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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원정만 59번 레드엔젤 박용식 단장

2019-08-21 17:50

취재 : 장가현 기자  |  사진(제공) : 조지철, 박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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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원정 경기만 59번. 국가대표 선수의 기록인가 싶은데 아니다. 독보적인 해외원정 응원기록을 보유한 박용식 레드엔젤 응원단장의 이야기다. 1994년 미국 월드컵을 시작으로 얼마 전 손흥민이 출전한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까지. 우리 선수들이 뛰는 그라운드에는 항상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치는 그가 있었다.
낮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는 무더운 날이었다. 땡볕 아래를 몇 걸음 걷는 것만으로 진이 빠지는 날씨인데 박용식 단장은 목소리에 힘이 있고 에너지가 넘쳤다. ‘저만한 에너지가 있어야 응원단장을 하는구나’ 싶을 정도였다.

박용식 단장은 대전에서 식당을 운영한다. 가게에 들어서자 고기 냄새 대신 축구인의 냄새가 풍겼다. 얼굴에 태극문양을 그린 그가 환호하고 있는 사진,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태극기를 몸에 두른 사진이 곳곳에 있었다. 그 옆에는 ‘일본은 위안부 문제를 사과하라’, ‘독도는 우리 땅’ 같은 애국심이 철철 넘치는 플래카드도 있다.

가게 안은 더했다. 박 단장이 그동안 해외로 응원을 다닐 때마다 찍은 사진과 국가대표 축구 선수들과 함께 찍은 사진,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의 사진이 커다란 액자로 벽마다 걸려 있다. 히딩크 전 국가대표 축구감독의 여자친구도 알 정도니 축구계 인사들 중에 박 단장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가게 한가운데에는 역대 월드컵 공인구와 그가 받은 기념품들이 투명한 쇼케이스 안에 고이 모셔져 있다. 식사하러 온 손님이 “축구공 하나만 달라”고 하자 박 단장은 “이건 억만금을 줘도 안 파는 거예요” 하며 거절했다.
 

원정응원만 59회 살아 있는 응원 역사

박 단장은 지난 25년간의 응원 역사를 줄줄 읊었다. 94년 미국 월드컵을 시작으로 프랑스 월드컵, 한일 월드컵, 독일 월드컵, 남아공 월드컵, 브라질 월드컵, 러시아 월드컵까지. 올림픽 경기는 빼고 이야기했는데도 시간이 한참 걸렸다. 물도 몇 모금 마시지 않고 쉼 없이 이야기했다. 목이 쉴까 봐 걱정될 정도였다. 그에게는 축구와 함께한 모든 순간이 좋았고 뜻깊었다.

하지만 올해처럼 짜릿한 경험을 한 때도 없었다. 올해는 우리 선수들의 활약이 유독 두드러졌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U-20 국가대표팀의 준우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선 손흥민, 베트남을 아시아 축구강국으로 만든 박항서 감독. 그는 매일 새벽을 뜬눈으로 지새웠다. 물론,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태극문양 페이스 페인팅에 태극기 옷을 입은 익숙한 모습으로 선수들이 뛰는 경기장을 찾았다. 선수들이 뛰는 곳에 박 단장의 응원이 빠지면 섭섭한 일이니까.

박 단장이 쇼케이스 안에 있는 축구공 하나를 조심스레 꺼냈다. 그리고 기자 일행더러 한번 만져보라며 선뜻 공을 건넸다. 몇 달 전 손흥민 선수가 뛰었던 UEFA 챔피언스리그 공인구다. A매치(나라별 축구 국가대표 경기)만 다니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기념할 만한 경기가 열리면 열 일 제쳐두고 비행기에 오른다. 까만 별이 총총 박힌 공을 조심스레 쓰다듬던 박 단장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참가했던 무용담을 풀기 시작했다.

“지성이(박지성 선수) 이후에 우리나라 선수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뛸 거라고 생각도 못 했어요. 내 생각에 이런 선수는 앞으로 100년 동안 나오기 힘들겠더라고. 그러니까 꼭 가야지. 손흥민은 골을 넣는 스트라이커예요. 박지성도 이강인도 미드필더지 스트라이커는 아니에요. 우리나라 선수가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골을 넣을지도 모르는데 꼭 가야겠다 싶었어요. 아내가 알면 기함할 테니까 몰래 준비를 했죠.”
 
 
본문이미지
1 러시아월드컵에서 길거리응원을 하고 있는 박용식 단장
2 국가대표팀 축구 경기에서 열정적인 응원을 펼치는 박 단장
3 박 단장이 U-20결승경기가 열리는 폴란드 우치 경기장에서 청소년국가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4 손흥민 선수와 박 단장

흥민아 아저씨 왔다!

박 단장의 마드리드행을 부추긴 사람이 있다. 그간 친하게 지낸 기자들이다. 손흥민이 속한 토트넘이 결승에 진출하자 “토트넘이 결승에 갔는데 응원하러 안 가느냐”며 전화를 걸어왔다. 레드엔젤 응원단장으로서 안 갈 수가 없었다. 꼭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입장권 가격을 알아보니 500만원이란다. 50만원짜리 입장권이 그새 10배가 뛰었다. 경기가 시작되고 10분이라도 지나면 값이 떨어지겠지 싶어서 우선 비행기부터 예매했다. 그런데 그의 예상과 다르게 결승전 입장권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처음 문의할 때만해도 500만원이었는데 어느새 배로 뛰어서 1천만원이 됐다. 이대로 결승전 응원은 포기해야 하나 싶은 찰나에 구원의 손길을 만났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인연을 맺은 이재성 버킷포스트 대표가 그를 위해 선뜻 입장권 값을 지불한 것이다. 얼마나 고마운지 죽는 날까지 잊지 않겠다는 말을 거듭 전하고 마드리드로 날아갔다. 그런데 어렵사리 구한 표는 토트넘 구역이 아니라 상대팀 리버풀 응원석이었다. 그 자리에서 태극기 옷을 입고 손흥민을 응원했다가는 악명 높은 영국 훌리건(축구장에서 난동을 부리는 과격 축구팬)들에게 무슨 짓을 당할지 몰랐다. 흥분한 리버풀 팬들 사이에 끼어서 자칫 잘못하다가는 크게 다칠 우려가 있었다.

