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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계 '엑소' 이민웅

2018-02-20 15:06

취재 : 서재경 기자  |  사진(제공) : 안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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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 사이에선 요즘 잘나가는 아이돌 ‘엑소(EXO)’ 못지않게 인기가 높다. 별명도 ‘홈쇼핑계 엑소’다. 대기업에 다니다 넘치는 끼를 주체하지 못해 뛰쳐나와 쇼호스트가 되었다는 이민웅을 만났다.
예능 프로그램인지 홈쇼핑인지 헷갈릴 정도다. CJ오쇼핑 쇼호스트 이민웅이 진행하는 홈쇼핑 방송은 그만큼 재미있다.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와 함께 롱 패딩을 판매하고, 가수 유희열, 루시드폴, 페퍼톤스 등과 함께 귤을 팔기도 한다. 몇 년 전 심야에 블라우스를 판매하던 방송은 이민웅의 유머러스한 입담 덕에 ‘레전드 영상’이 되어 아직도 인터넷에서 회자되고 있다.

지루한 상품 정보 나열이 아닌, 예능 프로그램 같은 유쾌한 진행을 곁들이다 보니 판매율도 덩달아 올랐다. 주방 가구를 1시간 만에 40억원어치를 팔아치우는 신기록을 세웠을 정도. 그렇게 이민웅은 여성 쇼호스트가 대부분인 홈쇼핑 업계에서 ‘남성’이란 열세를 극복하고 잘나가는 쇼호스트가 됐다. 요즘엔 오히려 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 ‘홈쇼핑계 아이돌’로 불리며 여성 쇼호스트 못지않은 인기를 얻고 있다.

사실 이민웅은 대학에서 의상학을 전공하고 LG패션에 입사해 디자이너로 일했다. 대기업에서 안정된 생활을 누리며 좋아하는 패션 일을 할 수 있었지만, 자신이 가진 재능이나 자질을 100% 발휘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결국 그는 넘치는 끼를 아낌없이 발산해보겠다는 일념으로 과감하게 퇴사를 하고, 스물아홉에 어렵게 현대홈쇼핑 쇼호스트에 합격해 방송을 시작했다.

올해로 쇼호스트 경력 9년 차. 어느덧 ‘프로 방송인’이 된 이민웅을 찾는 곳도 많아졌다. 특히 그의 ‘예능감’을 알아본 예능 프로그램들이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태. 현재는 이소라, 서장훈, 이수근 등과 함께 MBN <카트쇼>의 고정 MC로도 활약 중이다. 물건만 잘 파는 줄 알았는데 못 하는 게 없는 남자, 이민웅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홈쇼핑계 아이돌’ ‘홈쇼핑계 엑소’라 불리는데 별명이 마음에 드나요? 너무 좋죠. 그런데 그렇게 기사가 나가면 엑소 팬들이 엑소를 아무 데나 갖다 붙이냐고 하시던데.(웃음) 저는 감사하죠. 

주부들 사이에선 엑소 못지않게 팬도 많던데요. 실제로 만났을 때 “팬이에요”라고 하는 분이 종종 계실 뿐이지 고정 팬이 있는 건 아니에요. 선물도 받아본 적 없어요.(웃음) 정확하게 누군지 모르는데 “어?” 하는 분도 계시고요.

대기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쇼호스트가 됐는데요. 계기가 있나요? 대학교 4학년 때 Mnet <드림 서바이벌 스카우트>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었어요. 故 신해철 씨가 사회를 보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었죠. 그 프로그램에 나가서 2등을 했어요. 그때 처음 방송이 재미있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졸업 후에 LG패션 공채에 합격해 1년 반, 2년 정도 디자이너로 일했는데, 좋은 직업이지만 저의 재능이나 자질을 100% 다 쓰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뭔가를 더 해보고 싶고, 더 나서고 싶었죠. 그래서 쇼호스트에 도전해보자고 생각했어요. 그때가 스물일곱이었는데, 1년간 준비해보고 안되면 다시 디자이너를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덜컥 회사를 그만뒀어요. 계속 탈락의 고배를 마시다가 스물아홉에 현대홈쇼핑에 들어갔죠. 쇼호스트는 제가 제일 즐겁게 할 수 있고, 잘하고 싶은 일이에요. 제 능력을 아낌없이 탈탈 털어서 할 수 있는.

끼가 많은 모양이에요. 저 말고 다른 사람이 나서는 걸 못 보는 기질이에요.(웃음) 누가 주목받으면 “저걸 내가 했어야 하는데”라고 생각해요. 욕심이 있는 편이죠.

요즘은 남성 쇼호스트가 많아졌지만 시작했을 때는 그렇지 않았죠? 젊은 남자 쇼호스트는 거의 없었어요. 제가 거의 처음이었죠.

