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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편집장의 ‘밥 한 끼 하시죠?’ 01]“확 바뀐 민속박물관으로 놀러 오세요.”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

2017-09-29 11:40

글 : 이창희 기자  |  사진(제공) : 안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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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기자는 국민(초등)학교 시절 선생님 손에 이끌려 간 게 처음이었다. 중학교 때 선생님이 내준 숙제를 하기 위해 간 게 두 번째 방문이었다. 그 후론 가본 기억이 없는데, 그곳에 무엇이 전시되어 있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뭔가 형용할 수 없는 고리타분한 이미지들만 떠오른다. 이런 국립민속박물관이 요즘 재미난 행사들로 ‘손수 찾는’ 관람객이 ‘끌려오는’ 이들보다 부쩍 많아졌다고 한다. 그동안 벌인 일들을 대충 들여다봤더니 그럴 만했다.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과 밥 한 끼 하면서 그간 얘기들을 들어보기로 했다.
‘먹으러 가는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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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4일 서초동 서래마을 카페거리 뒷골목에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7’의 우수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우참판에서 천진기 관장을 만났다. 이곳은 일반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든 고깃집으로, 한때 배우 구혜선 씨가 카페를 운영했던 곳이기도 하다.

“저는 박물관에 놀러 간다는 말을 가장 좋아합니다. 두 번째는 먹으로 간다는 것이고, 세 번째가 공부하러 간다는 겁니다.”

국립민속박물관에 대한 기자의 어린 시절 부정적인 기억에 대한 천 관장의 일성이었다. 요즘 ‘놀러가는 박물관’ 프로젝트를 한창 진행 중인 천 관장은 지난해 ‘먹으러 가는 박물관’ 프로젝트를 맘먹고 시도한 적이 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교수가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적이 있어요. 젊은 친구들이 어느 지역 문화답사를 간다 치면 그곳 맛집도 함께 가잖아요. 삼청동 먹쉬돈나 떡볶이집에 줄 선 젊은이들을 보면서 박물관에도 뭔가 맛있는 먹거리를 투입하면 저 줄이 박물관에서도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젊은이들 사이에는 유명한 빵집, 예컨대 대전의 성심당, 군산의 이성당, 전주의 풍년제과 등등의 빵 2백 개를 박물관에 갖다 놓으면 우리가 문 열기 전에 젊은이들은 먹으러 2백 명이 줄을 설 것이고, 맛있는 것 먹다가 자연스레 전시도 볼 것이라고 봤죠.”

천 관장은 직원들의 만류에도 군산 이성당 빵집의 빵을 갖다 놓기로 했다. 한데 박물관에서 빵을 파는 게 식품위생법 등 난제에 부딪혔다. 그러나 그의 고집을 누가 말리랴. 그는 판교 인근 한 백화점에서 군산 이성당 빵을 판다는 얘길 듣고 “왜 거긴 되고 우린 안 되느냐”고 따졌다고 한다. 백화점은 이성당 빵 제조의 마지막 공정을 백화점 자체에서 거치게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

천 관장의 ‘먹으러 가는 박물관’ 프로젝트는 미뤄진 것일 뿐 아예 접은 것은 아니다. 그는 “미술관·박물관 등의 내부 카페·식당 고급화가 세계적 추세다.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더 모던(The Modern)’은 세계적인 레스토랑 가이드 미쉐린으로부터 별 하나를 받아 방문객들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입체적이고 총체적 관람으로 박물관 관람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며 아직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먹으러 가는 박물관’은 잠시 접고,
‘놀러 가는 박물관’ 프로젝트로 G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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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관장이 가장 좋아하는 ‘놀러 가는 박물관’ 프로젝트는 물론 진행 중이다.

