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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다리 없어도 행복한 남자 닉 부이치치

2010-03-31 15:54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희망인 사람이 있다. 닉 부이치치(Nicholas James Vujicic)가 바로 그 주인공. 그는 1982년 호주 멜버른에서 팔 다리가 없는 선천적 장애를 갖고 태어났지만,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세상에 둘도 없는 낙천주의자가 됐다.

“내겐 마음속 팔 다리가 있다”

그는 보통사람보다 열 배는 더 열정적으로 산다. 17세에 비영리단체 ‘사지 없는 삶’(Life Without Limbs)을 조직했고, 대학을 졸업한 21세 때부터 지금까지 24개국 2백여 만 명의 청중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 그가 2월 말 우리나라에도 찾아와 전국을 돌며 강연을 했다. 강연 현장에서 만난 그는, 팔 다리가 없어서 불행한 게 아니라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이 더 불행하다며 강연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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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 불만족? 내겐 오히려 축복이다

닉 부이치치는 운동광이다. 그의 신체 조건을 보면 잘 믿기지 않는 말이다. 운동광은 고사하고, 팔 다리 없이 대체 어떻게 운동을 할 수 있을까? 수많은 사람들이 품는 이 의구심에 대해 닉 부이치치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축구를 한다면 믿으시겠어요? 한 번은 제 친구에게 공을 던지라고 말했더니 몇 번이나 다시 묻더군요. 닉, 정말이야? 정말 축구를 하겠다고? 그래서 저는 여유 있게 웃으며 아주 힘차게 던지라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제 친구가 계속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마침내 공을 던졌죠. 저는 있는 힘껏 점프를 해서 이마로 그 공을 받아쳤습니다.(웃음) 전 수영도 아주 잘합니다. 컴퓨터 타자도 1분에 36타를 치죠. 바닥에 넘어지면 어떻게 하느냐고요? 물론 제 스스로 일어납니다. 맨 처음 넘어졌을 때부터 그랬어요. 스스로 절대 못 일어난다고 생각하면 계속 일어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마를 땅에 대고, 있는 힘껏 몸을 움직여 그 반동으로 혼자 일어납니다. 절망을 생각하기 전에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먼저 품으면, 저처럼 팔 다리가 없어도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사지가 없어서 불행하냐고요?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 오히려 더 불행하답니다.” 
이야기를 끝낸 닉 부이치치는 바닥에 엎드렸다가 혼자 힘으로 일어나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었다. 그는 지금 자신의 모습이 장애인뿐만 아니라 건강한 사람들에게도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말한다. ‘만일 지금 이 공간에 불이 났다면, 아무도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없다면, 그렇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반문하며, 아무도 자신을 돌볼 수 없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스스로 희망을 품어야 비로소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요즘 저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재미있게 해줄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비행기를 탔을 때 제 친구에게 말했죠. 저를 좌석 위의 짐칸에 넣어달라고. 사람들이 탑승해서 짐을 실으려고 문을 열 때, 제가 그 안에서 깜짝 놀라게 하면 얼마나 재미있겠어요.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자동차 보조석에 앉아 있을 때 옆을 지나가던 차의 운전자에게 제가 먼저 인사를 했죠. 물론 그 사람은 제 얼굴만 보이기 때문에 팔 다리가 없는지는 전혀 눈치 채지 못했죠. 그래서 전 또 한 번 장난을 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상대편 운전자가 저를 보며 화답했을 때 보조석에 앉은 상태로 빙그르르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았습니다. 그랬더니 그 운전자가 두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기겁을 하더군요. 차에 앉아 있는데 어떻게 온 몸이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 수 있을까, 혹시 귀신이 아닌가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오히려 팔 다리가 없는 제 몸에 감사합니다. 남들은 절대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아마 여러분은 저처럼 비행기 짐칸에 숨어 있다거나 자동차에 앉은 채로 몸을 360도 회전할 수는 없을 걸요?”(웃음) 
닉 부이치치는 매우 밝았다. 그리고 유머와 재치가 넘쳤다. 팔 다리 없이 태어나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꼬마 닉이, 지금은 무엇이든 할 수 있음을 전 세계에 증명해 보이며 희망을 전파하는 스물일곱의 청년이 되었다. 물론 그에게도 절망의 시기가 있었다. 생을 포기하고 싶어 여러 번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진정으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하면서 삶의 희망을 느끼게 되었다고 했다.      
“여덟 살 때 처음으로 어머니께 죽고 싶다고 얘기했고, 열 살 때는 욕조에서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부모님의 인생에 짐이 되고 싶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생을 마감하려 할 때마다 부모님 생각이 났습니다. 내가 괴롭다고 여기서 세상을 등지면 부모님은 그 괴로움을 평생 끌어안고 사실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며 제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자랐다면 훨씬 더 좋지 않았겠느냐고 저에게 말하곤 합니다. 그러면 저는 반문하죠. 마음이 상했는데 겉만 멀쩡하면 무엇이 좋겠냐고. 신체의 장애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마음의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불행한 거죠. 제 부모님께서는 항상 저에게 용기와 격려를 보내주셨습니다. 그것이 저에겐 가장 큰 희망이었고, 제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으며, 주어진 삶에 감사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그때부터 제 삶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죠.” 