힘든 적은 없었나요? 홈쇼핑이 대중에게 덜 알려졌을 때, 지금만큼 물건의 품질이 훌륭하지 않았을 때는 쇼호스트의 이미지가 좋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요. 요즘은 인식도 좋아지고, 굳이 홈쇼핑을 피해서 구매하는 경우는 없잖아요. 예전엔 쇼호스트라고 하면 밤에 일하는 ‘호스트’냐고 이해하시는 분도 계셨어요.(웃음)

쇼호스트는 취향이 좋아야 할 수 있는 직업 같아요. 좋은 걸 많이 보고, 사려고 노력해요. 다양한 경험을 하는 거죠. 쇼핑도 많이 하고, 화장품도 여러 가지 써보고. 모든 걸 다 살 순 없지만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것은 꼭 경험하려고 해요. 그래야 센스가 날카로워지거든요. 홈쇼핑 상품들이 아주 트렌디하진 않지만 요즘 대세가 뭔지, 좋은 게 뭔지 알고 소개하는 거랑 그렇지 않은 건 달라요.

좋은 제품을 많이 사용해봐야 제품 소개도 잘할 수 있다는 거군요. 소비자들은 3벌에 9만9천원인 바지를 사도 그 이상을 기대하거든요. 포장이나 설명만큼은 백화점에서 한 벌에 10만원 하는 제품을 사는 느낌을 받고 싶어 하죠. 쇼호스트는 그런 부분을 채워줄 수 있어야 하고요. 이걸 가능케 하는 게 센스, 경험, 취향의 차이가 아닐까 싶어요.

루시드폴과 귤을 팔고, 슈퍼주니어와 패딩을 파는 등 재미있는 콘셉트의 방송을 많이 했어요. 루시드폴과 방송을 앞두고 루시드폴 소속사인 안테나뮤직과 미팅을 했는데, 대표인 유희열 씨가 너무 열심히 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서로 그냥 하던 대로 하면 그게 더 재밌을 거라고. 실제로 생방송 들어가서 정말 하던 대로 했어요. 그때는 정신없었는데 나중에 보니 오히려 완성도가 있더라고요. 그런 방송을 할 수 있어서 자랑스러웠고, 신났죠. 유희열 씨가 똑똑하다는 생각도 했고요. 홈쇼핑 채널이 이런 식으로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슈퍼주니어와 패딩을 판매한 방송은 21억의 매출을 기록했던데요. 슈퍼주니어와의 방송은 좀 부담이 됐던 게 방송 시간이 오후 10시 40분이었거든요. 핫한 시간이라 재미도 있어야 하지만, 물건도 팔려야 했죠. 그런데 다들 열심히 해줬어요. 슈퍼주니어 멤버들이 현장에서 즉석으로 성대모사까지 했다니까요.(웃음)

그러고 보니 ‘레전드 방송’을 많이 했어요. 새벽에 블라우스를 판매한 방송은 아직도 웃긴 영상으로 인터넷에 돌고 있을 정도니까요.(웃음) 새벽 2시에 재고를 판매하는 방송이었어요. 방송을 하는 저희도 졸리고 시청자도 졸렸죠. 웃기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방송을 하면서 너무 웃겼어요. 댓글에 ‘불 끄고 보다가 웃겨서 불 켰다’고들 하시더라고요.(웃음) 

생방송이라 종종 실수도 할 것 같은데요. 기억에 남는 방송 사고는 없나요? 고등어를 판매할 때였어요. 잘못해서 고등어 눈을 찔렀는데 피가 난 거예요. 고등어가 피눈물을 흘린 적이 있었죠.(웃음) 그럴 땐 바로 자료 화면으로 넘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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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홈쇼핑을 넘어 방송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했어요. 2014년 2월에 최화정 씨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재미있어서 고정이 됐어요. 그때를 시작으로 2015년에 MBC <라디오 스타>에 출연했고,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도 나갔죠. 이것저것 하면서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제가 하려고 한 게 아니라 알음알음 온 것 같아서 신기하기도 해요. 최근에 MBN <카트쇼> MC를 맡으면서 영역을 넓히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홈쇼핑 때문에 프로그램을 여러 개 하진 못하지만, 방송 활동을 통해 쇼호스트로서 인지도를 높여가고 싶어요.

예능 출연은 본업을 잘하기 위한 과정 같은 건가요? 지금은 그래요. 앞으론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요. 예능을 하면서 인지도가 쌓이고 이미지가 좋아지면 쇼호스트로서 훨씬 파워가 생기더라고요. 그걸 느꼈어요. 그냥 쇼호스트인 것보다 여러 방송에도 나오는 걸 소비자들이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나요?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요리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어요. 제가 요리를 하기보다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요. 제가 오랫동안 자취를 해서 요리도 꽤 하거든요.(웃음) <최화정 쇼>를 하면서 좋은 냄비나 그릇을 접하다 보니 그런 쪽으로도 관심이 많이 가요. 쿠킹이나 리빙 프로그램으로 영역을 넓히고 싶죠.

