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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티시 비올라로 돌아온 영국 신사

리처드 용재 오닐

2017-01-23 10:04

글 : 임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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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오랜만에 소식을 전해왔다. 영국 작곡가들의 곡으로만 구성된 정규앨범 <브리티쉬 비올라(British Viola)>를 발매했는데, 그는 이 앨범을 두고 “지난 세기의 모든 비올라 작품에 대한 경의를 담았다”라는 표현을 썼다. 4년 만의 새 앨범이 나온 날, 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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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감성 담긴 비올라 선율
 
이번 앨범의 테마는 영국이다. 영국 작곡가들의 곡으로만 레퍼토리를 만들었다. 2013년 앤드류 데이비스 경이 지휘하는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실황 녹음으로, 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윌리엄 월튼의 ‘비올라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과 함께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곡들이 담겼다. 영국 작곡가 프랭크 브리지, 요크 보웬, 벤자민 브리튼의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곡들로 구성되어 영국 비올라의 깊은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용재 오닐과 함께 앙상블 디토로 활동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스티븐 린이 참여해 녹음 내내 최고의 호흡을 보여주면서 웰메이드 앨범이 탄생했다.
 
4년 만의 신보다. 윌리엄 월튼의 비올라를 담았다. 월튼의 비올라는 최초로 들었던 비올라 곡이자 나로 하여금 비올라 연주를 시작하게 이끈 곡이기도 해서 특별하다.
그 특별한 순간은 언제 어디에서 일어났는지 궁금하다. 나는 열세 살, 워싱턴 주의 작은 시골마을에 살고 있었다. 그곳은 음악적으로 많은 영감을 주는 곳이다. 아주 작은 마을이고, 연주 실력이 뛰어나진 않았지만 커뮤니티 오케스트라가 있었다. 당시의 나는 아직 바이올린을 연주할 때였다. 그때 지휘자가 반복해서 들어보라고 소개를 해준 곡이 월튼의 비올라 선율이고 그게 첫 경험이다. (비올라 선율이) 이상하게 들렸다. 어둡기도 하고, 부조화음도 있고, 거부감도 있었다. 그런데 계속해서 들으면서 그 안에 굉장히 놀라운 스토리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월튼은 당시 음악계에서 이단아로 여겨졌던 사람이라 곡을 커미션했던 사람도 부정했을 정도였다. 이 곡은 같은 지점에서 시작해서 같은 지점으로 끝난다. 그것은 해피엔딩이 아닌 곳이다.
영국의 작곡가들로 앨범을 꾸리게 된 아이디어나 계기가 있나?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유독 영국에 비올라 곡이 많다. 영국의 작곡가들이 (비올라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영국은 캘리포니아도 아니고 하와이도 아니다. 안개가 있고 비가 있다. 겨울엔 축축하고 시골지방은 아름답지 않지만 미스터리어스한 분위기가 있다. 그래서 영국의 작곡가들이 비올라의 스피릿을 잘 담아낼 수 있었던 것 같다.
협주곡이 처음으로 수록됐다. 2013년 당시 에피소드가 있다면? 어려서부터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앤드류 데이비드의 팬이었다. 항상 존경해왔던 지휘자인데, 함께 공연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제임스는 유머러스한 분이다. 물론 함께 연주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앨범 녹음을 함께한 피아니스트 스티븐 린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몇 년 전 페스티벌에서 처음 만났다. 탄탄한 연주자로 성장해왔다. 이번에 함께 녹음작업을 했는데, 녹음은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다. 완벽한 작업을 위해서 테이크를 이어가는데, 실력이 탄탄한 연주자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앨범 발매를 계기로 클럽에서 관객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소감은? 강남의 클럽 옥타곤에서 쇼케이스를 진행한다. 나는 도이치 그라모폰이 옐로라운지 무대를 통해서 새로운 관객에게 다가가는 것을 좋게 생각한다. 전형적이지 않은 공연장이기 때문이다. 뉴욕에서 영 아티스트로 활동할 때 그런 경험들이 있었다. 클래식 공연이 카네기홀에서 이루어진다면, 젊은 뮤지션과 아티스트들은 다운타운 같은 실험적인 곳에서 공연을 했다.
 