태어나서부터 갖게 된 불행
닉은 양팔과 다리가 없는 선천성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다른 아이를 만날 일이 없었으니 자신이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성장했다. 그러다 학교에 입학한 여섯 살이 되었을 때 비로소 자신이 남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절망으로 그는 좌절했다. 그리고 열 살이 되던 해, 자살을 시도했다. 물이 가득 찬 욕조에 몸을 던진 그에게 삶의 의지를 다시 일깨워준 것은 바로 부모님이었다.
“제 부모님은 아주 훌륭한 분들이에요. 부모님은 저를 남들과 똑같이 대하셨죠. 그것이 내 삶에 큰 동기유발이 되었어요. 장애인 학교가 아닌 일반인 학교에 진학시켰고, 그들과 경쟁을 시켰죠. ‘너는 남과 다르지 않다. 남들이 하는 것을 모두 할 수 있다’ 이렇게 이야기해주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부모님의 이런 교육관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그는 열심히 공부했고, 일반 대학에서 회계와 재무학을 복수 전공했다. 그리고 하나를 이루면 더 어려운 과제를 만들어 도전했다. 운동도 그렇게 시작했다. 지금은 수영과 축구, 서핑과 같은 거친 스포츠도 친구들과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됐다. 이게 끝이 아니다. 키 작은 남자 닉의 활동무대는 점점 넓어져, 세계로 뻗어나기 시작했다. 닉은 현재 미국에서 사회복지단체를 설립하는 등 전 세계를 다니며 감동과 희망을 전하고 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저에겐 발가락이 두 개 있습니다. 잘 안 보이시겠지만 양쪽에 한 개씩 아주 작은 발가락이 붙어 있죠. 저는 이 발가락의 힘으로 축구도 하고 자판도 칩니다. 앞길이 막막했던 어린 시절에는 다른 사람의 손과 발을 한없이 부러워하며, 왜 나는 손과 발이 없을까 절망한 적도 많았죠. 하지만 전 제 두 발가락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한 가지 더 깨달은 바가 생겼죠. 평상시에는 이 두 발가락을 사용하면서도 그게 얼마나 좋은지 몰랐는데 축구공을 헤딩하려다 발가락을 다쳐 몇 주 동안 움직일 수 없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새삼 제 몸에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이 발가락 때문에 그동안 참 많은 일을 할 수 있었구나 뒤늦게 깨달은 거죠. 그래서 팔 다리가 없다고 불평하기보다 제가 가진 두 개의 발가락에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자신의 외모나 갖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해 절망하지 마시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며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합니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결코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으며, 또한 어느 누구도 사랑할 수 없게 된답니다.” 

