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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에 나이프 그림을 거는 서예림 화가

부드러운 모노톤에 강인한 나이프 터치 화법

2017-07-17 09:42

취재 : 황혜진 기자  |  사진(제공) : 안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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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그림과 쏙 빼닮은 화가를 만났다.
차분하고 우아한 말투는 그의 모노톤 그림과 닮아 있었고, 평생 놓지 않았던 꿈을 결국 이뤄낸 강단은 그의 힘 있는 나이프 터치와 닮아 있었다.
우연히 고흐의 그림 <해바라기>를 보고 화가의 꿈을 꾸게 된 소녀가 있었다. 한 번도 그 꿈을 놓아본 적이 없건만 작가가 되는 데 자그마치 30년에 달하는 시간이 걸렸다. 김해 출신의 유화 작가 서예림(50)의 이야기다.
 

평생 꿈꾸던 작가가 되기까지

“어릴 때부터 손으로 뭔가 그리고 낙서하는 걸 좋아했어요. 앉아 있을 때면 가만히 있지 못하고 연필로 뭐든 그렸죠. 7남매 중에 여섯째인데 언니와 오빠들이 도회지에 나갔다 오며 사다 주는 책을 보며 자랐어요. 어느 날 한 잡지책에서 고흐의 작품을 만났죠. 아 정말 어떻게 하면 이런 작품을 그릴 수 있을까. 그때부터 줄곧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초등학교 4학년 때 친정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형편이 되지 못했다. 학창시절 미술대회에 나가 꾸준히 상을 탔고, 고등학교 졸업 후 미대 진학을 꿈꿨으나 결혼과 함께 생계를 위해 나서게 됐다.

“결혼도 사실 제가 하고 싶은 그림 공부 마음껏 시켜주고 미대에도 보내주겠다고 해서 했는데, 살아가는 게 중요하니까 마음대로 안 되더라고요. 제과점도 운영했고 사회적기업 카페를 맡아 운영하기도 했어요.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그림만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퇴근 후에 계속 습작을 그렸어요. 3시간 이상을 자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러던 어느 날 지인의 부음이 전해졌다. 업무차 중국에 갔던 것을 기회로 북경문화센터에서 서양화 과정을 이수하고, 한국에 돌아와 인제대 평생교육원에서 서양화 과정을 들으며 경제활동과 작품활동을 병행하고 있을 때였다.

“잘 아는 분이 식사를 잘 못 하신다고, 또 식사를 안 하는데도 배가 고프지 않다고 하시더라고요. 병원에 가보니 위암 말기였어요. 한 달 만에 돌아가셨죠. 사람이 갑자기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계속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평생 하고 싶었던 거니까 지금 당장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작가의 길에 뛰어든 지 13년이 흘렀다. 그동안 3번의 개인전과 60여 번의 단체전을 거쳤고 경남여성미술대전 특별상, 한국통일문화대전 특선, 김해전국미술대전 특선 등을 받았다.

“지금 생각하면 준비 기간이 너무나 길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가 허락을 해줘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던 것 같고, ‘너는 왜 너 하고 싶은 것만 하니?’라는 말을 들을까 봐 두려웠던 것 같기도 해요. 겁이 많았던 거죠. 조금 더 빨리 용기를 냈으면 좋지 않았겠나 생각도 해요. 하지만 시기가 빠르고 늦고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지금은 작품을 하는 데 있어서 두려운 게 하나도 없어요. 제가 표현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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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因緣, Connection)>, Oil On Canvas, Palette Knife, 52×33㎝(10M),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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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鄕愁, Nostalgia)>, Oil On Canvas, Palette Knife, 162.2×97㎝(100M),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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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로(通路, Passage)>, Oil On Canvas, Palette Knife, 162.2×130.3㎝(10F), 2016


모노톤의 부드러움과 나이프 터치의 강인함

서예림 작가는 전시회를 가서 보거나 좋은 작품을 만났을 때 가르침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직접 그 작가들을 찾아가 사사했다.

“중국에서 시작해 다섯 분 정도의 스승님께 배웠어요. 어떤 선생님은 본인의 스타일대로 고집스럽게 가르치셨고, 어떤 선생님은 제가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두기도 하셨죠. 많이 힘들기도 했는데 그 모든 것이 저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돼서 참 감사해요.”

그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지 않고 오랜 시간 독학을 했다. 때문에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더더욱 열심히 했단다.

“전공을 안 하면 작품을 낮게 보기도 하고 공모전에 나가더라도 프로필이 우선시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기쁘게도 지난 4월에 부산지방검찰청 서부지청 공모전에 당선됐어요. 저는 김해 출신이라 부산에 파고들기가 힘들거든요. 또 다른 작가분들이 얼마나 화려하신지도 잘 알고 있어서 기대를 안 했어요. 다른 분들도 내정자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당선됐느냐고 물어보세요. 저한테는 여러모로 의미가 컸습니다.”

7월 입주하는 새 청사에 걸릴 그의 작품은 <향수>다. 그가 고집스럽게 그려나가고 있는 유화 그리고 나이프화(Knife Painting)로, 최근 천착하고 있는 ‘머루포도’를 소재로 했다.

“어릴 적 어머니가 오일장에 다녀오시면서 저랑 제 동생을 위해 간식을 사 오셨거든요. 뒷동산에 앉아 있으면 돌아오는 길이 보여요. 머리에 뭘 이고 오시는 어머니 모습이 보이기까지 두세 시간씩 기다릴 때도 있었죠. 배가 고프니까 머루포도를 따 먹기도 했는데 그 작은 알이 얼마나 달콤했는지 몰라요.”

그의 그림에는 묵직한 매력이 있다. 붓 대신 나이프로 여러 번 겹쳐 올린 물감이 주는 중후함, 아크릴을 배제하고 전통적인 유화물감만 이용해 우아하게 빼낸 모노톤이 그의 부드럽고도 강인한 성정과 묘하게 닮았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산다고 해도 맞을 것 같아요. 언제 눈을 감게 될지 모르겠지만 제 작품이 변하면 변하는 대로 가진 게 없으면 없는 대로, 그림만 그릴 수 있다면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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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갱이  ( 2017-08-31 )  수정 삭제    답글 찬성 :1   반대 : 0
사진이지만 색감이 따뜻하게 느껴지네요.
그림도 좋지만 인생이 더 멋지네요.
서예림 화가님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