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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귀를 사로잡은 황홀한 마법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송재정 작가

2019-02-07 14:45

취재 : 임언영 기자  |  사진(제공)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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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 드라마, 작가가 누구야?”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즐겨 보는 사람들은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증강현실과 게임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방영 내내 화제를 모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쓴 송재정 작가를 만났다. 최종회까지 2회를 남겨둔 1월 15일 오후였다.
인터뷰에 앞서 송재정 작가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자면, 그는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작가’ ‘판타지 장인’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인기 드라마 작가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이전의 작품은 <인현왕후의 남자>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 그리고 <W>. 시간을 오가는 타임슬립 등 독특한 소재를 활용한 드라마로, 모두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화제작이다.

드라마 작가가 되기 전에는 오랜 시간 시트콤 작가로 활동했다. <순풍 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거침없이 하이킥> 등 인기 작품이 그의 손을 거쳤다. 이런 이력은 그의 작품이 정통 드라마 방식과는 조금 다른 결을 갖는 밑바탕이 됐다. 매 작품 전에 없던 독특한 스토리라인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은 그가 이번에는 증강현실과 게임이라는 소재를 활용한 드라마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처음 접하는 다소 낯선 이야기에 많은 시청자들이 매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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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에서 ‘포켓몬고’ 하다가 떠올린 소재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제작 단계부터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국내 어떤 드라마에서도 시도한 적 없는 증강현실 게임 소재는 방송가뿐 아니라 IT와 게임업계에서도 조명이 이루어질 만큼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스페인의 이국적인 풍광을 배경으로 현실 위에 덧댄 게임 서스펜스는 드라마를 보는 즐거움을 증폭시켰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드라마를 볼 수 있다는 게 놀랍고 행복하다”는 최고 찬사를 받았다.

증강현실과 게임이라는 소재를 어떻게 떠올리게 됐나. 그 질문을 제일 많이 받았다. 장황하게 말씀드리면, 드라마 <W>가 끝난 후 타임슬립 작품을 구상 중이었다. 미래에서 현재로 온 남자 이야기를 만들었는데, 주인공이 유진우였다. ‘낯선 자의 방문을 받아서 총을 쐈는데 쓰러진다’로 시작되는 이야기다. 그런데 쓰다 보니까 욕구가 잘 안 생기더라. 뭐가 없을까, 방황하던 중 ‘포켓몬고’ 열풍이 불었다. ‘이게 뭘까?’ 호기심이 생겨서 프로그램을 내려받았고, 여의도에서 해봤다. 직접 해보니 엄청났다. 그동안 게임 소재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영화 <아바타>와 같은 거대 자본이 필요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해서였다. 그런데 포켓몬고를 하다가 일상에서 아이템만 CG로 처리하면 될 것 같다는 가능성을 봤다. 눈이 번쩍 뜨였다. 타임슬립 대신 증강현실을 선택했다.

신선하다는 시청자가 많다. 반응이 뜨겁다. 주변 반응은 열띤데 시청률은 나오지 않는다.(웃음) 10대에서 49세까지, 젊은 분들이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다. 감사드린다. 작품을 할 때마다 소재가 먹힐까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시작하는데, 많은 분이 적응하고 즐거워해주셔서 감사하고,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처음 기획 단계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머릿속에 똑같은 그림을 그리는 게 관건이었다. 증강현실에 관한 영상은 물론 관련 콘텐츠가 없는 상태라 모든 제작진의 머릿속에 다른 그림이 그려졌다. 같은 그림을 그리는 스태프를 만나는 게 중요했다. 다행히 감독님과 같은 그림을 그렸다. 처음 시사를 보고 감동했다. 어떻게 이렇게 완벽하고 놀라운 그림을 만들어내셨는지 감탄했고, 행복했다.

첫 회 게임 장면이 굉장히 신선했다. 드라마 초반 게임 룰에 대한 설명이 길어서 “작가가 게임을 모르는 거 아니냐?”는 질문도 받았다. 나는 게임을 많이 하는 사람이다. <시드마이어의 문명> <신시티> 등 웬만한 게임은 다 섭렵했다. 다만 드라마로서 처음 시도했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어떻게 게임을 거부감 없이 쉽게 받아들이게 하느냐가 중요했다. 게임을 전혀 모르는 사람을 타깃으로 잡았다. 그런 의미에서 첫 회 게임 장면이 굉장히 중요했는데, 만족스러웠다.

드라마에서는 게임 속 상황과 현실이 혼재한다. 가상이 현실을 압도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실제로 가능한 오류라고 생각한다. 처음 스토리 라인을 만들고 공학박사와 이야기를 했다. 뇌신경을 자극하는 렌즈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말을 들었다. 실제로 그렇게 되면 굉장히 공포스러운 상황이 되겠지. 그 얘기를 듣고 무섭기도 했다. NPC가 있으면 애인도 친구도 필요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분노와 살의가 직접 표출됐을 때 무시무시할 것 같다는 두려움을 느꼈다.

