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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사로잡은 구두 디자이너 김효진

김태희·전지현·한가인·김연아 등 국내 셀럽들도 애용

2018-01-15 09:56

취재 : 황혜진 기자  |  사진(제공) : 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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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로 할리우드를 사로잡았던 디자이너 김효진이 한국에 돌아왔다. 국내 최초의 디자이너 구두 브랜드 ‘지니킴’ 대표직을 내려놓은 지 2년 만이다. 곧 자신의 색깔을 담은 새로운 구두를 세상에 내놓을 예정이다.
디자이너 김효진(영어이름 지니 킴·40)은 패리스 힐튼·미란다 커·타이라 뱅크스 등 할리우드 스타들과 김태희·전지현·한가인·김연아 등 국내 최정상 스타들이 선택하던 구두 ‘지니킴’을 탄생시킨 주인공이다. 스물여덟 나이에 부모님에게 빌린 4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해 첫 달 매출 5000만원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연매출 150억 이상을 기록하는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처음 구두를 유통한 온라인 쇼핑몰과 합병을 거치며 2015년 9월 지니킴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이후 LA에서 태어난 한인 남편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미국에 머물던 그녀가 한국에 돌아왔다고 해서 만났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미국에서 3년 정도 생활하다 지난 10월 한국에 돌아왔어요. 지니킴 일로 LA에 머물 때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딸도 얻었어요. 워싱턴DC에서 생활했는데 아이를 낳고 나서는 아는 사람도 없고 가족도 없으니까 힘들더라고요. 마침 남편이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생겨 돌아왔어요. 새로 구두 브랜드를 론칭하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시기가 잘 맞았죠.

지니킴에서 나온 걸 모르는 사람이 많죠? 파트너와 여러 가지 일이 있어 나오게 됐습니다. 제 이름을 따서 만든 브랜드라 다들 아직 제가 하고 있는 줄 아세요.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맨땅에 헤딩하듯 만든 회사인데 힘들었겠어요.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은 심정으로 지니킴을 키웠거든요. 정말 하루 종일 구두 생각만 해가면서요. 그런 회사를 떠나게 되니 모든 걸 잃은 것 같았고 많이 힘들었죠. 결혼하고 아기를 낳아보니까 그때 아이를 사랑하는 것과 똑같은 마음이었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더라고요. 지니킴에서 나온 지 3년 정도 됐네요. 패션이 중심이 아닌 도시에서, 그것도 교외에 살다 보니 한발 물러서서 인생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마음을 많이 정리했죠.

그동안 피렌체 약국 브랜드 안눈치아타를 한국에 론칭하기도 했는데요. 어떤 계기였나요? 마흔이 되면서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오랜 역사를 가진 브랜드들을 동경해왔거든요. 어느 날 TV를 보는데 스위스 알프스에서 3대에 걸쳐 신발을 만드는 할아버지가 나오더라고요. 저분을 만나러 가야겠다 싶어서 방송에 나온 정보만 가지고 수소문해서 찾아갔어요. 그런데 제가 본 게 재방송이었더라고요. 그분은 이미 은퇴하신 뒤라 가게가 바뀌었고 아들만 만날 수 있었죠. 어쩔 수 없이 마음을 접고 친구가 와있다고 해서 피렌체로 이동했는데 우연히 지나가다 이 약국을 발견한 거예요. 산타마리아 노벨라보다 50년 정도 더 오래돼 456년간 이어져 내려온 곳이에요. 소량을 수작업으로 제조해서 희소가치가 있는 브랜드죠.

안눈치아타는 이탈리아 가족이 3대째 운영하고 있다고요. 브랜드를 한국에 가져왔으면 한다고 1년을 설득했어요. 피렌체 이외의 어떤 도시에도 매장이 없었거든요. 아내는 화장품을 만들고, 남편은 비즈니스를 하고, 딸은 매장을 운영하는데, 당장 돈을 버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전통과 가치를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작게, 알차게, 천천히 가려는 사람들이죠. 저는 성격이 급하고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거든요. 플랜을 짜 가서 막 설명을 했더니 왜 그렇게 급하냐고 천천히 하자고 하더라고요.

여러 가지로 배우는 점이 많았겠네요. 지니킴을 하면서 빠르게 성과를 내려고 숨 가쁘게 달렸었어요. 처음엔 작게 시작했지만 회사가 너무 잘됐거든요. 외형을 키우고 해외 진출을 하고 많은 꿈을 이루면서도 디자인하는 순수한 기쁨을 못 느끼며 일만 하고 점점 색깔을 잃어갔어요. 전국적으로 매장이 많고 매출을 많이 일으켜야 하니 모든 연령대, 모든 취향에 맞추고 트렌드를 따라가느라 힘들기도 했죠. 단시간에 많은 돈을 벌고 이름을 알리려 하기보다 오래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들어보려고요.

아무래도 구두를 가장 좋아하나 봐요. 40대에 무엇을 할까. 공부를 많이 했어요. 요리, 그림, 인테리어, 그릇 등 제가 좋아하는 게 많거든요. 그런데 결국 구두더라고요. 지니킴을 시작했을 때는 매장에 하루 종일 있곤 했어요. 손님이 오면 이야기 나누고 구두를 골라주고 예쁘게 맞춰주는 게 재미있고 좋았죠. 열정이 넘쳐서 늦게까지 쉬지 않고 일을 해도 재미있었어요. 지금도 설레요. 한 분 한 분 소중한 어느 날에 도움이 되고 행복한 날을 만들어줄 수 있는 구두를 만들고 싶어요. 소질이 있다면, 무슨 일이든 3년을 배우고 투자하면 2등까지는 할 수 있고, 10년을 열심히 하면 1등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구두를 10년 동안 해서인지 조금 더 노력하면 잘 해낼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있어요. 안눈치아타도, 새로 론칭할 구두 브랜드도 차근차근 가치를 지키며 천천히 해나가려고 해요.

