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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억대 매출 올리는 엄마들

2019-04-15 09:28

취재 : 장가현 기자  |  사진(제공) : 조지철, 생활연구소, 코니바이에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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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 다니는 기혼 여성이 임신을 확인한 순간 흔히 느끼는 감정은 두 가지다. 놀라움과 ‘절망’이다. 새 생명이 반가우면서도 ‘이제 나의 커리어는 끝났구나’ 하는 슬픔이 밀려온다. 임신과 출산이 끝이라 생각하겠지만 또 다른 길을 열어주기도 한다. 엄마로서 길이냐고? 아니, 온전히 ‘나’라는 사람으로 사는 길이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모르던 불편함을 토대로 새로운 커리어를 쌓아가는 엄마들이 있다. 심지어 매출도 수십 ‘억’이다.
30만 이용자가 쓰는 가사도우미 앱
연현주 생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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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치여 사노라면 집안일은 언제나 뒷전으로 밀린다. 어느새 집 안은 폭탄을 두어 개는 맞은 것처럼 난장판이 된다. 아이가 있는 집은 더하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집 안을 피카소 그림처럼 만든다. 연현주 생활연구소 대표도 ‘집요정’의 도움이 절실한 엄마 중 한 사람이었다.

“워킹맘으로 13년을 살았어요. 일해야 하니까 늘 집안일을 돌봐줄 이모님을 구해야 했는데 나와 맞는 사람을 찾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남자애가 셋이나 되다 보니 선뜻 오겠다는 사람이 없었어요. 겨우 사람을 구해도 우리 집 특징을 일일이 설명해야 하니까 그것도 번번이 일이더라고요. 이런 불편함을 긁어주는 서비스는 왜 없는지 아쉬워하다가 직접 만들어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시작한 게 청소연구소예요.”

청소연구소는 말 그대로 청소를 도와주는 서비스를 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앱을 깔고 주소, 평수, 반려동물·영유아 유무 등 정보를 입력하면 청소 예상시간과 비용이 뜬다. 그다음 청소매니저를 선택하고 방문 날짜와 시간을 선택하면 요청한 날짜에 매니저가 집으로 찾아온다. 청소할 사람을 부르는데 굳이 앱을 쓸지 의문이 들었다. 연 대표는 이미 앱의 편리성을 맛본 사람이라면 이 서비스를 좋아할 거라 생각했다. 택시도 앱으로 부르고, 배달음식도 앱으로 시켜 먹는 세상이다. 청소전문가도 될 거라고 확신했다.

청소연구소를 쓰는 데 비용은 얼마나 들까? 66㎡(20평) 기준 청소하는 데 4시간이 걸리고 비용은 5만3000원 정도 든다. 일주일에 한 번씩 이용한다고 치면 한 달에 21만원이다. 생각보다 괜찮다. 2017년 앱을 출시한 이후 2년이 지났는데 이용자 수는 30만 명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평점은 5점 만점에 4.2점이다. 등록된 리뷰를 읽어보면 서비스 제한지역이라 괜히 깔았다는 후기 말고는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평이 많다. “집에 들어왔는데 우리 집이 아닌 줄 알고 나갈 뻔했다”든가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는 집 안이 엉망이었는데 엄마가 청소한 것처럼 집이 깨끗해서 눈물이 났다”는 후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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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20% 성장 누적투자액 35억

청소연구소 홈 매니저는 6000명 정도. 청소연구소에서 일하는 홈 매니저는 인터뷰를 거쳐 선발한다. 연령 제한이 있어 너무 어리거나 나이 많은 사람은 배제한다. 청소나 가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고, 건강에 문제가 없는 사람이 활동할 자격을 얻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주부다. 가정을 돌보느라 집안일을 잘하고 익숙한 주부들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이다. 집안일을 잘 아는 주부여도 홈 매니저가 되면 먼저 교육을 받는다. 이론, 실기 교육으로 전문적인 청소 방법을 수료하면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다.

