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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암 환자 가족 쉼터 건립하는 RMHC재단 고가영 부회장

2017-12-07 10:45

취재 : 황혜진 기자  |  사진(제공) : 이종수, RMH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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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 아내로 앤디 워홀展, 포르나세티展 등 굵직굵직한 전시 기획을 했던
고가영 씨가 소아암 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쉼터를 건립하는 어린이 복지재단의 부회장직을 맡았다.
연말 바자회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녀를 만나고 왔다.
“아이가 아프면 아이 혼자 아픈 게 아니에요. 부모도 함께 아프죠. 아이들은 보험 적용이 안 되는 경우도 많아서 가정이 무너지기도 하거든요. 그런 가정을 도울 수 있도록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보려고 해요.”

그는 앤디 워홀展, 포르나세티展 등 굵직굵직한 전시 기획자로, 패션 브랜드 본뉴마 경영자로, 또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의 아내이자 3살 아들의 엄마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 와중에 지난 10월 어린 시절부터 늘 마음에 품고 있던 꿈, 아픈 아이들을 돕는 일에 함께하자는 요청을 받고 소매를 걷어붙였다. 로날드맥도날드하우스재단(RMHC)의 고가영(38세) 부회장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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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질환 아동과 그 가족을 위한 쉼터를 건립해 운영하는 로날드맥도날드하우스재단 고가영 부회장.

로날드맥도날드하우스재단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저희 재단은 백혈병이나 소아암 같은 중증 질환 아동들이 먼 거리를 이동하지 않고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우스를 건립해 운영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아이들이 아프면 학업도 중단하거나 포기하게 되기 때문에 병원 안에서 공부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학습 프로그램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40여 년 전부터 전 세계 60여 개국에서 어린이 복지사업을 실시해왔고 한국 법인은 2007년에 설립됐어요. 글로벌 비영리 법인이지만 한국 법인은 한국 아이들 그리고 한국에서 치료받는 외국 아이들을 돕습니다. 내년 봄에 우리나라 첫 번째 하우스를 오픈해요. 많은 분들의 후원이 필요합니다. 기부해주신 금액이 눈에 확연하게 보여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재단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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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봄 경남 양산에 국내 첫 하우스를 오픈한다. 사진은 해외에서 운영 중인 하우스.

‘하우스’가 어떤 개념인지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소아암 환아를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은 주로 수도권이나 광역시에 집중돼 있어요. 지방권에 거주하는 아이들과 보호자는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고 다른 가족들과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내게 되죠. 저희 ‘하우스’는 중증 환아들, 장기 입원 환아들이 보호자와 함께 머물 수 있는 집 같은 공간이에요. 개별 욕실이 딸린 침실과 부엌, 식당, 세탁실,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과 놀이방을 비롯해 가족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공간들을 갖추게 됩니다. 1호 하우스는 양산에 있는 부산대학교 병원과 함께 병원 내에 건립하고 있어요. 부지는 병원에서 지원해주셨고, 창호, 바닥재, 주방가구 등은 기업에서 후원받았어요. 많은 분이 함께해주고 있습니다.

바자회를 계획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 이름을 따서 ‘Olivia BAZAAR(올리비아 바자)’라는 브랜드를 만들었어요. 재단 이름만 들어가면 딱딱하잖아요. 많은 분에게 다가가고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엄마랑 아기랑’이라는 부제목으로 엄마들을 위한 브랜드와 아기들을 위한 제품을 판매할 거예요. 11월 20일부터 22일까지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진행하고요. 12월 19일에는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갈라 디너 행사와 함께 진행합니다. 미래회 바자회나 아름지기 바자회처럼 인지도를 높여야죠. 그래야 더 많은 아이들을 도울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시 기획을 했었기 때문에 노하우가 있겠어요. 해외 명화들 가져오고, 후원받고, 진행하는 일을 했던 경험이 재단 일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이전에 우연한 기회에 지인들과 함께 바자회를 한 적도 있거든요. 그때 결과가 좋았었기 때문에 힘을 얻어서 이번 행사도 조금 더 의미 있게 기획을 할 수 있었죠. 경기가 안 좋다보니 물건을 조금이라도 싸게, 이왕이면 다양하게 보고 살 수 있는 바자회가 반응이 좋은 것 같아요. 기획이라는 게 미술이든 무엇이든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게 결국 맥락이 같더라고요. 워낙 일 벌리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해서 이 일이 잘 맞아요. 아이들에게 동시나 그림을 공모 받아서 시화전도 진행하는데요. 작가들을 섭외해서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본다든지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계속해서 모색해보려고 해요. 아이들이 야외 활동을 많이 하지 못해서인지 그림 그리고 글을 쓰는 데 감수성이 굉장히 발달해 있거든요.

