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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리굴리 프렌즈’ 김현 작가의 동화같은 이야기

2017-10-17 09:42

취재 : 서재경 기자  |  사진(제공) : 신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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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 불문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은 김현 작가의 동화 같은 이야기.
앙증맞은 피규어들과 알록달록한 일러스트, 귀여운 인형들…. 인터뷰를 위해 방문한 김현 작가의 작업실은 마치 동화 속 주인공이 사는 오두막집 같았다. 유아용 인지 그림책과 성인용 캐릭터 굿즈를 함께 내놓으며 아이들과 어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김 작가 특유의 감성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김 작가는 데이지·포비·시로·로피 네 명의 캐릭터로 ‘굴리굴리 프렌즈’라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굴리굴리라는 여름 숲에 살고 있는 네 캐릭터는 김 작가가 펴낸 그림책 속을 종횡무진하며 아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30 성인 여성들의 동심을 저격하는 캐릭터 굿즈로도 변신해 연령을 불문하고 인기를 끄는 중이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이뤄지는 아트북 제작도 많은 이들의 참여로 매년 이어지고 있다.    

전 연령의 마음을 사로잡다 보니 각종 기업과 브랜드의 컬래버레이션 제안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오픈한 스타필드 고양과 손을 잡고 오픈 기간 동안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했는가 하면, 신라호텔·빙그레·후지필름 등 쟁쟁한 기업들과의 컬래버레이션에도 참여했다. 지난 5월 어린이날엔 ‘굴리굴리 프렌즈’ 캐릭터들이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메인을 장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제 캐릭터들이 연예인 같았으면 좋겠어요. 어떤 캐릭터들은 그룹으로 활동하고, 어떤 캐릭터들은 솔로로 활동하고. JYP나 SM 소속 연예인처럼요.”(웃음)

수줍게 웃으며 꺼낸 말에는 캐릭터에 대한 그의 애정과 욕심이 녹아 있었다. 해보고 싶은 것도, 꿈꾸고 있는 것도 많은 ‘어른이(어른+아이)’ 김 작가의 동화는 지금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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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거 무척 쑥스러워하시던데요. 사진이 안 나오는 게 바람직한 것 같아요.(웃음) 그래야 다른 거 신경 안 쓰고 그림만 그릴 수 있잖아요. 작품이 제 얼굴과 연관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 작품을 보고 외국 작가이거나 여자 작가일 거라고 착각하시는 분이 많더라고요. 제 얼굴 보고 실망하시지 않을까요?(웃음) 그냥 편견 없이 그림을 봐주셨으면 해요. 

‘굴리굴리’라는 이름에 뜻이 있나요? 대학교 때 과제로 게임을 만들었어요.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거든요. 그때 만든 게임 이름이 ‘굴리굴리’였어요. 주사위를 굴리는 게임이라 ‘굴리굴리’였죠.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는데 그림책 작가가 되셨군요. 디자인을 하면서도 계속 그림이 좋더라고요. 학교 다니면서도 디자인을 자꾸 그림 쪽으로 풀어서 교수님이 별로 안 좋아하셨어요.(웃음) 대학교 3~4학년 때 공모전에 참여했는데 결과물로 그림책이 나왔어요. 신기하더군요. 졸업 후 회사를 다니면서도 투잡으로 꾸준히 책 작업을 했죠. 그러다 개인 작업량이 많아져서 회사를 그만두었고,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그림책 작가 일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림은 언제 시작하셨나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항상 꿈이 화가였어요. 그때 처음 그림을 잘 그린다는 걸 알았거든요.(웃음) 상도 많이 받고. 그릴 줄 아는 게 그림이니까 계속 꾸준히 그렸어요. 고등학교도 미술고등학교를 졸업했고요.

‘굴리굴리 프렌즈’를 소개해주세요. 데이지·포비·시로·로피 이렇게 네 명의 캐릭터가 있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여름 숲의 그늘 같은 느낌을 좋아하는데요. 캐릭터들을 ‘굴리굴리’라는 여름 숲에 살게 하자고 생각했어요. 시로는 눈사람인데 겨울 숲에서 태어났지만 추운 게 싫어서 굴리굴리 숲으로 온 거고, 로피는 우주에서 여행하다가 굴리굴리 숲에 와서 살게 된 친구예요. 데이지와 포비는 굴리굴리 숲에서 살던 친구들이고요. 데이지와 포비가 주인공이고, 친구들은 점점 추가되고 있어요.(웃음)

그림책만큼이나 ‘굴리굴리 프렌즈’ 캐릭터도 많이 알려졌습니다. 제가 처음 전업 작가로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그림으로 상품을 만드는 일이 거의 없었어요. 독자들이 제 그림을 찾는 구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캐릭터 상품화를 시작한 거죠. 전시도 하고 상품도 노출시키고 하다 보니까 점점 알려지게 된 거예요.

그림책 작업은 공이 많이 들 것 같아요. 제 그림이 단순하고 직관적인 면이 있는데, 단순해서 더 그리기 어려운 부분도 있어요. 물론 책마다 다르긴 해요. 안 풀리는 건 정말 힘들고, 잘되는 건 금방 끝나고요.

그동안 ‘신라호텔’ ‘빙그레 바나나우유’ ‘후지필름’ 등 다양한 기업과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요? 어린이날 ‘네이버’ 메인 화면 로고 작업을 한 적이 있어요. 이런 경우가 처음이었는데, 전화가 되게 많이 오더라고요. 가족과 캠핑 가던 중이었는데. 저는 업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축하 받을 일인가 싶었죠.(웃음) 많은 사람이 보는 사이트에 노출된다는 게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최근엔 ‘스타필드 고양’ 오픈에 맞춰 컬래버레이션 전시도 하셨죠? ‘별고양이’라는 캐릭터를 대형 풍선 형태로 만들어 전시하는 아트 프로젝트였어요. 사실 캐릭터를 큰 풍선으로 만드는 작업을 계속해보고 싶었는데, 먼저 제안이 들어와서 좋았죠. 제 캐릭터를 크게 보는 기회가 자주 주어지진 않잖아요. 현장에 가보니 아이들이 풍선을 받으려고 줄 서 있고 반응도 좋아서 신기했어요. 

