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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얼굴’이 예쁜 사람

바른 말 전도사 아나운서 윤영미

2017-01-11 11:19

글 : 임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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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것은 32년 차 아나운서의 직업병일지도 모른다. 바른 말을 함께 지키고 즐겁게 나누고 싶다는 마음으로 말하는 법에 관한 에세이를 펴낸 윤영미 아나운서. <넌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세요?>라는 재미있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말하기의 비법을 재미있게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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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 튀는 제목부터 눈길을 끄는 윤영미 아나운서의 신간은 마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후배들과 광화문에서 양꼬치를 먹다가 맞춤법이 화제로 떠올랐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말을 잘못 쓰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아 뭔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시작된 것이 책 쓰기였다고 한다. 습관처럼 쓰는 잘못된 말을 짚어주고, 말을 잘하기 위해 챙겨야 할 것들을 현장에서 터득한 본인의 노하우를 잘 버무려 쉽게 설명해주니 책 내용이 눈과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시중에 말하기 관련 책이 없는 것은 아닌데 딱딱하고 어려운 이론 서적이 대부분이거든요. 쉽게 안 읽히고 왠지 공부하는 것 같고요. 조금 쉽게 풀어주고 싶었어요. 요즘 젊은 세대들이 말에 대한 두려움이 많더라고요. 말을 잘하고는 싶은데, 점점 말을 못하게 되어가는 현실인 것 같아요. 말하는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책을 썼습니다.”
그렇게 말에 대한 25개의 챕터로 된 책이 나왔다. ‘안’과 ‘않’, ‘되’와 ‘돼’가 헷갈리고 ‘어떡해’는 맞고 ‘어떻해’는 틀렸다는 식의 정보부터 말을 잘하기 위한 스피치 노하우까지 32년 아나운서의 노하우를 제대로 풀어냈다.
 
말 잘하는 것 vs 잘 말하는 것
“말을 잘하는 것과 잘 말하는 것은 달라요. 말을 잘하는 것은 스킬적인 부분이고, 잘 말하는 것은 비언어적인 부분이에요. 말의 내용과 상관없는데 90%가 영향을 미쳐요. 눈빛, 외모, 내적인 것, 걸음걸이, 옷차림 등 상대가 느끼는 모든 것이 비언어적인 것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사람을 판단할 때 비언어적인 것으로 판단하잖아요.”
윤 아나운서가 평소 말을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주고 싶은 이유는 하나다. 말하기의 스킬이 없어도, 비언어적인 부분을 잘 챙기면 말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다. ‘나는 목소리도 이상하고 사람들 앞에서 말을 못해’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알려주는 스킬적인 부분도 있지만, 그보다는 눈빛, 표정, 경청하고 반응해주는 것 등을 일러주고 싶었다고 한다.
“책에도 썼는데, 매주 녹화장에서 만나는 가수 장윤정 씨가 ‘안녕하셨어요?’라고 인사를 해요. 저는 그 인사가 참 기분이 좋더라고요. ‘안녕하세요?’보다 친근함을 보여주는 말이잖아요. 나를 알아봐주는 인사니까요.”
<넌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세요?>에는 생활밀착형 예가 많이 나온다. 눈에 띄는 것이 요즘 한창 유행인 ‘내가 이럴려고 ~됐나’다. 다들 ‘이러려고’가 아닌 ‘이럴려고’라고 발음을 해서 고쳐주고 싶다는 직업병이 발동했단다. “내가 이런 거 지적하려고 아나운서가 됐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사실 스킬적인 부분은 일대일로 발음을 고치는 식으로 고쳐야 해요. 책을 통해서 바로잡기는 쉽지 않죠. 그런데 잘 말하는 것은 조금만 신경을 쓰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어요.”
이해하기 쉽게 말 잘하는 한국 사람을 꼽아달라니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저는 노무현 대통령이 말을 잘하는 것 같아요. 정치인 중에서는요. 말을 잘한다는 것이 달변이 아니라 진정성이 느껴지게 말하는 사람이거든요. 스피치의 요건 중에 진정성 있는 말, 잘 들어주는 말, 반응해주는 말이 있는데, 노무현 대통령은 그걸 잘하신 것 같아요. 유재석 씨도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잖아요. 그분은 달변이라기보다는 호감형에 가깝죠. 그래서 사람들에게 더 인정을 받는 듯해요.”
이렇게 말을 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전문가로서 현재 대중문화에 노출된 언어 상황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젊은 아이돌 스타가 발음이 정확하지 않게 말을 해서 아이들이 따라 하거나, 비속어나 줄임말을 쓰는 것을 보면 더 책임감을 가지고 바른 말을 써야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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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자존감이다!
“말은 자존감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요. 내 자존감이 낮아져 있으면 말이 옳게 나올 수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말을 잘하는 출발은 자존감을 챙기는 거예요.”
아이를 키우고 가정에만 충실하다 보면 자존감이 낮아져서 고민이라는 주부들이 많은데, 본인을 위해서는 자존감을 먼저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아이를 키울 때도 공부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자존감을 키워주는 교육이 우선이라고.
“요즘은 공부보다는 호감형 인간이 성공하는 시대예요. 말을 잘해서 달변가로 성공하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의견을 잘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이에요. 외모는 후져도 호감이 가는 사람이 있어요. 비언어적인 부분이 중요해요.”
그리고 윤 아나운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다. 어떤 말을 듣고 자랐고, 지금 내가 어떤 말버릇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운명이 결정되는 것은 분명한 일인 것 같다고.
“말은 파워풀한 것이에요. ‘짜증 나’, ‘재수 없어’ 같은 말을 계속하면, 이 말들에 확장성이 있어요. 실제로 그렇게 되는 거예요. 그런 언어 습관을 고치면 훨씬 삶이 행복해진다고 생각해요.”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자존감을 키워주는 말, 긍정적인 말을 자주 해주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고 한다. 칭찬을 할 때는 구체적으로 해주고, 항상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말을 반복해주면 아이의 운명까지 바꿀 수 있다.
 
