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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검 송중기 의상감독 이진희

<구르미><성균관스캔들> 한복 만들었어요

2016-12-13 09:41

글 : 임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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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미 그린 달빛>의 박보검, <성균관 스캔들>의 송중기가 입었던 한복을 만든 사람이라고만 소개하기엔 그녀가 가진 디자이너로서의 진지한 태도와 철학에 조금 미안하다. 화제의 드라마, 영화, 연극 등의 의상감독을 지내오며 지금은 한복의 글로벌 작업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는 디자이너 이진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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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낮에 성북동이나 삼청동 근처에 가면 한복을 입은 청춘들이 즐겁게 사진을 찍으면서 산책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서울을 찾은 외국인은 물론 한국인들도 거부감 없이 한복을 입고 즐기는 분위기다. 한복은 고리타분하고 번거로운 옷이라는 개념을 뛰어넘어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특별하고 예쁜 옷’이라는 인식이 생긴 것 같다.
한복이 대중적으로 드러난 데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사극 드라마 붐은 빼놓을 수 없다. 최근 화제 속에서 막을 내린 <구르미 그린 달빛>을 비롯해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성균관 스캔들> 등 대세 스타들이 출연한 퓨전 사극이 열풍을 일으키면서 자연스럽게 한복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다.
“어느 순간 붐이 일어서 많이들 입으시는데, 한복의 대한 인식이 넓어지는 것은 좋아요. 다만 길에서 만난 분들의 옷을 보면 용체가 높은 데다 알록달록해서 제가 아는 한복의 아름다운 색은 아니에요. 한복이 가진 본연의 색은 정말 우아하고 아름답거든요.”
<구르미 그린 달빛>의 의상감독을 맡은 한복디자이너 이진희 씨는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한복의 미학을 알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본인이 한복디자이너가 되고 한복의 미학을 알았던 것처럼 더 많은 사람들이 한복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간 80여 편의 대중문화 작품에 투입되어 작업한 이력이 있는 의상감독으로서, 한복의 진정한 멋을 아는 한국의 디자이너로서, 그리고 본인의 옷에 대한 미학의 결정체인 브랜드 론칭을 앞둔 아티스트로서 말이다.
 
<구르미> 보는 재미 5% 올려준 한복
“<구르미>에서는 우리 옷이 얼마나 우아하고 아름다운지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 옷을 두고 많은 분들이 원색적이고 화려한 오방색의 이미지를 떠올리시는데, 저는 굉장히 편안하고 우아하고 기품 있는 색이 우리 한복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현대적으로 모던하기까지 한, 우리만의 미학이 있어요.”
드라마 제작 초반에는 제작진의 우려도 있었다고 한다. 10~20대가 타깃인 드라마이니만큼 원색적이고 화사해야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러나 디자이너는 고집스럽게 본인의 원칙을 지켰고 그 결과 감각적인 소통이 가능해졌으며 반응도 뜨거웠다. 드라마라는 매체의 파급력을 의상 작업을 하면서 실감했다.
“박보검의 의상은 그 캐릭터 특성상 예술가적인 깊이도 있으면서 효명세자의 힘 있고 깊은 성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어요. 양쪽을 다 폭넓게 가지고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변화를 많이 줬어야 했죠. 기존에 흔히 보던 세자 곤룡포에서 벗어나, 변주를 많이 주려고 했어요.”
덕분에 기존의 세자가 아닌 박보검만의 세자 이영이 완성됐다. 열다섯 벌 제작을 계약하고도 사비로 서른 벌 이상을 제작하면서 드라마의 보는 재미를 더하는 일등공신이 됐다. 사비가 들었지만, 직접적인 소통을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작업이라 가치 있는 시간이었단다.
“디자이너로서, 또 예술가로서 작업하면서 생기는 가치가 있는데 그런 것들을 실현하고 확인할 수 있는 굉장히 좋은 매체가 드라마인 것 같아요. 파급력이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한복의 색감이나 질감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많은 분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가능했어요. SNS를 통해 시청자들과 소통하면서 작업한 것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이진희 디자이너는 <성균관 스캔들>의 의상감독으로도 이미 한 차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송중기의 의상이 화제였다. 잘생긴 대세 배우들이 출연한 작품이라 유명세를 치르는 것은 아니냐 하는 생각이 언뜻 들 수 있겠지만, 이 디자이너는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결과물을 만들었다.
“<성균관 스캔들>에서는 얼마나 한복이 현대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고, <구르미>에서는 한복이 얼마나 미학적으로 아름다운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드라마를 통해 한복에 대한 사람들의 시각이 좀 더 다양해지고 확장되는 계기가 생기기를 바라요.”
그녀의 트위터에는 드라마에 등장한 한복을 실제로 보고 싶다는 문의도 많이 들어온다. 지금은 세탁실에 있지만, 전시가 됐든 패션쇼가 됐든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다고 한다. 화면에서 보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기회만 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직접 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보고 싶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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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스캔들>과 <구르미 그린 달빛>의 주인공들이 입었던 한복. 직접 보고 싶다고 개인적으로 문의를 해오는 팬들이 많아서 언젠가 전시회를 열 계획도 가지고 있다.
 

