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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뭇 다른 시인 부부 장석주·박연준의 독서 일기

2018-03-15 10:01

취재 : 서재경 기자  |  사진(제공) : 안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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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생활 패턴, 심지어 목욕하는 순서까지 다른 부부가 함께 책을 냈다.
책을 읽을수록 두 사람은 사뭇 다르면서도 묘하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를 함께 펴낸 장석주·박연준 시인 부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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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두 권씩 책을 읽는 남편과 독서가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다는 아내가 매일 함께 독서일기를 썼다. 장석주·박연준 시인 부부가 쓴 <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는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두 사람이 매일 책을 만지고 기록한 결과물을 담은 책이다. 한 권을 뚝딱 읽고 진지한 서평을 써낸 날도 있지만, 어떤 날은 책이 생각만큼 재미없다며 덮어버리기도 한다. 일기장에 쓴 일기처럼 이런 내용까지 꾸밈없이 기록해놨다.

부부는 정말 다르다. 인터뷰하던 날 기자가 점심을 먹었는지 묻자 장석주 시인은 홀로 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다고 하고, 박연준 시인은 홀로 카페에 앉아 빵을 먹었단다. 식성뿐 아니라 취향이나 생활 패턴, 심지어 목욕하는 순서도 다르다고 부부는 입을 모은다.

책에서도 그런 점이 느껴진다. 부부가 읽은 지난 1년간의 독서 목록에 겹치는 책이 몇 권 없다. 장석주 시인은 철학이나 인문·사회 서적을 즐겨 읽고, 박연준 시인은 소설을 주로 읽는다. 장석주 시인의 글은 냉철하고 논리 정연한 반면, 박연준 시인의 글은 따듯하고 감성적이며 때론 재기발랄하다. 이렇게 다른 부부의 독서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묶었는데 의외로 제법 잘 어울린다. 박연준 시인 말대로 ‘빵과 소스’ 같다.
 

이번 책의 콘셉트가 독서일기예요. 원래 독서일기를 쓰시나요?
박연준 저는 일기를 자주 쓰는 편이에요. 독서일기라고 정해놓고 쓰진 않았는데, 옛날 일기장을 펼쳐보면 책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예전에 쓴 일기를 인용하기도 했어요.
장석주 시인(이하 장) 저는 독서에 관한 기록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생각나는 대로 늘 기록하는데 그걸 바탕으로 책을 썼어요.

두 분의 집필 방식이 많이 다르네요.
박연준 집필 방식도 다르고, 취향이나 스타일도 전부 달라요. 우리 부부는 다른 면이 많거든요. 심지어 목욕할 때도 순서가 정확히 반대더라고요.(웃음)

책에서도 두 사람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 확연히 느껴져요.
박연준 제가 싫증을 잘 느끼는 타입인데, 달라서 재미있는 것 같아요.
장석주 생활 패턴이나 수면 패턴도 완전히 반대죠.
박연준 그렇지만 같이 있는 시간만큼은 여느 부부들보다 긴 것 같아요. 스케줄이 있지 않으면 거의 매일 붙어 있거든요.
장석주 오후에는 같이 북 카페에서 글을 쓰거나 책을 읽어요. 산책도 같이 하고, 피트니스 클럽도 함께 다니고요. 그저 취향과 스타일만 확연히 다를 뿐이에요.(웃음) 이번 책을 쓰면서 보니까 읽은 책 목록도 거의 다르더라고요.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읽은 책들을 기록했는데 힘들지 않던가요?
장석주 힘들었어요.
박연준 매일 기록한다는 게 어렵더군요. 혹독하다 싶었죠. 3월을 넘어가면서는 토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웃음) 저는 책 읽는 속도가 느리거든요. 매일 읽진 못했고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 보기도 했어요.
장석주 저는 하루에 두 권 읽은 날도 많아요.

독서일기를 쓰는 과정은 다른 책을 쓸 때와는 어떻게 다른가요?
박연준 매일 쓰진 않았지만 메모는 했어요. 어디를 갔는지, 무얼 했는지 빠짐없이 기록해뒀죠. 안 그러면 삶이 묻어나지 않을 것 같았고, 거짓말이 계속되면 저 자신도 힘들어질 것 같더라고요. 물론 며칠 몰아 쓸 때도 있었지만 최대한 매일 기록하려고 했어요.
장석주 저는 소셜미디어에 읽은 책들을 매일 기록했어요. 그게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두 분 모두 다독가로 유명하지만 이렇게 책을 많이 읽을 줄은 몰랐어요.
박연준 책이 너무 재미있어요. 글을 쓰는 건 좀 괴로운데 읽는 건 재미있어요. 저는 편독을 하는 편이에요. 읽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남편처럼 많은 책을 읽으면서 갈무리할 시간이 없거든요. 마흔 이후에는 책의 폭을 넓혀보려고 해요.
장석주 저는 좋아하는 걸 넘어 일종의 활자 중독자예요. 하루라도 새로운 책을 읽지 않으면 정신적으로 불안할 정도로.(웃음) 끊임없이 책을 주문하죠. 1년에 800~1000권 정도 주문해서 다 읽어요. 매일 밥 먹듯 날마다 책을 읽어야 하루를 뿌듯하게 살아냈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철학이나 인문·사회 서적을 많이 읽어요.