“‘놀이가 밥이다’라는 연재기사를 흥미롭게 읽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강요된 지식과 고착화된 전달 방식이 아니라, 신나게 놀면서 배울 수 있는 박물관입니다. 이는 모든 박물관 관람객에게 우선되어야 할 중요한 화두이기도 합니다. 박물관은 놀면서, 쉬면서 위로받을 수 있는 ‘쉼’의 공간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이제 박물관은 변해야 합니다.”

2014년 10월의 <청바지 특별전>은 대표적인 사례다. 19세기 중반 미국 서부광산 노동자들의 작업복으로 탄생해 세계인의 일상복이 된 청바지의 민속학적 의미를 재미있게 해석해 전시한 것이다. <청바지 특별전>에는 2년에 걸쳐 영국·미국·독일·일본·인도 등지에서 해외 청바지 현지조사를 벌여 국내외 각종 청바지와 관련 역사생활문화 자료 등 2백57건 3백90점을 선보였다. 청바지 창시자이자 리바이스 설립자 리바이스 트라우스의 생가 박물관에서 가져온 청바지는 물론 재미교포 기업인들이 운영하는 세계적인 프리미엄 진 브랜드인 씨위(SIWY DENIM), 허드슨 진(HUDSON JEANS) 및 미국 청바지 브랜드인 에이지 진(AG JEANS), 국내 대표 청바지 브랜드인 제이앤드제이글로벌(잠뱅이) 등 최근 유행하는 브랜드의 청바지들도 전시해 젊은이들은 물론 중장년층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의 청바지 남성 모델인 이재연 모델라인 회장이 전하는 청바지와의 첫 만남, 통기타 가수 양희은 씨의 청바지에 얽힌 사연 등을 담은 영상으로 1970년대 시대상도 소개했다.

“160년 전 미국 금광 광부들의 튼튼한 작업복으로 출발한 청바지는 한국전쟁에 참여했던 미군 작업복으로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었습니다. 청바지는 현재 1년에 18억 개가 팔릴 정도이니 세계 공통 문화라고 할 수 있죠.”
 

쓰레기에 묻힐 뻔한
정약용 부인의 치마에 쓴 시집 <하피첩>

올 7월부터 10월 말까지 프랑스 국립 유럽지중해문명박물관과 공동으로 전시하고 있는 <쓰레기X사용설명서>라는 특별전도 마찬가지다. 이번 전시에서는 ‘유리병 등잔’ ‘포탄피 재떨이’ 등 쓰레기 활용사를 알려주는 유물·사진 자료 3백여 점과 함께 물건을 오래 쓰고, 재활용하는 사람들 이야기 등이 선보였다. 특히 쓰레기로 버려질 뻔했던 문화재 ‘하피첩’ ‘영조대왕태실석난간조배의궤’ ‘미인도’(고산윤선도유물전시관)와 이들의 스토리도 만날 수 있다.

“다산 정약용의 부인 홍 씨는 결혼 30년이 되던 해 유배 간 남편을 그리는 간절한 마음으로 시집올 때 입은 붉은 비단 치마에 시를 적어 다산에게 보냅니다. 다산은 이 치마를 고이 간직하다 마름질해 두 아들에게 훈계와 격려의 글을 적어 보내는데, 이것을 첩으로 역은 것이 <하피첩>입니다. <하피첩>은 2004년 폐지를 줍던 할머니 손에 있었는데 부산저축은행 대표가 이를 비범하게 보고 자신의 폐품과 교환한 것이었는데 국립민속박물관이 이를 경매에서 낙찰 받아 소장하게 되었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현재 소장하고 있는 전시품은 13만여 점으로 그중 2%인 2만6천여 점만 현재 전시 중이고 나머지는 수장고에 보관 중이다. 2002년 월드컵 축구경기 때 응원단인 ‘붉은악마’가 사용했던 가로 40m 대형 태극기도 보관 중이다. 무게가 27톤에 달한다고 한다.
 