아름다움은 주관적이잖아요. 디자이너들은 어떻게 내가 만든 것이 아름답다는 확신을 갖나요? 저는 디자인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했었어요. 20대 때 동대문 상품을 만드는 성수동 구두 공장에서 처음 일을 했는데 제 구두는 반품이 많았거든요. 제가 보기에 촌스러운 건 대박이 나고 제가 예쁘다고 생각한 구두는 잘 안 팔렸죠. 내가 눈이 좀 이상한가 보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압구정 옷가게들을 돌아다녀보니 제 신발이 많이 진열돼있더라고요. 내 취향이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트렌드 리더들이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죠. 그때부터 자신감을 갖고 디자인을 하게 됐어요. 리본을 좋아하고 핑크색을 좋아해서 여성스러운 디자인을 많이 해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제 디자인을 좋아하는 분들이 있으니 그분들을 위한 구두를 만들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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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만들 브랜드를 소개해주세요. 지니킴과는 어떤 점이 다를까요? 제가 좋아하는 단어인 ‘지혜’와 ‘은혜’를 따서 ‘소피아 그레이스’라고 지었어요. 이번에도 제 아이를 키운다는 마음으로 임하려고요. 지니킴처럼 특별한 날 여자를 특별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이브닝 슈즈를 만들 거예요. 대신 트렌드를 반영하지 않고, 시즌별로 제품을 쏟아내지도 않고, 제가 좋아하는 클래식하고 예쁜 구두만 선보이려고요. 일상에서 편하게 신을 수 있는 구두도 만들 거예요. 전에는 하이힐은 예쁜 게 중요하니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아이가 생기니까 하이힐을 많이 못 신어요. 편한 신발도 만들고 아이랑 커플로 신을 수 있는 신발도 만들 생각입니다.

아이와 커플 신발이 기대되네요. 가족을 꾸리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죠? 모든 부모가 같은 마음이겠지만 늦은 나이에 얻은 아이여서 그런지 정말 소중해요. 세상 모든 아이들이 다 예뻐 보이고요. 전에는 제가 가장 중요했거든요. 항상 저를 위해 무언가 배우는 데 관심이 많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인생의 목표에 저만 가득했죠. 딸아이가 곧 돌이에요. 지금은 제 인생에서 제가 좀 없어져도 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기를 잘 돌보고 잘 키우는 게 목표이자 사명이 되었어요. 그런데도 굉장히 행복해요.

성공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부모님이 어떤 분들일까 궁금했어요.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을 보니 아버지가 멋쟁이시던데요.  아버지가 옷 입는 걸 굉장히 좋아하세요. 건설 쪽 사업을 하시는데 항상 오후 4시에 퇴근해서 오시면 다음 날 입을 옷을 꺼내서 다림질하시고 먼지도 떼어내곤 하셨죠.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쇼핑을 하시고요. 어머니는 가정주부인데 두 분 다 굉장히 긍정적이세요. 이거 하라 저거 하라는 말씀을 한 번도 하신 적이 없어요. 알아서 할 수 있게 믿어주시는 편이었죠.

아버지에게 사업가 기질과 패션 감각을 물려받았나 봅니다. 그런 생각을 많이 했죠.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끌었으니까요. 행동으로 바로 옮기는 게 강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니킴을 그만두고 또 남편을 만나면서 저의 성향을 돌아보게 됐어요. 마음이 이끄는 대로 몸이 움직이는 사람이라 빠르게 선택하고 추진한 것 중 결과적으로 잘못된 결정이 있으니까요. 남편이 저보다 2살 어린데요. 이런 저와 반대로 아주 신중한 성격이에요. 웬만해서는 실수하지 않고 손해를 보는 일도 없죠. 그런 모습을 보며 많이 배워요. 열정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없지만 적절히 균형을 맞춰야겠다는 생각을 하죠.

두 분 선한 인상이 남매처럼 닮았어요. 베스트 프렌드라고 표현하셨고요. 어떻게 만났나요? 우연히 친구들과 함께 만나 인연을 맺게 됐어요. 평범하고 착한,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는데 딱 그런 사람이에요. 남편은 항상 꾸준히 운동을 하고 음식도 철저하게 가려 먹는 편이에요. 저는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도 다른 사람에게 컨트롤을 받아본 적이 없는데 제 생활을 많이 컨트롤해주죠.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는 동반자예요.
 

인터뷰가 있던 날, 촬영을 위해 최근 디자인한 구두를 가져와달라고 부탁했다. 아직 손볼 곳이 많다고 했지만 김효진다운 로맨틱하고 화려한 디자인이 여성들의 특별한 날을 다시 한 번 빛나게 해주리라는 데 의심이 없었다. 커다란 성공과 모든 것을 잃은 듯한 좌절을 겪으면서도 단 한 번도 구두가 싫었던 적이 없다는 그녀. 우연히 만나 조언을 구했던 크리스찬 루브탱의 말을 마음에 새기며 오늘도 처음 구두를 잡았던 성수동 공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디자인하세요.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지도, 트렌드에 얽매이지도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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