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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열의 글로벌 k아티스트를 찾아서 03]공기를 그리는 구도자, 빈우혁

이젠 독일 숲과 건물 풍경 그리고 싶어

2018-01-17 09:52

글 : 배기열 아트식스 예술감독(부사장), 트라바움창의아트센터 대표관장  |  사진(제공) : 안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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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사, 240×330㎝, 2012
사람이 드문, 공기가 좋은,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그래서 산책을 하면서 여러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는 순간을 매번 필요로 하는 습관이 생겼다. 산책하는 데 굳이 인적이 드물 필요가 있을까 싶겠지만, 괴로움을 유발하는 문제가 결국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지 않는 방법을 온건하게 유지하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나의 삶은 적당하고 일반적인 방식으로 미래를 생각할 수 없을 것 같은 순간들이 오랫동안 쌓여왔기 때문에 그에 대한 자기성찰이 나로 하여금 불가능할 것 같은 숲으로의 산책을 종용하는 방식으로 변하게 되었다.
-작가노트 중에서-
 
 
살아생전 남다른 서정적인 세계를 펼쳐 보인 시인 박재삼은 “자신이 평생 쓴 시의 금전적 가치가 유명 화가의 그림 한 호 값도 안 된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가 참으로 허망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장가치와 삶의 가치 사이 괴리가 점점 커져가는 세상입니다. 돈은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신비한 마력을 지녔습니다. 지상의 모든 것을 재는 지고의 척도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예술가로 산다는 것은 과연 어떤 것일까요? 빈우혁(36) 작가에게 들어봅니다.
 

초기 작업은 주로 목탄과 연필로 그렸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재료비가 없어서 주로 동료들이 버린 종이를 주워다 썼습니다. 물감 살 돈이 없어서 가장 싼 재료인 연필과 목탄을 쓴 것이지요. 나중에는 동료들이 캔버스 천을 버리더군요. 드디어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게 됐지요.(웃음)

평론가들은 빈우혁 작가를 “상실의 풍경, 목적 없는 풍경, 도망자의 시선에 걸린 풍경”이라고 비교적 부정적으로 서술하고 있는데 현실이 그렇습니까? 불우한 시절의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사탕을 빼앗긴 아이의 심정과 다를 바 없을 것 같아요. 그 아이에게는 그것이 가장 슬픈 일일 테니까요. 사실 실제 모습과 사회적으로 재단된 모습은 조금 간극이 있습니다.

불우한 환경에서도 고려대 인문학부에 입학을 하고 나중에 한국예술종합학교로 진로를 바꾸셨는데 무슨 계기가 있었습니까? 서울 월곡동 달동네 방 한 칸에서 네 식구가 살았습니다. 동생은 늘 아파서 부모님이 돌보시고 저는 마음을 달래려 주로 산으로 들로 산책을 다녔지요. 다행스럽게도 경복고에 진학하게 되어 고려대에 간 것입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내 속에 들끓는 예술에 대한 열정이 한국예술종합학교로 인도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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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fthanza 67, Oil on Canvas, 130×193㎝, 2017

지금은 600호, 800호, 1000호 이상 대작을 많이 작업하시는데 형편이 나아졌나 봅니다. 아닙니다. 작품이 하나 둘 팔리면서 컬렉터들이 대작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큰 빌딩이나 대저택에 어울리는 큰 작품을 원하시는 거죠. 부모님의 보증과 사채빚 때문에 작품을 많이 팔게 되었습니다. 이제 거의 빚을 다 갚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현실적인 걱정과 불안을 붙들어 맬 망각과 집중이 필요했습니다. 큰 작업을 하다 보면 그 시간들이 저를 고요하고 평온한 세계로 인도하니까요.

K-MEDICI 같은 작가 후원 프로그램에서 무엇을 도와주면 좋을까요? 독일에 가서 작업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에게 독일은 평온하고, 한국 현실을 잊을 수 있는 곳입니다. 독일 숲과 건물 풍경이 그림 소재입니다.

