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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 비리 맞선 박용진 의원의 꿈은?

2018-11-28 10:16

취재 : 임언영 기자  |  사진(제공) : 안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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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정감사 최고 이슈는 사립유치원 비리다. 국감을 넘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전 국민의 관심을 모았다.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에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된 상태다. 사립유치원 비리의 화두를 처음 꺼내든 박용진 의원을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만났다.
박용진 의원(47)은 올해 결혼 18년 차에 접어들었다. 동갑내기 아내는 전업주부. 정치하는 남편을 위해 15년 남짓 이어가던 직장생활을 접고, 집안일을 전담하고 있다. 슬하에 중학교 1학년생과 초등학교 5학년생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제가 바쁘다는 핑계로 아내가 집안일을 다 하죠. 실제로 여유가 없기도 하고요. 아이들 학교 문제나 진로 문제 등 교육과 관련된 일은 ‘아빠의 무관심이 가장 큰 도움’이라는 세간의 평을 따르기로 했죠. 부모로서 유치원 비리 문제는 솔직히 몰랐어요.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 아침에 데려다주는 일을 제가 맡긴 했지만, 유치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까지는 잘 몰랐어요.”

서울 강북구을 소속 초선 국회의원 박용진 의원은 재벌 개혁 이슈에 관심이 많은 인물이다. ‘재벌 저격수’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재벌 기업의 비리를 집중적으로 파헤쳐왔다. 올해 화제가 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를 맞이하면서 회계법인이 기업평가서를 부적절한 방식으로 작성했다고 지적해 주목받았고,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 TF’에서도 두드러진 활약을 해 상반기 1093억원의 세금 환수를 끌어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번 국정감사에서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를 파헤쳐 ‘비리유치원 저격수’라는 새로운 수식어가 생긴 것은 하반기 교육위원회로 자리를 옮기면서부터다. 언론사 취재로 알려진 유치원 관련 보도를 접하면서 그저 ‘이런 게 있겠구나’ 정도로만 인지하고 있던 사실을 국감을 통해 수면 위로 꺼내 올렸다.

박용진 의원이 국감에서 공개한 내용은 사립유치원 회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가지원금과 학부모가 내는 원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한, 감사에 걸린 유치원 리스트도 공개했다.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에서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2014~2017년 감사 결과를 공개한 결과 사립유치원 1878곳에서 비리 5951건이 적발됐다.

공개된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일부 유치원에서 유치원 교비로 명품백과 성인용품을 샀고, 노래방과 숙박업소에서 결제도 했다. 원장 개인 차량의 기름값, 아파트 관리비 등을 내는 데 교비를 사용한 유치원도 있었다. 개인 계좌에 목돈을 쌓아놓고 만기환급형 보험에 수천만원을 넣어둔 경우도 적발됐다.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사립유치원의 비리를 처벌해달라는 청원 글이 쏟아졌고, 학부모들 여론도 폭발했다. 누리과정 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사립유치원에 국가 세금이 한 해 2조원이나 투입되지만 이에 대한 적절한 감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공분했다.

이슈를 꺼낸 박용진 의원에 대한 응원의 목소리도 뜨겁다. 유치원 명단을 공개한 10월 11일부터 후원계좌를 마감한 10월 30일까지 20일 동안 약 2억2000만원, 총 약 3500명의 국민이 후원금을 보냈다.
 

# 유치원의 사유재산 보장하라?
국고 지원 받았으면 회계 처리하는 것이 ‘상식’

“제가 한 것이라기보다는 우리 보좌진이 한 거죠. 저는 다만 ‘할까요, 말까요?’라고 물어왔을 때 ‘고(Go)!’ 하고 결정한 것뿐이에요. 국회의원은 그런 거 하는 사람이라고 봐요. 손해 볼 일이지만,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

처음 유치원 문제를 들고 나설 때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박 의원 역시 ‘쫄았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긴장한 것이 사실이다.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다. 지역구 정치인의 입장에서 유치원연합회는 표와 직결되는 조직이다. 정치인에게 표는 당락을 결정하는 중요한 사안인지라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줘야 하는 것이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것이 그를 향한 칭찬의 박수 소리로 돌아왔지만, 두려운 지점이 없진 않다.

“동료 의원들이 뒷감당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졌어요. ‘괴롭힌다’는 표현을 쓰는데요. (유치원연합회가) 동료 의원들을 찾아가 기존 친분관계를 이용해 ‘박용진 나쁜 놈 아니냐?’고 확인하는 식이에요. 얼마나 힘들고 귀찮겠어요. 소위 ‘광’은 박용진이 팔았는데, 다른 의원들이 뒷감당하고 있으니까요. 고맙고 미안합니다.”