홈 매니저는 일하고 싶은 곳을 고를 수 있다. 평수도, 반려동물이나 아이가 있는 집도 고를 수 있다. 집안에 일이 생기면 쉴 수 있고, 일하고 싶을 때 언제든 일을 시작할 수 있다. 시급은 1만1000원에서 1만3000원 정도 받는다. 매일 일하면 한 달에 200만~300만원 정도 벌 수 있다. 전업주부인 선배 엄마가 일하는 후배 엄마의 고충을 채워주는 셈이다.

청소연구소는 2년 만에 자리를 잡았다. 매출은 얼마나 되는지 물었다. 연 대표가 밝히기 곤란하다는 듯 웃었다. 정확히 말할 순 없지만 출시 이후 매달 20%씩 성장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앱을 출시할 무렵 카카오 벤처스에서 10억을 투자 받았고, 이후로도 꾸준히 투자를 받아 누적투자액이 35억이다. 인터뷰를 진행한 날도 대규모 투자유치를 목전에 두고 있어 연 대표의 휴대폰이 쉴 새 없이 울렸다. 은행, 투자자의 연락이었다.

한시도 일이 놔주지 않는 빡빡한 일과 속 엄마로서는 어떤지 궁금했다. 연 대표는 청소연구소를 쓰면서 집안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대신 아이들과 마주하는 시간을 늘렸다고 말한다. 인터뷰 전날에는 아이들과 놀다 20㎏이 넘는 막내가 달려드는 바람에 허리를 삐끗했다며 웃었다. 아무리 바빠도 야근은 절대 하지 않는다. 아침, 저녁은 꼭 아이들과 함께 식사한다. 무조건 칼퇴를 지향하다 보니 낮 시간에는 빡빡하게 일한다. 일이 남으면 밤에 다시 시작한다. 바빠서 아이들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 엄마의 마지막 보루랄까. 아이들은 바쁜 엄마한테 단련돼 있어서인지 자기 일은 알아서 챙기는 편이다. 온전히 아이들만 챙기지 못해 미안하지만 엄마가 아닌 연현주의 삶도 소중하기에 일을 놓을 순 없다. 일하는 엄마라서 장점도 있다. 가정과 일을 병행할 수 없게 만드는 불필요한 시스템을 고칠 수 있다는 점이다. 

“엄마라서 보이는 문제들이 있어요. 아이 등교시간에 맞춰서 출근시간을 조정할 수는 없는지부터 아이가 아픈데 휴가를 쓰려면 눈치 보는 분위기 같은 것 말이에요. 불필요한 문화잖아요. 남자들은 이런 작은 차이를 잘 모르거든요. 일과 가정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시스템을 만들려면 엄마들의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엄마들이 꾸준히 자기 커리어를 이어갔으면 해요.”
 

지용이 엄마가 만든 50억 매출 아기띠
임이랑 코니바이에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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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아이는 무엇일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소중한 존재이자 동시에 많은 걸 앗아간 존재. ‘내 삶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출산 후 아이를 키우다 보면 여자로서 무너지는 순간을 여러 번 경험한다. 출산 전에 입던 옷은 더 이상 입을 수 없고, 머리를 감으면 이러다가 탈모가 오는 게 아닐까 무서울 정도로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진다. 하이힐을 신고 발랄하게 뛰어다니던 여자애는 온데간데없고, 옷태도 나지 않는 아이 엄마가 거울 속에 있다.

아기띠를 맨 모습은 더 별로다. 알록달록한 스마일이나 캐릭터가 덕지덕지 박힌 아기띠를 매면 이게 내 모습인가 싶다. 예쁘지도 않은데 편하지도 않다. 허리 벨트가 있는 아기띠는 무거워서 오래 매고 있을 수 없다. 왜 비싼 돈을 주고 샀는데 편하지도, 예쁘지도 않은 걸 써야 할까. 임이랑 코니바이에린 대표가 아기띠를 만들어보자고 결심한 이유다.

“지용이가 태어나고 온갖 아기띠를 다 써봤어요. 스웨덴 왕실에서 쓰는 아기띠, 간편하기로 유명한 아기띠, 일본에서 유명한 아기띠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직구를 했죠. 그런데 100% 편한 게 없더라고요. 가볍고 착용하기 좋으면서도 디자인도 예쁜 아기띠를 구상하기 시작했죠.”

