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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오릉 맛집촌 20년 터줏대감 주막보리밥 김정옥 대표

2019-05-14 09:48

취재 : 임언영 기자  |  사진(제공) : 안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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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운영하던 10평 남짓한 작은 보리밥집은 서오릉 맛집촌의 대표선수가 됐다. 시간이 흐르면서 식당 크기도, 직원 숫자도 늘었지만 절대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주인장인 김정옥 대표가 직접 음식을 만드는 원칙 그리고 손님들과 일일이 눈을 마주치고 인사를 나누는 이곳만의 따뜻한 풍경이다. 20주년을 앞둔 대박 맛집, 주막보리밥을 찾아 내공과 비결을 들었다.
“밥 드셨어요?”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평일 오후, 기자 일행이 들어서자 김정옥 대표가 식사 여부부터 물었다. 먹었다는 대답에도 “또 드세요” 하더니, “빈대떡만 좀 구워줄까?” 하며 메뉴판을 보여준다. 몇 차례나 고사한 후에야 그의 ‘밥 인사’가 끝나고 인터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주막보리밥 김정옥 대표의 한결같은 인사법이다. 사람들에게 밥을 대접하고,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잘 먹었다는 대답을 들을 때 행복감을 느끼는지라 누구를 만나든 “밥 먹었냐”를 먼저 물어본다. 정작 본인은 일하느라 식사를 거를 때가 많은데 “손님들이 맛있게 먹었다고 칭찬해주시면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면서 사람 좋은 웃음을 건넨다.

주막보리밥은 서오릉 맛집촌의 터줏대감이다. 보리밥을 비롯한 각종 토속음식으로 20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로변에서 꽤 떨어져 있어 마음먹고 찾아가야 하는 곳이지만, 맛집으로 정평이 나서 늘 사람이 북적댄다. 평일 하루 1500여 명 남짓, 주말 2500여 명의 손님이 이곳을 찾는다. 교외 식당가 풍경이 대체로 그러하듯 주막보리밥 역시 너른 공간을 보유하고 있는데, 찾아오는 손님이 많아서인지 썰렁할 틈이 없다. 단골손님들은 주막보리밥의 음식 맛은 기본이고 사람냄새 가득한 분위기가 좋다며 입을 모은다.
 

10평 남짓 허름한 시작

‘서오릉 대박 맛집’으로 불리는 주막보리밥의 시작은 1999년이다. 당시 40대이던 김 대표는 원래 실적 좋은 보험설계사였다. 1년에 40억 매출 기록을 세워 우수사원에 뽑힐 정도로 실력도 인정받았다. 보험사 소장 자리까지 오르면서 승승장구 했지만 IMF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위기가 왔고, 개인적인 악재가 겹치면서 직장을 접었다. 그런 과정에서 빚더미에 올랐다. 살아갈 길이 막막했고,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했다. 그때 식당을 열기로 결심했다. 다른 직업을 찾아보니 도저히 수지가 맞지 않았다.

“식당 운영이 얼마나 힘들면 ‘부인이 미우면 식당을 차려준다’는 말이 있겠어요. 그런데 저는 얼른 빚을 갚아야 해서 다른 생각할 틈이 없었어요. 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 했고, 준비자금이 없어서 저렴한 곳을 찾아야 했죠. 그렇게 인연이 닿은 곳이 서삼릉이에요. 그땐 지금보다 훨씬 인적이 드문 변두리였어요.”

그렇게 10평 남짓 허름한 장소에 자리를 잡았다. 자리를 잡은 다음 한 일은 메뉴를 정하는 것이었다. 이때 김 대표가 떠올린 음식이 토속음식, 보리밥이다. 작고 어두운 공간을 보는 순간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식당을 운영한 경험은 없지만 타고난 손재주와 감각이 있던 김 대표는 곧장 메뉴를 구성했다. 이북이 고향인 친정엄마가 해주시던 ‘시래기털레기’는 그의 센스가 만든 히트 메뉴다.

“운이 좋았어요. 제가 평소 음식을 잘하는 편인데, 다행히 손님들이 맛있다고 해주셨어요. 한 번 찾은 손님이 다시 오시고, 입소문을 내주셔서 장사가 잘됐습니다. 당시 웰빙 바람이 불면서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주효했어요. 몸에 좋은 보리밥, 시래기, 나물이 인기를 끌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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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 맞은 대박 맛집

그렇게 오픈하자마자 대박 맛집이 된 주막보리밥의 역사는 20년째 이어지고 있다. 김 대표는 20년 시간 중 가장 행복한 때를 꼽으라면 지금 본점 자리로 이사할 때였다고 말한다. 오픈 4년 만에 빚을 다 갚고, 손님이 넘쳐나서 넓은 자리로 옮겨야 했다.

