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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편집장의 ‘밥 한 끼 하시죠?’ 02]“중딩 아들의 칭찬이 내 인생을 바꿨다”

요리연구가 선미자 미자언니네 대표

2017-11-09 09:53

글 : 이창희 편집장  |  사진(제공) : 김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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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셰프가 아니에요. 요리연구가로 불러주세요.” 종종 만나던 선미자 미자언니네 대표의 이 말을 그동안 귀담아 듣지 않았다. TV조선 <만물상>, EBS <최고의 요리비결> 등 요리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끄는 선 대표이지만 방송가 요리 프로그램들의 대세인 화성족(남자) 셰프들과 단순히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이겠지,라고 치부하고 말았던 것이다. 기자는 <여성조선>에 선 대표와의 음식 관련 연재기획을 앞두고 그녀의 스토리가 궁금했다.
10월 17일 기자는 선 대표가 운영하는 강남 역삼동 푸드 스튜디오를 찾았다.
선 대표가 손수 마련한 음식으로 밥 한 끼 하기로 한 것이다. 이날 선 대표가 ‘요리연구가’라는 타이틀을 고집하는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선 대표는 원래 의상학을 전공했다. 결혼 후 그녀는 강남에서 부티크 맞춤옷 숍을 열었다. 마침 의류 관련 비즈니스를 하던 남편의 도움으로 나름 자리를 잡아갔다. 의상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하지만 아내가 가정을 지키며 곁에 있기를 원하는 보수적인 남편의 반대로 그 뜻을 접었다. 하지만 자신의 전공을 어떻게든 살려보겠다는 의지는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 집에 있는 가구는 제가 20년 전에 직접 디자인해서 만들었고요, 잡지에 인테리어 관련 조언도 했어요. 그러다보니 일산 모 아파트의 가구 디스플레이를 맡기도 했었죠.”

하지만 그녀는 일반적인 강남주부를 벗어날 수 없었다. 여전히 보수적인 남편의 아내이자 사랑하는 두 아이의 엄마였던 것. 특히 활발한 성격 탓에 선 대표의 집은 동네 주부들의 참새방앗간이나 다름없었다.

“사실 그때 동네 주부들 사이에서 요리 잘하는 언니로 소문이 나 있긴 했어요. 우리 집이 참새방앗간이나 다름없어 주부들이 몰려오면 그때마다 제가 요리해주었는데, 다들 맛있다며 요리 관련 뭔가를 해보라고 부추기곤 했어요.”

하지만 선 대표가 요리연구가의 길로 나서게 된 데는 아들의 역할이 컸다. 나름 잘 성장하고 있는 딸인 첫째에 비해 당시 중학생이던 둘째 아들은 선 대표와 마음의 담을 굳게 쌓고 있었던 것.
 

선 대표의 인생을 바꾼 중학생 아들의 한마디
“엄마, 수제비가 너무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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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대표를 요리연구가로 이끄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아들 이혁준 군은 최근 미국 요리사관학교인 CIA에서 ‘매니지먼트 어워드’상을 수상했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대화가 잘되는 아들이었어요. 그런데 초등학교 4학년 무렵 외국에서 2년 정도 혼자 지낸 데다, 귀국했을 땐 사춘기에 접어든 중학생이다 보니 서로 대화의 길이 막힌 거예요. 학교에서 집에 들어오면 아예 입을 다물고 말을 안 하더라고요. 무척 속상했지만 아이 맘을 열기 위해 진짜 최선을 다했어요. 딸에게 미안했을 정도로요.”

비 오는 어느 날이었다고 한다. 중학교 1학년 아들이 선 대표가 감자를 넣고 끓여준 수제비를 먹고는 생각지 못한 말을 하더란다.

“엄마, 수제비가 너무 맛있어요.”

말만 하면 엄마가 싫다던 아들이 엄마를 칭찬하며 말문을 연 것이다. 날아갈 것처럼 기뻤던 선 대표는 이때부터 매일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놓고, 아들과 대화 시간을 기다렸다. 아들도 이후론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미주알고주알 얘기하기 시작했다.

“동네 주부들 사이에서 요리 솜씨를 인정받고 있었지만 통 말문을 열 것 같지 않던 자식과 대화의 길을 음식으로 열었잖아요. 그래서 음식은 소통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본격적으로 요리전문가의 길을 가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습니다.”