서양화와 무대미술을 전공한 디자이너
의상감독 작업을 주로 하면서 한복으로 본인의 이름을 드러내고 있는 이진희 디자이너는 패션을 정식으로 배우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는 서양화를 공부했고, 대학에서는 무대미술을 전공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대학교 2학년 때 체코에 갔다가 전쟁박물관에 들렀어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군인의 옷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피탄이랑 흙이 묻어 있더라고요. 옷에서 그 사람의 삶이 보였어요. 당시 무대미술에 대한 개념이 잘 안 잡힌 때였는데, 그 옷을 보고 개념이 정리가 됐어요. 옷에 시간과 공간, 인물을 다 담을 수 있다면 굳이 세트를 만들 것이 아니라 옷으로 풀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 확신이 드니 작업을 구체화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의상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연극, 영화, 드라마 등에 등장하는 옷을 화려하게 디자인하고 질감을 주기보다는 본질적으로 인물의 운명을 담을 수 있는 작업을 주로 해왔다.
그의 옷에서는 장식적인 디자인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색감도 마찬가지다. 눈을 찌르는 강렬한 색보다는 보기에 편안한 색을 선호하기에 모던하고 현대적인 미학을 한복에 입힌다.
“결국 개념화예요. 시각적인 개념화 작업. 제 시작이 미술이기 때문에 옷의 아름다움이나 트렌드를 주도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본질에 가까운 것들을 찾으려고 해요.”
섬세하고 치열하게 작업해야만 하는 성격상 한복 원형이 가진 선의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한 작업을 추구한다. 조금 다른 소재와 감으로 접근하려는 욕구가 별나게 강해서 에피소드도 많다.
“<간신>이라는 영화를 할 때는 붉은색으로만 표현을 하고 싶었어요. 수백 가지의 색을 붉은색으로만 표현하기 위해서 직접 염색을 많이 했는데요. 락스로 탈색을 하면 깨끗하게 빠지지가 않더라고요. 그러다 하이도록시라는 제품을 알게 되어서 그걸로 작업을 했는데, 그 작업이 끝나고 후배가 응급실에 몇 번 실려 갔었어요. 최근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문제가 된 그 물질이었어요. 폐에 이상이 생겨서 9개월간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소견을 받았죠.”
원하는 소재를 찾기 위해 전국을 도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구르미> 작업을 할 때는 원하는 천을 얻기 위해 진주의 한복 공장을 수시로 오갔다. 시간 여유가 있을 때는 이탈리아에 가서 한 달 정도 원단 공장만 다니고 온 적도 있다.
 
디자이너 이진희의 미학이 담긴 브랜드 ‘하무’
2008년 KBS에서 방영된 <바람의 나라> 드라마 작업을 할 때였다. 퓨전 판타지 작품이라 시대가 한정되지 않아서,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우리 복식사를 다 훑었다. 그때 이 디자이너는 과거의 옷에도 현대적이고 미학적인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 의상을 할 때는 서양 옷이 훨씬 화려하고 멋있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 옷이 장식적이지도 않고 가장 원형에 가까운 옷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추구하는 옷의 가치와도 맞고요.”
한복의 글로벌화를 추구하고 싶다는 그녀는 그런 본인의 옷에 대한 미학을 담은 브랜드 론칭을 앞두고 있다. ‘하무(HAMU, Honest Art Modern Unit)’라는 이름을 가진 이 브랜드에서는 한복을 토대로 한 현대복을 선보인다. 그간 한복의 현대화는 많았지만 글로벌화를 시도한 작업은 없었던 터라, 본인이 꼭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단다. 지금까지 작품 속에 존재하는 옷만 작업해서인지 직접 사람들과 소통하고 만났으면 좋겠다는 욕망도 생겼다.
“늘 대상이 있는 옷 작업만 해서 이번 브랜드 작업은 저에겐 새로운 느낌이에요. 그래서 어떤 사람들에게 입히고 싶은지, 어떻게 보였으면 좋겠는지를 제일 먼저 생각해요. 저는 3050의 일하는 여성들이 입으면 우아하면서도 편하고, 또 조금은 특별해 보일 수 있는 옷을 생각하고 있어요. 특별하면서 불편한 게 아니라, 편하면서 특별하다고 해야 할까요? 제가 입고 싶은 옷을 먼저 생각하면서 만들었어요.”
이 디자이너는 우리 옷의 아름다움에 대한 확신, 그리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 자부심을 옷이라는 분야에서 풀어내고 키워보고 싶은 것이 20년간 옷의 미학을 찾아온 디자이너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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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림  ( 2016-12-13 )  수정 삭제    답글 찬성 :7   반대 : 1
드라마 볼때 한복의 선과 색채의 미학에 깊이 매료되었습니다.
이영세자의 다양한 성정에 맞는 의상을 보는것도 큰 재미였습니다.
멋진 한복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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