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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속 라미란

2019-06-13 09:59

취재 : 임언영 기자  |  사진(제공)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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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가 젊어졌어요. 워낙 노안이어서 회춘했다는 이야기 많이 들어요. 안 변한 건 성격? 예전에도 거침없었고, 지금도 그래요. 유명해지더니 달라졌다는 이야기는 안 들을 것 같아요. 그때나 지금이나 기고만장하죠 뭐.”(웃음) 연기를 시작한 지 25년 만에 ‘생애 첫 주연’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라미란은 시종일관 유쾌하게 웃었다.
라미란은 말할 때 표정변화가 크지 않은 편이다. 대신 잘 웃는다. 웃음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라미란의 웃음을 표현하자면 박장대소에 가까운 호탕한 웃음이다. 얼굴의 모든 근육이 움직이고 소리도 유쾌하다. 공식석상이든 사적인 자리든 웃음의 모양이 다르지 않다. 인터뷰 테이블에 앉은 라미란은 어떤 질문을 던져도 웃음으로 시작해 웃음으로 끝날 때가 많았다. 무표정하게 있으면 무뚝뚝해 보일 수 있는데, 남녀노소 불문하고 큰 사랑을 받는 것도 ‘마력’의 웃음에 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응답하라 1988>의 ‘치타 여사’, <막돼먹은 영애씨>의 ‘라 부장’으로 존재감을 뽐내온 배우 라미란이 영화 <걸캅스>로 스크린 첫 주연에 도전했다. 48시간 후 업로드가 예고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발생하고, 경찰마저 포기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뭉친 여형사 콤비의 비공식 수사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에서 라미란은 민원실 퇴출 영순위 주무관인 전직 전설의 형사 박미영 역을 맡았다. 의협심과 정의감을 가진 전설적인 형사였지만 지금은 현실과 타협한 인물이다. 소재는 무겁지만 코믹물이라 영화는 전반적으로 웃음을 잃지 않는데, 그래서인지 라미란이 입은 옷이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

연기를 잘하기도 했지만 시나리오 출발이 라미란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다원 감독은 주인공 라미란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 많은 사람이 “캐릭터가 딱 라미란이다”라고 하는데, 정작 본인은 실제 모습과 다른 부분이 많다고 한다.

“날 어떻게 보고, 감독님이 무슨 마음으로 쓰신 건지 모르겠어요.(웃음) 대중의 시선인 것 같아요. 저라는 배우에게 바라는 모습이요. 정의감에 불타고 두려움도 없고, 게다가 액션도 잘하는 그런 모습이기를 기대하고 투영한 것이 아닐까요?”
 

첫 주연작 & 마흔 넘어 도전한 액션

<걸캅스>는 라미란에게 여러모로 의미 있는 작품이다. 첫 주연작이기도 하거니와 첫 액션 도전작이기도 하다. 40대 중반에 도전한 액션은 쉽지 않았다. 두려웠지만, 한편으로는 더 늦으면 할 것 같아서 최선을 다했다. 꽤 많은 액션 신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재미있었어요. 촬영할 때보다 찍어놓은 걸 보니 더 재미있더라고요. 마음에 드는 장면은, 과거 회상 장면 중에 나쁜 놈들의 다리를 꺾어서 뒤로 넘기는 신이 있어요. 뭔가 장풍을 날리는 것 같더라고요. 멋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후배 연기자들과 호흡을 맞춘 촬영 현장이다. 또 다른 형사, 이성경과도 호흡이 좋았고 순애보 남편이자 철부지 오빠로 등장하는 윤상현과의 그림도 볼만하다. 민원실 3인방이라 불리는 최수영과도 호흡이 좋았다. 주연 배우이자 연기 선배인 라미란이 현장을 잘 이끌어준 덕에 유쾌한 결과물이 나왔다.

“현장은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 모토예요. 부담스럽거나 신경 쓰고 눈치를 보면 안 되거든요. 애드리브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하고, 장난도 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야 자기 역량을 발휘할 수 있으니까요.”

영화 개봉과 맞물려 디지털 성범죄 관련 뉴스가 쏟아지면서 시의성도 맞아떨어졌다. 라미란은 작품을 촬영할 때까지 디지털 성범죄가 뭔지 잘 몰랐다고 한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관련 뉴스를 보면서 그때 비로소 ‘어, 이거 우리 영화 이야기인데?’라는 마음을 가졌다.