박연준 시인은 책 목록에 소설이 많던데요.
박연준 소설을 좋아해요. 소설은 알지 못하던 것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잖아요. 소설 내용을 A4 용지 한 장도 안 되게 요약할 수 있지만, 그걸 읽는 것과 소설 한 권으로 경험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것 같아요.

두 분 서재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요.
박연준 제 서재는 일방적으로 잡아먹혀서 미미해져버렸어요.(웃음) 가끔 제 책을 찾아내면 “이건 내 책이네” 하고 기뻐해요.
장석주 서교동에 살다가 파주로 집을 옮겼는데 책 때문이었어요. 책이 하도 많아서 집이 좁았거든요. 이사한 집에선 거실과 안방 빼고 모든 방에 책장을 넣었어요. 세어보진 않았지만 책이 7000~8000권 정도 될 거예요.
박연준 남편 서재에 유일하게 없는 책이 한 권 있었는데 요즘도 그 책 얘길 해요. 보르헤스의 <칠일 밤>이란 책인데 남편이 연애할 때 저에게 빌린 유일한 책이었죠.(웃음) 요즘도 “그 책은 없었잖아”라는 얘길 해요.

서재가 거의 작은 도서관 수준일 것 같아요.
장석주 사실 5년 전부터 제주도로 이사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여행자들에게 개방하는 도서관을 만드는 게 꿈이거든요. 제가 전업 작가로 먹고살 수 있었던 건 독자들이 제 책을 사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잖아요. 독자들과 나눈다는 차원에서 구상 중이에요.

독서 습관 같은 게 있나요?
박연준 첫 문장을 자세히 보는 편이에요. 쓰는 사람 입장에서 첫 문장이 매력적인 것이 중요하거든요. 남의 책을 볼 때 그걸 들여다봐요.
장석주 특별한 습관은 없고 잘 집중하는 편이라 책에 한번 빠지면 다 잊고 책만 읽어요. 밥 먹는 것도 잊고.

남에게 보여주는 일기라서 약간 꾸몄을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솔직하게 쓰셨더군요.
박연준 꾸며 쓰진 않았어요. 다만 혼자 일기를 쓰는 것과 다른 점은 조금 검열을 했다는 거죠. 쓰면 안 되는 얘길 쓸 순 없으니까요.(웃음)
장석주 안 쓴 것은 있지만 꾸며 쓴 것은 없죠.

책을 통해 두 분의 독서 취향을 엿볼 수 있어 독자로서 좋았어요.
박연준 남편은 전방위적인 독서 취향을 갖고 있어요.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거든요.
장석주 아내는 소설을 좋아해요. 소설을 저보다 훨씬 많이 읽죠. 한 작가에게 꽂히면 그 작가의 책을 다 파고드는 스타일이기도 해요. 최근에는 존 버거, 파스칼 키냐르, 뒤라스의 책을 모두 읽었더라고요. 아내는 작가에 빠지면 열렬히 좋아해요.
박연준 이 책을 내고 가장 좋은 점이 독자 분들이 책을 읽다가 사고 싶은 책이 늘고 있다는 얘길 하시거든요. 가장 뿌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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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준 시인(왼쪽)과 장석주 시인(오른쪽)

박연준 시인이 장석주 시인이 쓴 <사랑에 대하여>를 읽고 쓴 독서일기는 뭉클했어요. 상대방이 책을 내면 지지하고 응원하는 편인가요? 날카롭게 비평하는 편인가요?
박연준 의견을 적극적으로 나누는 편이에요. 상대가 책을 내면 홍보도 하고 응원도 하고요. <사랑에 대하여>를 얼마 전에 다시 읽었는데 정말 좋았어요. 가까이 있는 사람을 제일 모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장석주 시인과 부부이다 보니 작가보다는 남편으로 다가오는 게 더 커요. ‘작가 장석주’ ‘시인 박연준’을 독자로서는 잘 모를 수 있겠더라고요. <사랑에 대하여>는 작가가 제 남편이란 생각을 배제하고 읽었더니 정말 좋더라고요.(웃음)
장석주 응원을 하는 편이죠. 더 가르치는 건 없어요, 스스로 잘하니까. 대신 동기부여가 되고 에너지를 북돋우는 말을 많이 해주죠.

