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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파스 감성, 김참새

아틀리에 인터뷰_3

2016-04-12 09:43

글 : 임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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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눈이 화악 밝아지는 기분 좋은 작품.
일러스트와 파인아트의 경계를 넘나드는 김참새 작가의 작품은 간략하면서도 감각적이고 재미있다. 작가 역시 쓱쓱 크레파스로 그려낸 것 같은 감성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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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그림!’
김참새 작가의 작품을 보면 이 말이 절로 나온다. 파리 골목길의 작은 카페에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예쁜 서점 한 귀퉁이에 놓인 그림책의 한 장면인 것도 같다. 크레파스로 그린 것 같은 특유의 색감은 본인만의 스타일이 구축된 나이 지긋한 외국 작가를 떠올리게 한다. 이제 서른 남짓한 젊은 작가는 그만큼 본인의 스타일을 빨리 구축했고 완성했다.
실제 모습보다 작품과 이름으로 잘 알려진 일러스트레이터 김참새가 한남동에 위치한 스튜디오 콘크리트, 일명 유아인 카페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있다. 패션, 사진, 음악, 미술 등 다양한 예술이 공존하는 이 갤러리는 젊고 감각적인 신진작가와 작품 전시로 유명한 곳. 일러스트레이터 김참새의 첫 전시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전시 오프닝파티 때는 갤러리 대표인 유아인이 직접 방문해서 열기를 더하기도 했다. 

이렇게 작품을 통해 많은 관심을 받은 그이지만 정식으로 인터뷰에 응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비하인드스토리가 있다. 사진 촬영을 극도로 싫어해서, 그동안 언론에 얼굴이 공개된 적이 단 한 번도 없단다. 기자 역시 여러 번 설득과 회유를 시도했으나 어김없이 실패했다. 이런 그녀의 성향 덕분에 작품은 알지만 그가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기자도 몰랐다. 조금 일찍 인터뷰 장소에 도착했지만, 약속시간까지 우리는 서로를 몰라봤다.
본격적인 인터뷰를 공개하기 전에 기본적인 정보를 먼저 말하자면, 그녀는 여자다. 중성적인 이름이라 남자라는 오해도 많이 받는다고 한다. 사근사근한 말투를 소유한, 착하고 선한 인상을 가진 매력 있는 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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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며칠 후, 이메일로 한 장의 사진을 받았다. “워낙 사진 찍는 걸 싫어해서 셀카는 말할 것도 없고 뭐 하나 제 모습 담긴 사진이 없어요. 그래도 그나마 이 사진이 좀 나을까 싶어서 보내드려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김참새 작가의 귀한 프로필 사진(위)이다.


안타깝다. 이렇게 근사한 모습을 사진으로 전할 수 없다니.(웃음) 
정말 죄송하다. 절대 공개할 수 없다. 오프닝 때도 사람들 앞에서 얼굴이 공개되는 것이 쑥스러워서 갤러리 큐레이터가 작품 설명을 대신 해줬을 정도다. 

첫 전시라니 의외다. 작품이 익숙해서 당연히 여러 번 했을 줄 알았는데. 
프랑스 유학시절 교수님들과 함께 단체전에 참가한 적은 있는데, 내 이름으로 단독 전시를 한 것은 처음이다. 다양한 일을 하는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소감은 어떤가? 
부끄럽다. 전시 주제가 ‘외롭고도 외롭고, 슬프고도 슬프다’다. 외로움이 아니라 외롭고 또 외로운, 딥(Deep)한 감정들이다. 슬픈 감정들이 정말 많지 않나. 그런 깊은 슬픔인데, 나만 이렇게 느끼나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그걸 표현했고. 사실 나는 프랑스에 가기 전까지 내가 이렇게 우울한 사람인 줄 몰랐다. 그런 환경이 주어지면 다운이 되더라. 그렇게 탄생한 결과물인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했다.

오프닝 때 사람이 정말 많았다. 
유아인 씨도 오셨더라.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와주셨다. 사실 오프닝 때 사람들이 많이 안 오실 줄 알았다. 사람들 없어서 심심할까 봐 책이랑 이어폰을 챙겨 와서 구석에 앉아 있었는데, 그날 잠이 안 올 정도로 가슴이 벅찼다. 유아인 씨는 알려진 대로 이 공간의 운영자다. 예술에 조예도 있으시지만, 무엇보다 본인의 공간에서 전시가 열리니 당연히 관심을 가져주시더라. 촬영 중인데도 와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갤러리 대표님이시니까 직접 작품 설명을 해드렸다.(웃음) 

드로잉뿐 아니라 설치미술도 있다. 2층엔 피아노 작업도 있고. 
대부분 감정에 대한 것이긴 한데, 피아노랑 몇 가지는 일러스트의 연장선으로 작업한 것이다. 뮤지션 정준일과 같이 아트워크를 하고 있다. 언젠가 공연에 쓸 피아노가 필요한데 예쁘게 꾸몄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며칠 지나 작업실에 피아노가 한 대 왔더라.(웃음) 떠오르는 이미지를 아무거나 그렸다. 정준일이 좋아하는 조니 미첼 곡의 가사를 넣기도 하고, 작업하다가 들었던 그때그때의 생각을 불어로 적기도 했다. ‘팔이 아프다’ 뭐 그런 글도 있고.(웃음)

어쩐지 폴과 린다 매카트니 같다. 두 분도 실제로 그런 관계인가. 
하하. 절대, 절대 아니다. 아이디어와 이야기가 잘 통하는 정말 좋은 친구다. 

