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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개인주의자, 제이쓴

2019-07-18 09:52

취재 : 이근하 기자  |  사진(제공) : 장호  |  스타일리스트 : 정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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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강연자’ ‘유명 블로거’ ‘인테리어 디자이너’. 제이쓴을 설명하려니 떠오르는 수식어만 여러 개다. 아우를 수 있는 표현을 고민하다 그의 대답에서 답을 찾았다. “남에게 피해 주지 않되, 내 행복을 위해 하는 일들”이다. 착한 개인주의자다.
# 인테리어계 이단

제이쓴은 ‘개그우먼 홍현희 남편’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부부 동반 예능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면서다. 그러나 연예인 아내를 둔 남자라고만 얘기하기엔 그의 이력이 흥미롭다. 생판 모르는 사람의 방을 공짜로 꾸며주는가 하면, 셀프 인테리어 비결을 책으로 펴내고, 인테리어 방송에 전문가로 등장하기도 하고, 인기 블로거 1위에 오르는 등 일상이 ‘다이내믹’한 사람이다. 그를 만난 날도 오전 강의를 끝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오는 길에 제이쓴 씨 소셜미디어를 봤어요. 강연을 했나 봐요. 2~3년치 강연을 한 번에 하고 온 것 같아요.(웃음) ‘인테리어 훑기’라고, 어떻게 해야 공간을 효과적으로 쓰는지, 어떤 컬러가 어느 구성으로 들어가야 하는지, 요즘 핫한 인테리어 키워드는 뭔지, 트렌드 변화 등. 확실히 어머니들 반응이 최고예요. 내내 “와!”라고 해주셔서 기분 좋게 마무리하고 왔습니다.

인테리어 강연도 하고, 방송도 하고. 정확한 직업이 뭐예요? 되게 많아요.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잠깐 주업을 접고 부업으로 ‘홍현희 남편’을 하고 있습니다.(웃음) 세 번째 책을 집필 중인 작가이기도 하고, 기획서, 제안서를 써내는 마케터이기도 하고요. 아! 제품 디자인 샘플링 중이기도 해요. 언젠가 제 브랜드와 제품으로 공간 전체를 디렉팅하고 싶어요. 예전에 디자인 박람회 총괄 디렉팅을 한 적 있는데 정말 재밌더라고요. 바라는 메인 직업은 디렉터예요.

뭘 많이 하시네요. 역동적인 성향이군요. 아무것도 안 하면 끝도 없이 안 해요. 무엇이든 동시다발적으로 벌려놓아야 하는 스타일, 하고 싶은 걸 해야 하는 사람이에요. 전공만 세 번을 바꿨어요. 처음에 패션디자인과에 진학했는데 너무 재미없더라고요. 반 학기 만에 깨달았어요. 나는 옷은 좋아하지만 만들 재목은 안 되는구나. 결국 마케팅을 전공했어요. 몇몇은 “끈기 없다”고 얘기하지만 저는 다르게 생각해요. ‘하기 싫은데 왜 해야 하지, 두 번 사는 인생도 아닌데?’ 해보고 안 되면 빨리 그만두고 다른 걸 찾는 게 최선이라고 봐요. 

인테리어 디자인을 시작한 계기도 궁금합니다. 자취방 내부가 마음에 안 들어서 조금씩 꾸미다 보니 괜찮더라고요. 그 팁을 공유하고 싶어서 개인 블로그에 올렸죠. 블로그는 사실 마케터로서 연습 필드나 마찬가지였어요. 그런데 말도 안 되게 많은 분이 공감하고 좋아하셨어요. 2016년 전체 블로그에서 1등을 할 정도로. 그러다 보니 작가도 되고 디자이너도 되고 디렉팅도 하고 강연도 하고….

그 정도면 (인테리어 디자인) 업계에서 입지가…. 저는 이단이에요. 수익을 내고, 업으로 하시는 분들 사이에 끼어들어서 전공자도 아닌 제가 방법론을 제시하면 그 시장이 붕괴될 수도 있어요. 물론 그 정도 영향력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요. 어쨌든 업계에 종사하는 분들이 좋게 보시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아요. 저는 수익보다 활동 자체에 가치를 두고 있고, 실제로 의뢰를 받고 디자인을 파는 상업적 인테리어는 하지 않아요.

남의 집 인테리어를 무료로 해주는 ‘오지랖 프로젝트’도 그래서 시작한 건가요? 저처럼 혼자 서울에 와서 사는 분들은 저마다 이유가 있을 거잖아요. 그 이유들이 궁금했어요. 듣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며 디자인을 하는 건데 제 입장에선 돈을 받을 이유가 없죠. 그 사람들이 오히려 제게 엄청난 취미 공간을 제공해주는 거니까. 지금도 페인트칠을 할 땐 스트레스가 전혀 없어요.

어쩐지… <나 혼자 산다>에서 신혼집 페인트칠을 열심히 하더라고요. 그때 인테리어 그대로인가요? 조명 바꾸고, 거실 수납장을 다 채웠어요. 러그도 바뀌었네요. 간접조명이나 패브릭 종류만 바꿔도 집 안 분위기가 확 달라져요. 심지어 저는 매달 러그를 사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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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프셔츠는 엘옴므

# “내가 제일 소중하다(?)”

과거 인터뷰 사진을 보면 그는 선글라스를 쓰거나 뒷모습을 고수했다.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적도 있다. 남의 시선에 연연하기 싫은, 오롯이 ‘자신’을 위한 선택이었다. 그의 지난 시간은 전부 그랬다.