작가로서 서로를 롤 모델로 생각해본 적은 없나요?
박연준 롤 모델이라기보단 시간이 갈수록 점점 존경하게 돼요. 사실 부부들은 시간이 갈수록 서로에게 실망하고, 무시하고, 믿음이 없어지면서 균열이 생기는 것 같은데, 저는 남편을 존경해서인지 그렇지 않더라고요.
장석주 박연준 시인은 조금 느리지만 자신의 리듬을 갖고 꾸준히 가는 작가예요.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글을 써냈을 때 진정성이나 밀도가 훌륭하다는 점은 말할 것도 없고요.

책에서 서로를 P와 JJ로 표현하던데요. 이유가 있나요?
박연준 제가 낸 두 번째 시집에 <캐러멜의 말>이라는 시가 있어요. 그 시에 JJ라는 이니셜을 쓴 적이 있거든요. 그 후 저는 계속 JJ라고 부르게 됐어요. 남편은 그냥 제가 박 씨라서 P로 쓴 것 같아요.(웃음)
장석주 집에서는 아내를 천사라고 불러요. 지금 입은 옷은 천사의 유니폼이에요.(웃음)

결혼할 때 펴낸 에세이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도 같이 쓴 책이죠? 작가 부부에게 함께 책을 낸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장석주 독자들이 제 글은 차갑고 이성적인 반면 박연준 시인의 글은 따듯하고 감성적이라고 얘기하더라고요. 제 글이 냉탕이라면 아내의 글은 온탕인 거죠. 함께 책을 내니까 그런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더라고요. 새삼스레 제가 가진 취향이나 색깔이 더 도드라져 보이고. 그런 점이 새로워요. ‘내가 그랬나?’ 싶고.
박연준 독자들에게 빵과 소스처럼 읽혔으면 좋겠어요. 빵과 소스처럼 잘 어울리게. 누군가 저희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냉탕 온탕을 오가는 것 같지만 묘하게 어울린다는 얘길 하더라고요. 그렇게 읽히면 좋겠어요.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는 두 분에게 의미가 남다른데요. ‘책 결혼식’을 올리신 거잖아요.
박연준 그 책의 편집자이기도 한 김민정 시인이 책으로 결혼을 알려보지 않겠느냐고 하더라고요. 결혼 커밍아웃을 책으로 하겠다고 생각했죠.

원래 식을 올릴 계획은 없었나요?
장석주 처음부터 아예 없었어요. 형식적인 건 하고 싶지 않은데, 결혼했다는 걸 알리긴 해야 할 것 같았죠. 그러던 중 ‘책 결혼식’이란 아이디어가 나왔고, 신선했어요.
박연준 혼인신고는 1년 전에 되어 있었는데 결혼을 알리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마침 좋은 기회가 온 거죠.

두 분은 사제지간으로 처음 만났다고요.
박연준 학교에서 강사와 제자로 만났어요. 남편이 소설을 가르쳤고요. 한 2년간 연락 없이 지내다가 졸업 후에 다시 봤는데, 느낌이 좋아서 연애가 시작됐죠.
장석주 박연준 시인은 소설을 잘 쓰는 학생이었어요. 그래서 소설 쓸 줄 알았죠. 졸업 후 시인으로 데뷔하고 찾아왔기에 시를 보자고 했어요. 시가 정말 좋더라고요. 깜짝 놀라서 신춘문예에 도전해보라고 했죠. 그 시가 다음 해 바로 당선됐어요. 그때 제가 축하 이메일을 보내면서 서로 좋아진 거예요.

시가 두 분 사랑의 계기가 되었네요.
박연준 그럴 수도 있겠네요. <얼음을 주세요>라는 시집도 거의 연애 시작 단계에 썼거든요. 시에 빠져 있을 때였죠. 시를 쓰고, 서로 읽어주고.
장석주 시를 사랑했는지, 저를 사랑했는지가 약간 불분명해요.(웃음)

시인 부부니까 왠지 부부 싸움도 우아할 것 같은데요.(웃음)
박연준 설마요.
장석주 치열하게 싸워요. 절대 우아하지 않죠.

또 함께 책을 낸다면 어떤 책을 내고 싶은가요?
박연준 막연한 생각이지만 문학 작품을 같이 써보고 싶어요. 시극이나 장시도 좋고요.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그럼 서로 글을 고칠 수도 있고, 나중엔 어떤 부분이 누구 글인지 모르게 뭉쳐질 것 아니에요. 그렇게 하나의 작품이 나오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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