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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집 정규앨범 신곡 발표한 ‘찐 트로트 레전드’ 주현미

2020-07-05 09:10

취재 : 임언영 기자  |  사진(제공) : 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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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힘들어. 나 올해 육십인데.”(웃음)
상암동 한 방송국에서 오전 스케줄을 끝내고 인터뷰 시간에 맞추기 위해 빠듯하게 강남의 스튜디오를 찾은 주현미가 웃으면서 말했다. 대한민국이 트로트와 사랑에 빠진 시대, 35년 동안 트로트 가수로서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주현미의 존재감이 더욱 빛을 발하는 요즘이다.

헤어 최은솔(부연웨딩)
메이크업 최은희
스튜디오에 들어오는 매니저의 손에 케이크 상자가 들려 있었다. 오전에 라디오 생방송이 있었는데, 팬들이 정규앨범 20집 발매를 축하하기 위해 직접 들고 와 전해준 선물이라고 한다. 인터뷰 이틀 전인 6월 15일, 주현미는 20주년 정규앨범에 수록될 곡 중 2곡을 선 공개했다.

올해는 가수 주현미의 데뷔 35주년이 되는 해다. 정규앨범은 작년부터 야심차게 준비한 35주년 특별 프로젝트였다. 모든 곡의 녹음을 마치고 팬들과 기분 좋게 만날 일만 남았는데, 코로나19의 여파로 각종 일정이 줄줄이 취소됐다. 앨범 발매 일정도 자연스럽게 조정됐다.

차일피일 상황을 보면서 일정을 조율하다가 ‘가수로서 뜻 깊은 해를 이렇게 보낼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한 달에 두 곡씩, 디지털 싱글로 먼저 노래를 선보이기로 했다. 준비한 곡이 모두 공개되는 11월에는 상황에 따라 정규앨범을 선보일 예정이다.
 

# 가수 데뷔 35주년…
신곡 ‘꽃 피는 청계산’, ‘여인의 눈물’ 발매

제일 먼저 공개된 두 곡은 ‘꽃 피는 청계산’과 ‘여인의 눈물’이다. 30주년 공연 때부터 함께 호흡을 맞춰온 밴드 마스터 이반석이 전체 프로듀싱을 맡았다. 인터뷰 자리에 동행한 그는 ‘꽃 피는 청계산’은 주현미의 행복한 시절을 떠올리며 만든 곡, ‘여인의 눈물’은 가장 주현미답지 않으면서 가장 주현미다운 곡이라고 소개했다.

팬들이 전한 케이크가 예쁘네요. 데뷔 35주년, 그리고 신곡 발매 축하드립니다. ‘그린이들’이 보내준 선물이에요. 팬들 사이에서 제가 ‘녹차언니’로 불려서 팬들의 이름은 ‘그린이’가 됐어요.(웃음)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힘이 납니다. 신곡은 작년부터 힘들게 작업한 곡인데 이렇게라도 선보일 수 있어서 좋아요. 벌써 데뷔 35주년이 됐어요. 노래한 기억밖에 안 나는데 쏜살같이 시간이 흘렀네요.

두 곡 모두 주현미의 매력이 물씬 느껴지는 곡이네요. 가수 활동 중 슬럼프가 있었다면 자의로 활동을 조금 줄였던 시기가 있었어요. 물론 <가요무대>나 <열린 음악회> 등 기본적인 활동은 꾸준히 했지만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인데, 그때 청계산 밑 농장에서 10년 정도 살았어요. 천천히 방송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과 보냈던 그 시간이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에요. 이런 제 이야기를 듣고 이반석 마스터가 만든 곡이 ‘꽃 피는 청계산’이에요.

정규앨범에 대한 욕심도 있으셨을 텐데, 디지털로 공개해서 서운함은 없으셨나요? 작년부터 공연과 앨범을 준비했어요. 녹음까지 마친 상태예요. 곡이라는 게 살아 있는 유기체거든요. 묵혀두면 뭔가 오래된 느낌이 들 것 같았고, 용수철처럼 가둬놓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낸 아이디어인데, 생각해보니 여러모로 괜찮겠더라고요. 11월 이전에 공연이 재개되어도 부를 수 있는 신곡이 있다는 것도 좋았고요. 저는 아직도 좋은 곡을 만나면 설레서 잠을 못 자요. 사랑에 빠졌을 때랑 똑같아요. 얼른 이 노래를 부르고 싶고, 팬들에게 들려드리고 싶고 그래요. 그래서 이렇게 공개할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앨범 작업에 직접 참여해서 더 의미가 있었다고 들었어요. 제작부터 선곡까지, 제가 의문이 생기는 것은 물어보면서 함께 작업했어요. 여태 그런 과정 없이 주어진 무대에서 노래만 열심히 했는데 처음으로 작업이라는 것을 해본 거죠. 제가 기술적인 부분은 모르니까 밴드 마스터가 많이 도와줬어요. 음악이라는 것을 매개로 후배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도 좋았어요.