누군가에게 희망이고, 기적이고 싶다
  
닉 부이치치에겐 한 가지 사명이 있다. 전 세계를 돌며 자신이 절망을 극복하게 된 희망과 감동의 스토리를 많은 사람들에게 강연하는 것이다. 자신이 한때 그랬던 것처럼 희망을 잃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동안 닉 부이치치는 절망에 빠져 고통 속에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에게 사랑과 용기를 심어주었다. 또 자신처럼 팔 다리가 없는 아이에게 ‘제2의 닉 부이치치’가 될 수 있다는 희망도 전해주었다.
“4년 전 저는 손과 발이 없는 대니얼이란 아이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저처럼 작은 발가락 하나만 갖고 있는 19개월 된 아이였죠. 저는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인생의 목적을 갖고 태어났다고 믿습니다. 어릴 적 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닉 괜찮아, 모든 게 잘 될 거야’ 이렇게 말해주었지만 그들에게는 손과 발이 있었기에 제 마음에 와 닿지 않았습니다.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죠. 하지만 손과 발이 없는 대니얼에게 저는 믿을 수 있는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너도 나처럼 대학에 갈 수 있을 거라고. 나처럼 수영도 하고 축구도 하고 컴퓨터도 하며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러고는 얼마 뒤 대니얼이 수영하는 것을 비디오로 보게 되었습니다. 비디오에서 그 아이는 나도 닉처럼 수영할 수 있다고 외치더군요. 이제 세 살이 된 대니얼을 보면서 저는 또 한 번 깨달았습니다. 저는 그 아이에게 희망이고 기적입니다. 또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 곳곳을 돌며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파하고 있는 거죠.”
2009년 발간된 그의 저서 <팔도 없고, 다리도 없고, 걱정도 없다(No Arms, No Legs, No Worries)>뿐 아니라, 그가 전 세계를 돌며 강연하는 내용을 보면 닉 부이치치의 희망론을 엿볼 수 있다. 그가 강조하는 ‘인생의 목적론’과 ‘용기’, 그리고 ‘사랑’이 절망에 빠져 허우적대는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희망의 열쇠가 되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인생의 목적이 있다고 생각하면 한 걸음 목표를 향해 나아갑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절망에 빠진 사람들은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어떤 시도를 해야 합니다. 부모님께서는 늘 말씀하셨죠. 꼭 뭔가를 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한 번쯤 시도는 해보라고.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하나는 사랑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용기입니다. 특히 용기는 아주 중요하죠. 그렇다면 어떻게 용기를 얻을 수 있을까요? 왜 그것을 해야 되는지 그 목적을 알게 되면 행하는 방법도 알게 됩니다. 목적이 곧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이죠. 제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목적이요? 살다 보면 누구나 고통을 겪지만 인생에 목적이 있다면 어떤 고난과 역경이든 이겨낼 수 있습니다. 친구가 없는 사람들에게 친구가 되어주세요. 그리고 희망으로 붙들어주세요. 폭풍이 몰아칠 때는 캄캄하지만 그 구름 뒤에는 반드시 밝음이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이 믿음을 전하고 싶어서, 용기·사랑·희망을 전하고 싶어서 저는 세상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러 갑니다. 재밌는 얘기 하나 해드릴까요? 저도 무서울 때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저에게 다가와 안아줄 때, 저를 번쩍 들고 집으로 데려가버리면 어쩌나 두려워진다니까요. 그 외엔 모든 게 즐겁고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하하하.”

더 많은 희망을 전파하고 싶다
늘 밝은 모습으로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전해준 닉 부이치치는 스물아홉 번째 방문국으로 한국을 선택했다. 한국에 이어 일본 등 다른 나라를 방문해 희망 강연을 계속 이어갈 예정인 그는 처음으로 찾은 한국에 대해 남다른 소감을 밝혔다. 
“저를 환영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한국에 처음 왔는데 오늘이 마지막은 아닐 겁니다. 반가이 맞아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저와의 만남을 통해 많은 분들이 새로운 힘을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제가 모든 사람의 고통을 다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살다 보면 좋은 날도 있고 어려운 날도 있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인생에는 하나의 원칙이 있음을 기억하시고 용기를 내어 행한다면 육체의 장애는 물론 마음의 장애까지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 여러분 모두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제 자신도 사랑합니다. 부디 여러분도 자신을 사랑하고 또 많은 사람들을 사랑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이 있고 그 사랑을 행할 용기가 있으면 우리 모두가 함께 행복한 삶을 나눌 수 있습니다.”  
이어,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방송이나 인터넷 등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해주면 좋겠다”며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팔 다리가 없어도 무엇이든 할 수 있으며 오히려 장애를 갖고 태어난 삶에 감사하다고 말하는 닉 부이치치. 희망을 전하는 그의 삶에는 진정 어떤 장애물도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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