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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무가 두리랜드에 ‘미친’ 이유

2020-06-08 09:51

취재 : 이근하 기자  |  사진(제공) : 안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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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임채무가 3년 만에 ‘두리랜드’ 문을 다시 열었다. 1년 반이면 끝날 정비 공사였는데, 비용이 부족해 길어졌다. 그사이 집 전부를 팔았고 140억원을 대출받았다. 그의 결단에 대다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렇게까지 해야 할 일이냐고. 임채무에게 두리랜드는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 일이다.
최근 종영한 아침 드라마 <맛 좀 보실래요>까지, 임채무는 필모그래피에 여백이 없을 만큼 쉬지 않고 연기해왔다. 더 들여다보면 쉼 없이 하는 일이 또 있다. 놀이동산 ‘두리랜드’를 지키는 것이다.

1990년 경기 양주시에 두리랜드를 처음 열었다. 촬영 때문에 들른 이 동네에서 어린아이가 유리에 발이 베여 실려 가는 걸 본 게 발단이었다. 온 가족이 편하게 놀 수 있는 공원을 만들고 싶다는 꿈이 생겼고 현실이 됐다.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로 두리랜드 운영을 중단했을 땐 사비를 들여 보수하고 재개장했다. 이번 정비는 3년을 들여 마쳤다. 짧지 않은 시간만큼 쓰인 자금도 상당하다.

“돈 때문에 3년 걸렸지. 돈 안 나오면 공사를 잠깐 멈추고 내가 방송하고 노래 부르면서 좀 번 걸로 다시 시작하고.(웃음) 결국은 작년에 여의도 트럼프월드 67평짜리까지 아파트 두 채 다 팔아서 투자했어요. 그래도 부족해요.”

두리랜드가 영업을 재개하고 보름 정도 지난 때 만났다. 초면의 어색함을 덜기 위해 “댁이 어디냐”는 의례적인 질문부터 던졌더니, 그가 두리랜드 안을 가리킨다.

“여기 살지, 여기. 저 안에 먹고 잘 데가 있어요. 얼마 전까진 1년 반 동안 일곱 평짜리 원룸에서 살았어요. 집을 다 팔아버려서 없잖아~. 임채무가 아니라 왕채무가 됐지. 우리 아버지가 이름은 기가 막히게 지었어요.”

집이 없다는 얘기를 환히 웃으며 하는 모습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원룸에서 지냈다고요? 마누라랑 둘인데요 뭘.

아내분이 별말씀 안 하세요? (아내가) 화낼 사람이면 내가 일을 안 벌이죠. 동조하니까 벌여요. 속으로 짜증은 나겠지만 내색을 안 해요. 당신이 좋아서 하는 일이니 알아서 하시라고 해요.

집까지 팔 정도면 두리랜드에 얼마나 들인 거죠? 이번에 증축하면서 은행에서 대출받은 게 140억, 집 판 것까지 전부 190억원 정도 들었어요. 작년 10월만 해도 이자고 뭐고 패가망신하게 생겨서 부도처리 하려고 했어요. 그랬더니 주변에서 지금까지 견뎠는데 더 버텨보라며 대뜸 얼마가 필요한지 물어요. 참 신기한 게 쓰러질 만하면 옆에서 도와줘. 내 인간성이 좋아서가 아니라 ‘저놈은 열심히 사는 놈’이라는 신뢰감 때문이에요. 그러니 이렇게 빚이 많아도 잘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살아요.

자녀들도 두리랜드 재개장에 같은 뜻이고요? 아버지 철학을 이해 못 해요. 그래서 나하고 안 좋아요.(웃음) 아들이 아버지는 왜 그 명예를 갖고서 애들이랑 이런 고생을 하느냐고 얘기해요. 부모가 편하게 살았으면 하는 거죠. 근데 내가 이건 아빠 인생이다, 아빠 인생을 좌우하려 하지 말고 넌 네 인생을 살라고 말했어요.