미국상공회의소 이사장이자 로날드맥도날드하우스재단 회장인 제프리 존스 요청으로 재단에 합류했다고요. 제프리 존스가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이던 시절 알았고, 인연을 이어온 지 17년 정도 되었어요.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제가 하려는 일, 하고 싶은 일에 아낌없이 조언해주신 스승 같은 분이에요. 입버릇처럼 ‘나중에 뭐 하고 싶니?’라고 자주 물어보셨는데 그때 제가 재단을 운영하면서 아픈 아이들 돕는 게 소망이라고 말씀드렸거든요. 그걸 기억하고 계셨나봐요. 제가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고 나이도 찬데다 기획일도 했었으니 이제 좀 더 공감대를 가지고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불러주신 것 같아요. 사실 오래 하던 일을 과감히 그만두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워낙 하고 싶던 일이어서 전화를 받자마자 결심했어요.

게다가 무보수로 봉사하는 거라고 들었는데요. 하고 싶은 일을 다 마음대로 하며 살 수는 없잖아요. 다행히 기회가 주어졌고, 지난날 하던 일들 덕분에 제가 할 수 있고 보탬이 될 수 있는 일이 있겠다 싶었어요. 남편도 응원해주었고요. 너무 감사하죠. 마음이 여린 부분이 있어서 아이들 만나면 울컥울컥 눈물을 참지 못하거든요. 그런데도 내년에는 뭘 해볼까, 어떻게 더 해볼까 궁리하는 것이 너무 즐겁고 행복해요.

어릴 때부터 아픈 아이들을 돕고 싶었던 계기가 있나요? 초등학교 때 제일 친하던 단짝친구가 어느 날 백혈병에 걸려 멀리 떠났어요. 저한테는 많은 상처로 남아있는 기억이에요. 그때 친구가 입원한 병원에 자주 갔는데 병원에서 아픈 아이들을 많이 봤죠. 그 모습이 기억에 남아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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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급성림프구성백혈병 진단을 받은 민혁 군과 엄마. 장기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일이 많아 하우스 건립을 기다리고 있다.

하루 평균 3~4명 아이들에게 소아암이 발병한다고 하더군요. 치료 중인 아이들이 1만3000명이 넘어요. 평균 치료 기간이 2~3년인데, 병원에 가보면 3살에서 5살 정도 아이들이 많더라고요. 그전에 완쾌해서 퇴원하거나 하늘나라로 가는 거죠. 어제 병원에 다녀왔어요. 며칠 전부터 먹먹해서 잠이 잘 안 오더라고요. 5살 아이가 골수이식을 해야 하는데 생후 18개월인 동생 골수가 100% 일치해서 수술을 앞두고 있어요. 두 아이가 항상 붙어 다니는데 큰아이를 봐도 마음이 아프고, 작은아이를 봐도 마음이 아프고…(고 부회장은 아이들 이야기를 할 때마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저도 아이 키우니까 엄마 마음을 잘 알잖아요. 가녀린 팔에 링거 하나만 꽂아도 가슴이 찢어지는데… 아이 엄마들도 워낙 힘드니까 저희가 가면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시는데 ‘아이가 몇 개월이에요’ ‘저희 아이는 몇 개월이에요’ 하며 말을 건네면 또 금세 마음을 여시더라고요.