기쁜 신곡 발매 소식과 함께 안타까운 소식도 있습니다. 7월 예정되었던 성남 공연이 취소됐다고요. 어제 그렇게 결정했어요. ‘7월에는 괜찮겠지?’ 했는데 또 연기를 하게 되어서, 어제는 짜증도 나고 감정 컨트롤이 안 되더라고요. 누구라도 시작을 해야 할 텐데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하나 싶은 마음도 들고요. 코로나로 공연이 일절 없어졌잖아요. 모두가 정말 힘든 시기예요. 저는 데뷔 이후 어버이날 공연을 하지 않은 게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때까지만 해도 공연을 못해서 아쉬운 마음 반, 아이들과 일상을 즐길 수 있는 마음 반이었는데요. 7월 공연까지 연기되니까 심적으로 힘든 게 사실이에요. 방송을 통해서 경험해본 랜선 공연이나 유튜브와 실제 팬들과 마주하는 공연은 비교할 수 없거든요.

유튜브 덕인가요? 어린 팬들이 유난히 많으신데요. SNS에 보면 주현미의 팬 계정도 꽤 많아요. 아이돌의 전유물이라는 출근길 사진을 포함해 아카이브가 대단하던데요. 스타 강사 김미경 씨 말로는 우리가 ‘신상’이라서 그렇대요.(웃음) 어린 친구들에게 우리가 ‘어라?’ 싶은 콘텐츠인가 봐요. 학생 팬들이 많은 건 사실이에요. 중학교 2학년 친구도 있는데, 아이돌에 쏟을 열정을 제게 보여줘요.(웃음) 어떻게 대해야 할지 당황스럽기도 해요. 제 아이들이 20대 후반이니 자식뻘은 아니고, 그렇다고 손자뻘도 아니거든요. 진심 어린 마음이 전해지니까 고마워요.

2018년 시작한 유튜브 채널 ‘주현미 TV’의 구독자가 10만 명이 됐네요. 팬들이 재미있게 봐주세요. 오늘 137번째 곡이 업로드 되었어요. 이미 한 번씩 들은 음원이더라도 유튜브를 통해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해주시는 것 같아요. 애정을 가지고 같이 작업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좋습니다.

채널이 꾸준히 인기를 얻는 비결이 있다면요? 제가 기술적인 문제를 몰라서 추진력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정말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냥 노래하고 찍어서 올리면 되는 줄 알았는데 작업할 게 정말 많잖아요. 옛 노래의 원곡을 찾고 다시 편곡을 하고 연주하고 녹음하는 과정을 해야 하는데, 초반에는 일주일에 두 곡씩 올려 과부하가 걸렸어요. 건강 이상이 와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로 조율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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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맞은 트로트 전성기
에세이 출간, 예능 출연으로 바쁜 일정

신곡 발매 이외에 주현미의 근황이 또 있다. 에세이 출간이다. <추억으로 가는 당신>(쌤앤파커스)이라는 이름이 붙은 그의 인생 첫 에세이는 그가 유튜브에서 불렀던 주옥같은 명곡들에 얽힌 이야기를 담았다. 지금까지 불렀던 140여 곡 중 50곡을 추려 노래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준다. 책 이야기가 나오자 주현미가 “좀 아까 출판사에서 연락 받았는데 대형서점 베스트셀러에 진입했다네요” 하면서 활짝 웃었다.