선 대표가 40대 중반을 막 넘어섰을 때 일이다. 주변에서 요리 솜씨를 인정받기는 했지만 식품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조리사 자격증마저 없는 게 맘에 걸린 선 대표는 케이터링 전문가반 등 1년여 동안 7곳의 요리 관련 학원을 다녔다.

“사실 학원에서 배운 게 별로 없었어요. 오히려 제가 결혼 후 줄곧 주부로서 가족들을 위해 20년 가까이 해온 요리들이 튼튼한 기본기를 만들어줬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죠. 더욱이 의상 및 가구 디자인 등을 통해 스타일링을 만들어가는 데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고요.” 
 
 
선 대표의 도시락 맛에 반한 ‘인수대비’ 채시라
아이웨딩 이바지 연결로 고급 한식 요리 인정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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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역삼동 푸드 스튜디오에서 요리 중인 선 대표(사진 아래)는 TV조선 ‘만물상’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선 대표는 가정에서 일반 요리수업을 시작했고, 실력이 구전으로 알려지면서 방송도 탔다. 이내 전문적인 요리사업을 시작하겠다며 강남에 매장(현 역삼동 푸드 스튜디오)을 냈다. 물론 이런 일들이 일사천리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보수적인 남편이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금은 남편이 백화점 음식사업을 관장하는 주식회사 미자언니네 대표를 맡는 등 선 대표를 적극적으로 돕고 있지만 한때 ‘가정의 위기’까지도 있었다고 한다.

선 대표는 그동안 가정에서 해오던 요리수업을 강남 매장으로 옮긴 데 이어 그릇 판매, 브런치 카페, 소규모 파티 진행, 삼성전자 쿠킹클래스 등으로 확장해나갔다.

“저는 요리를 전공하지 않았잖아요. 그래서 전문 셰프들을 두고 누구보다 열심히 여기저기 (식당 등을) 쫓아다니며 요리를 연구했어요. 처음 강남 매장을 열었을 때는 하루에 잠을 3시간밖에 안 잤어요.”

선 대표의 요리 솜씨가 널리 알려진 것은 이바지 음식사업을 하면서다. 이바지 음식사업은 6년 전 배우 채시라가 주연한 jtbc <인수대비> 드라마팀에 도시락을 제공한 게 인연이 됐다. 당시 도시락 맛에 반한 채시라가 남편 김태욱이 운영하는 웨딩서비스 전문회사인 아이웨딩에 이바지 음식사업을 연결해준 것이다. 유명 연예인 부부를 대거 탄생시킨 아이웨딩과의 이바지 음식사업으로 선 대표의 요리 실력이 급속도로 전파되면서 고급 호텔 등에서 러브콜을 받는가 하면 재벌기업 오너들의 예비신부 수업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렇게 해서 ‘미자언니네’(MIJA UNNINE)라는 브랜드가 탄생한 것이다.

“처음엔 브랜드를 영어도 사용하고 해서 좀 근사하게 만들어볼까 했어요. 한데 어느 강의에서 역발상 얘기를 듣고, 촌스럽지만 가까운 이웃처럼 친숙하면서도 신뢰가 가는 느낌의 ‘미자언니네’로 정했어요. 언니가 만들어주는 이유식, 밥상, 반찬이 좀 더 느낌이 오지 않나요?”

미자언니네는 현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 및 판교점, 현대프리미엄 아울렛점에서 50여 가지가 넘는 일품한식 반찬 및 요리를 판매하고 있다.

선 대표의 멀티 소스는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요리 수업을 받는 주부들은 복잡한 걸 싫어하더군요. 종합 소스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반찬의 특성이 아침 즉석 음식이다 보니 매일 50〜60가지 음식을 만드는데 소스가 다 틀리면 못 하거든요. 그래서 요리별 군을 모아서 예컨대 무침 소스, 강정 소스, 부침 소스 등을 만들었는데 그게 멀티 소스인 거죠.”
 

마켓컬리와 인터넷 반찬사업 콜라보 시작
누구나 좋아하는 대중음식 널리 제공하고 싶어

선 대표의 넥스트 사업은 무엇일까?