선글라스 낀 사진이 유난히 많던데요. 지금이야 아내 덕분에 소속사도 생겼지만 그땐 연예인도 아니고, 얼굴이 알려져 봐야 좋을 게 없었으니까요. 무엇보다 제 디자인에 자신 있기도 했고요. 생김새보다 제가 무엇을 하는지 봐주길 바란 것 같아요.

이젠 얼굴이 만천하에 공개됐어요. 어떤 평가를 하든 상관없어요. 악플은 블로그를 할 때도 많았고.(웃음)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편이에요. ‘내가 최고야’라는 게 아니라 제 행복을 존중받고 싶어요. 당연히 남에게 피해는 주지 않으면서요. 한 예로 어릴 때 부모님이 다투고선 “이혼하겠다”고 하시면, “응, 그게 엄마 아빠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이라면 해”라고 했어요. 당사자가 행복하기 위해 결심한 일이라면, 그걸 막을 이유가 없잖아요. 저는 제가 제일 소중해요. 아내보다 더. 내가 중심이 돼야 주위 사람도 챙길 수 있다고 믿거든요. 현희에게도 “네 자신이 이 세상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누누이 말해요.

‘착한 개인주의자’ 혹은 ‘합리적 개인주의자’라고 칭하면 어떨까요? 좋아요! 마음에 들어요.

블로그에 여행 후기도 많던데요. 여행과 다이빙을 엄청 좋아해요. 공항버스 타고 공항에 딱 내리면 이런저런 생각이 싹 사라지면서 온전히 저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느낌이 좋아요. 다이빙을 하는 이유도 그렇고요. 해양생물이 궁금해서가 아니라 물속에서 호흡하는 내내 제 자신만 생각할 수 있거든요.

바빠서 당분간 여행은 어렵겠는데요. 저 별로 안 바빠요, 진짜로. 시간 많아요. 근데 이제 혼자는 못 가죠. 아내가 있잖아요.(웃음)
 

# “대단한 사람, 홍현희”

“내가 제일 소중한 개인주의자”라면서도 아내 얘기만 나오면 웃음을 감추지 못한다. 계획에 없던 결혼을 생각하게 했을 만큼, 그의 표현을 빌리면 “홍현희는 제이쓴에게 대단한 사람”이다.

실제로 보니 홍현희 씨랑 닮았어요. 홍현희랑 닮았다고요? 서운하게 말씀하시네.(웃음) 농담이고요. 아무래도 부부니까 닮아가는 게 아닐까요.

개인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부부 영상을 보면 시트콤 수준이에요. 연출 좀 섞죠? 전혀요. 진짜 그렇게 살아요. 홍현희랑 있으면 웃겨 죽겠어요. 뭐 하나 평범하게 지나는 게 없으니까. 정말 잘 맞아요. 결혼 전에 둘이서 스페인에 한 달간 다녀왔는데 그때도 잘 맞는다는 걸 느꼈어요. 저는 여행지에 가서 빡빡하게 돌아다니는 걸 싫어해요. 현희도 그러더라고요. 먹고 싶으면 먹고, 걷고 싶으면 걷고. ‘이 사람과 살면 힘든 일이 있어도 견뎌낼 수 있겠다’ 싶었죠.

살아보니 생각대로인가요? 열심히 견디고 있어요.(웃음) 어떻게 좋기만 해요. 싸우기도 하고 그래요. 사소한 말다툼. 아내가 “가방 좀 줘봐!”라고 하면, “내가 네 후배야?” 이러면서 다툼이 시작돼요. 아내가 연상이라.(웃음)

마음속에 그리던 가정의 모습은 없었나요? 부모님께 “결혼은 기대하지 말라”고 했을 정도로 제가 결혼할 줄은 몰랐어요. 그런 저를 움직이게 했으니 홍현희가 대단한 사람이죠. 오히려 결혼에 대한 환상이 없었기 때문에 더 재밌게 사는 게 아닐까요. 깨질 환상이 없으니까. 매일 모을 돈 모으고, 돌볼 사람 돌보면서 둘이 즐겁게 지내요.

얼마 전에 홍현희 씨가 시어머니가 생일상을 차려주셨다며 자랑했어요. 예전부터 엄마가 사위, 며느리 생일상은 반드시 당신 손으로 차려주고 싶다고 하셨어요. 엄마는 늘 “현희는 우리 집에 온 귀한 손님이다. 싸울 일 만들지 말라”고 하세요. 그래서인지 고부 갈등도 없고, 저도 장모님과 잘 지내고. 혼자서도 처갓집에 잘 가요. 장모님이 뭔가 하실 말씀이 있으면 아내 말고 저한테 전화하세요.(웃음)

결혼하고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둥글게, 둥글게 변한 것 같아요. 저 엄청 예민해요. 책 쓸 땐 기침 소리조차 신경 쓸 만큼 그 어떤 방해를 받는 것도 싫어해요. 근데 아내가 자꾸 장난을 걸어서 막 짜증을 내다가 언젠가 문득, ‘내가 이렇게까지 예민할 필요가 있나?’ 싶더라고요. 현희를 만나고 유해진 기분이에요. 그런 변화가 쌓이다 보면 지난 제이쓴, 앞으로 제이쓴은 또 다를지도 모르겠어요. 앞으로는 저만 바라보고 가지 않으려고요. 20대, 결혼 전까진 저만 챙겼거든요. 딱 제 자신만. 앞으로는 보다 여유 있게, 주변 사람도 챙기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아내에겐 더욱 의지되는 사람이고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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