일단 시도나 해보자 싶었다. 평소처럼 태극기 조끼를 입고 얼굴에 태극문양을 그리고 응원석에 들어갔다. 그랬더니 흥분한 리버풀 응원단이 쫓아와 ‘시옷’으로 시작하는 욕을 했다. 이러다 운이 나쁘면 죽겠구나 하는 공포감에 응원복을 벗고 응원석에 앉았다.

“손흥민이 공을 찰 때 환호 한번 할 수 없었어요. 리버풀 팬들이 나를 얼마나 노려보던지 그런 공포감은 처음이었어요. 영국 훌리건들이 과격하다는 말은 수도 없이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결국 리버풀이 우승하고 흥분한 관중이 빠질 때까지 3시간을 갇혀 있었어요. A매치를 다닐 때에는 경험하지 못한 일이라 신기하고 무섭고 그랬죠.”

아쉬움을 뒤로하고 돌아오니 서슬 퍼런 얼굴로 아내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 아내가 생계를 미뤄둔 채 전 세계를 누비는 남편을 좋아할까. 박 단장의 아내는 응원한답시고 예선이든 본선이든 쫓아다니는 남편 때문에 축구에 이골이 났다. 부부동반으로 KBS1 <아침마당>에 출연했을 때 “축구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축구랑 결혼하지 왜 나랑 했는지 모르겠다”, “죽으면 무덤에 축구공을 넣어줄 테니 축구하고 잘 살아보라”는 소리를 대놓고 했을 정도였다.
 

축구인생 25년 봉사인생 30년

축구경기 때마다 한국에 없는 대신 평소에는 착실한 가장이다. 가게에 쓸 식재료를 사는 일부터 설거지, 영업 마감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는 일이 없다. 하고 싶은 걸 못 하면 병이 나는 남편 때문에 속앓이를 하는 아내에게 미안해서 평소에는 가정과 생업에 최선을 다한다.

박 단장이 하는 일 중에 아내가 적극 장려하는 것도 있다. 보육원 아이들을 후원하는 일이다. 보육원 후원을 시작한 지 올해로 30년이 됐다. 아이들을 만나는 일을 축구 응원보다 더 오래했다. 박 단장은 지금도 주말이면 보육원을 찾는다. 아이들을 데리고 시내 구경도 시켜주고 학용품도 사준다. 그가 후원한 아이 중 법조계 고위인사가 된 사람도 있다. 아이들을 위해 무려 월드컵 응원을 포기한 적도 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이다.

“보육원 아이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아이들한테 공부 열심히 하고 모범적으로 생활한 사람 둘을 골라서 월드컵에 데리고 가겠다고 했죠. 그런데 그때 경기가 너무 어려워서 남아공까지 가는 3명 예산을 맞추기가 힘든 거예요. 아무리 쥐어짜도 2명이 최선이었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제가 포기했어요. 아이들이 그것만 보고 열심히 공부했을 텐데 못 간다고 하면 얼마나 실망하겠어요. 그 약속을 지키려고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죠.”

아이들을 위해 축구 응원도 포기한 덕이었는지 선행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상에 대통령 표창장도 받았다. 2002년 월드컵 때는 응원단 대표로 청와대에도 다녀왔으니 이만하면 국가가 인정할 만큼 성공한 인생이라 자부한다.

화려했던 축구 시즌이 끝난 지금, 박 단장은 책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를 주름잡던 축구계 인사들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치열했던 응원 현장에 대한 이야기다. 아마 그가 보유한 독보적인 기록만큼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겼을 것이다. 이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으니 늦어도 올해 안에는 발간할 계획이다. 응원도 선행도 정점을 찍었으니 앞으로 더 하고 싶은 게 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애국심이 뚝뚝 묻어 나오는 답변을 내놨다.

“바라는 거요? 제가 외국에 많이 나가다 보니까 우리나라 브랜드 가치가 높아야 국민이 대접받는다는 걸 매번 느껴요. 예전에 외국에 가면 ‘사우스 코리아’에서 왔다 그랬을 때 아무도 몰았어요. 아르헨티나는 파산한 나라였어도 메시 때문에 이미지가 좋잖아요. 이번에 마드리드에 가니까 ‘사우스 코리아’ 하면 ‘쏘니, 쏜(손흥민의 애칭)’이 바로 튀어나오더라고요. 그때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몰라요.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축구 선수가 많이 나오면 좋겠어요. 어디서든 ‘사우스 코리아’ 하면 ‘사커 넘버원!’이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올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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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타  ( 2019-08-27 )  수정 삭제    답글 찬성 :0   반대 : 0
대단한 분!!
당신같은분이 있어 대한민국이 살만한 나라입니다∼∼
  훈이아빠  ( 2019-08-22 )  수정 삭제    답글 찬성 :0   반대 : 0
대한민국 축구응원도, 봉사도 사명감을 가지고 헌신하는 단장님. 멋지고 존경스럽습니다! 남을 위한 일들에 힘쓰는 만큼 단장님에게도 좋은 일들이 일어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