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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멘토 혜민 스님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2019-01-07 09:46

취재 : 임언영 기자  |  사진(제공) : 안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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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멘토 혜민 스님이 3년 만에 신간을 냈다. 이번에는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이라는 화두를 들고 나왔다. 가만히 자기에게 집중하고,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혜민 스님과 신간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것은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12월 어느 아침이었다. 마음치유학교 창밖으로 눈 내리는 인사동 풍경은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하얀 물감으로 그린 수채화 같은 풍경은 흡사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수오서재)을 이미지로 만든 것 같았다. 고요함이 밝음으로 변하는 것을 이미지화한다면, 아침부터 고요하게 내리는 눈이 온 세상을 하얗게 수놓은 이 장면이 아닐까 싶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완벽하지 않은 것들의 사랑>에 이은 혜민 스님의 세 번째 마음 지침서.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은 복잡하고 소란한 세상에서 나 자신을 잃어가는 현대인에게 나에게로 돌아가는 소중한 시간을 짚어보게 한다. 출간 당시 최고 베스트셀러에 등극한 전작들 인기를 이번에도 이어가 각 서점 베스트셀러 자리에 올라 있다. 출간 관련 빡빡한 스케줄에 감기까지 걸렸지만, 전국을 다니면서 책에 공감하고 격려해주는 독자들을 만나는 자리가 즐거운 요즘이다.

“바람이 있다면 책을 읽으신 독자들이 자기의 완벽하지 못한 부분을 사랑할 수도 있고, 삶을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 아니라 멈출 줄도 아셨으면 좋겠어요. 믿음을 강요하고 고요를 강요하는 게 아니에요. 책에서 말한 대로 살 수는 없고 기억할 수도 없죠. 다만 일상에서 책의 짧은 구절 하나를 문득 떠올리면서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쏟아지는 힐링서 중에서 유독 그의 책이 사랑을 받는 데는 많은 이유가 있다. 쉽고 편안하게 써내려간 글의 힘도 있지만, ‘힘들지? 괜찮아’라는 추상적인 위로만 담지 않은 것도 꼽힌다. 이번 책에서도 그는 평온한 상태가 되기 위해서 어떤 태도와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꽤 솔직하게 써내려간 본인의 경험담이 마음에 다가가는 법을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준다. 룸메이트 친구와 생긴 트러블, 질투 대상이던 사촌 등 누구에게 털어놓기 힘든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냈다.
 

마음이 고요해져야 사랑을 느낀다

“나쁜 생각, 우울한 생각, 부정적인 생각을 자기도 모르게 반복하면서 그 안에 빠져 있으면 삶이 고통스럽게 느껴져요. 그럴 때는 자기 마음이 힘든 상태라는 것을 알아야 하는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이 고요해져야 합니다. 과거가 아닌 현재의 마음이 되었을 때 마음이 고요해지고, 대상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어요. 나에 대한 사랑도 그래야 생깁니다.”

고요함을 화두로 집어든 것은 지금이 자기 성찰적 시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이든 가정이든 항상 무언가에 쫓기듯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외로움과 상실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게 느껴진다고.

“나라는 몸을 데리고 살지만, 정작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는 상황이 많아요. 일을 하는 것도, 육아를 하는 것도 그저 주어진 상황에서 몸이 반응만 하는 행위일 때가 많잖아요. 그런 패턴이 반복되면 힘들고 외로워져요. 마음이 고요해지면 내가 어떤 상황인지가 드러나고, 용기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지혜가 보여요. 복잡하게 꼬인 마음이나 사람과의 관계도 그런 고요함이 있은 다음에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그가 말하는 고요함은 고립이나 혼자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혼자 있어도 좋다고 느끼는 것은 사람들에게 시달렸기 때문이지만, 계속 혼자 있으면 불행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 사람의 심리다. 모든 것이 이런 연결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안에서 행복을 느끼도록 노력해야 한다.

“요즘은 실시간으로 정보가 넘쳐나잖아요. 빨리빨리 지나가는 스낵 푸드와 같은 콘텐츠들에 사람들은 피상적으로 반응하고 말아요. 사람을 만나도 각자 휴대전화만 들여다보고 있죠. 저는 이런 상황이 사람의 외로움을 증폭시킨다고 생각해요. 멀리 떨어져 사는 친구들과도 너무 쉽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얼굴을 보면서 사람을 만날 기회는 점점 줄고 목소리를 들으면서 이야기하는 횟수도 적어요. 마음 깊은 곳에서 서로를 이해하거나 누구를 용서하기는 힘든 환경이에요. 사람을 만나서 본인의 부족한 모습도 이야기하고 힘든 일, 좌절하고 갈등한 일도 함께 나누는 관계를 많이 만들어가야 살아갈 용기와 에너지가 생깁니다.”

