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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사위가 치매 전문의가 된 이유는?

동네병원 30년 터줏대감 김철수 원장

2016-02-23 09:32

글 : 김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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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올림픽공원역 부근에 30년 가까이 터줏대감처럼 자리하고 있는 한 동네 병원. 이곳에 한방과 양방의 융합 치료로 치매 환자를 돌보는 의사가 있다. 김철수 원장 이야기다. 평범한 가정의학과 전문의였던 그가 치매 전문가로, 치매 치료 전도사로 탈바꿈하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장모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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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병원 의사’로 불리며 서울 방이동에서 30년 가까이 환자를 받고 있는 김철수 원장은 원래 가정의학과 전문의다. 바쁠 때는 하루 평균 3백 명, 가장 많이 받은 환자 수가 무려 6백80명이었을 만큼 병원은 언제나 환자들로 붐볐다. 그렇게 6년이 지나자 몸에 이상신호가 왔다. 더 이상은 무리라는 판단이 섰을 때, 김 원장은 한의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철인이라고 해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힘들었어요. 어지럽기도 하고 빛을 보면 눈이 부시는 등 몸이 많이 약해졌죠. 사실 처음에는 한의대를 갈 생각이 없었어요. 썩은 풀뿌리 삶아 먹는 걸 내가 왜 배우냐 했는데, 주변에서 직접 가서 겪어본 다음 정말 거짓말이면 그때 때려치우고 나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들어갔는데, 양의학이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한의학에서 채워줄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2000년대에 한의대를 졸업한 뒤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죠.”
이때까지만 해도 김 원장에게 치매는 관심분야였지만 주력분야는 아니었다. 중간중간 치매 환자가 방문하면 약을 지어주긴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그런 김 원장이 본격적으로 치매 치료를 연구하기 시작한 건 2009년 무렵.
“어느 날 낯선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할머니가 길을 잃어버렸으니 데려가라고요. 가보니 장모님이더라고요. ‘나 요즘 이상해. 길을 자주 잊어버려’ 하시기에 병원에 모시고 갔는데 경도인지 장애에서 초기 치매로 넘어갔다는 진단을 받았어요. 병력을 들여다보니 이미 2006년부터 길을 잃어버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더라고요.”
일상생활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경도인지 장애에서 초기 치매로 들어서면 원만한 직장생활이 어려워진다. 기억장애나 언어장애를 보이며 판단력과 문제해결 능력이 떨어지지만, 혼자 사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이때까지도 김 원장은 장모를 양의학에 맡기고 경과를 지켜보았다. 그런데 두고 볼 수만은 없는 문제가 생겼다. 너무 빨리 중기 치매가 찾아온 것이다.
“3년 정도 지나니까 중기 치매가 되셨어요. 중기 치매로 접어들면서 깔끔하던 집 안이 지저분해지고, 화분의 식물도 다 말라죽고, 자주 찾아뵙는데도 ‘왜 안 오느냐’라고 하시더라고요. 양학에 한계가 있구나, 치매 진행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구나, 느껴서 본격적인 한의학 치료에 들어가게 됐어요.”
그때가 2013년, 그러니까 장모가 초기 치매를 진단받은 지 4년이 지났을 무렵이다. 기존에 병원에서 처방받던 인지기능개선제는 끊지 않은 채 한약을 병행했다.
“한약을 지어드리면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가까이에서 관찰했어요. 6~7개월 지나니까 많이 좋아지셨죠. 물론 모시고 살면서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에 꼭 (한)약 때문이라고 주장할 순 없지만, 노인정도 다니게 되고 화투 쳐서 돈도 따 오시는 등 중기 치매에서 초기 치매로까지 돌아왔어요.”
물론 치료 과정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장모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누구보다 치매 환자의 고통과 간병인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의사로 탈바꿈했다.
“치매는 뇌손상으로 인한 병이에요. 이랬다저랬다 하거나 기억을 못 해 생트집을 잡는 것 역시 병으로 인한 것이죠. 하지만 머리로는 치매 환자라는 걸 인정하면서도 그런 행동에 대해서는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아요. 이 과정에서 서로 소통이 안 되고 마음을 다치면 관계가 무너지게 되죠. 치매 환자의 행동을 머리와 함께 가슴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치매는 ‘요양원’이 아닌 ‘치료’라는 인식 필요해