아이뿐 아니라 부모들도 ‘굴리굴리 프렌즈’를 좋아하던데요. 참 고마운 부분이에요. 부모님들이 많이 좋아해주셔서. 사실 저도 ‘굴리굴리 프렌즈’가 유아용인지 성인용인지 헷갈리는 부분이 있어요.(웃음) 피드백을 보면 2030 세대가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해요. 아이들은 그림책 외에 굿즈를 접할 나이는 아니니까요.

아이뿐 아니라 성인도 좋아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걸 알면 좋을 텐데.(웃음) 잘 모르겠어요. 저는 제 그림의 포인트가 따뜻한데다 어렵지 않고 직관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고민할 필요 없는 그림들이거든요. ‘이게 무슨 의미일까?’ 생각하는 그림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요즘같이 복잡하고 생각할 것도 많은 때에 단순해서 좋아하지 않을까요?(웃음) 풍경을 보면 기분 좋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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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는 일러스트와 스토리 작업을 모두 담당하고 있습니다. 영유아 그림책은 글·그림을 동시에 맡아서 하는 경우가 드물어요. 이전에 ‘김현’이란 이름으로 나온 책들은 출판사에서 의뢰를 받아 그림만 그렸지만, ‘굴리굴리’란 이름을 걸고 내는 책들은 글과 그림 모두 제가 기획하죠. 작품 속 세계관을 정립해서 작가의 색을 많이 넣어 책을 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앞으로 낼 책들이 더욱 중요한 작품이 되겠군요. 아무래도 그렇죠. 의뢰받은 그림책 작업을 하며 경험을 했으니까 이젠 제 걸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괜찮은 책을 내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작품에서 사랑스러운 감성, 동심이 많이 묻어납니다. 특별히 영감을 받는 곳이 있나요? 개인적인 생각인데, 제가 시골에서 자랐어요. 팬티만 입고 수영하고 산에 토끼 잡으러 다니고.(웃음) 어린 시절 그런 기억들이 큰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어린 시절 어떤 아이였는지 궁금한데요. 그림밖에 그릴 줄 몰랐어요. 그런데 저보다 그림을 잘 그리는 애가 꼭 한 명 있었어요. 굉장히 스트레스 받으면서 ‘나는 왜 항상 2등이고, 은메달이지?’ 고민하고.(웃음) 아버지가 구둣방을 하셨는데 손재주가 좋으셨어요. 종종 저한테 그림도 그려주셨는데, 그 영향도 받은 것 같아요.

작업실 벽에 ‘좋은 아빠상’이 걸려 있습니다. 좋은 아빠이신가 봐요?(웃음) 다 주는 상이에요.(웃음) 중학교 1학년 딸과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있어요. 예전엔 일중독이라고 할 정도로 작업을 많이 했어요. 거의 매일 오전 7~8시에 출근해서 밤 12시에 퇴근하곤 했죠. 일을 많이 하다 보니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못 보내서 아쉬운 부분이 많아요.

아이들이 아빠 자랑을 많이 할 것 같습니다. 잘 모르겠어요. 맨날 그림을 그려서인지 제 책이 나와도 별 감흥이 없더라고요. 책이 나와서 자랑하려고 집에 가져가면 실망할 때가 많아요.(웃음) 주변에서 그런 얘기 많이 듣거든요. 아빠가 그림을 그리니까 아이들이 좋아하겠다고. 그런데 배우 자식들이 아빠가 TV에 나온다고 신기해하지 않잖아요.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오히려 아이 친구들이 제 그림을 좋아해요.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가 있나요? 예전부터 리즈벳 츠베르거를 좋아했어요. 어른도 좋아하는 깊이 있는 그림을 그리는 분이거든요. 일본의 초신타 작가 그림도 좋아해요. 그림체가 마치 아이가 그린 것 같거든요. 저도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나이 들어서도 아이들이 그린 듯한 느낌과  상상력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 부러워요.

그림책 말고도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나요? 제 캐릭터를 SM이나 JYP 소속 연예인들처럼 키우고 싶어요.(웃음) 캐릭터들이 서로 다른 팀으로, 때론 솔로로 활동하는 거죠. 캐릭터 기획사를 구축해보고 싶어요. 아직은 제 그림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으니까 시스템을 만들어서 좀 더 체계적으로 알리고 싶어요. 유럽 7~8개국에서 책을 출간했는데 좀 반응이 있어서 유럽이나 일본에서도 활동해보고 싶고요. 국내는 출판 시장이 작아서 외국으로 나가고 싶어요.

얘기를 듣고 보니 그림에서 북유럽 느낌이 나는데요? 그런 얘기 많이 들어요.(웃음)

김 작가가 그리는 동화 같은 꿈이 있나요? 나이 들면 작고 예쁜 그림책 미술관을 하나 만들고 싶어요. 일본에 모리노우치 미술관이라고 그림책 미술관이 있어요. 산속에 있는데 겨울엔 곰이랑 사슴이 막 내려와요. 차가 없으면 못 가는 곳에 있죠. 전시를 1년에 네 번씩 하거든요. 그럼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와요. 그런 예쁜 미술관이 하나 있었으면 해요. 저도 제 그림책을 보여줄 수 있는 미술관을 만드는 게 꿈이에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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