작품에 한글 텍스트는 전혀 없다. 영어도 없고, 오직 불어다.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다. 단어 한 자라도 내 마음을 적어야 속이 후련하다. 불어를 아시는 분들이 많아서 다 해석하시는 분들도 많으시지만.(웃음) 내가 불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언어는 한참 부족하다. 사실 문장을 들여다보면 ‘나는 너무 좋아’, ‘나는 지금 슬퍼’ 이런 식으로 애기 같은 문장들이 많다. 그때그때 감정을 적는 편이다.

작업의 시작은 어디인가. 
나는 매일 일기를 쓰는 대신 그림을 그린다. 글을 쓰는 것은 뭔가 오그라든다.(웃음) 새벽에 쓴 것을 다음 날 아침에 보면 왜 이렇게 썼지 후회할 때가 많다. 나만 알 수 있게 감정에 대한 이야기들을 그림으로 그렸다. 학교에 다닐 때도 감정에 대한 이야기들을 그림으로 그리는 훈련을 많이 했다. 

개인전 작품들도 그런 일기의 일환인가? 
맞다. 개인적인 일들이라 부끄럽다.(웃음) 대표적인 것을 소개해드리면, 빨간색으로 칠해진 강아지. 내가 고등학교 때 태어나서 지금은 나이가 정말 많아진 강아지 바다다. 나이가 굉장히 많다. 할아버지처럼 등도 굽었고 다리에 힘도 없다. 강아지가 그렇게 늙는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지 않나. 그래서 빨간색으로 에너지를 주고 싶었다. 다리를 세 개 그렸는데, 그건 힘을 내서 나이 든 상태랑 싸우라고 응원하는 내 마음이다. 그런 식으로 하나하나 내 이야기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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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작가 김참새의 첫 전시. 다양한 감정을 주제 삼아 즉흥적으로 작업하는 그녀의 드로잉, 페인트, 설치 작업이 독특한 스튜디오 공간과 잘 어우러진다.

프랑스 유학시절 만들어진 감성

그녀는 조금 늦은 나이에 프랑스에서 유학생활을 했다. 한국인이 많지 않은 낭시 공립미술대학에서 아트를 전공했다. 힘들고 외로운 시간이었지만, 그곳에서 보낸 집중적인 시간 덕분에 지금의 그만이 지닌 작품 스타일과 감성이 완성됐다.

프랑스 낭시 공립미술대학 출신이다. 
스물다섯에 뒤늦게 유학을 갔다. 내가 원하는 교육방식이 있었는데, 지인이 추천을 해줬다. 그때까지 나는 외국은커녕 노란 머리의 사람들을 만난 적도 거의 없었다.(웃음) 가까운 일본이나 아시아 나라 몇 군데에 다녀온 경험이 전부였는데 너무 배우고 싶어서, 불어를 하나도 말할 줄 모르는 상태였지만 갔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벌써부터 고난의 시간이 그려진다.(웃음) 
어학을 전혀 해결하지 못한 상태로 가서 수능 공부하듯이 철저하게 준비했다. 첫해에 기대 없이 입학시험을 봤는데, 국립대가 많지 않아서 당연히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본 시험이었는데 덜컥 합격했다.(웃음) 이후에 힘들게 수업을 따라갔다. 

교육과정이 한국이랑 많이 다르던가. 
여기서(한국) 나는 소위 말하는 입시미술을 배웠다. 연필만 잡으면 테크닉적인 선이 나온다. 학교에서는 정해진 틀대로 그리지 않으면 낙오자가 됐다. 그런 수업방식에 익숙해서 많이 힘들었다. 서툴게 시작해보자는 생각에 왼손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그게 오히려 더 나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왼손으로 그리면서 나도 그렇게 (틀을 벗어나서) 그릴 수 있는 사람이구나, 생각하게 됐다.

본인에게 꼭 맞는 환경을 찾은 셈이다. 
내가 다닌 학교의 방침이 그런 식으로 자기 안에 있는 것을 끌어내는 교육방식이라서 잘 적응했던 것 같다. 좋은 교수님도 만났고. 1학년 때 학점이 좋을 때도 있었지만 아트과가 안 맞는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학교도 힘들고 선생님들에게 혼나고, 그래도 졸업장은 따야 한다는 말을 들으며 공부를 끝냈다. 마지막엔 교수님이 한국에 가서도 끝까지 미술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해주셨다.

