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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유일 보수진영 당선은 어린이집 때문? 조은희 서초구청장

2018-07-10 23:59

취재 : 임언영 기자  |  사진(제공) : 안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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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가 끝나고 조은희 서초구청장에게 새로운 타이틀이 붙었다.
서울 구청장 당선인 중 유일한 보수진영 인사, 그리고 4년 전보다 높은 지지율로 재선에 성공한 구청장이다.
선거 직후인 6월 15일 조은희 구청장을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6·13 지방선거 결과는 집권 여당인 진보진영이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다. 전통적인 보수 텃밭이었던 대구·경북지역은 물론 서울 강남, 서초, 송파 3구의 아성도 무너졌다. 보수 야당에 대한 국민의 냉엄한 심판이 오래된 지지층의 마음까지 움직였다.

“선거 유세 기간에는 혼자 주먹을 쥐고 둑을 막고 있는 기분이었어요. 거대한 물길이 쏟아지는데, 어떻게 주먹을 쥐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쓰나미처럼 부는 야권 바람 속에서 치른, 쉽지 않은 선거였죠. 특히 서초지역은 기존 보수 지역이라 상대 후보들이 상징적으로 집중 유세를 했어요. 많이 긴장했습니다. ‘샤이보수’(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지지 성향을 숨기는 현상)가 있다고 위로했지만 또 그러기에는 여론조사 결과도 긴장되는 상황이었고요.”

마지막 투표용지를 확인할 때까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다. 중간에 한 차례 순위가 바뀌는 등 투표 과정도 박빙이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이번 선거에서 52.4% 지지율을 얻어 41.1%를 얻은 더불어민주당 이정근 후보를 2만5000여 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4년 전 지지율(49.8%)보다 더 높아졌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구청장은 이념이 아닌 정책을 앞세우는 사람

정당 지지도가 낮은 탓에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조 구청장은 부지런히 지역 구민을 만나 유세를 펼치는 과정에서 당연하고도 중요한 것을 알았다고 한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보수와 국민이 생각하는 보수는 상당한 차이가 있더라는 것이다.

“당 차원의 유세보다는 혼자 새벽에 양재천에 가서 주민들을 만나면서 스킨십을 나눴어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거든요. 제 손을 잡고 “서초구가 좋아졌다.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인사하시는 분도 있고, “통일보다 내가 사는 마을이 잘되는 게 우선이다. 꼭 재선해서 경부고속도로 지하도 만드시라”면서 힘을 주시는 분도 있었어요. 여론조사를 보면 불안했지만, 실제로 주민들을 만나면 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더 확실하게 감이 오더라고요.”

조 구청장은 구청장이라는 자리에 대해 확실한 개념을 정립하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구청장은 항상 주민과 가까이 있어야 하고, 주민이 쉽게 말을 할 수 있어야 하며, 그 말을 잘 들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리고 어떤 가치판단을 하든 자기 자신보다 주민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

재선 성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으니 조 구청장은 “지난 4년 동안 생활밀착형 정책으로 구청장의 소임을 다했기에 구민들이 그 모습을 잘 봐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념과 진영의 논리가 아니라 ‘일 잘하는 구청장’이라는 신뢰가 쌓인 결과로 받아들이고 싶다는 마음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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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어린이집 제조기’ 별명 가진 일 잘하는 구청장

선거운동 과정에서 ‘서초구청장 공보물’이 화제가 됐다. 진영 논리를 앞세우지 않은 그는 철저하게 정책으로만 승부수를 띄웠다. 빨간 자동차를 운전하는 본인의 사진을 내건 공보물에는 지난 4년 동안의 정책 성과, 앞으로 4년 동안 펼칠 정책에 대한 공약을 일목요연하게 담았다.

“그 부분은 제 기자 경력이 기지를 발휘한 것 같습니다.(웃음) 기자들끼리 흔히 ‘야마’라고 하는, 주제를 잘 뽑는 능력이 그중 하나죠. 공보물을 통해서 알고 싶은 것은 구체적인 정책 공약이잖아요. 실질적으로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는데, 좋았다는 말씀을 많이 들어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대구 경북여고와 이화여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국문학 석사학위를 받은 조은희 구청장은 거쳐온 직업이 많다. 영남일보·경향신문 기자로 일했고, 청와대 행사기획비서관, 문화관광비서관을 거쳐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냈다.