“그동안 좋은 일이 많았지만, 식당 연 지 4년째 되던 해 지금 자리로 이사할 때가 가장 기뻤어요. 그때가 5월 8일이에요. 너무 좋아서 매년 그날에는 손님들에게 떡을 나눠드려요. 주막보리밥 생일이거든요. 올해는 20주년이니 더 특별한 선물을 드리고 싶어서 고민 중이에요.”

2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주막보리밥은 크게 성장했다. 두 사람이 운영하던 식당은 40명의 직원이 일하는 대형 식당이 됐다. 10평짜리 식당은 본관, 신관, 별관에 식사 후 차를 마실 수 있는 휴게실까지 갖춘 1000평 규모로 커졌다.

“정말 열심히 달려왔어요. 2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여기까지 왔어요. 식당 크기도 달라졌지만, 제일 달라진 것은 자신감이에요. 식당을 하는 누구나 그렇겠지만 처음 시작할 때는 ‘될까? 안 될까?’ 고민이 많았거든요. 지금은 자신감이 더 커졌어요.”

20년간 식당은 몰라보게 성장했지만, 주막보리밥은 변하지 않은 게 더 많다. 단골손님들은 김 대표를 두고 “날아다닌다”고 말한다. 손님 응대는 기본, 요리도 직접 한다. 매일 직접 시래기를 삶고 된장국을 끓이고 나물을 다듬는다. 시간이 흘러도 주막보리밥의 음식 맛이 한결같은 이유다.

김 대표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식당의 성공 비결이다.

“특별한 것은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양심을 버리지 않았다는 거예요.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재료예요. 좋은 재료는 비싸지만, 저는 좋은 재료의 원칙을 반드시 지켜요. 싱싱한 재료에 좋은 양념을 쓰면 음식이 맛있을 수밖에 없어요. 비싸다고 양을 줄이거나 값을 올리지도 않았어요. 보리밥은 서민 음식이잖아요. 주인 입장에서 돈을 더 벌려고 생각하면 안 되고, 손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김 대표가 늘 강조하는 것이다. 손님을 생각하는 것은 기본, 직원들을 잘 관리하는 것도 식당 운영에서 놓치지 않는 부분이다. 스스로 직원들을 엄하게 대하는 편이라지만, 그 안에 정이 있다는 것은 17년째 일하는 직원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입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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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아들에게 2세 경영 전수 중

주막보리밥은 20주년을 맞아 또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전통을 이어가기 위한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시기를 김 대표는 아들과 함께 보내고 있다. 연기자 출신인 아들 지재훈이 어머니를 이어 운영하기로 해서 열심히 경영수업을 받는 중이다.

“오늘은 카운터에서 일을 보고 있네요. 매일 출근해서 함께 움직여요. 직원들은 작은 사장님이라고 불러요. 아들은 젊어서 그런지 저와는 시각이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저는 주먹구구식으로 장사를 했는데, 아들은 시스템을 갖추려고 해요. 제 노하우를 최대한 가르치지만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나 관리하는 마인드는 되레 제가 배울 게 많아요. 기대 이상으로 잘하고 있어서 든든하고 믿음직스러워요.”

김 대표는 본인을 닮아 요리 솜씨가 있는 아들이 이곳을 잘 운영할 것이라고 믿는다. “엄마와 방식이 달라도 괜찮으니 원하는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시도하라”고 격려한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본인이 20년간 걸어온 마음가짐을 아들이 잘 이어받으리라는 믿음이 있어서다.

“20주년을 맞으니 감회가 새로워요. 손님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어요. 손님이 있어야 주인도 있는 거잖아요. 식사하시다 보면 짤 때도, 싱거울 때도 또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드는 때도 있을 텐데, 손님들이 그걸 다 이해해주신 덕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어요. 30년, 40년이 되어도 주막이 건재할 수 있도록 잘 운영하겠습니다. 큰길에서 들어오는 길도 불편하고, 사람이 많이 몰리면 시끄러워서 불편할 때도 있는데, 그런 걸 다 감수하고 찾아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인터뷰를 마무리할 무렵 김 대표가 또 “밥 먹고 가라”며 기자의 손목을 잡았다. ‘밥 인사’로 만남을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노라니, 주막보리밥이 오늘날 어떻게 서오릉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았는지 비결을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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