“뉴스로 영화가 힘을 받으면 배우로서 좋아요. 그만큼 관심을 가져주실 수 있으니까요. 영화에서 미영이가 그 일에 뛰어든 이유는 화가 나서잖아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괴로워하는 현실이 화가 난다고요. 이른 상상이지만, 사회문제를 무겁지 않고 유쾌하게 풀어가면서 악을 물리치는 카타르시스를 앞으로도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번 영화가 잘되어서 다음에 또 여배우들이 함께할 수 있는 작품이 제작되기를 바라요.”

개봉 전부터 ‘시즌2’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화제가 된 영화가 <걸캅스>다. 큰 사건은 아니지만 재미도 있고 경종도 울릴 수 있는 이야기가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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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영화에 대한 편견?

<걸캅스>는 개봉 전부터 네티즌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여성 연기자가 주연을 맡은 데다 디지털 성범죄를 다뤄 개봉 전부터 ‘페미 영화’라는 비판과 함께 낮은 평점을 받기도 했다. 여성영화라서 꼭 보겠다는 반응도 있지만 같은 이유로 거르겠다는 반응도 있다. 주연 배우로서 부담감이 없을 수 없는 상황이다.

“많은 관심을 보여주시더라고요. 온라인 댓글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성격이라 다행이긴 하지만, 그분들이 극장에도 와주시면 좋을 텐데.(웃음) 작품을 보지 않은 분들이 하시는 말씀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비판하시는 분도 있지만 반가워하시는 분도 많거든요. 주연 배우로서 작품 자체로 냉정하게 평가받았으면 좋겠어요.”

여자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에 대해서는, 기존에 여자 선배들이 그랬듯이 새로운 그림을 보여주는 존재가 되고 싶다.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는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재벌가 싸움, 정재계의 거대한 음모에 맞서는 이야기가 아닌, 다양한 소재를 다뤄야 할 때가 아닐까요. <걸캅스>의 박미영은 경찰 신분도 아니에요. 함께 호흡을 맞춘 지혜도 징계를 받아서 민원실 보조업무를 담당하는 처지고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이 사건을 해결한다는 것 자체에서 통쾌함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여 라미란은 <걸캅스>를 단순히 여성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은, 한 인물의 성장 이야기로 봐주기를 희망했다.

“<걸캅스>는 박미영의 성장 이야기이기도 해요. 화려한 과거 그리고 일상이라는 틀에 갇혀 살다가 우연히 잊었던 감흥을 되찾죠. 현실에 타협하면서 잃어버린 자신을 찾거든요. 저는 지혜와 미영이가 알을 깨고 세상으로 나오는 작품이라고 봐요. 그래서 주인공들의 그다음이 궁금하고, 기다려지기도 해요.”
 

조연 배우의 뒷심

배우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지 25년. 라미란은 조연 배우에서 주연 배우가 됐다. 조연이지만 존재감 있는 역할을 주로 해온 터라 <걸캅스>가 라미란의 첫 주연작인 것을 두고 의외라는 반응도 많다.

“몇 번 (주연) 제안을 받았는데 할 때가 아닌 것 같고, 못 하겠더라고요. 이번에는 무조건 해야 했어요.(웃음) 주연 배우는 연기 이외의 부담감이 있더라고요. 흥행도 신경 쓰이고, 말하는 것도 조심하게 되고요. 외적으로 신경 쓸 게 많아요.”

라미란은 긴 시간 조연으로 활동하다 주연을 맡은 본인의 행보가 가진 상징성을 잘 알고 있다. 인터뷰 내내 “가늘고 길게 활동하는 것이 목표”라는 말을 습관처럼 했지만, 시간이 만들어준 라미란이라는 배우의 지금은 스스로를 끊임없이 두드리고 깨가며 만든 결과다.

“외모가 젊어졌어요. 워낙 노안이어서 회춘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안 변한 건 성격? 예전에도 거침없었고, 지금도 그래요. 유명해지더니 달라졌다는 이야기는 안 들을 것 같아요. 그때나 지금이나 기고만장해요.”(웃음)

25년 동안 연기하면서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을 꼽으라니 단번에 답이 돌아왔다. 많은 사랑을 받는 주연 배우로 거듭났지만, 연기를 좋아하고 그래서 현장을 떠나지 않은 지난 시간처럼 앞으로도 변함없을 예정이다.

‘배우’ 라미란의 삶도 어떻게 보면 <걸캅스> 속 여성 주인공들이 각자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성장하는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은 누구나 본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성장해간다. <걸캅스> 속 주인공들의 다음이 기다려지고, 라미란의 다음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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