후원 방식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한다고요. 아무래도 남편이 온라인 쪽을 많이 아니까 일반적인 후원 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을 많이 해줘요. 보통은 은행 계좌에 후원자가 입금하잖아요. 요즘에는 모바일 이용자가 많다보니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후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상 중이에요. 워낙 카카오 직원들과 가족처럼 가깝게 지내는 터라 자문도 많이 구했죠. 카카오페이를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이미 기획이 나왔고 미팅도 마쳤어요. 아마 내년부터 이용하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기부 금액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잖아요. 한 달에 테이크아웃 커피 한 잔 건너뛰는 정도 금액도 아이들한테는 큰 도움이 돼요. 마음이 있어도 미처 실행하지 못했거나 절차가 복잡해 후원하지 못하시던 분들에게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획들을 준비 중입니다.

재단뿐 아니라 패션 브랜드 본뉴마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상이 굉장히 바쁠 것 같은데요. 많은 옷을 만드는 게 아니고 취미처럼 하는 일이라 부끄럽네요. 본뉴마는 출산 후 다른 엄마들과 이야기하다 아이디어가 나와서 우연히 시작하게 됐거든요. 엄마라면 공감할 거예요. 온통 아이 옷이나 아이 물건만 눈에 들어오거든요. 아이를 사랑할 수 있어 행복하지만 나를 위한 시간이나 소비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들을 나눴죠. 그래서 엄마들이 입기 좋은 옷을 소소하게 만들어보게 된 거예요. 출산 후에도 배가 좀 나와 있으니까 배를 적당히 가려주고 원단도 잘 늘어나는 편안한 옷을 만들어서 인터넷에 올렸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인친’이라고 하죠. 인스타그램 친구가 많이 생겼어요. 옷을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엄마로서 삶을 공감하고 서로 응원할 수 있어 좋아요. 사실 재단 일을 시작하면서 고민도 있었어요. 아이들 돕는 일을 하는 사람이 옷을 만들어 판매하는 게 맞는 걸까 싶었거든요. 그래도 본뉴마 덕분에 엄마들을 위한 다른 브랜드들, 아기를 위한 브랜드를 갖고 계신 분들과 인맥을 쌓게 돼서 바자회 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됐어요. 함께 하고 싶다고 지방에서도 많이 와주신다고 하니 든든하죠.

페이스북을 보면 남편이 바자회 홍보도 해주는 등 외조를 잘해주시던데요. 두 분 사이가 좋은 비결은 뭔가요? 저희 부부는 가족의 소중함이 뭔지 느끼고 알게 되었을 때 만났기 때문에 뜻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둘 다 워낙 사람을 좋아하고 소통과 교류를 즐기다보니 동반 모임이 많아요. 저희 집에 지인들을 초대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도 많죠. 특히 카카오 친구들은 저희 집이 오픈하우스인 것처럼 자주 드나들어요.(웃음) 가족이 정말 중요해요. 워낙 잠이 없고 부지런한 편이라 가능하면 많은 일을 하려고 하는데, 저보다 훨씬 바쁜 남편과 요즘 뒤돌아서면 보고 싶은 아들, 이 두 사람을 지키지 못하면 다른 일도 해내지 못할 것 같아요.

연말입니다. 올 한 해를 보낸 소회와 신년 계획이 궁금합니다. 올해는 저한테 변화가 많았어요. 10월 1일부로 맡게 된 재단 활동을 앞으로 열심히 해보려고요. 저도 한 아이의 엄마이기에 그 마음을 담아 최선을 다해보려 합니다. 한국 법인이 생긴 지 10년 되었는데 지금까지 어린이 병원학교 설치 지원이나 학습 프로그램 지원, 가족 캠프 지원 사업들을 해왔어요. 주된 사업인 하우스가 내년 봄에 완성되니까 이걸 기점으로 재정비해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임하려고요. 아픈 아이들이 정말 많아요. 저희는 소아암 센터에 있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기금은 하우스에서 운용하기 때문에 눈으로 확인하며 보람 있게 후원에 참여하실 수 있어요. 기업에서 큰 금액을 지원받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정기 후원자가 많아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거든요.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활용해서 열심히 홍보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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