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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남편, 김치 맛 구별하는 진짜 한국 사위예요”

미국 최초 한인 출신 주지사 부인 유미 호건

2017-07-12 09:58

취재 : 황혜진 기자  |  사진(제공) : 메릴랜드 주지사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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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사상 최초의 한인 출신 주지사 퍼스트레이디인 유미 호건 여사를 바다 건너 이메일 인터뷰로 만났다. 결혼 14년 차, 이제 남편은 맛없는 김치와 맛있는 김치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진짜 한국 사위가 됐다고 했다.
유미 호건 여사, 짐 포츠 메릴랜드 주 교통부 차관.
올해 초 지지율 73%로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지사 2위에 오른 래리 호건(Larry Hogan·61) 메릴랜드 주지사는 한국어로 또렷하게 자신을 ‘한국 사위’라고 소개하곤 한다. 그의 아내가 1세대 한국계 미국인인 유미 호건(Yumi Hogan·한국명 김유미·57) 여사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50개 주와 워싱턴 DC로 이뤄져 각 주가 독립된 자치권을 갖고 주지사가 각 주의 대통령 역할을 하기 때문에 주지사 부인을 퍼스트레이디라고 부른다. 호건 여사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한인 출신 주지사 퍼스트레이디다.

그는 이민 1세대로 홀로 세 딸을 키우던 싱글맘에서 유명 화가이자 예술대학 교수로 우뚝 섰고, 지난 2004년 결혼한 남편이 주지사에 당선되는 데 있어서 최고 공로자로 꼽혔다. 주지사 임기가 1년 반 정도 남은 지금, 퍼스트레이디로서 한국문화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이민자와 싱글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편에 서는 활동들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호건 여사를 이메일 인터뷰로 만나봤다.

그가 메릴랜드 주 안주인으로 있는 동안 주 정부 차원으로는 최초로 미주한인의 날(Korean American Day)이 선포됐고, 한국의 식목일인 4월 5일은 ‘태권도의 날’로 지정됐으며 주 내에 한국로(Korean Way)가 생기기도 했다. 또 호건 여사는 해마다 음력설에 주지사 관저로 2백여 명을 초청해 직접 담근 김치를 대접하고 있다. 그는 “한국문화를 알리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는 매 순간이 자랑스럽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20살 나이에 한국을 떠나 미국에 정착한 지 38년째입니다. 한국에서 산 시간보다 미국에서 산 시간이 더 많은데도 불구하고 한국문화를 전하는 일을 놓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대한민국의 딸입니다. 아무리 미국에서 오래 살아도 변하지 않는 진실이고, 또 한인이라는 것이 저의 정체성입니다. 늘 뿌리를 잊어선 안 된다고 믿고 있어요. 저와 같은 한인 1세들이 자라나는 차세대들에게 한국문화를 교육하고 전파하지 않으면 소중한 우리 문화가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한국 음식을 비롯해 한국문화를 널리 알리고 특히 우리 2세들, 차세대들에게 우리의 소중한 한국문화유산에 대하여 교육하고 계승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대해 어떤 기억을 간직하고 있나요? 또 언제 한국이 그리운지, 어떻게 그 마음을 달래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전남 나주에서 태어났는데 제 고향과 메릴랜드는 기후나 자연지리적 환경에서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설날이나 추석 같은 명절 때 고향 생각이 많이 나지요. 집 뒷산에 있는 밭에서 고추도 따고, 친구들과 거닐며 진달래꽃을 딴 기억도 있고요. 또한 어머님과 할머님이 누에고치에서 뽑은 명주실로 부드러운 천를 짜실 때의 모습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작품활동을 할 때, 명주실 한 가닥 한 가닥이 조심스럽게 움직였던 기억, 그 부드럽고 다양한 색채의 실크가 바람 속에 나부끼던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화폭에 담아내지요. 어릴 적 버스가 다니지 않아 학교를 걸어서 오갔는데 그때 보았던 자연 풍광들도 제가 작품에 담아내는 소재들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제가 향수를 달래는 방법이기도 한 것이지요. 저는 8남매 중 막내인데 어릴 적 언니, 오빠들과 밥상에 둘러앉아 소박하게 식사를 했던 기억도 납니다. 주지사 관저에 김치냉장고를 들여놓았고 작은 정원도 만들었어요. 오이, 고추, 부추 등 한국 모종을 심어서 수확한 채소들을 주 정부, 관저 직원들, 교회 분들 등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 주고 있습니다.

한복을 자주 입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한복을 좋아해요. 명절 때, 그리고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엔 한복을 입습니다. 한국인이라는 정체성과 자랑스러운 우리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서지요. 최근 미국 사회 발전에 공헌한 이민자들에게 수여하는 ‘2017년 엘리스 아일랜드상’을 받을 때에도 시상식에 한복을 입고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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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음력설에 한복을 차려 입은 유미 호건 여사와 래리 호건 주지사.
2 2015년 1월 21일 제62대 메릴랜드 주지사로 취임 당시 호건 주지사와 자리를 함께한 가족들.