인터넷 반찬사업이다. 온라인 푸드마켓인 마켓컬리와 콜라보를 준비하고 있다. 선 대표는 음식 관련 모든 것을 해보겠다는 당찬 의지를 갖고 있다.

“정직하고 맛있고 행복하고, 그래서 누구나 좋아하는 대중음식을 널리 알리는 게 제 꿈입니다. 음식을 통해 제가 자식과 소통했듯이 음식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아울러 대중도 음식을 통해 가정에서 잘 소통해나갈 수 있게 말이죠.”

선 대표의 아들 이혁준 군은 중학교를 마치고 외국인 고등학교로 옮겼다가 엄마의 뜻을 이어 미국 요리사관학교인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에 진학, ‘매니지먼트 어워드’라는 큰 상을 받고, 지금은 라스베이거스 네바다 대학교 호텔경영학과 3학년으로 편입했다고 한다.

선 대표가 셰프가 아닌 요리연구가라고 주장하는 이유를 눈치챘는가?

그녀는 입버릇처럼 말하듯 요리 관련 전공자가 아니다. 그녀의 말대로 요리 재능이 기본적으로 뛰어났고, 20여 년간 다져온 주부로서의 탄탄한 요리 실력에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한 것이 오늘의 그녀를 만들었다. 자신이 (셰프로 가기 위해) 요리를 공부하는 학생이었으면 오늘날의 자신은 없었을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녀가 셰프가 아닌 요리연구가임을 당당하게 주장하는 이유일 것이다.
 
 

 
밥 한 끼
스테이크 & 마늘밥 퓨전 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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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자 요리연구가와의 반 한 끼는 그녀의 강남 푸드 스튜디오에서 손수 만든 음식으로 했다. 하얀 삼각형 접시에 정갈하게 올린 ‘고품격’ 냅킨, 테이블러너 위를 수놓은 이파리와 빨간 꽃으로 이뤄진 테이블 세팅은 한 끼 식사의 식욕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저는 원래 한식 전공이잖아요. 해서 한식을 가미한 퓨전 양식을 준비해봤어요.”

스테이크(살치살)에 새우와 장어 요리가 메인 접시에 올랐다. 그 빈 공간은 씨겨자와 바질페스토로 만든 소스, 시금치무침이 차지했다. 스테이크를 소스에 묻혀 시금치무침을 얹으니 맛이 색달랐다.

“강남 모 고급 스테이크 전문점에서 스테이크와 함께 내온 시금치무침을 먹어봤더니 특이하더라고요. 그걸 응용해서 조금 다르게 시금치를 쪄서 우유, 치즈 등을 넣고 묻혀봤어요. 근데 제 것이 더 맛있는 거 같아요.(웃음)”

마늘기름으로 볶은 밥에 쪽파를 잘게 썰어 얹은 ‘마늘밥’은 은은한 마늘 향에 쪽파의 씹히는 맛이 특이하면서도 입에 착 달라붙었다.

탄산음료보다는 여리게 살짝 톡 쏘는 듯한 물김치는 입안은 물론 위장을 시원하게 만들었고, 아삭한 가지강정과 고기가 빠져도 탱글탱글한 면발만으로도 충분하다 싶은 잡채는 이번 퓨전 양식의 완결판인 셈.
 
 

 
<선미자 대표 프로필>

40대 중반 요리연구의 길로 들어선 그녀는 2010년 2월 ‘미자언니네’ 출범과 함께 쿠킹클래스 사업을 시작했다. 특히 그해 5월 폐백 이바지 도시락 사업에 뛰어들면서 정몽준 현대아산재단 이사장 자녀, 국가대표 축구선수 이청용, 탤런트 이병헌 이민정 등 유명인들의 이바지를 진행했다. TV조선 <만물상>, EBS <최고의 요리비결>, mbc <기분 좋은 날> <생방송 오늘저녁>, KBS <생생 정보통> 등 다수 방송에 출연했거나 출연 중이다.

저서 <미자언니네 맛깔난 오늘 밥상> <미자언니네 맛깔난 아기 밥상> <두뇌발달 미자언니네 안심 이유식>
홈페이지 www.mijaunnine.com
블로그 http://blog.naver.com/mijaun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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