재개장 소식과 동시에 ‘입장료’도 화제였어요. 이제 입장료를 받는다 하니 우리 직원이 매도 맞고 아휴… 그 직원은 충격 받아서 안 나와요. 또 하루는 누가 입구에서 임채무 나오라고, 개×× 돈독 올라서 돈 받는다고 난리였어요. ‘임채무가 돈 받는다’는 투서가 들어왔다면서 양주시청 공무원들이 찾아온 적도 있어요. 롯데월드, 에버랜드보다 못한 것들이 돈을 받는다는 말도 있었고요.

없던 입장료가 생긴 이유는요? 예전엔 직원이 15~18명이었는데 지금은 아르바이트생까지 70~80명이에요. 전기세만 2000만원이고. 돈은 안 받는데 지출만 계속 늘어서 이대로라면 두 달도 못 견디겠더라고요. 옛날이야 야간업소 뛰고 광고 찍으면서 충당했다지만 이제 나는 ‘지는 해’잖아요. 1년 동안 시장조사 하면서 책정한 입장료예요. 그 돈을 받는 대신 내가 책임지고 더 좋은 시설을 만들 테니 다 함께 즐기자는 겁니다. 그러니 예쁘게 봐주세요.(웃음)

수익 변화가 생기던가요? 하하, 차이 없어요. 입장료 2만원, 2만5천원이 좀 과한가 싶어서 아침엔 조조할인 하고, 이것 할인하고 저것 할인까지 했더니 달라진 게 없어요. 2000원, 3000원씩 받던 주차비도 안 받고 있고. 식대도 6000~7000원 넘기지 말고 돈가스 하나를 시켜도 세 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을 주라고 했어요. 이번 어린이날에 손님이 정말 많이 왔길래 ‘아이구! 대박이다!’ 했는데 1000만원 정도 더 벌었더라고요.

그렇게까지 해야 할 사업이에요? 두리랜드는 내가 정말 즐기는 거예요. 진짜! 내가 이걸 처음 시작했을 때 동료들이 대체 왜 어린이 사업을 하느냐고 했었죠. 걔들은 테헤란로에 땅 사서 떼부자가 됐거든요. 근데 사람은 저마다 짊어질 수 있는 용량이 있어요. 지금 가지고 있는 거 만족하면 되는 거고. 동료들이 나더러 짜다는데, 돈은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한 거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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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 말고 소주, 스테이크 말고 라면”
임채무가 생각하는 부자는…

온 신경이 두리랜드에 쏠려 있다. 한참 들여다봐야 알아차릴 얼룩을 금세 잡아내는가 하면, 지나는 아이들을 좇는 시선도 분주했다. 꽤 익숙해 보였다. 이곳에서 천태만상의 사람을 마주하며 자신도 울었다가 웃었다가 하는 재미에 산다고 했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동네 할아버지 같았다. ‘사는 얘기’를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풀어냈다.

연예계 생활을 오래 해서 화려하겠거니 했어요. 천만의 말씀이에요. 먹고 싶은 거 먹고 갖고 싶은 거 가지니 내가 부자는 맞아요. 근데  거짓말 같겠지만 패물 하나도 없어요. 흔한 금반지, 목걸이는커녕 시계도 2만~3만원 이상 하는 걸 차본 적이 없어요. 제일 싫어하는 음식은 스테이크고요. 맛이 없어요. 진짜 맛있는 건 어릴 적 추억이 있는 라면, 자장면이지. 안 그래요? 술도 그래요. 술 박스 엎어놓고 그 위에 번데기, 마늘장아찌 놓으면 소주 서너 병 마실 수 있어요. 그렇게 해서 기분 좋은 거나 비싼 양주 먹고 취해서 기분 좋은 거나 똑같아요.

