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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에 취한 화가 이인섭

자연에서 ‘나’의 존재를 확인하다

2017-03-23 10:01

취재 : 황혜진 기자  |  사진(제공) : 안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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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와 서울을 오가며 사는 화가 이인섭의 거의 모든 작품에는 나무가 등장한다. 그의 그림을 감상하는 방법 하나는 그 나무 안에 그리고 자연 속에 얼마나 무수히 많은 생명이 숨어 있는지 상상해보는 것. 그 상상만으로도 잊고 있던 ‘나’라는 사람의 존재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할 수 있다.
콘크리트에 둘러싸여 매일을 보내는 우리. 하루 중 ‘나’의 존재를 몇 번이나 실감하며 살아갈까. 화가 이인섭(64)은 화폭에 자연을 담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자연을 들여다보아야 ‘나’의 존재도 보이기 때문이다.
“한 그루의 나무 안에도 얼마나 많은 생명이 있어요? 우리 눈에 보이는 건 그저 나무 한 그루지만 그 속에 무수한 존재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여기 앉아서 대화하는 동안에도 저기 강원도 산골짜기 물속에 있는 고기는 헤엄을 치고, 새는 그 고기를 내려다보고 있어요. 이 모든 게 공존하는 게 자연입니다. 다른 존재에 대해 알지 못하면 나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어요. 내 존재를 느끼며 살고 싶고 내 존재의 흔적을 남기고 싶은 것, 그게 예술이고 인간의 본능입니다.”
 
 
서양의 재료로 풀어내는 동양적 그림
가슴에서 나와 손끝으로 그려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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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꿈>, 45×45㎝, Mixed Media On Canvas, 2016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나와 잘나가는 미술학원장으로 이름을 날렸던 이인섭 화백. 그는 30여 년 전 친구들과 우연히 놀러간 강원도 양양 오대산 자락, 어성전 마을에 반해 그곳에 작업실을 차렸다. 학원을 접고 어성전에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작업에 몰두한 지 어느덧 14년째. 서양화를 전공했고 서양의 재료로 그림을 그리지만 작법과 그 바탕에 깔린 주제는 절대적으로 한국적이다.
 
“제 그림은 만드는 그림이 아니라 손으로 그리는 그림입니다. 작품을 보면 표면이 거칠죠? 우선 저런 밑바탕 작업을 수도 없이 해놔요. 그러고 나서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무심코 지나쳤지만 저절로 입력돼 있던 것들이 저절로 자연스럽게 그려집니다. 그리는 데도 오래 걸리지 않아요. 10호짜리 같은 건 하루에 열 점도 그리거든요.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죠.”
 
어느 날 작업실 앞에 새끼를 낳아놓은 고양이를 보고 귀엽다 생각했던 것이 원래는 싫어하던 고양이를 그리게 하고, 수선화를 그리겠다고 작정하고 들여다본 적이 없어도 오며가며 봐왔던 그 꽃이 저절로 그려지는 것. 그는 그것을 “가슴에서 나와 손끝으로 가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마음속 심상을 짧은 시간에 붓으로 그어 표현하는 문인화와 닮아 있는 것이다.
 
“서양의 그림은 그 문화권에서 몇만 년 전부터 유전자를 타고 내려온 것이에요. 그들의 사조에서는 우리가 가져올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감각적으로 다른 세계이고, 또 흘러온 역사를 인간이 따라잡을 수도 없는 것이니까요.”
 
그와 비슷한 맥락에서 도시는 너무 만들어진 것이라 취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그저 돌 하나 나무 한 그루, 자연만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다른 사람들이 무슨 그림을 그리든 관심 가질 필요가 없어요. 또 대가가 될 목적으로 작업을 할 필요도 없죠. 그림을 그리는 게 목적이 아니라 내가 행복하게 살다 가는 게 목적이니까요. 이름 날리고 선전한다고, 열심히 다닌다고 해서 그 삶이 자신의 인생이 될까요? 자기 자신에게 솔직한 인생을 사는 게 가장 중요한 거예요.”
 
 
자연으로의 회귀
‘나’를 들여다보고 느끼는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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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도>, 162.2×130.3㎝, Mixed Media On Canvas, 2013

이인섭 화백의 대표작인 <회귀도> 연작에는 물과 하늘을 가르며 어디론가 돌아가고 있는 새와 물고기가 등장한다. 따뜻하고 정겨운 색감의 화폭을 보고 있자니 어디론가 회귀할 곳이 있다는 것, 그곳이 어쩌면 땅이고 바다일지라도 감사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사람들은 자연을 너무나 잊고 삽니다. 설악산에 가서 그저 울산바위 보고 회 먹고 오는 것은 관광이지 회귀는 아니에요. 자연에 회귀돼 그 안에 들어가 있어야만 인간의 본성과 자기 자신을 느끼게 되죠. 한평생 살면서 자기를 들여다보고 느끼는 경험을 못 하고 죽으면 어떻겠어요. 매일 똑같은 생각을 하고 똑같이 움직이면 스스로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아이 교육에만 몰두하고, 좋은 차 타고 마냥 맛집만 찾아다니면 ‘나’는 발견할 수 없는 삶을 살게 된다고 할까요.”
 
서울미술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인섭 화백은 강원도에서 15일, 서울에서 3일 정도를 보내며 도시와 자연을 오간다. 혹시 그릴 것이 고갈돼간다고 느낀 적은 없는지 우문을 던져봤다.
 
“아마 도시에만 있었으면 고갈됐을 거예요. 자연스럽게 나온 감성, 그걸 아무리 오래 붙들어놓고 있으려 해도 길어야 열흘이거든요. 감성이 없으면 몰입이 되지 않아요. 그렇다고 자연 속에만 있으면 계속 그릴 수 있느냐. 그건 또 아닙니다. 한곳에만 있으면 무뎌지고 욕구가 안 생겨요. 저는 강원도가 너무나 좋지만, 서울에 오기 전날 밤에는 설레서 잠이 잘 안 오거든요. 사람은 역시 오고 갈 곳이 있어야 하나 봅니다.”(웃음)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또 다른 주제는 봄이다. 그는 “1년 중 변화가 가장 많고 생동감이 가득한 계절이 봄”이라며 “음악에서도 계속 ‘도’만 치면 멜로디가 있을 수 없고 문학에도 기승전결이 있어야 하듯 미술, 그리고 예술은 변화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가을도 변화가 많아요. 하지만 모든 게 떨어져서 처량하지요. 물론 그게 다 겨울 눈 속에 파묻혀 있다고 생각하면 또 정이 갑니다. 제가 사는 어성전에는 수달도 있고 노루도 있는데 겨울이 되면 싹 사라져 보이지 않아요. 숨어 있지만 동면을 하면서 숨은 쉬고 있거든요. 어딘가에 그 아이들이 있으리라는 상상을 하며 ‘그래 여기 들어가 숨어라’ 하며 그리는 거예요. 작은 그림은 순간의 감상을 빠르게 그릴 수 있어 좋지만, 대작은 생명들이 숨을 데가 많아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에 좋습니다.”
 
이 화백은 오는 4월에 스물여섯 번째 개인전을 준비 중이다. 이번 주제도 역시 인간과 자연의 관계, 공존이다. 책을 많이 읽고 지식을 쌓는 것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것. 자연 속에 들어가 무수한 생명들과 함께 호흡해야만 가질 수 있는 감성을 그의 그림으로 잠시나마 끌어올려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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