현재 김 원장의 장모는 사고로 고관절골절 수술과 입원을 두 차례 거듭하면서 많이 약화된 상황이다. 두 번째 수술 이후 말기 치매까지 갔다가 지금은 중기 치매 수준으로 회복이 되었다고 한다.
“노인들은 기본적으로 육체 건강이 ‘가난한’ 상태입니다. 그런 상태에서 마취와 수술,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매우 나빠지죠. 저와 함께 방송에도 출연하실 만큼 호전되셨다가 수술을 거듭하면서 말기까지 갔어요. 사위도 몰라보고 대소변도 가리기 어려워지고 일어나지도 못하셨죠. 근데 다시 한약을 드시면서 좋아지셔서 지금은 ‘돈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미있게 사는 것도 중요하다’, ‘부부싸움 하지 마라’ 같은 얘기도 하고 노래도 부르세요.(웃음) 한의학의 포인트가 뇌구조의 재활이라고 생각하는데, 장모님의 상태를 보면 구조적인 회복이 있었기 때문에 호전이 된 거라고 생각해요.”
호전된 장모의 이야기를 전하는 김 원장의 얼굴이 새삼 밝아진다. 무엇보다 양의학과 한의학을 모두 전공한 김 원장의 융합 치료가 낫지 않는 병이라고만 생각되던 치매를 치료 가능한 병으로 재인식시킨 것이 기쁘단다.
“환자 중에 93세 할아버지가 계세요. 말기 치매였는데, 일어나지도 못하고 대소변도 못 가리고 소리를 지르고 망상까지 있으셨죠. 그런데 한약을 1년 드시고 나중에는 걸어오셨어요. 화장실도 찾아가고 음식도 차려드리면 혼자 드실 만큼 호전됐죠. 얼마나 큰 발전인가요? 병원에서 처방해준 인지기능장애개선제를 꾸준히 드시다가 중간에 한약이 추가됐는데, 인지기능개선제에서 못 본 효과가 나타나니까 그 부분은 한의학의 도움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죠.”
김 원장은 치매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인식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아직도 상당수의 사람들이 치매에 걸리면 요양시설에 보내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치료를 아예 안 하겠다는 사람도 많고요. 장모님을 치료하면서 깨달은 것은, 적극적으로 치매 환자를 치료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에요. 제가 한의학으로 치매 환자를 치료하고 있어서가 아닙니다. 양의학으로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것으로도 환자의 삶의 질이 호전되기 때문이죠. 간병인도 덜 괴롭고요. 그런데도 그걸 안 하려는 분위기가 안타까워요.”
치매는 당사자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병이니만큼, 전조 증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쉬이 지나치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김 원장은 주변인의 주의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나는 아직 치매가 아닌데 왜 걱정해야 돼?’가 아니라, 치매와 비슷한 증상(심한 건망증)이 보이면 그건 치매로 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대비를 해야 합니다. 치매가 시작되기 약 20년 전부터 뇌 구조적으로 베타-아밀로이드라는 찌꺼기가 끼는데, 이때부터 건망증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죠. 다시 말해, 건망증이 심해지거나 남을 배려하는 사고력이 줄어드는 것은 치매의 초기 증상일 수 있으므로 더 이상 나빠지지 않게 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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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예방에는 ‘사회생활’이 중요

한의학과 양의학을 접목한 김 원장의 치료는 장모를 비롯해 여러 환자들에게서 효과를 보고 있다. 김 원장은 “과학이 발달하면서 뛰어난 의료장비들이 많이 나왔지만 아직 현대의학의 시력은 0.1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때문에 현대의학이 보지 못하는 부분은 한의학적 사고로 접근할 수 있다고 한다. 김 원장은 두 학문이 병을 바라보고 접근하는 차이를 자동차 타이어에 빗대어 표현했다.
“자동차 타이어가 오래되면 여기저기 닳고 금도 가요. 멀리서 사진을 찍으면 균열이 보이지 않고 정상적인 타이어로 보이죠. 근데 가까이서 보면 그렇지 않아요. 한의학에서는 그 닳고 닳은 타이어를 양의학처럼 새 타이어로 바꿔주진 못하지만, 금이 간 부분에 기름칠을 해주는 치료는 가능해요. 내구성을 강화하는 것이죠. 치매 역시 한의학적으로 어느 정도까지는 뇌세포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봐요.”
물론 한약만을 고집하는 건 아니다.
“한의학적인 사고로 접근하고 한약을 처방했더니 좋더라는 것이 아닙니다. 한의학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세포의 구조적 재생이 목표이기 때문이에요. 구조적 재생이 되면 세포기능의 활력이 30%밖에 되지 않던 게 60~70%까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럼 환자의 증상이 전체적으로 호전되죠. 그 호전된 증상이 약을 끊어도 오래 유지되는 것으로 보아, (한의학 치료를 통해) 구조적인 변화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겁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치료 이전에 예방이다. 김 원장은 치매 예방을 위해 이런 습관을 들이고, 또 이런 것은 피하라고 첨언한다.
“근본적으로 뇌세포가 빨리 나빠지지 않게 해야 해요. 그러려면 피가 제대로 돌아야 하고 그 안에 영양분, 산소도 충분해야 합니다. 그런 조건을 갖춘 뒤에는 머리를 열심히 써야 유지가 잘되겠죠. 혈액순환이 잘되게 하기 위해 비만, 당뇨, 고지혈증 관리를 철저히 하고 항산화제가 풍부한 음식, 오메가-3, 색깔 있는 채소, 호두 같은 견과류를 챙겨 드세요. 무엇보다 사회생활이 중요합니다. 본인을 너무 편한 상태로 놔두지 말고 약간의 긴장을 부여할 필요가 있어요. 같이 있으면 편한 사람도 좋지만, 내가 을이 되는 입장의 사람들도 만나는 게 좋습니다. 적당한 중용의 태도를 지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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