책 출간은 처음이시죠? 베스트셀러 진입 축하드립니다. 실제 작가 분들이 많은데 제가 이래도 되는 거예요?(웃음) 너무 미안하고 감사하고 그래요. 이렇게 반응해주실 줄 몰랐어요. 옛 노래에 얽힌 이야기를 글로 풀고 큐아르(QR) 코드로 직접 노래까지 들을 수 있도록 만든 책이에요. 어쩌면 옛날이야기인데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시니, 많은 분들이 누군가가 그 시절을 이야기하기를 기다리셨나보다 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말하듯 써 내려간 옛 노래에 얽힌 사연들이 재미있었어요. 원곡자나 작사·작곡가들과의 에피소드는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이야기고요. 어떤 교수님이 책은 쉽게 써야 한다고, 너무 잘 썼다고 덕담을 해주시더라고요.(웃음) 저는 알고 있었지만 많은 분들이 모르시는, 그냥 지나쳐버릴 수 있는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었어요. 1세대 선배들을 직접 경험한 제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유튜브를 통해 옛 노래의 정확한 기록을 해왔듯이, 노래에 얽힌 이야기도 남겨두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요즘 옛 노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점이라 제 책에 대한 관심도 큰 것 같아요. 기분이 좋습니다.

그 시절 트로트는 어땠나요. 선배님들의 옛날이야기를 들으면 타임머신을 타고 가는 기분이에요. 예전에는 낭만이 있던 세대예요. 선술집에서 선생님들이 모여 앉으면 노래가 나오고 시가 나와요. ‘이분들은 천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옛 노래에 담긴 의미가 대단해요.

유튜브 채널도 그렇고, 한국 대중가요를 이끄는 주체로서 사명감이 있으신 것 같아요. 옛 노래를 점검하고 정리를 잘하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중간 역할인 것 같아요. 우리나라의 대중가요 역사가 100년 정도 되는데, 선배님들 층도 두텁거든요. 이런 과정을 통해서 계속 정체성을 찾아갔으면 좋겠어요.
 

# 너무 예쁜 트로트 후배들
선배들 명맥 잇는 중간 역할 제대로 하고파

<미스터트롯>으로 시작된 트로트 붐으로, 선배 가수인 주현미의 스케줄도 덩달아 바빠졌다. 고정으로 출연하고 있는 트로트 예능 <트롯신이 떴다>를 비롯해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트로트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프로그램 속 주현미는 대체로 후배 가수들이 존경하는 선배의 포지션이다. 따뜻하고 부드럽게, 그리고 진정성 있게 본인의 길을 따르는 후배들을 격려하고 응원한다.

트로트의 존재감이 대단합니다. 트로트 장르는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그런 확신이 들어요. 지금 이렇게 온 국민에게 트로트 열풍이 불었잖아요. 지금 어린아이들은 트로트가 자연스럽게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시간이 흘러 아이 세대가 메인이 되었을 때면 트로트는 아마 더 확장되겠죠. 한동안 1990년대부터는 트로트가 단절되다시피 했어요. 장윤정, 홍진영, 박현빈 등이 명맥을 이어 엔터테이너로서의 활동을 해왔는데, 지금은 트로트가 확장되는 시대인 것 같아요.

<미스터트롯> 결승 진출자를 포함해 트로트에 도전하는 후배들의 활동이 대단해요. 선배로서 기분 좋으시죠? 실력도 좋은 친구들이 트로트를 한다니까 더 예쁘죠. 다른 장르의 후배들도 너무 사랑스럽고 예쁘긴 한데, 같은 장르의 후배들은 더 끈끈하게 느껴지는 게 있어요. 몇몇 친구는 눈에 들어와요. 임영웅은 실력이 탄탄하고 기본적으로 노래도 잘해요. 영탁, 장동원은 타고났고, 장민호도 너무 매력 있고요. 이찬원은 제가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원픽이라고 했을 정도로 가능성이 남다른 친구예요.

이제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아요. 우리 선배들이 남겨놓은 명곡들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무기로 장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트로트라는 장르 자체가 한국인의 감성을 담고 있는 것이라서, 선배들의 노래를 익히지 않으면 깊이가 없어져요. 한계가 있다는 말이에요. 대신 선배들의 노래를 착실하게, 완벽하게 세포에 새겨놓는다면 훨훨 날아갈 수 있을 거예요.

젊은 후배들을 보면서 본인의 나이, 또 지나온 시간을 떠올리기도 할 것 같아요. 젊은 사람들 보면 속으로 ‘어떻게 올래, 이 세월을’ 싶어요.(웃음) 정말 진심으로 ‘힘내라. 한번 살아볼 만하단다’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저도 한창 바쁠 때는 일 년에 364일 스케줄이 있었어요. 6월 6일 현충일 단 하루만 빼고요. 그렇게 바쁘게 살았는데도 지나고 나면 짧게 느껴지더라고요. 저는 지금이 너무 자유롭고 좋아요. 후배들도 그렇게 자기 길을 잘 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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