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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소나무의 서양화가 박현옥

목공 배우면서 작업에 옻칠 접목

2017-02-19 22:58

취재 : 박지영  |  사진(제공) : 김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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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도 소리도 없는 그림은 침묵하는 것 같지만 사실 무수한 말과 생각, 그리고 마음을 담고 있다. 덕분에 그림을 감상하는 이들은 조용하지만 웅장한 감동을 받는다.
화가 박현옥의 그림 역시 그렇다.
박현옥 작가는 절정의 찬란한 순간을 자신의 그림에 풀어낸다. 꽃이나 소나무 등의 소재를 다루는 그의 그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예쁘다’, ‘밝다’, ‘아름답다’는 감상을 단박에 불러일으킨다. “예전부터 꽃을 좋아했나요?”라는 어리석은 물음에 화가 박현옥은 “꽃, 싫어하는 사람 있나요?”라고 현명한 대답을 내어놓는다.
 
“사람 각각에게 주어진 임무와 역할이 다르듯 그림에도 여러 가지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그림은 인생의 심연, 즉 내면의 아픔을 표현하고 또 어떤 그림은 인생의 절정을 보여주죠. 어떤 역할이든 소중하지 않은 게 없어요. 저는 그릴 때 제가 행복하고 그림을 보는 이들이 함께 행복하기를 바라요. 이 역시 꼭 필요하고 중요한 역할이 아닐까 싶어요. 또 꽃이나 나무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기에 감상자가 조금 더 쉽게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죠. 특히 소나무는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닮았어요. 바람이 불거나 외부의 영향으로 소나무가 휘는 것이지 환경이 좋은 곳에서는 똑바로 자라거든요.”
 
그가 그리는 그림의 소재는 구태의연할지 몰라도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나 양식은 독자적이다. 그는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쳐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터득했다. 화폭을 채우는 수많은 꽃은 물을 주고 햇볕을 쬐어주면 금세 활짝 피어날 것처럼 생동감 있고 입체적이다.
 
“재료가 주는 재미도 상당해요. 작업을 할 때 재료에 구애받지 않는 편이에요. 유채와 아크릴과 같은 서양회화 재료에 회화에서 잘 쓰지 않는 옻, 석채 등도 다양하게 사용하죠. 물감의 두께와 재질감으로 꽃의 실재감을 표현하려고 해요. 꽃 한 송이 한 송이를 제대로 표현하고 꽃잎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고 물감을 두껍게 쓰는 편이고요. 한 번의 터치로는 꽃잎의 느낌을 제대로 살리기가 쉽지 않죠. 또 3년 전부터 목공을 배우면서 작업에 옻칠을 접목하게 됐어요. 예전부터 옻 작업을 하고 싶었는데, 엄두가 나지 않아 미루고만 있었거든요. 물론 시행착오는 있었죠. 서로를 녹이는 옻과 오일페인팅은 맞지 않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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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 교감은 가장 큰 기쁨
 
박 작가는 1999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총 28회 개인전을 열었다. 1년에 한 번 또는 두 번꼴로 반드시 개인전을 열고, 2000년부터는 해외 아트페어에 참가할 기회를 갖게 됐다. 이후로 1년에 10여 차례 단체전에 참여하며 조금 더 넓은 세계에서 보다 많은 대중과 소통한다.
 
다양한 국가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그는 그림이 ‘공통 언어’인 것을 알았다. 실제로 언어는 통하지 않아도 그림을 통해 정서적 교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최선을 다해 정성껏 그린 그림을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고 또 누군가가 알아줄 때 진정한 기쁨을 느낀다.
 
“해외 아트페어에 나간 첫해에 조용히 제 그림을 보는 노부부의 모습이 너무 고맙고 좋아서 설명을 해드렸어요. 설명을 다 들은 후 그저 ‘고맙다’고 하고 갔는데, 40분쯤 지났을까요? 그림을 사겠다는 연락이 왔어요. 해외 아트페어에는 작가도 많고 감상자도 많은데, 그 수많은 작품과 사람 중에서 내 그림을 좋아해주는 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워요. 비용을 지불하고 그림을 사는 사람을 만나기는 더 어렵죠. ‘그림이 팔렸다’는 것을 넘어 나를 알아주고 내 그림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그저 고마운 거예요. 굳이 언어로 말하지 않아도 마음과 마음이 연결된 것 같으니까요.”
 
 
세월이 만드는 점 하나의 가치
 
박 작가의 작업실은 서울 종로구 북악산 자락에 자리한다. 그는 이곳에서 작업하는 시간이 행복하다. 작업실은 매일 오전 10시경 나와 늦은 밤까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기에 충분히 공들여 만들었다. 작업실에는 그의 그림은 물론 그가 직접 만든 목공예품이 곳곳에 근사하게 놓여 있다. 책도 많다. 주로 그림을 그리지만 사이사이 나무를 뚝딱뚝딱 다듬고, 때로 책을 읽는다. 그는 좋은 그림을 그리려면 많이 보고, 많이 생각하고,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일상에서 생각하고 경험하는 모든 것이 저도 모르는 사이 마음에 남아 작품이 되는 거예요. 일상에서 경험하는 아름다운 순간을 마음에 담아두고 후에 그림을 그리며 내 마음의 나무, 내 마음의 꽃으로 새롭게 구성하는 것이죠. 어느 봄날, 남산길을 운전해 오는데 눈앞으로 벚꽃 잎이 낭창낭창 떨어지는 거예요. 독서는 요즘 덜 하지만 예전에는 한 달에 보통 30권 정도 읽었어요. 해외 아트페어에 참여할 때면 책을 10권씩 가져가서 모두 읽고 왔죠. 책을 읽으면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좋은 생각은 좋은 결과로 나와요. 요즘 책을 읽으면서 깨우친 사실인데 ‘모든 사람이 우주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의 우주라서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라는 거예요. 이렇게 생각하면 허투루 대할 것이 하나도 없죠.”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앞으로의 계획을 덧붙인다.
 
“처음 그림을 그릴 때였어요. 어느 날 선생님에게 ‘어린아이가 찍은 점과 유명한 화가가 찍은 점의 차이가 뭐예요?’라고 물었어요. ‘나이 차이지’라는 대답이 돌아왔죠. 당시엔 막 웃었는데, 그로부터 5년 정도 지났을까요? 함축적인 말의 뜻을 알았어요. 화가는 점 하나를 찍기 위해 무수한 세월을 보내는 거예요. 붓질도 한 번, 두 번, 백 번이 다르겠죠. 저 역시 세월을 지나며 성실하게 끊임없이 그림을 그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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