인터뷰 전날이 생일이었다는 그는 스스로 축하해야겠다는 생각에 혼자만의 시간을 선물했다고 한다. 하루 종일 아무도 만나지 않고, 혼자 저녁을 먹고 편안하게 쉬면서 그동안 빡빡한 스케줄로 생긴 몸의 긴장을 풀었다고 한다. 그가 들려준 관계와 고요함의 균형을 찾아가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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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나만의 ‘소확행’

그는 이번 책에서 ‘소확행’이라는 화두를 꺼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랑겔한스섬의 오후>에 등장하는 단어다. 하루키는 “막 구운 따끈한 빵을 손으로 뜯어 먹는 것, 오후의 햇빛이 나뭇잎 그림자를 그리는 걸 바라보며 브람스의 실내악을 듣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넣은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등으로 소확행을 표현했다.

혜민 스님도 소확행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가치라는 데 동의한다. 행복이라는 것은 오랫동안 노력해야 겨우 성취할까 말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과정 속에서 힘들고 불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삶의 순간순간, 자신만이 느끼는 행복 요소를 늘려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언젠가 봄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을 때 이문세 씨의 ‘가로수 그늘 아래서’를 들으면서 걷는데, 너무 행복한 거예요. 그 순간에는 제가 영화의 한 장면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어요. 요즘은 지인들과 소식을 주고받는 게 소확행이에요. 책이 나와서 가까운 지인들에게 사인을 해서 보내드리는데, 3~4년 연락이 뜸하던 분들과 오랜만에 소식을 주고받아요. 책을 계기로 근황을 물어보고 ‘차 한잔하자’고 이야기를 주고받고, 또 실제로 만나서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행복해요. 가까이 지내는 어른 스님들이 책이 좋다고 100권씩 주문해주시는데, 그것도 저에겐 소확행이에요. 제가 쓴 책을 제가 존경하는 분들이 좋다고 평가해주시니까, 더할 나위 없이 기쁘죠.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어요.”

혜민 스님은 소확행을 느끼는 쉬운 방법으로 배우는 즐거움을 추천했다. 마음이 힘들 때는 소유보다는 성장을 택하는 것이 좋다.

“마음이 힘들 때는 뭐든 배워보세요. 노래하는 걸 배워도 좋고, 춤추는 것을 배워도 좋고, 글을 쓰거나 독서모임에 가도 좋습니다.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성경모임, 불교모임 다 좋아요. 뭔가를 배울 때 즐거움이 있고, 소유보다는 성장을 택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마음이 소유 쪽으로 가면 결핍을 느끼거든요. 물건을 사는 기쁨은 오래가지 않잖아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서 행복을 얻으려는 마음도 피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아이나 남편 등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려고 들면 상대도 힘들어지고 나도 힘들어져요. 스스로 행복할 때 다른 사람에게 에너지를 나눠줄 수 있어요. 누군가에게 의존적이지 않은, 스스로의 행복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혜민 스님’으로 산다는 것은…

따뜻한 소통으로 사랑받는 그의 책은 전 세계 35개국으로 판권이 수출됐다. 첫 번째 책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영국, 미국, 네덜란드, 독일, 브라질 등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됐다. 네덜란드에서는 72주간 베스트셀러에 올랐을 정도로 화제가 됐고, 영국에서도 20만 부 이상 판매됐다. 최근에는 두 번째 책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영어판이 나와서 연말에는 뉴욕, LA, 워싱턴 DC 등 미국 전역을 다니면서 출간 행사를 할 예정이다.