그 누구의 인생도 평온하고 순탄하지만은 않겠지만 이민과 이혼, 재혼과 남편의 암 투병까지, 호건 여사는 여러 차례 삶의 어려움과 고비를 딛고 이겨냈다. 특히 싱글맘이던 시절 그는 새벽 6시부터는 식당 계산원으로 일하고 오후에는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는 일을 하며 세 딸을 키워냈다. 그동안 틈틈이 그림을 계속 그려 미술가로서 자신의 커리어까지 확고히 했다. 이 모든 일을 해낼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한국 엄마로서의 모성애’를 꼽았다.

“저는 세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나 자신을 위한 욕심을 부리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세 아이를 위해 열심히 살았어요. 두 가지 일을 하며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고 살았지만 가진 게 없어도 마음은 늘 부자였습니다. 그리고 늘 나보다 나은 사람들, 부자인 사람들을 바라보며 비교하지 않고 주위에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하고 돌아봤어요. 저는 뒤를 돌아보거나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앞을 바라보고 전진해요. 희망을 버리지 말고 절대 포기하지 않으면 할 수 있고, 늘 하면 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상황이 좋을 땐 누구나 긍정적일 수 있지만 상황이 그렇지 않을 때는 긍정적인 마음을 품기가 참 어렵습니다. 긍정적이기를 타고났다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긍정의 힘도 노력을 통해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어릴 적부터 긍정적이란 이야기를 들었지만, 사실 긍정의 힘은 노력을 통해 기를 수 있다고 믿어요. 모든 건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는 아이들 점심값을 줘야 하는데 돈 2달러가 부족해서 2층에 사시는 분에게 가서 빌린 적도 있어요. 하지만 전 행복하지 않다고 신세 한탄을 한 적이 없어요. 그럴수록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기도하고 봉사하고 저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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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딸과 세 사위, 두 명의 손주와 함께.

세 딸과 사위들이 좋은 일에 함께 기뻐하고 안 좋은 일엔 서로 힘을 보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어떤 교육관을 갖고 자녀를 양육했나요? 세 딸들에게 항상 이웃을 사랑하고 어른을 공경하고 주위 사람들을 도우라고 했어요. 교회를 다니면서 홀로 사시는 할머니를 친어머니처럼 극진히 모시고, 웃어른들을 공경하는 제 모습을 아이들이 보면서 자랐죠. 또 밥을 남기지 않고 깨끗이 다 먹어야 한다고도 가르쳤어요. 제가 늘 절약하고 쿠폰을 모으며 근검절약하는 모습을 보고 자라 아이들도 아끼는 습관을 가지게 됐습니다. 한 번도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강요한 적은 없어요. 운동도 열심히 하고 TV도 보고 다양한 활동들을 자발적으로 할 수 있도록 했지요. 세인트 메리스 카운티 검사인 둘째 딸 제이미는 학교를 다니면서 레스토랑에서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고 동네 잔디란 잔디는 다 깎아 돈을 모았고, 그 돈으로 동생 쥴리가 좋아하는 인형을 사 주기도 했습니다. 학원도 안 다니고 혼자 SAT(미국수학능력시험) 공부해서 미시간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했고요. 세 딸이 모두 잘 크고 이젠 결혼으로 가정을 이뤄 잘 살고 있어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호건 주지사와는 자신의 전시회에서 우연히 만나 인연을 맺게 됐다. 세 딸이 마음에 걸렸던 호건 여사는 자녀들에게 먼저 교제 허락을 받을 것을 제안했고, 세 자녀의 동의를 받은 두 사람은 2004년 결혼에 골인했다. 호건 주지사는 미혼 시절 부동산 사업을 했지만 하원의원을 지냈던 아버지 로렌스 호건의 영향을 받아 정치의 길에 들어섰다. 민주당 텃밭인 메릴랜드 주에서 공화당 주지사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킨 데는 호건 여사의 내조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이 나왔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남편이 림프암 3기 판정을 받았다.

“주지사로 취임한 지 90여 일 만에 최악의 사태인 볼티모어 폭동이 일어났어요. 남편은 폭동을 진압하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방위군까지 투입하며 밤낮없이 일했죠. 신속정확하게 잘 대처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어요. 그리고 곧바로 첫 해외 순방으로 한국, 중국, 일본을 방문했는데 메릴랜드로 들어오기 전날, 남편이 목젖 안쪽 후골에서 혹 같은 것이 만져진다고 하더라고요.”

굉장히 공격적인 암이 상당히 진전되어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진료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호건 여사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남편의 곁을 지키며 끊임없이 기도했어요. 훌륭한 의료진의 치료와 정성 어린 보살핌 그리고 메릴랜드 주와 미 전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많은 분들의 기도와 응원을 받은 덕에 수개월 동안의 항암치료를 잘 마쳤습니다. 암 완치 판정 소식을 들은 날이 추수감사절이었는데, 저희 가족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추수감사절을 보낼 수 있었어요. 어떤 순간보다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습니다.”