한창때 돈 버는 재미는 쏠쏠했을 것 같아요. 처음엔 스타가 되어야지, 스타가 되면 나도 폼 잡고 살아야지 했었죠. 78년도에 결혼할 때 돈 3만원으로 네 평짜리 마포 셋방을 얻어 살았거든요. 그 시절엔 괴로웠는데 지나고 보니 그때가 행복했어요. 돈 없으니 일 끝나면 곧장 집에서 마누라랑 얼굴 맞대고 있고, 집이 너무 좁아서 싸워도 얼굴을 피할 데가 없으니 금방 풀었어요. 그러다 15평 임대로 옮기고 21평 임대로 옮기고 38평짜리 집을 샀다가 목동 55평도 사고 여의도까지 왔는데 집이 커질수록 금슬에 스크래치가 나요. 싸우면 다른 방으로 들어가버리니 풀 틈이 없잖아요. 많이 가져서 부자가 아니고 내 기준에서 부족함을 느끼지 않을 때가 최고 부자 같아요.

나이가 드니 비로소 느끼는 거죠? 젊었을 적엔 유인촌, 이덕화를 보면서 저 자식들은 어떻게 그렇게 일이 많나 했어요. 근데 어느 순간 ‘과연 나는 그들처럼 노력을 했는가’ 하는 반성의 기회가 오더라고요. 그때부턴 ‘나도 할 수 있어’ 하는 마음이었지 경쟁심을 느끼진 않았어요.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고 하잖아요. 사촌이 땅을 사는데 왜 배가 아파요. 얻어먹을 수 있으니 좋은 거지.(웃음)

실물을 보고 관리를 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마음가짐도 한몫했나 봅니다. ‘나는 왜 이럴까…’ 하면 평생 그렇게 될 것 같았어요. 고민한다고 해결될 일 같으면 매일 고민해야죠. 그냥 오늘을 충실히 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지나가요. 그리고 관리 같은 건 전혀 없어요. 얼굴에 뭐 찍어 바르지도 않고 한약 한 재도 안 먹고, 먹는 건 그저 술!(웃음) 이 지구상에서 제일 좋은 음식이 술이에요. 술을 마시면 내 가슴도 열리고 상대방과 벽도 허물 수 있어요. 대신 오버하면 문제지만. 저는 주량이 없어요. 진짜로 소주는 몇 날 며칠 한도 끝도 없이 마실 수 있고 양주는 혼자 19병 먹어요. 그런데도 구토를 한다거나 쓰러진다거나 시비를 건 일이 한 번도 없어요. 저만의 주(酒)법이 있는데 ‘지부지처’라고 불러요. ‘지(자기) 술은 지가 부어서 처먹는다’. 원치 않는 사람한테 술을 강권하면 문제가 생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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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팔팔 내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

‘배우’, ‘두리랜드 대표’ 그리고 하나 더. 임채무는 ‘가수’이기도 하다. 가사를 직접 써서 부른다. 저작권료가 많게는 90만원까지 벌린다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구구팔팔 내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오늘은 갑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내일은 옵니다.’ 그가 작사한 곡 ‘9988 내 인생’의 대목이 그의 ‘지금’을 말하는 듯하다.

요즘도 노래 공연을 하세요? 쭉 해오다 코로나 때문에 못 하고 있어요. 작사하는 게 참 재밌어요. 지나고 나면 내가 이런 것도 했구나 하는 성취감도 들고요. 지난달 저작권료로 3만9000원이 들어왔는데(웃음) 좀 할 땐 96만원도 들어오던데요.

연기도 음악 활동도 꾸준하네요. 드라마 <사랑과 진실> 이후로 여태껏 한 해도 쉬어본 적이 없어요. 부모님 살아생전엔 감사함을 하나도 못 느끼다가 이제야 느껴요. 이만한 인물, 건강한 체격, 말하는 재주와 목소리 그걸 주신 덕에 내가 지금까지 견디는구나 해요.

두리랜드도 잘돼야 할 텐데요. 안 되면 되게 하라. 이게 해병대 정신인데 내가 해병대를 나왔어요. 그 정도 정신력은 있다는 거죠. 하려고 하는 의지만 있으면 안 되는 일이 없다고 생각해요. 과거보다 중요한 게 오늘이에요. 내일 일 걱정하면 오늘 일도 못 한다는 생각으로 살아왔어요. 그러고 나면 언젠가 부와 명예가 따라오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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