스페인에서도 석 달 살았다고 들었다. 
학교 수업이 발표 시스템이었는데, 불어 실력이 떨어지니까 의기소침해지더라. 그러던 중에 여행지 가이드 자리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하는 기회가 생기는 거니까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바르셀로나에서 숙소와 식사를 제공받으면서 미술관 큐레이터 아르바이트를 했다. 피카소 미술관에도 있었고, 몬세라트 성당 안에 있는 조각품을 설명하는 일도 했다. 말주변이 없어서 힘들었는데, 그때 설명하는 기술을 많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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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을 바라보는 일상

그녀는 꾸준하게 그린다. 바르셀로나에서 피카소 미술관 가이드를 하면서, 피카소가 굉장히 다작을 했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무조건 다작을 해야 자기 스타일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슬럼프가 와도 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작업실이 구기동, 북한산 밑이다. 
시끄럽고 번화한 곳을 안 좋아한다. 북한산이 다 보이는 작은 사무실 같은 공간이다. 지은 지 20~30년 된 낡은 건물인데,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이 창문이다. 전면이 유리로 되어 있다. 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학교 다녔던 낭시 지역에 숲이 많았는데, 서울은 다소 삭막한 감이 있지 않나. 작업을 위해 적응을 하려면 숲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놓았다. 한가운데 테이블이 있고, 일러스트 작업이나 서류 업무는 테이블에서 처리한다. 한쪽 벽은 소파와 책장. 주로 누워서 책을 보는 공간이다. 그리고 한쪽 벽은 페인팅하는 공간이다. 작고 심플하다.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 
느지막이 일어나서 작업실에 간다. 집과 작업실이 가까워서 산책하듯 걸어간다. 날씨가 좋으면 강아지를 데리고 갔다가 작업을 하고 돌아오는 평온한 일상이다. 점심 이후에 작업을 시작한다. 밤에 시작하면, 나는 해가 떨어지면 슬퍼서 그림이 이상하게 나온다. 최대한 해가 있을 때부터 작업한다.

본인만의 작업 습관 같은 것이 있는지. 
학교에서 하던 습관이 아직 남아 있다. 수업에 가면 교수님이 수많은 이미지들을 보여주신다. 뇌가 말랑말랑해져야 창의력이 생기기 때문에 다양한 자극을 주는 것이다. 나는 묘사력 있는 소설을 많이 읽는다. 버지니아 울프의 <럭턴 유모의 커튼> 같은 작품들. 글을 읽으면서 상상을 하니까 좋다. 잡지도 자주 본다.

작업 이외에 다른 분야와의 콜라보도 많은 작가다. 
주제를 들었을 때 방향이나 색깔이 내 작품과 잘 맞을 것 같으면 작업에 들어가는 편이다. 코엑스몰이 생일을 맞아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는데 그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고, 제주도 중문에 새로 생기는 호텔과 진행하는 일도 있다. 분더샵(패션 편집숍)에서 스타일리스트 박세준과 함께 작업한 옷이 출시됐다. 패턴 그림을 그렸다. 간간히 매거진 작업도 한다. 아기 동화책 작업도 있다.

아기 동화책 작업이 흥미롭다. 사실 작품의 이미지가 그림책과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없어서 잘 몰랐는데, 어렵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처음 해보는 작업이라 스토리가 아닌 그림 작업만 한다. 주제는 재미있다. 스위스, 인도, 영국, 한국, 중국 등등 다국적 아이들이 나온다. 한 아이가 ‘너희 엄마는 어느 나라 분이니?’ 하고 물으면 각 나라와 관련된 아이템을 보여주는 것이다.

참, 그런데 김참새라는 독특한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큰 의미가 있다기보다는.(웃음) 유학생활 할 때 늘 노트북을 켜놓고 있었다. 마우스 한 번 움직이면 컴퓨터가 켜지고, 한국 티브이를 보고 음악도 듣고. 스카이프(화상통화)도 늘 켜져 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친구들에게 인사를 했다. 오후 5시면 여기는 아침이다. 동생이 늘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쫑알댄다고, 참새 같다고 참새 언니라고 불렀던 것이 시작이다. 어느 날 준일 씨랑 아트워크를 하는데, 초기 작업이라 부족한 것이 많아서 이름을 숨기고 싶었다. 그때 그냥 김참새로 써라, 이렇게 된 것이다. 중성적인 이름이라 남자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은근히 많다. 

모든 예술이 그렇듯 미술도 쉬운 일은 아니다. 본인을 작업으로 이끄는 원동력은 뭔지. 
그림 그릴 때가 제일 좋다. 한국 돌아와서 그림 때려치우고 회사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처음으로 준일 씨랑 한 아트워크가 재미있더라. 소소하게 그리고 했던 것이 운 좋게 일로 이어졌고, 지금까지 왔다. 내 안에 있는 뭔가를 봐준 분들이 계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 질문이다. 그림 그리는 일, 행복한가? 행복하다. 제 그림을 좋아해주셔서 감사하다. 마이너한 그림이라고 생각해서 혼자 구석에서 그림을 그리고 그랬다. 공개된 시간도 짧은데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여태까지 하고 싶었던 대로, 꾸준히 소신대로 가고 있으니까 그렇게 열심히 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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