호건 주지사는 암 투병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고 치료와 극복 과정도 대중과 공유하면서 오히려 정치적 인지도가 상승했다. 특히 당시 항암치료로 머리가 모두 빠진 모습으로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을 SNS에 공개하며 “새로운 공기역학 스타일이다. 우리 아내는 아직도 내가 섹시하다고 한다. 머리 감고 빗을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좋다”는 글을 올려 수많은 네티즌들로부터 지지와 응원을 받기도 했다.
 

간병을 하며 옆에서 지켜본 아내의 입장에서 남편이 암을 이겨낸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기도와 긍정적인 마음가짐, 그리고 태도라고 생각해요. 아내로서 남편을 간호하며 항상 희망과 용기와 힘을 주기 위해 “암을 이길 수 있다”라고 말해줬죠. 건강식, 웰빙 식단이 강조되기는 하지만 암 투병 중에는 항암치료가 힘들어서 입맛이 떨어지거든요. 무엇이든 잘 먹는 게 중요하니까, 단 음식이나 튀긴 음식도 무조건 말리지 않고 식사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올해 호건 주지사와 결혼 14년 차입니다. 혹시 부부 사이에 문화 차이로 인한 갈등은 없었는지,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합니다. 문화 차이는 있죠. 예를 들어 한국에선 아침, 점심, 저녁 식사 후 과일을 후식으로 먹잖아요. 그런데 미국 사람들은 아침에만 과일을 먹고 디저트로 쿠키 같은 단 음식들을 먹습니다. 남편이 아일랜드 출신이라 특히 단것을 좋아해요. 물론 처음엔 문화 차이로 인해 갈등이 있었지만,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서로에게 배워가고, 또 그 차이를 인정하고 수용하며 서로에게 익숙해졌습니다. 지금은 남편이 한국 음식을 아주 잘 먹고 좋아해요. 특히 매운 돼지불고기를 제일 좋아하죠. 이젠 맛있는 김치와 맛없는 김치를 구별할 정도로 한국문화를 많이 이해하는 진정한 한국 사위가 돼가고 있습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래리 호건 주지사가 지지율 73%를 기록했습니다. 메릴랜드가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주이기 때문에 더 의미 있는 수치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높은 지지율이 나온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잘 아시는 대로 민주당 텃밭인 메릴랜드 주에서 공화당 주지사가 탄생한 것은 정말 이례적인 일입니다. 남편의 인기와 지지율이 높은 것은 약속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남편은 이웃집 아저씨처럼 항상 친근하게 다가갑니다. 주민들이 가진 현안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약속을 지키고 있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또 민주당이냐 공화당이냐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옳고 그름을 가리고 메릴랜드 주와 주민들에게 무엇이 최선인지를 염두에 두며 민주당과의 초당적인 협력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평범한 부동산 전문가였던 제 남편은 민간부문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메릴랜드의 경제 부흥과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 주력하고 있어요. 말뿐만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부부가 함께 한국을 위한 많은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혹시 불만을 표하는 주민들은 없나요? 당연히 불만이 없을 순 없죠. 하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우리 속담처럼 저는 대한민국의 딸이고 제 남편은 한국 사위잖아요. 제가 미국 역사상 첫 한인 퍼스트레이디이고, 메릴랜드 주에선 첫 아시아계 퍼스트레이디이기 때문에 한인 커뮤니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많은 활동을 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메릴랜드 주의 안주인으로서 모든 주민들의 엄마 역할을 하는 자리에 있기 때문에 ‘눈치껏’ 한인들을 돕고 한인사회를 위한 일을 합니다. 큰 비중을 한인사회에 두는 동시에 히스패닉이나 다른 아시안 커뮤니티, 아프리칸 아메리칸 커뮤니티 등 다양한 인종 커뮤니티들에 관심을 가지고 행사에 참여하며 소통·교류·협력하고 있습니다.

주지사 임기가 1년 반 정도 남았습니다. 영부인으로서 어떤 목표와 계획을 갖고 있나요? 남편이 처음 주지사 선거에 나갈 때의 그 마음이 변치 않게, 남편 뒤에서 지속적으로 내조를 하며 남편을 도울 것입니다. 방심은 금물이라는 생각으로 교만하지 않고 항상 겸손하며 정직하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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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은정  ( 2017-07-17 )  수정 삭제    답글 찬성 :0   반대 : 0
전라도 나주 빛가람신문 기자입니다 기사를 보고 우리 나주 시민들에게 애향심을 심어줄 기사 같아서... 미국 이메일 주소를 부탁드리고 싶은데 가능하시면 연락주십시오 010-7241-5251 이메일- cws234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