하지만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누가 강제로 시킨 일도 아니어서 늘어졌다. 아기 이유식을 만들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아기를 재우면서 같이 잠들곤 했다. 일이 진척되지 않자 남편이 한소리했다.

“이렇게 지지부진하면 아무것도 못 해. 이럴 거면 포기하고 일자리를 알아보든가 다른 아이템을 찾아봐.”

그 말이 자극이 돼서 다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완벽하게 준비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일을 조금씩이라도 진행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도무지 진행되지 않던 일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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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감성을 생각한 스타일리시한 아기띠

먼저 가볍고 착용하기 좋은 아기띠 모양을 만들어야 했다. 서양의 ‘베이비 웨어링(baby wearing)’이 떠올랐다. 베이비 웨어링은 긴 끈을 옷 모양으로 둘러서 우리나라 포대기처럼 아기를 밀착시켜 앞으로 안는 방법이다. 아기가 엄마의 심장소리를 들으니 애착형성에도 좋겠다 싶었다. 임 대표가 써보니 끈이 너무 길어서 모양을 잡기 힘들었다. 끈을 짧게 만들어 형태를 고정한 다음 상의를 입는 형식으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다음은 원단이다. 수영복 원단, 요가복 원단, 유기농 원단, 면 등 다양한 원단으로 아기띠를 만들었다. 수영복 원단은 늘어날수록 깔끄러워 아기가 다칠 우려가 있어서 탈락. 요가복 원단은 소재가 두꺼워서 아기가 더워해서 탈락. 면 100%는 잘 늘어나서 탈락. 남은 건 폴리면 스판이었다. 신축성이 좋은 반면 잘 늘어나지 않아서 아기가 엄마 가슴에 달라붙을 수 있을 만큼 단단하게 고정됐다. 아기띠로 20㎏까지 무리 없이 안을 수 있다는 인증도 받았다.

이제 디자인이 남았다. 아기띠는 아기용품이지만 엄마가 주로 쓴다. 거기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색깔과 무늬를 넣어 만들었다. 화사한 색을 좋아하면 핑크나 민트, 시크한 느낌을 좋아하면 블랙이나 차콜, 세련된 느낌은 스트라이프 무늬. 셔츠를 고르듯이 아기띠를 골라 맬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아기를 둔 엄마들이 밖에 나가는 순간은 쓰레기를 버릴 때나 마트에 가는 정도다. 그때 내 취향에 맞는 아기띠를 매고 나가면 엄마의 자존감이 좀 더 올라가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가격은 5만~6만원 선. 10만~20만원인 여느 제품보다 훨씬 저렴하다.

아기띠가 어느 정도 형태를 갖추니 남편이 나섰다. 임 대표의 남편은 아내와 함께 티켓몬스터에 다니다가 그만두고 쉬는 중이었다. 남편은 창업한 경험을 살려 법인을 세우고, 홈페이지를 만들고, 배송업체를 알아보는 등 임 대표가 신경 쓰지 못한 부분을 맡았다. 부부가 뚝딱뚝딱 시작한 코니 아기띠는 창업한 지 1년 만인 2018년 12월 연간 매출액 50억원을 달성했다. 일본, 홍콩, 싱가포르, 미국, 호주 등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여자의 자존감을 지키고 싶은 마음,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지키고 싶은 마음을 잘 알아요. 제품을 만들 때 엄마가 아닌 여자의 마음을 생각하죠. 수유복을 출시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에요. 수유복이 대부분 질 낮은 원단에 가슴 부분에 지퍼를 달아놨어요. 지퍼가 달린 옷을 입고 걸으면 딸랑딸랑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정말 싫더라고요. 수유하는 건 잠깐이지만 그 잠깐 동안에도 마음에 드는 옷을 입으면 기분이 좋잖아요. 아기띠나 수유복을 만들 때도 그랬듯 엄마가 행복해지는 제품을 만드는 게 앞으로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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