# 용재 오닐의 꿈
 
리처드 용재 오닐은 비올리스트로서 그래미상 후보 지명뿐 아니라 에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 상을 받은 드문 연주자 중 한 사람이다. 런던 필, LA 필, 서울시향, KBS교향악단, 모스크바 체임버 오케스트라, 알테 무지크 쾰른, 세종솔로이스츠 등과 협연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앙상블 디토의 리더이자 디토 페스티벌 음악감독이기도 하다. 디토는 그가 젊은 클래식 연주자들과 함께 만든 실내악 그룹인데, 올해로 결성 10주년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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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공연 프로그램은 어떻게 예정되어 있나? 2월에 밸런타인 콘서트가 있다. 비올라와 피아노, 두 연주자 사이의 밸런스가 기대되는 공연이다. 6월에는 10주년을 맞는 디토 관련 콘서트가 있다. 지금까지 10년 동안 디토라는 이름으로 가져왔던 프로그램들 중에서 선별해 라인업을 꾸릴 예정이다.
디토가 벌써 10년이나 흘렀나. 아직도 지난 시즌이 계속 생각난다. 어제가 베토벤 생일이었다. 내 꿈은 베토벤의 콰르텟을 다 연주하는 것이다. 내 나이를 생각하고 돌아볼 때, 클래식이라는 음악을 전 세계 연주자들과 경험하면서 새로운 세대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영 페이스와 올드 페이스로 나눠서.
사회적으로 공헌활동을 많이 하는 뮤지션이다. 하루가 24시간보다 많았으면 하고 바랄 때가 많다. 하고 싶은 게 많은데, 나도 곧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라 30대 때처럼 선뜻 마라톤을 뛰는 것이 어려울 것도 같다. (얼마 전에 친한 친구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4월에 마라톤을 뛸 예정이긴 하다.) 세상에는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은데, 어디에 포커스에 맞춰야 할지 고민이다. 매주 아프리카에 가면 좋겠지만 시간적인 제약이 가장 어렵다. 세상엔 도움이 필요하다. 미움과 고통, 비난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에 각자 개개인이 무엇을 할까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내 가족이 있는 상태에서는 어려운 일이겠지만, 자기가 주어진 환경에서 글로벌 패밀리를 위해  도울 일이 뭔지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음악적인 나눔도 게으르지 않다. 내 에너지와 내 시간을, 중요하다고 믿고 생각하는 것을 음악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뮤지션으로서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기금을 모으거나 마라톤을 뛰는 것처럼 내가 믿는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 뮤지션으로서 세계의 스테이지에서 나누고 싶다. 뮤지션으로서, 아티스트로서의 소명은 나누고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용재 오닐의 음악 덕분에 한국에서 비올라의 위상이 많이 달라졌다. 공연을 다니면서 가장 기쁠 때는 영 아티스트가 ‘당신의 비올라를 듣고 비올라를 시작했다’고 말할 때다. 언제 들어도 기쁜 이야기다. 비올라는 악기 자체가 굉장히 감정적으로 다양한 색채를 가지고 있다. 그동안 비올라가 솔로 악기로서 조명을 받지 못했던 것은 사실인데, 이 악기의 매력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음악을 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뮤지션에게 녹음은 그날의 사진을 찍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때그때 다르다. 음악가들은 성장을 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녹음했던 BBC 심포니 녹음을 들으면서 스스로 다르다고 느낀다. 녹음은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음악에 다가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아티스트의 음악세계를 나의 세계로 가져오는 가장 멋진 방법이다. 나 역시 라이브 퍼포먼스를 모두 보는 것은 어려웠지만 다양한 레코딩을 들으면서 꿈을 키워왔다. 영 뮤지션들은 다양한 레코딩을 들으면서 음악의 세계를 풍부히 하길 바란다. 왜냐하면 어렸을 때 들었던 레코딩이 지금까지도 나에게 감동과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떤 음악가로 남고 싶은지? 언제나 내가 듣고 싶은 음악, 연주하고 싶고 녹음하고 싶은 것만 하면 대중들이 듣는 것과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뮤지션은 수백 시간을 엄격하게 채찍질하고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으면서 스스로를 단련한다. 그 과정을 지나서 내가 듣고 싶은 음악과 레퍼토리를 결정할 때 고민이 될 수 있다. 처음 접해도 계속 듣고 싶은 음악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모든 음악가가, 다른 예술 분야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새로운 관객들이 들어주면 좋겠다. 그렇게 내 음악세계를 이끌어주면 좋겠고, 음악의 여정을 함께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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