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간 배너
  • 이벤트
  • 동영상
  • 카드뉴스
  • 조선뉴스프레스멤버십
  • 카카오스토리
  •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ISSUE
  1. HOME
  2. ISSUE
  3. people&

홍라희 관장의 사적인 하루 단독취재

2013-01-02 10:31

현재 여성 주식부자 1위로 1조 원이 넘는 개인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리움미술관 홍라희 관장의 평소 모습이 궁금하다. 작은 한옥 마당에서 팥죽을 먹는 홍라희,  두 평 남짓한 다방에서 종이컵에 차를 마시는 홍라희를 상상할 수 있나. 지인들과의 단출한 모임을 가진 홍라희 관장의 사적인 하루에 동행했다.

근래에 삼성리움미술관 홍라희 관장을 세 번 만났다. 첫 번째는 지난 11월 제주도에서 있었던 본태박술관 개관식에서였다. 현대가의 며느리이자 친구인 이행자 고문이 설립한 박물관에 내빈으로 참석했다. “박물관은 힘드니 웬만하면 하지 마라”고 말렸다는 홍 관장, 개관식에는 이 고문의 친지와 미술계 관련 인사들, 본태박물관을 설계 및 시공한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참석했다. 행사를 마치고 안도 타다오의 사인회가 열렸다. 도록을 들고 사인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 중에, 홍라희 관장이 있었다. 사인을 받고는 주변 친구들과 비교해가며 웃었다. 큰 행사장에서 만나면 고요히 미소를 머금거나 굳은 표정의 얼굴만 보였었는데, 뜻밖이었다. 

좀 더 사적인 모습의 홍라희 관장을 만난 건 보름 정도 지난 후인 11월 말이다. 모직 코트에 밍크 숄을 두른 홍 관장은 60대 후반의 나이임에도 40대 중·후반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허리는 꼿꼿하고 피부는 고왔다. ‘내셔널 트러스트(보존 가치가 있는 문화자산을 찾아 복원하는 민간단체)’와 ‘아름지기(지정 문화유산 보존운동)’는 그가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문화 복원사업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대기업 부인들의 사교모임으로 문화재 보호와 지킴이를 자처하는 단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날은 서울 종로구 원서동에서 서양화가 고희동의 생가 복원 행사가 있었다. 최초의 서양화가라 불리는 고희동이 살던 집은 후미진 골목에 있는 작은 한옥이었다. 최근 그 집을 복원하고 그의 유작을 모아 작은 전시회를 열었다. <춘곡과 친구들_춘곡 고희동의 집을 열다>전시다. 김홍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이 대표로 있는 내셔널 트러스트 단체의 활동에 홍라희 관장은 꾸준히 참여해왔다. 김홍남 관장과는 막역한 사이라 전시장을 둘러보며 농담도 곧잘 주고받았다. 


제비 다방에서 열린 <이상의 방>에 들른 홍라희 관장.


서양화가 고희동의 생가, 시인 이상의 방을 찾은 홍라희를 만나다  

여기엔 어쩐 일로 오시게 됐나요.  
내셔널 트러스트가 하는 일에는 늘 관심을 갖고 있어요. 이 단체에서 처음 한 일이 2004년에 최순우(1916~1984, 국립중앙박물관 4대 관장,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의 저자)의 옛집을 복원한 건데, 그때 성북동에도 갔었어요. 그 후로는 인연을 맺어오고 있고요. 

오늘은 좀 더 사적인 모임이죠.
개관식에 못 온 사람들만 따로 부른 거죠.(웃음) 그때 못 온 게 미안하기도 해서, 오늘은 꼭 와야지 생각했어요. 김홍남 관장이야 워낙 친한 사이예요. 미술관 운영하면서 도움도 많이 받고 있고요.  

김홍남 관장과 함께 전시를 찾은 이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네고 안부를 물었다. 생가 복원 행사에 초대된 안숙선 명창과 인사를 나누다가 “선생님 곁에 있으면 내가 거인처럼 보여서 안 되겠다”며 줄행랑을 치기도 했다. 김홍남 관장이 고희동 화가의 초상화며 소장품들을 하나하나 설명할 때마다 홍 관장은 경청했다. 시인 이상화와 화가 고희동은 친한 친구였는데, 그의 초상화를 직접 그려주기도 했다는 부분을 설명할 때는 “아!” 하고 짧은 감탄을 내뱉었다. 김홍남 관장은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관장, 국립민속박물관장, 국립중앙박물관장을 거친 미술계의 거장이다. 미술사학과 교수를 겸임하고 있는데, 미술계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다. 이 자리에는 홍라희 관장뿐 아니라 동생인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부인인 신연균 아름지기 재단 이사장도 참석했다. 영하의 날씨라 다들 장갑에 목도리까지 친친 두르고 있었는데, 작은 마당에 솥을 걸어놓고 끓인 팥죽을 한 그릇씩 나눠 먹으면서 추위를 녹였다. 새알이 들어있는 팥죽 한 그릇을 먹고, 2차를 제안한 건 홍라희 관장이었다.