이런 행보 덕분에 사람들은 그를 ‘국민 멘토’라 부르기도 하고, ‘젊은 사람과 소통을 잘하는 인기 스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스님이 조금 다른 삶이라면, 그는 종교인 중에서도 조금은 특별하고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책을 통해 한국이 아닌 전 세계 수많은 독자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며 ‘혜민 스님’으로서 살아온 시간은 본인에게도 굉장한 사건이었고, 많은 변화와 발전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책을 읽는 독자들이나 강연하면서 만나는 분들이 큰 스승으로 다가와요. 제가 그분들과 함께 성장한 것 같다고 느낍니다. 어느 때는 정말로, 스스로 좋게 달라졌다고 느껴요. 며칠 전에 책 사인회를 하는데, 어떤 분이 유방암 판정을 받아 수술을 앞두고 있는데 마음을 안정시키고 싶다면서 찾아왔어요. 그분 입장에서는 굉장히 안 좋은, 두렵고 무서운 상황이잖아요. 그런데 그런 분들이 남에게는 못 하는 이야기를 나에게 해요. 그런 분들 사연을 듣고 마주하면 ‘정말 완쾌됐으면 좋겠다, 수술이 완쾌됐으면 좋겠다. 부처님, 보살님, 성모님, 성자님, 예수님 모두가 도와서 잘됐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순간적으로 강하게 올라와요. 나도 모르게 자비한 마음이 강렬하게 올라오는 것을 느낍니다.”

‘혜민 스님’으로서 보낸 특별한 경험과 시간이 종교인으로서 지혜와 깨우침을 얻는 데 큰 힘이 됐다.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주고 본인의 생각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스스로 놀라운 성장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이것을 “자비함이 올라왔다”고 표현했다.

“본인이 처한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스님, 저 어떻게 할까요?’ 하고 물으시면 그 상황에서 제 머리의 지혜를 총동원해서 조언을 해주게 됩니다. 위로와 더불어 제가 가진 모든 지혜를 동원해요. 자비함이 올라오는 경험을 자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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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힘들어하지 마세요’

대중과 소통하는 ‘혜민 스님’이 되고 상징적으로 달라진 것은 그가 운영하는 마음치유학교다. 서울 인사동과 부산 센텀에 있는 마음치유학교는 치유와 성장, 영성을 밝히는 수업을 한다. ‘혼자 힘들어하지 마세요’라는 취지로 만든 마음치유학교에서는 나만의 어려움이라고 생각하는 고통을 모여서 나누고, 그 과정에서 치유가 일어나고 지혜가 열리게끔 도와준다. 마음이 힘들어도 갈 곳이 없어서 방황하던 사람들이 치유를 경험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7년간 재직한 미국 햄프셔대 종교학 교수도 그만뒀다.

“인생의 큰 계획을 세우진 않지만 2~3년 후 계획은 세워요. 제가 마음치유학교를 해보니까 멀리 지방이나 해외에 계신 분은 오고 싶어도 못 오시더라고요. 그런 분들을 위해 명상 앱을 준비하고 있어요. 휴대전화로 마음을 이해할 수 있고, 치유 받을 수 있는 것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해서. 불면증으로 힘들거나 관계 속에서 안 좋을 때 휴대전화로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집단과 함께 삶의 다양한 어려움을 풀어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을 펴낸 출판사 수오서재는 이번 책을 내면서 ‘혜민 스님의 마음돌봄 시리즈의 완결판’이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세 권으로 시리즈가 끝나는 거냐 물으니, 아직 구체적인 그림을 그린 건 아니라는 답이 돌아왔다.

“다만 다른 식의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해요. 제가 수행자고 마음공부를 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쉽게 전달하기가 참 어려워요. 이번 책의 마지막에 동화 같은 이야기를 한 편 써봤는데요. 안팎으로 살아계신 신성함을 좀 더 콕 집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시도해봤습니다. 언젠가 스위스에 갔을 때 헤르만 헤세의 집을 들른 적이 있는데, 그때 개인적으로 많은 영감을 받았어요. 할 수만 있다면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같은 글을 써보고 싶어요. 최근에는 푸쉬킨의 시가 좋아졌는데, 독자들과 나누어도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칼린 지브란의 <예언자>도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이런 생각은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속에도 있다. 책의 끝자락에 ‘마음바다 이야기’라는 소제목이 붙은 글이 있다. 동글이라 불리는 물고기가 위대하고 신성한 존재를 만나기 위해서 집을 떠나 바다 속을 다니다가 영적인 경험을 하는 여정을 담은 동화 같은 이야기는, 재미있으면서도 종교적 메시지까지 담고 있다. 한 종교에 국한되지 않은 진리가 담긴 글을 읽다 보면 그가 생각하는 ‘혜민 스님’으로서 행보와 목표가 무엇인지 어렴풋이나마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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