“돌, 학예회, 회갑연 VHS 비디오 무료로
디지털 작업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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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관장의 ‘놀러 가는 박물관’ 프로젝트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다. 올 상반기에 완료된 중장년층 건강 프로그램인 ‘100세 시대 건강을 지키는 체조’ 프로그램은 국립민속박물관 제 3전시실 ‘치유’ 전시와 연계했다.

“건강을 살피지 못한 채 열심히 일만 해온 중장년층이 이제는 자신의 건강을 살피며 건강한 노년을 준비하길 바라면서 건강 증진을 위한 한방 민속문화 관련 교육을 마련했었습니다.”

올 4월부터 11월까지 실시하는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박물관 첫걸음’ ‘병아리 민속교실’은 신체 및 사고력 발달을 위해 전래동화와 전시실을 연계 체험토록 했다.

가정에서 갖고 있는 돌잔치, 성인식, 결혼식, 회갑연, 장례식, 제례 등과 같은 일생의례나 입학식, 졸업식, 소풍, 운동회, 학예회 등 일상생활의 아날로그 영상을 무료로 디지털화하는 프로그램도 실시 중이다.

천 관장은 “수집한 영상을 소중한 생활문화유산으로서 보존·활용할 예정이다”며 “비윤리적 내용이 아니라면 수집에 있어 특별한 제약은 없으나, 저작권 및 초상권 분쟁의 소지가 있는 영상은 수집에서 제외된다”고 말했다.

11월 초엔 안동 상여집에서 배뱅이굿 등 퍼포먼스도 구상 중이다.

이 같은 천 관장의 아이디어에 힘입어 민속박물관 입장객은 관장이 되던 첫해인 2011년 2백34만 명에서 2012년 2백64만 명, 2013년 2백70만 명, 2014년 3백27만 명으로 지속 증가했다. 그러나 외국인 관람객이 70%에 육박하는 민속박물관의 특성상 지난해 사드 등의 영향으로 중국관광객이 줄면서 2백76만 명으로 떨어졌고, 올해는 8월 말 현재 1백30만 명으로 급격히 줄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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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래마을 우참판

서래마을 카페거리 뒷골목의 숙성 한우 전문점 ‘우참판’(김원태 대표)은 2016년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7’의 우수 레스토랑으로 선정됐다.

우참판은 ‘쇠고기를 굽는 진짜 판’ ‘소고기의 참판(조선시대 차관격의 직함)’ 등의 뜻을 담았다고. 우참판은 15일간 숙성한 고기를 요리 직전에 바닷물을 끓여 만든 자염이라는 소금으로 간을 한다. 고기에 최대한 균일하게 간이 배게 하기 위해서다. 미쉐린 가이드는 “부드러운 숙성 쇠고기의 진정한 맛을 보고 싶다면 우참판이 답이다”라며 호평했다고 한다. 우참판 우상호 공동대표는 “누구든지 원하면 고기숙성의 비밀을 공개하겠다”고 선언했다.

우참판은 고기를 구울 때 5kg짜리 참판(무쇠판)에 구워 식지 않고 온기가 잘 유지되도록 하고, 구운 고기는 자르지 않고 결을 따라 찢어 고기 본연의 맛을 잘 살릴 수 있게 했다.

현 우참판 식당은 가정집을 개조한 것이라 비좁아 인근으로 이사할 계획이라고 한다.
 
 

 
<천진기 관장 프로필>

경상북도 안동에서 1962년 8녀2남 중 장손으로 태어난 그는 어머니가 짠 삼베를 팔아, 초등학교 2학년 때 안동 시내로 이사를 나왔지만, 부모 곁을 떠날 수 없어 안동대학교에서 민속학을 공부했다. 1989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사로 출발해 박물관에서 외길을 걸어온 그는 국립중앙박물관 유물관리부와 문화재관리국 예능민속연구실, 국립민속박믈관 민속연구과장을 거쳐 2011년 5월 제13대 국립민속박물관장에 올랐다. 저서로는 <운명을 읽는 코드 열두 동물><한국동물민속론>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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