왜 그라나다이고, 왜 알함브라 궁전이었나. 좀 황당하고 이상한데(웃음) 들으면 허무할 거다. 나는 그라나다에 가본 적이 없다. 언젠가 포르투갈에 머물며 여행한 적이 있는데, 그때 마침 친한 작가들이 그라나다 여행 중이었고 포르투갈에 있던 나에게 들렀다.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알함브라 궁전에 갔다가 다퉜다더라. 그게 너무 웃겼다. 거기까지 가서, 40℃가 넘는 뜨거운 햇볕 아래서 기다리다가 싸웠다는 스토리가 재미있게 다가왔다. 그때 ‘알함브라 궁전에 갔다가 일사병에 걸린 기타리스트 이야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구체적으로 시놉시스도 만들었다. 본인이 대단한 줄 알았던 삼류 기타리스트가 그라나다로 여행을 갔다가 일사병으로 쓰러지고, 가이드를 만나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였다. 타임슬립 드라마를 준비하다가 앨런 머스크 자서전을 읽고 유진우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그러다 포켓몬고 게임을 만나고, 타임슬립 대신 증강현실이 됐다. 이거 참 너무 허접스러워서.

시청자 반응도 살펴보는지. 다 본다. “남주(남자 주인공)를 너무너무 굴린다” “(작가가) 멜로를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사람 같다” “인물이 피폐해지는 걸 즐기는 변태 같다”는 이야기도 있더라. “작가 혼자 무규칙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는 말도 봤다.

그런 반응에 해명을 한다면? 주인공을 굴리는 건 맞다. 내가 생각해도 그렇다.(웃음) 멜로는 나도 좋아한다. 다만 하드한 장르에서 멜로까지 포함시키는 과정이 엄청 어렵다. 기술적으로 잘해야 하는데 잘 안 되어서 멜로와 장르의 연결고리를 찾다가 시간 다 보낸다. 원래 유진우는 더 피폐하고 시니컬한 남자였다. 희주 역은 영화 <아저씨>나 <레옹>의 소녀 역할로 생각했다. 모든 걸 잃은 상태에서 만난 구원자 같은 존재였는데, 캐스팅된 다음에 두 분(현빈, 박신혜)의 미모가 아까워서 최선을 다해 멜로를 넣었다. 멜로를 좋아하는 분들은 아쉬워하시지만, 처음에 그렇게 시작한 이야기가 아닌데 실제보다는 노력한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말씀드린다. 무규칙의 세계관에 대해서는, 나도 나름대로 규칙이 있다. 설명이 더 되고 덜 되고의 차이지.

송재정의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뭔가. 소재가 특이하지만, 플롯이 의외로 보편적이다. 고대 그리스 영웅 신화에서 출발한다. 다 가진 것 같지만 전쟁에 참가하러 갔다가 현실적인 전쟁도 겪고, 왕인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반격도 당하고, 신화적인 일도 겪는 오디세우스의 서사를 엮었다. 진우 이야기도 이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진우도 이 영웅의 이야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재벌이 바닥으로 떨어져서 게임 100레벨이 되기까지, 게임 속에서 만렙 영웅이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전형적인 히어로 구조다.

유진우 역을 맡은 현빈의 인기가 대단하다. 작가로서 어떻게 봤나. 스토리를 짤 때 배우를 먼저 생각한 건 아닌데, 연기하는 걸 보면서 놀라고 감동하고 있다. 유진우를 완벽하게 구현해줬다. 액션을 잘해야 하고, 멜로도 잘해야 하고, 재벌이어야 하고, 신체 조건은 스페인에서 전사와 싸울 때 못지않은 조건을 갖춰야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나라에서 현빈밖에 없다. 캐스팅 이야기를 듣고 기대했는데, 방송을 보고 깜짝 놀랐다. 매번 감동할 정도로 유진우를 연기하고 있다. 같이 작업해서 영광이다.

여주인공 박신혜도 화제였다. 히어로물의 구성상 아무래도 여자 캐릭터의 비중이 많을 수는 없어서 미안하다. 깊은 멜로 연기에서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박신혜의 모습을 본 것 같다. 깊은 감정을 너무 잘 표현해줘서 연기 평가가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게임 속 아바타인 엠마 역도 매력적이다. 엠마가 마지막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기대해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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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통 기법에서 벗어난 ‘혼종’ 작가

예능과 시트콤으로 작가 생활을 시작한 송 작가는 드라마 집필을 따로 배운 적이 없다. 재미있는 건 그가 실제 드라마를 열심히 보는 것도 아니란다. 드라마보다는 영화와 책을 더 좋아하는 취향이 정통 드라마에서 벗어난 이른바 ‘혼종’ 이야기를 잘 짠다는 평을 듣는 밑거름이 됐다.