2차 가자고 한 건 이쪽이니까, 직접 설명해요.(김홍남 대표)
오늘 제비다방에 가면, ‘이상의 방’이 문을 열었대요. 연극배우 손숙 씨가 오늘 일일 마담으로 계신다는데, 가서 따뜻한 차 한 잔씩 하면 어때요? 여기서 멀지도 않아요. 경복궁 뒤쪽 우리은행 골목으로 들어가면 돼요. 저랑 같이하실 분들은 함께 가시고요.

‘이상의 방’은 일부 보존하고 있는 시인 이상의 생가 터이자, 신연균 이사장이 재직하고 있는 아름지기가 추진 중인 복원사업의 이름이다(아름지기는 현재 종로구 통의동에 사옥을 신축하고 있는데, 그 부지가 문화재청의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홍 관장 역시 아름지기 이사로 활동했기에 이 단체에 대한 애정이 깊다. 

모인 이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자동차로 향했다. 홍라희 관장의 차는 알려진 대로 금색 벤틀리다. 영국 본사에서 연간 생산해내는 물량이 7백 대에 불과해 ‘돈이 많아도 쉽게 구할 수 없는 차’로 불린다. 기본 가격은 5억 3천만 원대. 국내에서는 ‘홍라희 관장이 애용하는 차’로 그 이름이 알려졌다. 제비다방에 도착한 홍라희 관장은 작은 나무 탁자에 앉아 종이컵에 대추차 한 잔을 받고는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상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난 뒤에는 ‘제비다방 후원금’이라고 쓰인 작은 박스에 슬쩍 수표 한 장을 넣었다. 


취임 25주년 기념식에 온 이건희·홍라희 부부.

남녀 주식부자 1위, 이건희·홍라희 부부의 동반 외출

세 번째 만남은 11월 30일, 호암아트홀에서였다. 이건희 회장의 취임 25주년 기념식이 있었다. 이건희 회장과 홍라희 관장은 현재 우리나라 남녀 주식부자 1위다. 부부가 함께 주식부자 1위에 오른 건 처음이다. 지난해까지 여자 주식부자 1위는 올케인 신세계 이명희 회장이었다. 이건희 회장의 주식 지분 가치는 11조 1천449억 원, 홍라희 관장의 주식은 1조 5천564억 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최근 급등해 사상 최고가인 143만 7천 원에 올랐기 때문이다. 

붉은색 코트를 입고 이건희 회장의 손을 잡은 채 등장한 홍라희 관장은 예의 그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얼마 전에 본, 활달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웃음을 터뜨리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건희 회장 뒤를 따르면서, 주변 사람들과 조용히 눈인사를 나눌 뿐이었다. 이날 취임 25주년 기념식에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호텔신라 이부진 대표이사, 제일모직 이서현 부사장도 참석했다. 그리고 국내외 유력 인사들의 축하 메시지 동영상이 상영됐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 GE의 잭 웰치 전 회장,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등이 화면 속에 등장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삼성 라이온스의 이승엽 선수, 발레리나 강수진 등의 영상도 이어졌다. 25주년 기념행사와 더불어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시상식도 진행됐다. 갤럭시S3를 디자인한 왕지연 책임연구원, 삼성서울병원 심영목 전문의 등 18명이 수상했다. 

“취임 초, 삼성이 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으로 신경영을 선언하고 낡은 관행과 제도를 과감하게 청산하는 데 동참해준 임직원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2013년은 이건희 회장이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주창한 지 20년이 되는 해다. 삼성 특검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2008부터 2010년까지를 제외하고 그는 줄곧 경영에 참여해왔다. 같은 시기, 리움미술관 관장직에서 사퇴했던 홍라희 관장도 이건희 회장과 함께 관장직에 복귀했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해 1월 2일 삼성그룹 신년하례식을 시작으로 업무를 시작한 이래 2012년 출근 횟수 총 40회. 출근할 때마다 삼성그룹 내부의 다양한 사람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일명 ‘오찬 경영’에 나섰다. 출장도 잦았다. 두 달에 한 번 출장을 떠났는데, 이번 하와이 출장까지 7회 정도다. 1월 미국, 3월 하와이, 5월 스페인, 그리스 등 유럽, 7월 영국, 9월 홍콩, 10월 베트남과 중국, 12월 하와이 등이다. 특히 5월 순방 후에는 출근시간을 6시 30분으로 앞당겼다. 25주년 기념식을 마친 뒤 이건희·홍라희 내외는 하와이 순방길에 올랐다.


삼성 리움미술관장 홍라희 집중 해부

이승만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의 딸인 홍라희 관장은 4남2녀 중 장녀다. 해방 한 달 전 전주에서 태어났다. 이름 ‘라희’는 ‘전라도에서 얻은 기쁨’이라는 뜻이다. 바로 아래 남동생은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그 아래로 홍석조 법무부 검찰국장, 홍석준 삼성SDI 부사장, 홍석규 보광 대표이사, 홍라영 삼성문화재단 상무가 있다. 홍 관장은 1967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했다. 유수한 재벌가에서 미술관을 운영하지만 미대 출신은 그가 유일하다. 

