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벤트
  • 동영상
  • 카드뉴스
  • 조선뉴스프레스멤버십
  • 카카오스토리
  •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ISSUE
  1. HOME
  2. ISSUE
  3. people&

송정민 클라리넷리스트·이종헌 밀레니엄 서울 힐튼 총지배인 부부

다른 듯 닮은 부부의 앙상블

2018-04-20 10:27

취재 : 박지현 기자  |  사진(제공) : 안규림

  • 메일보내기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은근히 어울리는 조합이라 생각했다. 호텔 총지배인 남편과 연주가 아내.
‘아내의 음률을 입은 호텔’ 혹은 ‘(호텔) 지휘자 남편, 연주하는 아내’ 정도의 제목이 떠올랐다. 부부를 만나고, 예상 밖의 일이 벌어졌다.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어디선가 자꾸 ‘장관님, 장관님’ 한다. 이종헌 총지배인(51)이 아내 송정민 씨(50)를 부르는 호칭이다. 무슨 장관이냐 물었더니 ‘내무부 장관’이란다. 그럼 총지배인은 대통령이냐고 했더니, 손사래를 쳤다. 이 총지배인은 “집에선 아내 스케줄 관리는 물론, 수업 마친 딸 둘을 픽업하는 게 내 몫”이라며 “아무래도 나는 보좌관 스타일인 것 같다”며 웃었다.
 

호텔리어 남편, 연주가 아내

흔히 부부는 닮는다고 하는데, 다른 점이 많았다. 생김새가 그랬고, 하는 일도 달랐다. 그런데 묘하게 어울렸다. 앙상블이었다.

아내 정민 씨는 클라리넷 연주자다.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KBS 교향악단에 24년간 몸담았다. 당시 최연소 연주자로 입단할 정도로 재원이었다. 지금도 클라리넷 연주자로 꾸준히 활동 중이다. 서울클라리넷앙상블 악장을 맡고 있으며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수석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다. 여음목관5중주 멤버이면서 학생들도 가르친다. 짬짬이 소외계층을 위한 연주봉사도 한다. 과연 보좌관이 필요할 만큼의 스케줄이다.

“남편은 묵묵한 조력자예요.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고요. 딸들에게 아빠는 ‘주말에 더 바쁜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어요. 평일 퇴근 후만큼은 딸들에게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을 하죠.”

그렇다고 보좌관을 자처하는 이 총지배인이 한가하다고 생각하면 오산. 몸이 두 개라도 모자라다. 이 총지배인은 “호텔은 24시간 돌아가기 때문에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면서 “특히 호텔에 카지노까지 있다 보니 안전 문제 등에 더욱 민감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월 9일, 밀레니엄 서울 힐튼 총지배인으로 부임했다. 호텔 개관 35년 만의 첫 한국인 총지배인이다. 호텔 측은 “한국 시장과 한국인의 정서를 잘 아는 총지배인을 찾던 중 적임자로 발탁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총지배인은 대학 졸업 이후 신라호텔을 비롯해 약 25년간 호텔, 관광업계 여러 보직을 두루 경험한 업계 전문가다.

부임 당시 그는 “고객이 호텔에서 비용을 지불하는 이유는, 이곳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인적 서비스를 기대하기 때문”이라면서 “호텔 상품은 고객, 즉 소비자의 기본적인 심리를 충족시키는 일련의 과정이며 이를 위해 늘 노력하고, 상품에 구현해낼 것”이라고 포부를 말했다.
 

화려함 이면, 실은 심부름꾼
 
본문이미지

밀레니엄 서울 힐튼은 서울에서 세 번째로 큰 호텔이다. 그런 호텔의 수장인 만큼 업무도 많다.

“출근은 항상 오전 8시 전에 하죠. 업장 패트롤을 한 후 8시 15분부터 당직 지배인에게 지난밤 있었던 일을 보고 받습니다. 이후 당일 체크인하는 VIP의 상황을 확인하고 곧바로 객실, 연회 식음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부서장들과 회의를 하죠. 그렇게 오전 시간을 보내고, 오후엔 결재 업무가 시작됩니다.”

이 총지배인은 “결재가 많은 날은 끊이질 않는데, 아무래도 총비용이 크다 보니까 신경이 많이 쓰이는 업무”라면서 “오늘 같은 경우, 총 결재 비용이 5억 단위까지 갔다”고 했다. 그사이 틈틈이 외부로 세일즈까지 나간다.

호텔에서도 그는 보좌관처럼 일한다. 정민 씨는 “남편이 수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실제로 옆에서 보면 ‘심부름꾼’처럼 임한다”고 했다.

