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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열의 글로벌 K아티스트를 찾아서 0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강주리

2018-02-21 15:14

글 : 배기열  |  사진(제공) : 안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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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os, 타이페이시립미술관 전시 전경, 혼합매체, 가변설치, 2017
강주리 작가의 작품을 보면 성급히 행복한 기억을 통해 마법처럼 또 다른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듯합니다. 우리를 흔들어 깨우고 우리 속에 담고 있던 풍경은 말없이 터져 나옵니다. 예술을 한다는 것은 그런 것입니다. 니체가 말했던가요. 인간은 은유적 동물이며, 인간의 말은 원초적으로 대상에서 끊임없이 미끄러질 수밖에 없음을 말하는 것이라고. 강주리 작가는 그 대상을 그립니다.

예술은 종종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특히 사랑에 관한 한 더욱 그러합니다. 강주리 작가 작품은 빛을 통해 관객과 사랑을 나누게 하고 초현실적 시지각 판타지를 경험함으로써 우리는 더욱 미끄러질 수밖에 없습니다.
 

볼펜으로 작업을 하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습니다. 미국 대학원에서는 스튜디오아트를 전공하면서 회화, 설치, 비디오,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다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 후 자신을 표현하기 적절한 재료가 종이와 펜임을 알았습니다. 붓으로 그리는 그림도 좋아하지만, 붓보다 자유롭고 사용하기 쉬운 볼펜의 매력에 오랫동안 빠졌습니다.

볼펜의 매력은 무엇입니까? 큰 장점은 언제 어디서나 제가 원하는 것을 그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학교 다닐 때부터 지하철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졸업한 후에도 이동이 잦은 생활을 했는데 자연스럽게 종이와 볼펜이 제 일상과 그림의 도구가 되었습니다. 작업이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읽히기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욕심이겠죠.

볼펜이 지닌 한계가 있습니다. 큰 사이즈 작품을 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햇빛에 노출되면 탈색되어 보존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물론입니다. 아주 큰 드로잉도 있지만 A4 사이즈 미만의 작은 작업도 많습니다. 볼펜은 지울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밑그림 없이 완성하기에 점과 선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작업입니다. 제가 원하는 만큼 완벽하게 그릴 수 없습니다. 고치고 싶은 부분이 생겨도 지울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입니다. 그래서 제 성격이 잘 참고 너그러운가 봅니다.(웃음) 보존은 특수 처리(바니시)를 하니 문제없습니다. 한지는 1000년, 유화는 500년 가는데 그 이상 가지는 않겠죠.

처음 뵌 순간 참 밝고 맑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천성이 그러신가요? 그림을 그리다 손을 떼고 한 걸음 물러나 다른 부분의 작업을 반복해서 합니다. 그러면 수정하고 싶었던 부분을 찾기 어려워집니다. 다소 어색해 보이는 부분도 사라집니다. 완벽을 향해 가지만 다가갈수록 오히려 더 불만족스러운 결과를 초래합니다. 무심히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보고 그리다 보면 완벽함과 상관없이 자연스러워집니다. 제 삶의 방식과 닮아 있습니다. 고집스러운 듯 삶의 태도가 펜을 통해 균형 잡혀가는 것입니다. 펜은 저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것입니다.

그림 속에 꽃과 열매, 새 등 동식물이 자주 등장합니다. 숨은그림찾기 하는 재미가 있네요. 그 대상들은 빼곡히 관객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어떤 의도가 있는지요? 우리는 익숙지 않은 모습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과 두려움이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불안감의 발로요 살아남기 위한 인간 본능입니다. 제 그림에 등장하는 식물과 곤충은 눈에 익숙지 않고 위협적이지도 않습니다. 그 속에 괴이한 혹은 귀여운 기형이나 변이가 숨어 있습니다. 모두들 쉽게 찾지는 못합니다.(웃음)

미국으로 건너간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제 커리어는 미국에서 시작됐습니다. 2011년에 대학원을 졸업하고 그 후로 많은 전시와 레지던시 등에 참여하며 열심히 활동했습니다. 타국에 있으니 오히려 한국인임이 뚜렷하게 느껴졌습니다. 한국과 관련된 정치, 사회, 문화, 예술 등 이슈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2015년 가을 전시를 이유로 한국에 들어와서 지금까지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지내고 있습니다.

예술가로서 안주하지 않고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데 힘들지 않은가요? 미국은 전시가 1~2년 전에 미리 스케줄이 잡힙니다. 미국과 한국이 아니더라도 전시와 일 핑계로 이동이 잦은 편입니다. 새로운 곳에 간다는 것은 단순한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시간의 장단을 줄이고 늘릴 수 있는 경험입니다. 사실 만나보지 못한 세상 사람들과 부딪히고 경험하는 그 설렘 뒤에는 엄청난 스트레스가 존재합니다. 제가 두려워하는 단어는 ‘안주하다’입니다. 안주하는 순간 몸과 생각이 편해지고 그 시선으로만 사물을 바라보게 되는 것입니다. 

