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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하는 성악가 전준한의 맛있는 오페라

2018-08-15 12:02

취재 : 임언영 기자  |  사진(제공) : 안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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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하남에 위치한 작고 아담한 이탤리언 레스토랑 ‘오스테리아 308’은 성악가 전준한이 오너 셰프로 꾸리는 곳이다. 이탈리아 유학파 출신으로 각종 국제 콩쿠르 수상 이력이 화려한 그는 이곳에서 각종 요리는 물론 자기만의 행복한 삶을 맛있게 요리해내고 있다.
그는 늦깎이 성악가였다. 입시 준비에 한창이던 대일외고 스페인어과 3학년 때, 우연한 기회에 성악에 매료됐다. 이후 몇 차례 도전과 실패가 있었다. 군대를 다녀온 후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연세대 성악과에 입학했다. 남보다 한참 늦었지만 그의 재능은 전공자의 길을 걷기에 충분했다.

늦은 만큼 대학 생활은 성공적이었다. 재능을 인정받은 그는 졸업 이후 본격적인 성악가의 길을 걷기 위해 이탈리아 유학을 선택했다. 조각을 전공하던 아내와 함께였다. 이후 신혼부부의 이탈리아 유학 생활은 9년 6개월 동안 이어졌다.

가난한 예술가 부부의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클래식 전공자의 꿈의 학교인 로마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에 합격했지만 학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퇴했다. 이유는 생활고였다. 벌이가 없는 유학 생활은 힘들고 고단했다. 부부에게는 아들도 태어났다.

가장으로서 어깨가 무거웠고, 말 그대로 먹고살기 위해 생업에 뛰어들어야 했다. 당시 그의 선택은 관광 가이드였다. 현지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면서 한국인 관광객 가이드로 일했다. 생전 처음 해보는 일이었지만, 무대에 오르며 많은 관객을 만났던지라 가이드도 썩 잘했다. 입담 좋은 그는 금세 지역사회에서 입소문이 났고, 인기도 좋았다. 고 노무현 대통령 내외가 이탈리아를 방문했을 때 가이드를 맡았을 정도로 실력도 인정받았다.
 

국제 콩쿠르 14번 수상한 가이드 성악가

“이탈리아에서 제 별명이 가이드하는 성악가였어요. 아직도 기억나는 콩쿠르가 있어요. 아침에 관광객을 모시고 공항에 가서 수속을 밟아 보낸 다음 팁까지 받고, 콩쿠르 장까지 운전해서 갔었어요. 차 안에서 옷 갖춰 입고 뛰어 올라갔는데, 제 순서가 지난 거예요. 진행요원이 제일 마지막 순서로 참가하라는데 제가 기회를 달라고 읍소를 했어요. 그때 2등인가 했죠.”

이탈리아에 머무는 동안 그가 콩쿠르에서 수상한 횟수는 14번이다. ‘일하는 틈틈이’ 나갔다는데, 그렇게 가볍게 참가한 것 치고는 성적이 너무 좋았다. 소프라노 조수미가 다닌 것으로 유명해진 로마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에 입학한 것도 그의 실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전문 연주자로 살려면 많은 것을 포기하고 견뎌야 하는데, 저는 가정을 꾸렸고 아이까지 있었어요. 더 무너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욕심의 싹을 잘라버렸어요. 학교 중퇴한 걸 후회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당시 콩쿠르에서 그와 함께 수상한 인물 중에는 지금 월드 클래스로 이름을 날리는 사람도 많다. 그런 사람들의 행보를 보면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는 자신보다 가족을 선택한 것에 의미를 두려고 한다.

“콩쿠르에 도전하면서 99에서 1을 더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깨달았어요. 내 노력의 힘이 아니라 다른 1의 운이 있어야 한다는 걸 절실히 느꼈죠. 제가 그 1에 욕심을 내면 가족이 힘들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유럽에서 연주자로 사는 건 물론 좋았겠지만, 또 진지하게 연주자로서 삶을 사는 사람을 보면 ‘과연 나도 그렇게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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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전공자들의 사랑방 겸 레스토랑

그는 2011년 한국에 돌아와 2015년까지 국립오페라단과 서울시립오페라단 등에 소속되어 오페라 가수로 바쁘게 활동했다.

“그럴듯했지만 배가 고팠어요. 작품 수가 많지 않았고, 크고 작은 문제도 생겼습니다. 그러던 중 경기도 하남에서 적당한 장소를 만나 이탤리언 레스토랑을 열었어요. 사업을 해본 적도,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운 적도 없지만 자신 있었어요. 처음 가이드를 할 때처럼 ‘한번 해보지 뭐’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성악가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실제로 이곳은 성악가들이 많이 찾아와 레스토랑 벽에는 이들의 사인이 그득 붙어 있어 진풍경이다.