미술품 애호가이던 고 이병철 회장은 며느리 홍라희를 미술관장으로 앉힐 생각이었다. 홍 관장이 시아버지에게 첫인사를 드린 곳도 전시회장이었다. 당시 국전 공예 부문에 티테이블을 출품해 입선하기도 했던 홍 관장은 이병철 회장에게 전시회장을 안내해줬다. 셋째 며느릿감을 선보는 자리였던 셈이다. 졸업과 함께 이건희 회장과 결혼한 홍 관장은 시아버지로부터 안목 키우는 수련을 받았다.

‘매일 인사동에 가서 10만 원 한도 내에서 마음에 드는 골동품 사오기’가 당시 홍 관장에게 주어진 과제였다. 한편 이병철 전 회장뿐 아니라 이건희 회장도 미술품 애호가다. 호암 컬렉션의 절반은 그가 사들인 것이다. 1992년 삼성미술문화재단 이사, 1995년 호암미술관 관장이라는 직함을 얻은 그는 1996년에는 한국과 프랑스 문화교류에 기여했다는 것을 인정받아 예술문화훈장 1등급인 ‘코망되르’를 받았다. 삼성생명 본관 1층 로댕갤러리에서는 프랑스 정부가 문화재로 지정한 ‘지옥의 문’, ‘칼레의 시민’ 등을 전시했다. 로댕의 작품을 전시한 세계 10번째 전시관이었다. 

원래 미국으로 유학할 예정이던 홍 관장은 결혼과 함께 꿈을 접었다. 이 꿈은 둘째 딸 서현이 물려받았다. 서울예고 졸업 후 뉴욕 파슨스디자인스쿨에 진학한 그는 2002년부터 삼성패션연구소에 근무했다. 홍라희 관장은 IDS(삼성디자인연구원)와 디자인 교육기관 SADI가 설립될 때도 관여했다. 2003년에는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상’을 받기도 했다. 홍 관장은 리움미술관 개관 전에는 호암미술관 관장으로 재직했다. 당시 고미술과 현대미술을 아우르는 전시를 60여 회가량 개최했다. 삼성어린이박물관, 로댕갤러리, 서울대학교 미술관 건립에도 영향을 미쳤다. 백남준의 뉴욕 구겐하임 전시를 국내에서 볼 수 있게 한 사람도 홍 관장이다.

“문화를 대하는 자세는 결국 문화적 감수성에서 생기는 것이다. 이런 감수성은 어릴 때부터 길러져야 한다. 어려서부터 부모 손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문화예술을 체험한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문화를 생활의 한 부분으로 생각한다.”(홍라희 관장, 인터뷰 중)



(위) 장남 이재용 사장
(아래) 둘째 딸 이서현·첫째 딸 이부진

2011년 미술 전문지인 <아트프라이스>와 사단법인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한국 미술계를 움직이는 대표적인 인물’을 설문조사한 결과, 홍라희 관장이 1위에 뽑혔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1위를 차지했고, 관장직을 내려놓은 2010년의 공백을 지나 다시 1위에 오른 것. 복귀 후 홍 관장은 <코리안 랩소디>, <조선화원대전> 등 대형 기획전을 열어 건재를 과시했다. 

현재 리움미술관이 보유하고 있는 국보와 보물은 총 144점이다. 이 중 이건희 회장 이름으로 소유된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은 보험액만 5백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고, 소유한 것을 모두 합치면 수천억 원이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를비롯해 리움이 보유한 작품은 1만 5천 점에 달한다. 국보는 30점, 보물은 82점 정도다. 주식 보유 재산과 리움이 보유한 재산을 합치면, 홍라희 관장 소유의 재산은 상상을 초월한다. 홍 관장은 리움을 운영하는 한편, 평소에는 다양한 문화복원 행사에 참여한다. 이 네트워크가 미술계의 핵심이자, 앞으로의 사업 운영방향을 가늠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최초의 서양화가 고희동의 생가, 천재 시인 이상의 방에서 만난 홍라희의 사생활, 그의 하루는 그렇게 저물고 있었다.

Copyright ⓒ woman.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 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1. 메인으로
  2. 기사목록
  3. 맨 위로
1건
글쓴이 :      비밀번호 : (숫자 4자리를 입력해주세요)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송나영  ( 2016-01-30 )  수정 삭제    답글 찬성 :11   반대 : 13
몰랐었던 상류지식인 계층의 소박한 일상을 알게해준 좋은 기사네요
이번호 커버이미지
이번호
서점 이벤트
  • 예스24
  • 교보문고
  • 인터파크
  • 알라딘
  • 이달의 목차
  • 지난호보기
  • 정기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