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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골든 라이프! 신은경

2019-02-19 05:54

취재 : 임언영 기자  |  사진(제공) : 안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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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KBS 9시 뉴스 앵커 신은경이 오랜만에 근황을 전했다. <내 나이가 나를 안아주었습니다>라는, 아름답게 늙는 법을 주제로 한 에세이를 펴내면서다. 그는 올해 예순이 됐다.

장소 카페 식물
평일 오후 서울 익선동에는 사람이 많았다. 좁다란 골목길에는 발 디딜 틈이 없었고, 힙(hip)하다고 소문난 카페에는 사람이 넘쳐났다. 20~30대로 보이는 젊은 사람들. 특유의 생동감 가득한 에너지가 곳곳에서 느껴졌다. 호기심 가득한 두 눈을 반짝거리는 외국인들도 익선동 골목길에 리듬감을 실어주는 좋은 피사체였다.

“여기서 우리가 제일 나이 많은 거, 맞죠?”

인터뷰 장소에 일찍 도착한 신은경 전 아나운서가 세상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젠 카메라 앞에서 뉴스를 전하는 일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지만, 9시 뉴스 앵커 시절 우아한 분위기의 외모와 목소리는 여전하다.

“20대 젊은이들 얘기를 들어보면, 그들도 나이 때문에 고민하더라고요. 가만 보면 서른이 되는 사람, 일흔이 되는 사람도 똑같아요. 결론은 우리 모두 각자 자기 나이에 대해서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는 것 같아요.”

최근 펴낸 에세이집 <내 나이가 나를 안아주었습니다>를 건네며 말했다. 올해 육십줄에 접어든, 인생 후반전을 맞이한 사람의 여유가 담긴 시선이 함께였다.

에세이집은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신문에 연재한 글을 엮어서 완성했다. 5년 전부터 한 달에 한 번꼴로 글을 썼다. 당시만 해도 50대 중반이었던 터라 ‘내 나이에 벌써 이런 글을 써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만 해도 저널리스트 입장에서 건강이나 심리학 등 관심 분야가 있을 것 같아서 시작했는데,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글을 쓰면서 나이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거든요. 덕분에 예순을 조금 다른 마음으로 맞았어요. 긍정적으로요.”
 

# 내 나이 굉장히 멋지구나!

흔히 인생을 축구 경기에 비교한다. 전반과 후반이 있다. 축구 경기의 최종 목적은 골을 얻는 것. 후반전 인생을 성공적으로 펼쳐야 좋은 결과를 얻는다. 경기 내내 쉬지 않고 달리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물도 마시고 전략도 다시 짜는 ‘하프타임’이 있다.

인생의 하프타임에는 두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신은경 전 아나운서가 꼽은 질문은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나의 인생 사명은 무엇인가’이다. 수학적 셈법은 필요 없다. 백세까지 사니까 오십에, 여든까지 사니까 마흔에 세우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언제든지 본인의 사명을 발견하면, 그 순간이 훌륭한 하프타임인 것이다. 신 아나운서는 2010년경 하프타임을 가졌다고 한다. 삶의 목적과 사명을 분명하게 하는 시간을 갖자 이후 인생이 확 달라지더란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서 깨달은 것은, 나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꽃병 같은 존재라는 거예요. 국민이 알아주고, 유학도 가던 시절은 신이 색색의 물감을 꺼내서 예쁜 그림을 그린 시간인 것 같아요. 이후 힘들었던 시간은 조각칼을 꺼내 꽃병에 파면서 무늬를 새긴 시간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림을 그렸을 때는 축복이고 파여나갔을 때는 고난이라고 하지만, 신의 입장에서 보면 그 모든 것이 다르지 않은 하나의 작품 활동이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짚은 다음에 인생 사명을 생각했다.

“인생 사명 선언서를 썼어요. 인생 후반전에 무엇을 하면서 살 것인지를 손으로 써봤죠. 제가 해온 것을 보니 방송, 강연, 집필 활동이 있더라고요. 채널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뭔가를 전하는 거였어요. 제가 내린 사명의 결론은, 사람들 삶을 변화시키는 거예요. 내 이름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 아닌, 나로 인해서 누군가에게 무엇이든 변화가 일도록 하는 거죠. 이게 스스로에게 붙인 모티베이션(motivation)이에요. 동기부여를 위해 부채질해주는 사람.”