“성악가는 많이 먹어요. 그래야 소리가 잘 나오거든요. 제가 음식 양을 많이 드리는 편인데, 처음 오신 손님은 ‘왜 이렇게 많이 주세요?’라고 묻기도 해요. 풍채 좋은 테너나 베이스 친구들이 흡족해할 정도로 드리기 때문입니다. 메뉴는 이탈리아에서 먹었던 맛을 최대한 살리는 것들로 구성해요. 처음 이탈리아에 갔을 때 맛있는 음식이 너무 많아서 충격을 받았거든요. 그걸 재현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보낸 시간은 그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줬다. 그중 하나가 미식이다. 이탈리아의 풍부한 음식은 그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시칠리아 사람은 생마늘을 먹어요. 문어도 회로 먹고요. 우리와는 다른 음식 문화를 보면서 요리는 간을 뽑아내는 것이라는 걸 알았어요.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제가 할 줄 알고 좋아하는 음식을 만듭니다. 안 팔리면 제가 먹으면 되니까, 행복하게 요리해요.”

레스토랑은 하남시 외곽, 서울과 떨어진 조금은 조용한 마을에 위치하지만 손님은 꾸준히 많다. 그의 사연이 <인간극장>(KBS), 등 방송을 통해 소개된 뒤 찾아오는 사람이 더 많아졌지만, 정통 이탈리아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매달 열리는 자선 콘서트

‘오스테리아 308’은 단순히 음식만 맛볼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이곳에서는 매달 자선음악회가 열린다. ‘밥집 콘서트’라는 이름의 자선음악회는 성악가들의 마음을 모아 만든 이곳의 역사다.

“한 달에 한 번씩 열어요.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입니다. 제가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행복한 선교회 후원을 위한 공연이에요. 사명감을 가지고 지금까지 11회를 진행했는데, 다행히 반응이 좋아요. 7월 공연도 이미 매진됐습니다. 모든 수익금은 기부해요. 어마어마한 분들이 공연을 위해 찾아주시지만 개런티가 없습니다. 저는 ‘주최자가 완벽하게 내려놓는 게 기부’라고 생각하는지라 대관료와 재료비, 노동력은 제가 부담합니다.”

콘서트가 열리는 날, 그의 하루는 정신없이 바쁘다. 요리도 해야 하고, 손님맞이도 해야 하고, 무대에도 올라야 한다. 혼자 작은 레스토랑을 종횡무진 누비다 보면 정신없지만, 좋은 뜻을 함께하는 동료와 관객을 보는 기쁨에 비할 수 없다. 성악가로서 무대에 서는 시간도 물론 귀하다.

“저는 재능기부라는 말을 싫어했어요. ‘노래 한번 불러보라’고 주문하는 무례한 손님과 언쟁할 때도 있죠. 무형의 예술에 대한 가치를 몰라주는 사람을 만나면 속상하거든요. 그런데 소외된 공간에서 진행하는 ‘찾아가는 음악회’에 설 때 행복감을 느낍니다. 밥집 콘서트도 마찬가지예요. 얼마 전 강원도의 한 중학교에 찾아가서 작은 무대에 섰는데, 그때도 참 좋았습니다. 좋은 음악은 돈이 안 되어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는 음악인 것 같아요. 한 달에 한 번, 집밥 콘서트를 하면서 제가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그는 꿈을 찾아가는 청소년들을 위한 강연을 하기도 한다.

“저는 요리하는 성악가이기도 하고 노래하는 요리사이기도 합니다. 제 이야기는 실패담이 대부분이라 청소년을 비롯해 많은 도전을 앞둔 분들이 공감하시는 것 같아요. 사실 무너져본 사람만이 실패한 사람을 위로할 수 있잖아요. 돌이켜보면 가장 힘든 시간이 가장 고마운 시간이더라고요. 제 이야기를 통해서 많은 분이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전준한의 오페라식당>(살림)이라는 에세이를 하나 펴냈는데, 책을 통해서도 많은 분과 소통하고 함께 나누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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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olhu  ( 2018-08-19 )  수정 삭제    답글 찬성 :1   반대 : 1
이태리 유학가서 힘들게 공부하더니 와서는 택시 기사를 알바로 하고 있더군.. 세상이 이렇게 살기힘드니..
  joonhoyoon  ( 2018-08-18 )  수정 삭제    답글 찬성 :12   반대 : 2
제목은 요리하는 음악가 전준한의 맛있는 오페라 지만 더 덧붙치고 싶은것은 우리 청소년들이 헬조선하는 본인들과 언론에 속지말고 이분처럼 이상황,저상황, 어느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것이 살아남는 길인지를 알수있는 실 예를 보여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