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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 미술가 오헨리·오온누리 합동 전시회

‘딸바보’ 아빠의 무한 애정 스토리

2017-04-10 09:53

취재 : 황혜진 기자  |  사진(제공) : 서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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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에서의 첫 개인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오온누리 작가, 그리고 그런 딸에게 합동 전시를 제안한 아빠 미술가 오헨리를 만났다. 이야기하는 내내 부녀의 눈에서는 사랑이 흘러넘쳤다.
지난 3월 역삼동 갤러리 두인에서 특별한 전시회가 열렸다. 오온누리(29)·오헨리(57) 부녀가 라는 제목으로 합동전을 진행한 것. 오온누리 작가는 미술과 디자인 분야로 유명한 영국 킹스턴대학교에서 프리마스터 그래픽디자인 학사, 아트 앤 스페이스 석사학위를 받은 재원이다. 지난 연말 런던에서 열린 첫 번째 개인전에서는 전시회 첫날 모든 작품이 판매되는 이변을 낳기도 했다.

“아빠에게는 딸이 주머니에 넣고 다니듯 하던 어릴 때 그 모습, 사랑스러운 아이로만 보이거든요. 그런데 아이가 영국에서 발표한 작품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려면 눈에는 보이지 않는 마음과 뜻, 의식과 철학이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이 있지 않습니까. 어리게만 봤던 딸이 사람들의 깊이 있는 마음을 들여다볼 만큼 컸구나 싶어 아빠로서 가슴이 뛰고 설레고, 또 행복했어요.”
 

단칸방에서 품었던 아빠의 꿈
“우리 딸이 세계적인 작가가 되게 해주세요”

오온누리 작가는 원형의 테이프를 이용해 완벽한 형태인 원(圓), 또는 하나인 원(One)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표현하고, ‘나’를 중심으로 다양한 색을 가진 사람들이 관계를 맺으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모습을 표현한다. 원래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순수미술로 방향을 바꾼 후 더 행복하게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딸이 작가로서의 꿈을 이룬 데에는 아빠의 영향이 컸다. 경기대학교에서 환경조각을 전공한 오헨리 작가는 자녀들이 어릴 때 연극과 시민운동을 하느라 경제적으로는 떳떳한 가장이지 못했다.

“네 식구가 청주 구석에 있는 방 한 칸짜리 셋방에 살았어요. 화장실도 샤워실도 없는 곳이었죠. 집 앞에 아주 조그마한 미술 교습소가 있었는데 거기서 아이가 그려온 그림을 보니 재능이 있더라고요. 아마 자식이 뭘 해도 천재처럼 보이는 다른 엄마 아빠들과 같은 마음이었겠죠. 아이에게 칭찬도 해주고 용기도 주고 싶어서 매일 손을 잡고 기도했어요. 우리 누리가 세계적인 작가가 되게 해달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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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들에게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오온누리 작가.


가족을 위해 생계에 집중하기로 한 아빠
어느새 멀어져 있던 딸아이

가난한 아빠였기 때문에 자녀의 꿈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아이를 속이는 것은 아닌지, 거짓말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지 울컥하는 마음이 들 때도 많았다. 하지만 딸과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 또 자녀들의 꿈에 대한 소망만큼은 끝까지 놓지 않았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이었다.

오헨리 작가는 딱 마흔 살이 되면 시민운동을 그만두고 오로지 가족을 위해 살겠다고 아내와 약속했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가톨릭대학교 의료경영대학원과 서울대 보건대학원 의료정책과정을 거쳤고 직원의 행복을 우선으로 하는 ‘직원중심경영법’을 개발했다. 지금은 성공한 교육자이자 사업가다.

“바쁘게 살다 보니 아이들이 훌쩍 커 있더라고요. 딸 같은 경우는 20살 때부터 해외생활을 시작했는데 아내를 통해서만 소식을 전해 듣게 되고, 점점 사이가 멀어지는 것 같았어요. 돈을 많이 벌었고, 아이의 꿈을 지원해줄 수도 있게 됐지만 여전히 가슴속에서는 눈물이 흘렀죠. 어릴 때 아빠 역할을 제대로 못 해준 것이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었으니까요. 저 또한 아버지로부터 그런 사랑을 받지 못했는데 그걸 대물림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어요. 그런데 이번에 딸과 함께 전시를 준비하면서 그런 마음이 많이 씻겨 내려갔습니다.”
 

부녀 작가의 컬래버레이션
성장한 딸을 보는 아빠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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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가 함께 작업한 <나와 나의 관계들, 2017> 앞에서.

지난해 딸이 발표한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오헨리 작가가 합동 전시를 제안했다. 어떤 작품은 아빠가 만들고 어떤 작품은 딸이 만든 것이 아니다. 모든 작품이 함께 머리를 맞댄 결과물이다.

오온누리 작가는 “얼마 전까지 저는 학생 신분이었고 여러 가지 제약이 많았는데 아빠께서 ‘이렇게 해보면 어떻겠니’, ‘저렇게 해보면 어떻겠니’ 제안해주시는 것들을 듣고 또 함께 실현해나가면서 공부가 많이 됐다”고 말했다.

물론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생각을 조율하다 보니 싸우는 일도 많았다. 네 생각은 무엇이냐고, 아빠 생각은 무엇이냐고 투닥투닥하던 시간들.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아빠의 마음에서는 감격의 눈물이 흘렀다.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하며 자신의 생각을 펼쳐놓는 딸이 마냥 사랑스럽고 좋았기 때문이다.

“그런 다툼이 있다고 해서 딸이 아빠를 무시하는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어요. 그저 제가 손잡고 데리고 다니던 어린 딸이 아니라 이제는 제 어깨를 감싸고 함께 가는, 작가로서의 동지의식 같은 것이 느껴졌죠. 세계를 정복해나가는 작가의 모습이 보여 뿌듯합니다.”

딸은 전시를 마치고 다시 영국으로 돌아갔다. 4월에 있을 영국 페어와 6월 뉴욕 페어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온누리 작가에게 아빠의 꿈처럼 세계적인 작가가 되고 싶으냐고 물었다. “앞으로 10년, 20년, 작업을 꾸준히 해나가며 ‘진짜 작가’가 되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오헨리 작가도 계속해서 자신의 작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그는 “도시의 건물 안에서 사람들이 생활하고 문화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금속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을에는 아들딸과 함께
퍼포먼스가 있는 설치미술전 예정

올가을에는 연극연출가인 아들 오평화 씨(32)와 오온누리 작가, 오헨리 작가가 함께하는 가족전도 계획돼 있다. 퍼포먼스가 있는 설치미술전이다.

“말은 안 했지만 이번 부녀전을 준비하며 딸과 가까워지고 애틋해질수록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보통 아빠들이 아들에겐 엄격한 부분이 있잖아요. 남자다움을 요구하고, 부드러운 대화도 부족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들도 함께하는 가족전을 하기로 했습니다. 아들에게 달라진 아빠의 모습, 아들을 진짜로 사랑하는 마음을 보여주고 싶어요. 아마도 저에겐 작품전이 가족을 회복해가는 과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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