 들어갈 예정이다.

동충하초를 키우는 일이 만만치 않을 텐데 엄경희 이사는 “그래도 일반 농사보다는 쉽다”고 한다.

추은화 대표는 각종 제2의 먹거리 사업에 진출하는 농부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영월군에서 성분 및 효능 등을 뒷받침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부원은 식용 곤충과 동충하초 재배 외에도 도시민들의 로컬 체험을 준비하고 있다. 어차피 자신들이 생업으로 하고 있는 일이니, 이에 관심 있는 도시민들에게도 알려주면 재미있고 보람도 있으리라는 것. 예컨대 도시민들이 가족 단위로 찾아 된장을 담그고 장독에 묻어두면, 대신 장독을 관리해주는 것은 물론 묻어두었더 된장을 필요할 때마다 도시로 배송해주는 체험사업을 시작할 거란다.

인터뷰는 거의 추은화 대표가 했으나, 인터뷰 말미는 서울 새댁 천명희 총무가 맡았다. 농부들에게 하는 말이었다.

“우리가 했던 곤충 사육과 같이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에는 금방 소득이 나오지 않는 거 같아요. 그러나 어느 것이든 안목을 갖고 천천히 해나가면 몇 년 후에 수익이 발생하고 노후에 도움이 될 것임에는 틀림없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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