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벤트
  • 동영상
  • 카드뉴스
  • 조선뉴스프레스멤버십
  • 카카오스토리
  •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ISSUE
  1. HOME
  2. ISSUE
  3. people&

가꾼 대로 거두는 식물의 마법 이선용 베어트리파크 대표

2019-04-16 09:56

취재 : 장가현 기자  |  사진(제공) : 장가현, 베어트리파크

  • 메일보내기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쌀쌀하다 싶었는데 제법 봄기운이 느껴진다. 4월은 그래서 좋다. 삭막하던 주변이 파스텔 톤 봄빛으로 물들고 있다. 베어트리파크의 봄빛은 더 선명하다. 싱그러운 연둣빛부터 짙은 초록, 연분홍, 노란색 꽃까지. 이선용 베어트리파크 대표와 함께 봄을 만나본다.
다육식물을 선물 받은 적이 있다. 식물을 제대로 키운 적이 없어서 안 받으려고 하자 “다육식물은 키우기 쉽다. 물을 매일 안 줘도 된다”며 막무가내로 안겼다. 그렇게 떠안은 다육이에게 책임감이 생겼다. 잘 자라게 하고 싶어서 생각날 때마다 물을 주고, 볕도 쬐었다. 하지만 이내 시들시들하더니 말라죽었다.

다육이와 잘못된 만남은 이유가 있었다. 다육식물은 물이 없어도, 환경이 척박해도 잘 자라지만 공기가 순환되지 않으면 자랄 수 없단다. 이선용 베어트리파크 대표가 만경비원에 있는 다육식물 정원을 함께 돌며 알려준 팁이다. 다육이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생긴 참사였다.

“다육식물은 뿌리내릴 곳만 있으면 잘 자라요. 이파리가 뜯기면 뜯긴 부분에서 뿌리가 나서 다시 살아나는 신기한 식물이죠. 생명력이 강해서 키우기 쉬운데, 딱 한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합니다. 환기가 잘돼야 해요. 그러면 다육이처럼 키우기 쉬운 식물이 없어요.”

그러고는 “다 같은 식물처럼 보이지만 저마다 특색이 다르고, 필요한 게 달라요.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가 잘 자라도록 고민하고 보살피는 사이 10년이 훌쩍 갔네요”라고 했다.
 

식물도 저마다 포인트가 다르다

이 대표 말마따나 식물도 사람처럼 저마다 포인트가 다르다. 향나무는 때마다 잔머리를 정리하듯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 병든 가지나 수세가 약한 가지를 정리해야 나머지 부분이 잘 자랄 수 있다. 봄이면 가장 먼저 피는 복수초는 햇볕이 잘 드는 곳을 좋아한다.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되지만 거름을 충분히 줘야 노랗고 탐스러운 꽃을 피운다. 이 대표는 기자와 수목원 곳곳을 돌며 나무와 꽃을 하나하나 알려줬다. 수목원에 뿌리내린 식물들이 어떤 환경에서 잘 자라고, 무엇이 필요한지 신나게 설명하는 목소리에서 애정이 물씬 느껴졌다.

이 대표가 식물에 쏟는 사랑은 부모님 세대에서 시작됐다. 베어트리파크 설립자 이재연 씨는 50여 년간 틈만 나면 나무를 심고, 가꿔왔다. 아버지가 나무를 심으러 갈 때 아들은 아버지 곁에 없었다. 외식업체를 운영하며 바쁘게 살았다. 그럼에도 어쩌다 한 번씩 아버지를 따라나설 때면 이상하게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거름을 주고, 물을 주고, 묵은 가지를 쳐주면 나무들은 화답하듯 더 풍성해지고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뿌린 대로 거두는 게 아니라 가꾼 대로 거둔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아버지처럼 나무를 심고 돌보는 삶이 시작됐다. 그게 벌써 10년째다.

10년 동안 늘 거두기만 한 것은 아니다. 공들여 키운 꽃을 관람객에게 한 번도 보이지 못한 경우도 많다. 꽃마다 가장 예쁜 때가 따로 있다. 그 찰나를 위해 1년 동안 많은 사람이 정성을 쏟는다.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메르스, 구제역 같은 예상치 못한 일이 터지면 그간 노고가 빛을 발할 순간을 잃는다. 마치 피나는 연습을 하고 공연 날만 손꼽아 기다린 가수에게 무대가 사라진 것처럼. 요즘은 미세먼지라는 복병이 등장했다. 게다가 점점 날씨가 따뜻해지고 있어 꽃이 피는 시기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베어트리파크가 맞는 봄의 절정이 어린이날쯤이었는데, 요즘은 일주일 정도 당겨졌다. 기대보다 짧게 지는 꽃을 보면 더 많은 사람에게 보이지 못해 속이 상하기도 한다.

그러나 속상한 마음은 잠시다. 매섭던 바람결에서 온기가 느껴지면 봄맞이 준비를 시작한다. 분재원에 있는 나무의 흙을 교체하고 묵은 뿌리를 손질한다. 바람이 따뜻해지고 언 땅이 녹으면 나무를 옮겨 심는다. 추위에 약한 나무들이 겨우내 입은 짚을 벗기고, 촘촘하게 심어놓은 나무들을 정리한다. 분주하게 봄맞이 작업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무에서 어린 연둣빛 새싹이 돋아난다. 베어트리파크에 봄이 찾아왔다는 신호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무사히 만난 생명이 기특하고 감사하다. 이 대표가 일 년 중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다.
 