늘 참신한 소재와 플롯으로 사랑받는다. 이번에도 ‘송재정 작가의 세계관’이라는 말이 회자된다. 세계관이라는 말을 나는 잘 모른다. 기사를 보고 ‘나의 세계관이 있어?’라는 생각을 한다. ‘이런 세계관을 표현해야겠어’라고 작업한 적은 없다. ‘이렇게 하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하고 만들면 세계관이 있다고 하시고, 어떤 때는 이해가 안 가서 불친절하다고 하시기도 한다. 나도 뭔지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는 플롯대로 가면 보통 분들이 생각하는 플롯이 아닌가 보다. 내 머릿속에서는 타당한 플롯인데, A에서 B가 아닌 F로 가는 것으로 느껴지나 보더라.

정통 드라마 작가와 결이 조금 다르다. 작업 방식이 궁금하다. ‘드라마를 써봐야지’ 하면서 연습한 적이 없다. 시트콤처럼 짧은 단막의 특성과 영화나 책을 보면서 느낀 것들을 내 마음대로 쓴다. 16회를 기본으로 해야 하니 감정을 16개로 나눠서 작업하지만 한 회의 스토리에 완성도를 넣는 편이다. 엔딩 16개를 정해놓고 한 시간짜리 영화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쓴다. 보시는 분들은 당황하는 것 같은데, 이미 습관이 되어서 잘 고쳐지지 않는다.

작가 송재정의 독창성은 어디에서 나오나. 민망하다. 욕먹을 것 같다.(웃음) 나는 대단히 독창성 있는 사람은 아니다. 책을 좋아하는데 스토리텔링 책은 잘 안 본다. 주로 인문이나 ‘쓰잘데기’ 없는 책을 본다. 이번에 유진우는 테슬라 회장인 앨런 머스크의 자서전을 읽다가 탄생했다. 읽다 보니 그 사람의 인생에 흥미가 확 당기더라. 거기서 영감을 얻어서 시작했다. 평소 인물 평전, 전기, 인문서적, 잡지를 많이 본다. 포털사이트에 있는 포스트도 좋아한다. 잡학 스타일로 이것저것 본다. 소설은 안 보는 편이다. 스토리텔링을 읽고 있으면 ‘이건 저쪽으로 가야 하는데’ 하면서 작업적인 스트레스가 본능적으로 나온다. 살아 있는 사람들 이야기를 보는 게 좋다. 굳이 독창적이라면 기존 스토리텔링에서 안 뽑아오고 다른 사람 이야기에서 뽑아온다는 것. 소재는 우리나라가 아닌 외국의 특이한 인물들에 관심이 많다고 말할 수 있다.

학창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나. 눈에 안 띄면서 한심한 학생. 만날 혼자 딴생각을 했다. 뒤에 앉아서 게임하고 만화책 읽는, 조용히 눈에 안 띄는 ‘안모범생’이었다. 밖에 나가서 노는 것보다는 혼자 공상을 많이 하고. 혼자 게임하고 책 읽는 것 좋아했다.

다음 작품은 구상하고 있나. 아직 방송도 끝나지 않아서 계획은 없다. 뭘 한 번 시작하면 재미를 느껴서 질릴 때까지 하는 편이다. 증강현실과 게임에 관한 시도가 처음에는 겁이 났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우리나라 제작진이 이렇게 훌륭하게 구현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고, 자신감도 얻었다. 이번에는 기초 수준에서 낮은 단계의 게임 룰만 설명하고 끝났다. 진짜 제대로 된 퀘스트를 이야기해도 (시청자들이) 이해하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직 잘 모르겠지만, (게임 소재를) 조금 더 개발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다.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지 궁금하다. 그건 잘 모르겠다. 그저 다채로운 호기심을 좇고 있다. 처음 작업한 시트콤이 너무 재미있었고, 코미디만 하니 판타지도 하고 싶었고, 깊은 멜로도 하고 싶었고, 그러다 보니 드라마로 오게 됐다.

마지막 2회가 남았다. 끝으로 관전 포인트를 말해달라.(유진우가 게임의 치명적인 오류와 비밀을 발견했고, 엠마에게 천국의 열쇠를 건네면서 모든 퀘스트 미션을 수행했다. 동시에 잃어버린 동생 세주가 돌아왔다.) 아직 스포일러는 말할 수 없다.(웃음) ‘엠마가 천국의 열쇠를 받아서 세주가 돌아왔다’가 끝이 아니고, 엠마의 중요한 기능이 아직 남아 있다. 끝까지 봐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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