“밖에서 보면 호텔이 굉장히 화려해 보이잖아요. 호텔 총지배인이라고 하면 대단해 보이고요. 그런데 남편을 보면서 그 화려함을 받치기 위해서 할 일이 굉장히 많다는 걸 느꼈어요. 그 일들은 결코 화려함으로 수식되지 않죠.”

이 총지배인은 “호텔을 대표하는 자리이지만 나는 조연에 불과하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좋은 호텔이 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종업원들이 행복해야죠. 그러면 자연히 고객에게도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됩니다. 오케스트라는 각각의 음색을 내는 악기를 다루는 단원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들이 주인공이죠. 저는 그들이 최대한 연주를 할 수 있도록 조용히 지휘하는 겁니다. 감성적으로 쉽게 상처받을 수 있는 직원들을 세심하게 배려하면서요.”

정민 씨가 거들었다.

“지난겨울 유난히 추웠잖아요. 어느 날 남편이 손난로를 여러 개 챙겨서 출근하더라고요. 도어맨을 주겠다면서요. 외부 스케줄이 없으면, 밥도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먹고요. 성향 자체가 그래요. 학생 때 기숙사 생활하면서 알았던 수위 아저씨를 졸업 후에도 챙기는 사람이에요.”
 

20년 맞벌이, 치열했던 삶

이날 인터뷰는 ‘남대문 스위트’에서 진행했다. 호텔에서 가장 좋은 방이다. 얼마 전 펜스 부통령도 여기서 묵었다. 부임 직후 맞이한 국빈이었다. 호텔은 초긴장 모드에 들어갔고, 이 총지배인은 그야말로 실시간 대기상태로 근무했다. 이땐 정민 씨가 남편 옷을 배달하며 내조했다. 말 안 해도 아는 부부다. 언제 서로에게 힘이 돼야 하는지를.

나아가 일적인 부분에서 서로에게 귀감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문화가 있는 호텔’을 구상한다고 하면, 아내 정민 씨가 아이디어를 던져주는 식이다. 물론 추진하기까지는 절차가 있지만, 아내 의견을 듣다 보면 영감이 떠오를 때도 많다.

“사람들 시선이 있어서 아내가 직접 호텔에서 연주를 하진 않아요. 아무리 무료공연이라 할지라도 총지배인 아내라 쉬이 그 자리에서 연주하는 모습으로는 비춰지고 싶지 않거든요.”

정민 씨 생각도 같다. 그는 “남편이 호텔 총지배인이라 호텔을 더 안 오게 된다”면서 “오늘 인터뷰를 위해 남편 부임 이래 처음으로 호텔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정민 씨는 스위트룸 구석구석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부부는 올해 결혼 20주년을 맞았다. 둘은 1996년 친구 소개로 만났다. 당시 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만났는데, 남편이 야구점퍼에 모자를 쓰고 나와서 첫인상은 별로였단다. 이 총지배인 눈에 정민 씨는 달랐다. 포근하게 웃는 모습이 맘에 들었다고. 정민 씨는 “그때 너무 어이없어서 웃고 만 건데, 그 모습을 후덕하게 웃는 걸로 기억하더라”며 웃었다. 그렇게 1년여 연애 끝에 결혼했다. 돌이켜보면 필연이었다.

“시어머니가 피아니스트였어요. 선명회합창단 초대 반주자로, 음대 교수도 하셨죠. 남편의 외할머니도 피아니스트이자 교육자였고요. 음악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주셨죠. 시아버지와 남편 또한 저의 사회적 기여도를 높게 평가해주셨고요.”

아이 둘을 낳고도 무리 없이 사회생활을 할 수 있었던 이유다. 중, 고등학생인 두 딸은 어릴 때부터 엄마, 아버지가 바쁘던 탓에 조금 일찍 철이 들었다.

“어느 날 큰아이가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엄마가 내 엄마만 할 수 없다는 걸 알아’라고요. 기특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어요.”

누구보다 일에 충실했던 부부지만, 딸들에겐 그보다 더 큰 가르침을 주고 싶다.

“요즘 학교, 학원에서는 ‘어떻게 하면 남을 이기는지’를 가르치잖아요. 그보다는 남을 배려하며 살라고 가르치고 싶어요. 친구가 이겼을 때 박수 쳐줄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각자 분야에서 청사진도 그려봤다. 둘의 시선은 같았다.

부부는 “20년 넘게 직장 생활하면서 많은 걸 누렸고 이제 베풀 때가 됐다”면서 “힘들다고 손을 내밀 때 잡아줄 수 있는 선배로 남기 위해 열심히 뛸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치열하게 살아온 부부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였다.
Copyright ⓒ woman.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 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1. 메인으로
  2. 기사목록
  3. 맨 위로
글쓴이 :      비밀번호 : (숫자 4자리를 입력해주세요)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