열정으로 소통하는 사람
윤영미 아나운서는 방송계의 대표적인 마당발 인맥 소유자다. 그리고 젊은 마인드로 젊은 사람들과도 곧잘 어울리며 소통하는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남녀노소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들과 열정적으로 교류하는 것은 그녀가 가진 최고의 장점이자 무기다. 그리고 그녀를 설명하는 하나의 키워드이기도 하다.
“저도 나이에 대해 의식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나이가 드니까 자꾸 섭섭한 게 많아지고 눈치도 보게 되고 그러더라고요. ‘쟤들이 나 늙었다고 무시하나?’, ‘세대차이가 나서 내가 눈치를 보는 건가?’ 하면서 혼자 생각할 때도 있고요.(웃음) 제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라면, 열린 마인드와 호기심인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 호기심이 없어지고, 자기가 아는 것을 토대로 살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자기 생각과 스타일이 맞다고 고집하면서 ‘꼰대’라는 수식을 얻게 된다. 그녀는 의식적으로 열린 사고를 가지기 위해 노력하고 젊은 사람들과 어울린다. 이번에 나온 책 역시 그렇게 소통하다가 탄생한 결과물이다.
이번 책의 편집자에게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윤영미라는 사람에 대한 두 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는데, 하나는 원고 약속을 칼같이 지켰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그 어떤 지적에도 수용을 잘 하더라는 것이다. 일을 하다 보면, 특히 나이가 많은 윗사람은 본인의 주장과 다르면 기분 나빠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녀는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저는 새로운 것이 있으면 배우려고 하는 편이에요. 이삼십 대에게도 새로운 것이 있으면 배우려고 하고 모르면 물어보고, 항상 귀를 열어놓고 또 내 잘못을 받아들이고요. 그게 제 나름대로는 열정이라고 생각해요. 나이 든 사람들은 그런 생각만 가져도 꼰대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 것 같아요. 저는 그런 꼰대는 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오픈 마인드를 가지려고 해요.”
어느덧 나이의 숫자는 오십을 훌쩍 넘었지만, 어떻게 하면 더 멋지게 나이 들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면서 소통한다. 그녀는 그것이야말로 본인이 추구하는 진짜 열정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2017년이 되고 또 모두의 나이가 공평하게 늘어나죠. 매년 그해의 모토가 있긴 해요. ‘올해는 더 예뻐질 거야’, ‘방송을 더 많이 하고 싶어’ 같은 목표요. 올해는 기쁨의 한 해가 되고 싶어요. 기쁨은 내가 찾아내야 해요. 가만히 있으면 안 되고, 찾아내야 해요. 말하는 대로 된다는 신념이 중요한 만큼, 기쁨을 수시로, 자주 말해야겠죠?”
인터뷰가 끝나고 윤 아나운서가 책에 사인을 해줬다. ‘말 얼굴이 예쁜 기자님께’라는 메시지와 함께였다. ‘말 얼굴’은 윤영미 아나운서가 이번 책 작업을 하다가 직접 만든 말이다. 말에도 얼굴이 있다는 생각을 하다가 만든 말이라는데, 진짜 예쁜 사람이 되려면 얼굴보다 말을 먼저 가꾸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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