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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아도 엄마는 엄마야

엄마의 심리학 박미라 “엄마를 가장 지치게 하는 건 자책감”

2017-04-07 10:05

취재 : 황혜진 기자  |  사진(제공) : 서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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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스트레스가 많은 시기는 성인 전기라고 한다. 취업, 결혼, 출산. 그리고 한꺼번에 주어지는 여러 역할들…. 특히 이제 막 ‘초보 엄마’가 된 이들은 모든 것이 낯설고 버겁다. 내 한 몸 건사하는 것도 어려운데,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가 태어나 나만을 바라보고 있으니 말이다. 거기에 잘하고 싶고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 마음까지 더해지면 엄마는 과부하에 걸린다.
 
이제는 성인이 된 두 딸을 키워낸 마음 칼럼니스트 박미라는 혜민 스님이 설립한 마음치유학교에서 ‘치유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을 안내하며 마음을 주제로 글을 쓰고 다양한 치유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상담과 강의를 하며 불안과 우울로 지쳐 있는 젊은 엄마들을 많이 만났다.
 
“엄마를 가장 지치게 하는 건 자책감일 거예요. 아이를 잘 다루지 못하고, 아이에게 화풀이하고, 살림도 못하고, 인간관계도 원만하지 못한 나를 경험하며 깊은 무력감을 느끼죠. 그럴 때 무조건적인 엄마 편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나 자신이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자신을 따뜻하게 위로해주어야 해요.”
 
그는 5년 동안 한 육아 잡지에서 엄마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엄마의 심리학’을 연재했다. 그리고 그 글들을 엮어 책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를 펴냈다. ‘후배 엄마’ 53명의 고민과 ‘선배 엄마’ 박미라의 위로. 핵심은 ‘엄마로서의 시간을 떼어내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라 읽혔다. 작가는 그것이 “권리가 아니라 의무”라고 강조했다.
 
 
광고나 드라마에 나오는 엄마들은 행복한 모습인 경우가 많습니다. 현실의 엄마들은 부침을 많이 겪지요? 원초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어요. 자칫하면 죽어버릴 것처럼 연약해 보이는 아이를 혼자 길러야 하는 거니까요. 그 책임감 때문에 숨이 막히죠. 얼마 전에 어떤 분이 그러더라고요. 예능프로그램 <아빠 어디가>를 보고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서 낳았는데 그렇게 귀여운 건 24시간 중 한 시간도 안 된다고요.(웃음) 엄마의 인내와 인고를 필요로 한다는 거예요. 하루 종일 아이를 보면서 계속 행복감을 느끼고 있을 수는 없어요.
 
엄마가 된 여성들이 어떤 부분을 가장 힘들어하나요? 일단 임신을 하면 배가 불러오고 몸이 전반적으로 둥글둥글해지죠. 입덧을 하는 엄마들도 있고요. 생리적인 변화에서 먼저 당혹감이 들어요. 스스로 기계화되고 문명화된 사회에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이 동물같이 느껴지는 거죠. 그러면서 ‘곧 아이를 낳을 엄마가 이런 것도 안 받아들여지니?’ 하게 되고, 뱃속의 아이가 사랑스럽거나 기다려지지 않으니 ‘이런 사람이 엄마가 되도 괜찮나?’ 하는 생각이 들고요. 또 내가 잘 기르지 않으면 낭패스러운 결과를 얻을지도 모른다는 부담감이 커져서 지금의 고된 육아 때문에 힘든 게 아니라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더 힘들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두 딸을 낳고 기르면서 어떤 것이 가장 힘들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취업모’였기 때문에 출근하기 전에 아이를 제시간에 데려다주고 퇴근해서 제시간에 데려오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야근이 잦은 직장에 다니다 보니 동네 아주머니가 자주 아이를 맡아주셨는데, 어느 날은 한창 일을 하다 생각해보니 아이를 맡긴 기억이 없더라고요. 너무 놀라 아주머니께 전화했더니 역시나 ‘나한테 전화 안 했잖아’ 하시는 거죠. 눈앞이 깜깜했어요. 교통체증을 뚫고 부리나케 어린이집에 갔더니 청소해주시는 할머니와 블록을 갖고 놀고 있더라고요. 또 한번은 새로 이사 간 아파트 단지에서 아이 받을 시간을 놓친 적이 있어요. 딸아이가 6살 때인데 집에 가도 애가 없으니 난리를 치고 찾아다녔죠. 알고 보니 아이도 저와 똑같은 동선으로 집에 갔다가 엄마가 없으니까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거예요. 저를 만나 울고불고 했죠. 다음 날 어린이집 선생님이 그러더라고요. 그럴 때 아이를 안고 ‘불쌍한 것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러지 말고 ‘네가 집까지 갔다 왔단 말이야? 정말 대단하다’라고 칭찬해주라고요. 바로 실행에 옮겼어요. 아이의 얼굴이 순식간에 너무 좋아지더라고요. 비극의 주인공에서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해낸 사람이 됐었죠.
 