패기 있게 꺼내든 이슈이지만 가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유치원연합회의 반격이 만만치 않다. 5000명이 검은 옷을 입고 모인 집회부터 비난 댓글 부대까지, 매일이 전쟁이다. 국회를 찾아 로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특별한 이견이 없으면서도 물고 늘어지는 야당의 태도도 넘어야 할 산이다. 뜨거운 관심을 받은 사안인 만큼 관련 법 개정을 위해 가속을 붙이고 싶은데, 유치원 회계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발의한 일명 ‘박용진 3법’이 법안심사소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개정안이 통과되기까지 시간은 조금 더 걸릴 것 같다. 박용진 3법은 유아교육법 내에 회계 프로그램 사용을 명시해 투명한 회계를 보장하는 것과 기존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바꾸는 내용, 사립학교법 내에서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이나 재산을 교육 목적 외 부정하게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개정안을 두고 설전이 붙은 사립유치원의 공공성과 사유재산 논란에 대해서도 입장이 분명했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예요. 다른 이야기라는 말입니다. 투명한 회계제도를 도입하자는 이야기와 재산권을 보장하라는 이야기는 다른 얘기예요. 대한민국 어디서나 공금, 국고를 지원받아 썼으면 그에 합당하는 회계처리가 있어야 합니다. 그건 상식이에요. 동네 향우회를 운영하는 사람도 자기 통장에 회비를 섞어 쓰지 않아요. 유아교육을 책임지기 위해 사유재산인 땅과 건물을 가져왔다는 논리? 그것도 틀렸어요. 돈 벌려고 가지고 왔으니까 보장하라뇨. 예를 들어 대리운전 하시는 분이 자기 차로 공적 사업인 택시 사업을 했다고 쳐요. ‘내가 대중교통을 책임지는 사람이니까 내 차에 대한 감가상각비와 운용비에 대한 돈을 정부에서 책임지라’고 하는 거랑 같은 거 아닌가요? 그렇다고 칩시다. 그래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죠. 어떻게 맞바꾸자고 해요. 양심도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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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주류 중 비주류로 살아온 정치인
국회의원은 정치 면허증으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

박용진 의원은 이른바 비주류의 삶을 살았다. 고등학교 운동권 출신에 성균관대 재학 시절에는 총학생회장도 맡았다. 한총련 세대로서 비주류의 길을 걸은 그는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반대 민중대회에서 연설하다 2년 1개월간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제가 다행히 비주류 출신이에요. 비주류 중 비주류로 살아온 20년 세월 덕분에 세상을 보는 단단한 시각이 생겼어요. 감옥에서 생활도 책도 많이 보고 글도 많이 쓴 시간이 되어서 고스란히 저에게 남더라고요. 기득권 세력과 네트워킹이 안 된 것도 다행이에요. 누구에게 신세 지거나 아쉬운 소리하면서 살아왔으면 이렇게 하겠어요? 제가 가진건 정치 면허증인 국회의원 배지 하나밖에 없어요.”

그는 정치인을 세상을 바꾸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예산과 법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정치 면허증을 보유한 사람이 국회의원이라고 생각하기에 국회의원으로서 뭔가 할 수 있을 때 해서 성과를 남기고 싶다.

“훌륭한 보좌진을 만나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을 해봤어요.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를 추적해서 왜 세금을 안 냈는지 알아내 국고에 환수했어요. 유치원 문제도 마찬가지예요. 모두가 알고 있었으나 모두가 침묵한 불편한 진실을 바꾸기 위해 문고리를 잡았어요. 이 문을 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온 국민이 바라고 있으니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불편한 진실이 드러나야 세상이 변하더라고요.”

힘든 순간도 많지만 그는 희망을 믿는다. 당장 여러 사안이 해결되진 않겠지만, 그럼에도 세상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

“두 아들이 인터넷에 능숙한 나이예요. 여론을 다 보고 있어요. 친구들이 ‘너희 아빠 문제 있대’라고 말해서 인터넷을 찾아봤나 봐요. 다행히 ‘아빠가 좋은 일한 거야’라고 말해주더라고요. 고마웠죠. 헬조선이라는 말도 있지만 저는 긍정적으로 봐요. 우리나라가 정부수립 이후 70년 동안 많은 것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왔지만 또 많은 것을 이루면서 왔어요. 멋있는 나라예요. 소득이 있으면 세금이 있어야 해요. 안 지키면 욕먹어요. 그런 상식을 가진 사람이 다수면 됩니다. 유치원연합회는 세금 갖다 썼으면 투명하게 쓰고 검증 받고 감사 받아야죠. 안 그런 데가 어디 있나요. 잘못됐으면 바꿔야죠. 이번에 그냥 넘어가면 앞으로 유치원만 그러겠어요? 어린이집, 요양시설, 사립재단도 같은 입장으로 나오지 않겠어요?”

그는 향후 일어날 외로운 싸움을 잘 알고 있다. 지금은 국민적 지지를 받지만 언젠가는 소송당할 수도 있고, 어려움이 없지 않으리라는 걸 잘 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초심을 잃지 않고 좌절하지 않도록 힘을 내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바꾸는 일이 가장 즐겁고 행복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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