벽지 설치작업 반응이 크게 좋았다고 들었습니다. 어떤가요? 설치작업은 드로잉을 바탕으로 합니다. 설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볼펜 드로잉만 하다가 전시를 위해 ‘작업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했습니다. 첫째, 전시 공간과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간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평면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입니다. 둘째, 제 성격과 상이한, 수동적으로 관객의 시선을 기다리지는 말자는 것입니다. 설치미술은 적극적으로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결국 작업은 제 자신과의 대화이며, 공간을 통해 관객과 대화하는 것입니다.

요즘 예술가들은 적극적으로 기업과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합니다. 강 작가도 많이 한 것으로 압니다. 2014년 홍콩 미라몰 & 미라마쇼핑센터 리뉴얼 오픈 당시 3층 높이 실내 구조물이었습니다. 제 드로잉 설치작업을 보고 연락이 왔습니다. 홍콩이라는 지역성과 쇼핑센터라는 대중성을 고려해서 작업했습니다. 반응이 아주 좋았습니다. 백화점 외벽 전체가 제 드로잉으로 감싸지는 황홀한 순간이었습니다. 타국에서 가슴 벅차고 뭉클했습니다. 최근 컬래버레이션은 서울시 브랜드 ‘I Seoul U’를 제 방식으로 재해석해서 서울시청 외벽에 설치했습니다. 반응은 묻지 마세요.(웃음)

앞으로 어떤 전시 계획이 있나요? 2월 미국 피츠버그 아트 뮤지엄 전시를 시작으로 3월 하버드 의과대학교에서 프로젝트 전시와 렉처를 진행합니다. 귀국 후에는 4월 경기예술창작센터 입주 작가로 1년을 보낼 예정입니다. 9월에는 Space55에서 개인전이 있습니다. 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인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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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wisted Nature #3, 캔버스에 볼펜, 131×163㎝, 2017
2) Man-Made,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전시 전경, 종이에 볼펜, 플라스틱, 가변설치, 2017
3) Still Life #3, 종이에 볼펜, 82×115㎝, 2015
4) Pattern of Life #7, 종이에 볼펜, 잉크젯프린트, 가변설치, 2017

강주리 작가의 작품 속 이미지는 과학 잡지, 인터넷이나 뉴스 등에서 차용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상상 속 이미지화된 자연이 아니고 문명화된 자연입니다. 과학기술의 영향으로 진화 혹은 변이된 모습, 그 부작용, 돌연변이, 변화한 사회에 새로이 적응하는 자연 등 다양한 모습입니다.

다양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어색하고 불편한 결과를 만들어내어 우리 스스로 삶에 계속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입니다.

그렇게 서로 어깨를 토닥이듯 자연은 하나의 화두가 되고 예술가는 도시를, 인간을 토닥이고 이야기를 풉니다. 혹시 모르죠? 세상은 예술가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는 사실을. 예술가들은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를 거치고 이미지 고갈에 자책하기도 합니다. 강주리 작가 역시 그럴 것입니다. 무엇인가 아름답게 해줄 것을 찾아 해매고 있는 중입니다. 앞서 경험한 크기만큼 앞으로도 시간이 가고 소요될 텐데, 그렇게 지난한 작업을 한꺼번에 쏟아놓는다는 것이 헐벗은 나무 한 그루가 담긴 풍광과 다름없을 것입니다.

이번 인터뷰에서 만난 작가의 눈빛은 더욱 빛났습니다. K-MEDICI(작가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커다란 도약의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서로 눈빛을 품고 작은 목소리로 힘껏 주문을 걸어봅니다. ‘작가여, 어디에 있든지 꾸준히 작업하여라. 이 도시 속에서 여러분들 안녕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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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리 작가는…
2006년 덕성여대 서양화과 졸업
2011년 미국 터프츠대학교 보스턴미술관대학원 졸업
2017년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
2015년 미국 Willapa Bay AiR 레시던시 작가
2014년 중국 베이징 Inside-Out Art Museum 레지던시 작가
2014년 미국 New American Paintings 공모전 당선자
2012년 미국 매사추세츠 문화부 아티스트상 수상자
 
주요 개인전
2017년 실험 단계 Experimental Stage,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2017년 미국 보스턴 VictoriANimals, Gallery NAGA
2015년 미국 윌리엄스포트 Nature, Fathomable., The Gallery at Penn College, PCT
 
작품 소장처
Tufts University(미국) Noble and Greenough School(미국),
하슬라미술관(대한민국), Miramar Shopping Centre & Miramall(홍콩), 핸즈BTL미디어그룹(대한민국), 페이스북코리아(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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