그 어린이집 교사도 참 지혜로웠네요. 혹시 엄마 역할이 좀 수월해졌다고 느끼게 된 때가 있었나요? 저는 아이와 말이 통하고 대화가 되기 시작하면서 좀 괜찮아졌어요. 뭔가 제가 액션을 취하면 리액션이 있으니까 그때부터는 ‘아 이제 좀 살겠다!’ 그랬죠.(웃음) 그런데 어떤 엄마들은 갓난아기일 땐 좋다가 아이가 말을 시작하니 감당불가라고 해요. 엄마 기질이나 성격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육아로 힘들었던 때를 생각하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너무 긴장할 필요 없었는데, 매사에 그렇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됐는데, 스스로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져도 괜찮았는데’라고요.
 
어떻게 하면 그런 마음을 체화시킬 수 있을까요?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듣고 책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바심, 걱정, 긴장이라는 건 무의식적으로 찾아와요. 그럴 때는 ‘내가 또 긴장해 있구나’ 알아차리고 ‘여유를 가져야지’라고 마음먹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습니다. 또 긴장을 풀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해요. 많은 육아학자들이 엄마가 혼자 있는 시간을 권하거든요. 만약 아이를 두세 시간이라도 맡길 수 있다면 운동을 하러 나가든지 하는 거죠. 카페에 나가서 책을 읽든 글을 끄적이든 아이를 위해 뭔가 하지 않는 시간, 그런 나 혼자의 시간을 보내시면 좋겠어요. 쉽지 않은 거 알죠. 그래도 ‘나 자신으로 있는 시간을 포기하지 않겠어!’, ‘아이를 키우면서 나도 소중하게 대할 거야!’라는 마음을 갖는 것만으로 내 존재의 느낌이 달라져요.
 
자신을 위한 투자는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가 아니라 ‘의무’라고 강조한 바 있죠. 모든 사람은 엄마로서, 아빠로서, 자식으로서 다양한 권리와 의무가 있죠. 그런데 나에게는 나라는 존재를 잘 보살피고 사랑할 권리와 의무가 있는 거예요. 그런데 이런 말씀을 드리면 ‘애 키우기도 힘들고 피곤해 죽겠는데 나 자신까지 사랑하라고요?’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만약 그렇게 힘들다면 아이에게 해주는 것 몇 가지를 빼셔야 해요. 특히 직장 다니면서 매일 울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어요. 그 중요한 낮 시간에 엄마가 없다는 것에 죄책감이 드니까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우리가 고통을 분담해야지 어떡하겠니’라고요.(웃음) 죄책감을 갖고 아이를 대하는 것보다 내 시간을 가진 후 아이를 즐겁게 대해주는 게 훨씬 좋아요. 내 기력이 떨어지면 그 화는 아이한테 가거든요.
 
완벽한 엄마가 되려 하기보다 건강한 엄마가 되라고 했어요. 건강한 엄마란 어떤 엄마인가요? 자기는 정체돼 있는 상태에서 아이만 키우는 게 아니라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엄마죠. 자신 있게 말씀드릴게요. 자기 자신의 즐거움과 아이의 즐거움을 같이 생각한다면, 완벽하게 해내려고 전전긍긍할 때보다 훨씬 훌륭한 교육을 하게 될 거예요. 수많은 철학자, 심리학자, 인간학자들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고, 교육학자들도 하나의 교육법이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 모두에게 완벽하게 적용된다고 말하지 못하고 있어요. 완벽하게 하려고 하면 고집을 부리게 되고 상대의 특성을 무시하게 돼요.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게 많으면 우울증 지수도 높아지고요. 내가 잘하지 못하는 것에 집중하지 말고 내가 가진 장점을 잘 살려보세요. 세상 모든 엄마에게는 자신만의 강점과 무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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