 
본문이미지

이야기로 채운 베어트리 정원

10년간 수목원에서 자란 나무들은 키가 다 고만고만할 것 같은데 세월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큰 나무들이 곳곳에 있다. 알고 보니 사연이 있는 나무들이다.

“명자나무는 대전에 사는 장필순 할머니가 기증했어요. 6·25전쟁 때 흥남철수작전 아시죠? 그때 할머니가 고향인 흥남에서 남쪽으로 넘어오셨는데, 떠나면서 뭐든 고향을 생각할 만한 걸 가져와야겠다 싶어서 챙긴 게 명자나무 묘목이었대요. 이 나무를 60년 넘게 키우다가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기증했습니다. 할머니가 가끔 들러서 나무를 보고 가세요. 잘 자라고 있는 걸 보면서 할머니도 마음을 놨다고 하시더라고요.”

오랜 옛날부터 마을을 지키던 당나무도 있다. 게이트 하우스를 지나 향나무동산으로 향하는 길에 있는 큰 느티나무다. 원래 경기도 고양시 어느 마을에서 수호신으로 모시던 나무인데, 동네가 개발되면서 베일 위기에 처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한 조경업자가 베어트리파크에 연락을 했다. 훌륭한 나무가 사라지게 생겼으니 살리자고. 뿌리돌림을 하고, 가지치기도 하고. 갖은 노력 끝에 무사히뿌리를 내렸다.

“돌이켜보면 우리 수목원에 있는 나무와 꽃들이 그냥 자란 게 아니더라고요. 식물에 애정을 쏟고 사랑을 주신 분들이 있어 가능했어요. 제 아버지와 장필순 할머니가 하신 것처럼 말이죠. 그들이 식물에 쏟은 사랑을 이어가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분들의 사랑으로 나무를 키웠고, 그 나무들이 모여 베어트리를 채웠어요. 사랑받고 자란 나무가 더 크게 자라 울창한 숲을 만드는 게 앞으로 제 목표예요. 사랑이라는 훌륭한 거름을 먹고 자란 나무로 이루어진 숲은 그 어떤 공간보다 싱그럽고 편안한 곳이 될 테니까요.”
 
 
본문이미지

베어트리파크를 제대로 즐기는 법

봄은 수목원을 방문하기 가장 좋은 시기다. 3월 말부터 복수초와 영춘화를 시작으로 매화, 산수유꽃, 벚꽃 등이 차례로 만개해 한자리에서 온갖 종류의 봄꽃을 만날 수 있다. 봄을 만나러 베어트리파크에 갈 계획이라면 주목하자. 베어트리파크에서 꼭 봐야 할 것만 소개한다.
 
 
본문이미지

1 송백원의 새 식구를 소개합니다.
베어트리파크에 있는 소나무 정원이다. 송백원의 소나무는 우리가 흔히 보는 소나무 종도 있지만 흔히 볼 수 없는 품종도 있다. 이파리가 노란빛을 띠는 황금송, 파마한 것처럼 이파리가 복슬복슬한 파마송, 이파리 무늬가 뱀눈처럼 생겼다 해서 이름붙인 뱀눈여송, 뱀눈남송 등 희귀한 종의 소나무를 만날 수 있다.

2 잉글랜드 장미정원의 봄
잉글랜드 장미는 향이 좋고 모양이 화려해 장미 중에서도 최고로 꼽힌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잉글랜드 장미정원을 보기가 쉽지 않다. 영국에 비해 날씨가 쌀쌀하고 건조해서다. 베어트리파크에서는 봄, 가을에 두 번 잉글랜드 장미를 볼 수 있다. 잉글랜드 장미정원에서도 장미넝쿨을 추천한다. 머리 위에 화관처럼 두른 장미의 화려함에 한 번, 짙은 향기에 두 번 취할 수 있다.

3 나무 위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를 찾아라!
베어트리파크에는 숨은 보물이 있다. 어떤 나무에는 새가 앉아 있고, 어떤 나무에는 큼직한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다. 수목원을 찾는 관람객이 소소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정원사들이 숨긴 사소한 재미랄까. 수목원을 거닐면서 토피어리를 찾는 순간 즐거움이 배가된다.

4 하이브리드 식물은 어디어디 있을까
서로 다른 것을 섞은 것을 하이브리드라 한다. 베어트리에서도 하이브리드를 찾을 수 있다. 붉은 동백꽃이 피는 나무에 흰 동백 가지를 붙여 만든 하이브리드 동백나무, 향나무 가지 속에서 자라는 벚나무 등 다른 수목원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꽃과 나무가 베어트리의 새로운 마스코트로 떠오르고 있다.

5 수목원 곳곳에 숨은 인생샷 명소
여행의 묘미는 인생샷을 남기는 데 있다. 베어트리파크에도 소셜미디어 프로필 사진으로 걸 만큼 사진발 잘 받는 장소가 여럿 있다. 만경비원, 분재원, 열대식물원 등을 찾아 인생샷을 남겨보자.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다 보면 배터리가 금방 소진될 수 있으니 보조 배터리를 챙기는 것도 잊지 말자.
Copyright ⓒ woman.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 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1. 메인으로
  2. 기사목록
  3. 맨 위로
글쓴이 :      비밀번호 : (숫자 4자리를 입력해주세요)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