“기자 생활한 것이 구청장직을 수행하는 데 많이 도움이 됩니다. 남의 말을 잘 듣는 거요. 흘려듣기 쉬운 말도 있는데, 저는 잘 안 흘리는 편이에요. 주부인 데다 아이도 키우는 입장이다 보니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많아요. 시댁과 친정이 멀어서 독박육아의 서러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거든요. 서초구의 후배 엄마들에게는 독박육아의 아픔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해요. 제가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후배들은 그렇게 안 하게 해주려고 애를 써요. 덕분에 다른 구에는 없는 엄마들을 위한 제도가 서초구에는 많은 편이에요.”

서초구가 여성을 위한 정책이 많은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아이를 둔 엄마들이 가장 반색하는 것은 서초형 모범 어린이집 제도. 조 구청장이 재임하는 동안 기존에 32곳에 불과하던 어린이집을 1년에 10개씩 늘려 모두 72곳으로 만들었다. 덕분에 ‘국공립 어린이집 제조기’라는 별명도 얻었다. 인프라가 많이 생기니 엄마들 만족도가 높아진 것은 당연하다.

엄마 마음을 헤아리는 정책도 많다. 전국 유일의 모자 보건소는 엄마들 사이에서 병원보다 잘 갖춰진 시설이라 자부심을 느끼는 공간이다. 산모 도우미 제도, 손주 돌보미 제도 역시 엄마들의 호응을 받는 서초구만의 시스템이다.

“아기자기한 제도도 많아요. 초등학교에서 의무적으로 녹색어머니를 운영하잖아요. 일하는 엄마들이 많아서 일당을 주고 아르바이트를 쓰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시범적으로 구에서 한 학교에 두 명씩 교육받은 분들을 보내주고 있는데, 반응이 좋아 더 늘리려고 해요.”

최근에 만든 그림책과 장난감 도서관 역시 조 구청장 아이디어다. 그림책과 장난감은 아이들이 싫증을 잘 내는데 가격이 비싸서 경제적인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도서관 형식으로 운영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 착안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는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생활밀착형 행정으로 가려운 곳을 긁어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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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경험 잘 살려 정책 펼치고파

조 구청장은 선거를 치를 때마다 가족의 힘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더 큰 힘이 됐다고. 매일 아침 출근길에 “제 아내입니다” “제 어머니입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명함을 돌리던 남편과 아들은 존재 자체가 힘이다. 개표방송을 볼 때 치킨과 맥주를 준비해서 긴장감을 덜어주려 애쓰는 것은 가족이 아니면 해줄 수 없는 일이다.

“남편은 취미가 요리예요. 자칭 생계형 요리사라고 하더군요. 저는 설거지와 청소를 잘해요. 지저분한 걸 못 봐서 눈에 보이는 대로 치우는 스타일이죠. 집안일 협업이 잘 이루어지는 편이에요. 제 롤 모델이 메르켈 독일 총리예요. 일상을 알아야 정책과 행정의 방향도 잘 잡을 수 있다고 믿어요. 묵은 현안, 미래지향적인 것을 고루 잘 경작해야 좋은 행정을 펼칠 수 있습니다.”

조 구청장은 현재 서초구의 중요한 사안으로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과 양재R&CD특구 조성 사업을 꼽았다. 재임으로 지속가능한 정책 수행이 가능해진 만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겠다는 책임감이 있다.

25개 구청장 중 유일한 보수 인사로서 앞으로 다짐을 물었다. 조 구청장은 서리풀 원두막 이야기를 꺼냈다. 한여름 더위를 피해 쉴 수 있는 일종의 그늘막으로, 서초구에서 처음 시행해 유럽의 친환경상인 ‘그린애플 어워즈’까지 받은 히트작이다. 그런데 처음에는 서울시 관련 법규가 없다는 이유로 설치할 수 없었다고 한다. 조 구청장은 포기하지 않고 여러 설득 과정을 거쳐 설치했고 시민들의 좋은 쉼터로 자리 잡았다.
“앞으로도 서울시와 잘 협업해서 정책을 펼쳐야죠. 일을 할 때는 윗사람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실무적인 검토를 바탕으로 진행하잖아요. 결국 공감대 형성의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일을 하다 보면 고비가 있을 때도 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시행착오를 겪으며 경험을 쌓고, 그것이 좋은 에너지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요. 편 가르기 하지 말고 좋은 점을 보면 좀 더 괜찮은 사회가 되지 않겠어요?”

마지막으로 여성 행정가로서 포부를 물었다. 조 구청장은 “여성, 남성으로 구분하기보다는 일 잘하는 행정인으로 봐주길 바란다”며 말을 이었다. “제가 여성적인 일을 많이 하지만 터프할 때는 탱크 같은 면이 있어요. 여성 후배들을 만나면 ‘왕비가 되려 하지 말고 여왕이 돼라’는 말을 자주 해요. 여성이라는 틀에 갇히지 말고, 긍정적이고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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