<최화정 쇼>를 하면서 영향을 많이 받았군요. 최화정 씨한테 많이 배우죠. 거의 4년을 매주 봤어요. 가족보다 더 자주 보니까. <최화정 쇼> 하면서 패션 외에 여러 상품도 많이 다뤄보고, 재미도 있어요.

<이민웅 쇼> 욕심은 없나요? 제 이름을 건 프로그램을 하려면 세 가지가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원하고, 회사가 원하고, 고객이 원해야 하는 거죠. 일단 아직은 제가 원하지 않아요. 지금은 아직 때가 되지 않은 것 같아요. (메인 쇼호스트는 주로 여자이기 때문에) 남자라는 성별의 한계도 있고, 저도 아직 많이 부족하고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하고 싶어요.

남자 쇼호스트로서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도 있겠네요. 사명감 같은 게 있어요. 남자 후배들이 보고 있고, 제가 잘돼야 그들도 따라올 수 있으니까요. 제가 토요일 밤에 방송을 하니까 다른 홈쇼핑도 그 시간대에 남자 쇼호스트를 세우더라고요. 그런 롤을 만들어줘야 남자 쇼호스트의 필요성도 늘고, 후배들 자리도 생기는 것 같아요. 남자 쇼호스트라서 메인이 되지 못한다고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친구들에 앞서 길을 뚫어주고 싶어요.

홈쇼핑을 할 때 ‘꿀팁’이 있나요? 영업 비밀 좀 알려주세요.(웃음) 요즘은 가격인하나 세일을 많이 하지 않아요. 잘나가는 것들은 처음부터 매진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예전엔 세일할 때나 가격 할인할 때를 기다려서 샀다면, 지금은 필요하다 싶으면 일찍 사두는 게 좋죠. 잘나가는 건 없어서 항의전화가 오기도 해요. 또 하나는 인지도 있는 쇼호스트가 진행할 때 구매하는 게 조건이 좋다는 거예요. 회사에서도 프라임 타임이면 파급력을 위해 뭔가를 더 주려고 하거든요. 인지도 있는 쇼호스트가 진행할 때 사면 손해 보는 일은 없죠.

홈쇼핑에서 판매하고 실제로 사용하는 제품이 있나요? L사의 냄비요. 담당자가 그 냄비에 김치찌개를 끓이면 무조건 맛있을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실제로 그 제품을 쓰면서 좋은 도구는 요리를 훨씬 더 맛있게 해준다는 걸 느꼈어요. H사 독일 그릇도요. 여자들이 왜 그릇에 빠지는지 알게 됐다니까요.(웃음) 가방보다 무서운 게 그릇인 것 같아요. E사 블렌더는 혼자 사는 분들한테 추천해요. 혼자 살면 과일 채소를 잘 안 먹게 되는데, 블렌더에 갈면 스무디가 되잖아요. 쉽게 마실 수 있으니까 좋더라고요.

주 시청층이 여성인 경우가 많은데, 여심을 저격하는 방법은 뭔가요? 의상학과를 나와서 여자애들하고 많이 어울렸어요. 늘 옆에 있어서 여자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체득이 된 것 같아요. 단점은 신비감이 전혀 없다는 거예요.(웃음) 그래도 그 장점으로 직업을 영위하고 있으니까.

얼마 전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씨와 열애설로 실시간 검색어에도 올랐어요. 워낙 오래 알았어요. 촬영 가서 손잡고 놀았는데 기사가 난 거죠.(웃음) 앞으로도 친하게 지낼 거예요. 저희한텐 재미있는 에피소드 정도예요.

여자 친구가 있다고 들은 것 같아요. 지금은 없어요. tvN <문제적 남자>에 출연했을 때 스태프가 “테이프 갈게요”라고 해서 그 사이 얘기한 건데 방송에 나갔더라고요.(웃음) 그때는 만나는 여자 친구가 있었는데 지금은 싱글이에요.

결혼 생각은 아직 없나요? 싱글 라이프를 즐기고 있어서 아직은 결혼 생각이 없어요. 지금은 ‘욜로 라이프’를 즐기고 있죠. 평생 함께할 사람이 나타나거나 제가 원할 때 생각해보려고요. 일도, 혼자 사는 삶도 재미있고, 지금은 여자 친구가 없지만 나름 연애 라이프도 즐기고 있어요. 요즘은 결혼해야 정상이고 안 하면 비정상이 아니잖아요. 필요에 따라 결혼하는 건데, 아직은 결혼이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일등 신랑감일 것 같아요. 제가 호불호가 갈리는 스타일이에요.(웃음) 여성들이 저처럼 세심한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저는 캐릭터가 분명하잖아요. 마니아가 있는 반면, 싫어하는 사람도 있죠. 제가 그런 케이스예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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