그가 쓴 글에 멋지게 나이 드는 구체적인 방법이 담긴 것은 아니다. 다만 나이를 대하는 시선이나 태도를 짚어준다. ‘인생 후반전도 괜찮구나’가 아니라 ‘내 나이가 굉장히 멋지구나!’라는 시선을 갖게 됐다.

“뭐든지 본인만의 방식이 있는 것 같아요. 항상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귀가 얇아서는 안 돼요. 저는 많이 돌아다니면 피곤해서 못 사는데 ‘나이 들수록 친구가 많아야 하고 매일 약속을 잡아야 한다’는 말을 지키려 들면, 아마 저는 가장 불행한 삶을 살게 될 거예요.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것, 편한 것을 본인만의 방식대로 나이가 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남들보다 조금 늦었던 본인의 이야기도 들려줬다. 그는 모든 사람이 전성기라 말하는 20대를 보내고, 서른이 훌쩍 넘어서 영국으로 유학을 다녀왔다. 결혼식을 올린 건 서른여덟, 마흔이 지나서 아이를 낳고 육아와 가정생활을 했다.

“당시에는 남보다 늦었지만 제 나름대로 인생의 페이스가 있었어요. 지금도 충분히 감사해요. 제 나이가 굉장히 멋지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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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앞 극장에서 영화 보며 데이트하는 부부

이번 책을 내게 된 데는 남편 박성범 전 의원의 권유가 있었다. 어느 날 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읽더니, “책을 내보지?”라고 슬쩍 말하더란다.

“이상한 각도의 칭찬이에요.(웃음) ‘이런 글로 누가 책을 내겠냐’고 했더니, 잔잔한 감동이 있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원고를 한번 정리해보니,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었어요. 남편의 권유 덕분에 나온 책이에요.”

최고의 칭찬이 “신은경 괜찮은 사람이야”일 정도로 표현이 많지 않은 남편이지만, 아내의 행보에 뒤에서 조용히 박수를 쳐주는 사람이다. 정치인으로서 근황을 물으니, 현역에서 물러난 의원들 모임인 헌정회에서 활동을 하는 게 전부라고 한다. 요즘은 북한 폐결핵 환자들을 돕는 재단 일을 돕고 있기도 하다.

지역구였던 서울 중구에 살던 부부는 2년 전 경희궁이 가까운 집으로 이사했다. 정치에서 한 걸음 떨어진 요즘은 집 근처 영화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많다. 길만 건너면 좋아하는 영화관이 있어서 소소하게 영화 데이트를 즐긴다. 예일대에 다니고 있는 딸은 방학 때만 잠깐씩 집을 찾는다.

“돌이켜보면 남편 뒷바라지하면서 정치적인 일 때문에 가장 힘들었어요. 그럼에도 지금 생각해보면 성장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어요. 그런 경험 덕분인지 지금 내 시간을 갖는 것이 소중해요. 남편을 도울 때는 내 시간이 없었어요. 내 아이가 아파도, 입학식을 해도 갈 수가 없었죠. 그때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만, 저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에 감사합니다. 그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이해의 폭이 넓어졌으니까요.”

신 전 아나운서는 현재 차의과대학교 의료홍보미디어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의학 저널리즘을 가르친다. 강단에 선 것은 2013년부터, 2년 동안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서 근무했다. 인생 후반전에 대한 깊은 사유 덕분에 목표가 명확한 사람이 됐다.

“바람이 있다면 건강하고 싶어요. 튼튼한 체질이 아니기 때문에 조심조심 살고 있어요. 본격적으로 강연도 다닐 계획이에요. 이번 에세이와 관련해서 독자들과 만남의 자리도 준비하고, 직장인들을 위한 동기부여 강의도 할 예정이에요. 제 인생 사명 선언서에 적은 대로 동기를 부여하고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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