특별히 독일에 가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숲을 그리기 위해서 숲을 그린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가다 보니 그곳이 숲이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으로서 책임져야 할 현실, 빚 독촉, 동생의 병, 부모의 걱정으로부터 멀리 떠나고 싶다는 이유로 무작정 독일로 갔었습니다. 무념무상의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유명 컬렉터들은 빈우혁 작가를 어떻게 생각합니까? “야~ 좋다!” 단 한마디만 하십니다. 그리고 “다른 미술관에서 본 풍경보다 낫네.”  “하나만 더 그려~” 다른 컬렉터가 사 간 그림을 아쉬워하며 몇 마디 하십니다.(웃음)

좋아하거나 존경하는 작가가 있습니까? 독일 작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입니다. 전후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회화의 새로운 획을 그은 현대미술의 거장입니다. 사진과 회화, 추상과 구상 그리고 채색화와 단색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회화라는 매체를 재해석하고 그 영역을 확장시켰습니다. 무엇보다 그의 태도가 좋습니다. 괴물처럼 냉정하게 엄청난 양의 작업을 합니다. 리히터처럼 작업만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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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ißenseer Park 72, Oil on Canvas, 200×60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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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날, Charcoal on Canvas, 148×180㎝, 2013

김현정 작가의 풍경과 비슷한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현정 작가의 풍경은 저와는 정반대인 것 같습니다. 그녀는 그리고자 하는 이미지가 떠오르면 그에 맞는 책을 여러 권 읽고 그림과 글을 매칭시킵니다. 그 후 텍스트에서 그림 제목을 가져옵니다. ‘그림과 제목은 모두 낭만주의’입니다.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녀처럼 제목이 그림에 개입되길 원치 않습니다. ‘그림은 낭만주의, 제목은 포스트모던’인 것입니다. 독일 숲 같은 것이 감정을 숨기기 좋습니다. 감정을 뺀 풍경이 좋습니다. 그 풍경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습니다.

빈우혁 작가의 컬렉션은 주로 어디에 전시됩니까? 국립현대미술관, OCI미술관, 코오롱, 삼양사, 메릴랜드대학교, 개인 기업가 등입니다.

한국에 있을 때 한국 풍경을 그려보는 것은 어떤가요? 주변에서 한국 풍경을 그려달라는 요청이 많습니다. 하지만 싫습니다. 제 작업은 독일 숲을 산책하고 사진을 찍고 돌아와서 그것을 그립니다. 지금은 독일을 떠난 지 5년이 흘렀습니다. 여전히 독일 숲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 기억과 흥분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다시 돌아가고 싶습니다.

학교에서 “반드시 사생(寫生)을 하라! 그래야 대상과 호흡하며 정확히 그릴 수 있다”고 배웠습니다. “절대로 사진을 보고 그리지 마라. 그림이 단면처럼 보일 수 있다”고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 그림은 울창한 숲을 그렸는데 텅 빈 것처럼 느끼십니다. 사진을 찍고 단면인 듯 그리고 모든 감정을 뺀 채 그려서 그런가 봅니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입니까? 현재 대부도 경기창작촌에서 작업하고 있는데 2월이면 퇴소해야 합니다. 좁은 실기실에서 먹고 자고 작업을 했는데 앞이 막막합니다. 다행히 배기열 선생님을 만나 ‘K-MEDICI의 빈우혁 파운데이션’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져서 영광입니다. 또한 독일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지원해보고 있습니다. 국내외 몇몇 전시가 있습니다. K-MEDICI의 프로그램으로 홍콩, 베이징, 뉴욕에서 전시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빈우혁 작가가 재현한 소재, 배경들은 한결같이 강한 주체가 되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성장 배경의 결핍에 기인하며 현실을 극복하려는 고투의 산물입니다. 그 풍경들은 실재하지만 현실로부터의 허구이자 상상일 것입니다. 이 허구, 상상은 무엇보다 형태를 따릅니다. 그것이 숲이고 공기입니다. 그러나 독일에 오래 머물러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고 스스로의 욕망을 보다 보편적인 미학 안에 담으려는 의지를 보여야 합니다. 인터뷰 내내 그의 눈빛은 불안과 초조 속에 노출되었습니다. 반면 매끈한 그의 태도는 점점 더 성찰을 통해 다소 불온한 존재를 궁극적 경지로 끌어올리려는 구도의 자세를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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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우혁 작가는…
1981년 서울 출생.
2010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예술사
2013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전문사
2017년 개인전 Luftwald(갤러리바톤, 서울)
2016년 개인전 WURDENTRAGER: 균형조정자(스페이스 오뉴월, 서울)
2017년 경기도미술관-경기창작센터 퀀텀점프 작가 선정
2016년 한국은행이 선정한 우리 시대 젊은 작가들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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