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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세계> 이무생, “김윤기보다 2% 부족한 나”

2020-06-04 09:52

취재 : 이근하 기자  |  사진(제공) : 안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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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부부의 세계> 속 ‘김윤기’는 마지막까지 ‘지선우’를 돕는 데 그쳤다. 연모의 감정을 자제하고 기다림은 이어가는 근사한 조력자로 남았다. 배우 이무생은 김윤기에 비해 2% 부족한 자신이라고 말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그 모자람이 이무생을 빛낸다. 틈을 채울 줄 아는 배우 그리고 남편이다.
<부부의 세계>가 종영하고 3일째 되는 날이었다. 벌겋게 충혈 된 눈이 연이은 인터뷰의 피로감을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찰나의 흐트러짐조차 없었다. 첫 인사를 건네던 순간부터 끝맺음 인사를 나누던 순간까지 시종일관 침착했다. 마치 ‘김윤기’처럼.

이무생이 연기한 김윤기는 한결같이 따뜻한 사람이었다. 사랑하는 ‘지선우’의 상처가 아물길 천천히 기다렸다. 결과적으론 이뤄지지 않은 ‘연’이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시청자로 하여금 긴 여운을 느끼게 했다. ‘존재만으로도 명품’이라고 해 이무생의 이름과 브랜드 입생로랑을 합친 ‘이무생로랑’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어떻게 그런 이름을 만드셨을까 싶었어요. 정말 감사하죠. ‘산소호흡기’라는 애칭도 있었는데 <부부의 세계>에서 제가 나오면 쉬어갈 타이밍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렇대요.”(웃음)

애칭이 따를 정도로 큰 주목을 받았다. 데뷔한 지 14년 만이다. 그는 “어안이 벙벙하다”고 했지만, 차분히 쌓인 내공의 당연한 결과 같았다.
 

사진 촬영 때 보니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가 많겠어요. 아휴.(웃음) 숨겨진 것들을 더 많이 보여드릴 기회가 있으면 좋겠네요.

이번 작품으로 그 기회가 시작된 것 아닌가요? 항상 시작임과 동시에 끝이고 다시 시작이고, 그 과정이 반복되는 게 배우의 숙명인 것 같아요. 역할마다 다른 색을 보여야 하는 숙명이 개인적으론 묘미이기도 하고요. 재미있기 때문에 이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해요.

<부부의 세계>에선 어떤 색이었나요? 아이보리색이요. 근데 아이보리 안에 다른 색들이 숨겨져 있었어요. 그래서 아이보리 위에 어떤 그림을 그리면 그 사이로 다른 색도 조금씩 비치는 듯한, 그런 지점을 생각했던 것 같아요.

배우 이무생의 존재를 각인시킨 계기임은 분명한 것 같아요. ‘김윤기’를 통해서 많은 분들이 함께 울고 위안을 얻으셨다고 해요. 배역에 임하는 저 역시 울고 웃으며 여러 감정들을 느꼈고요. 더 나아가선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시작점이 명확해지지 않았나 싶어요. 그렇다고 ‘다음 작품에서 이번과는 전혀 다른 색을 보여줘야지’ 하는 압박에 갇히진 않으려고요. 가령 다음에도 아이보리색인데 그땐 조금 짙은 아이보리가 될 수도 있는 거니까요. 너무 많은 부담을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극 후반부에 이를수록 ‘김윤기’가 희미해진 느낌도 있었어요. 전체적으로 보면 당연히 ‘지선우’와 ‘이태오’의 감정을 따라가야 했어요. <부부의 세계>는 그 둘의 접점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이기 때문에 큰 틀에 해가 되지 않을 만큼 각 역할들이 적기 적소에 존재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김윤기만의 아련함이 남았고, 시청자들이 김윤기에 대해 더 많이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주지 않았나 해요.

‘김윤기’ 하면 ‘아련함’, 특히 눈빛이 화제였어요. 제게 그런 눈빛들이 있었군요?(웃음) 눈빛을 통해 아련함이 표현됐다면 정말 감사한 일이죠. 무엇보다 대본의 힘이 아니었는지….(웃음)

김희애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어요? 실은 엄청난 긴장감을 가졌고 동시에 어떤 흥분도 있었어요. 김희애 선배님의 오랜 팬이었거든요. 내가 그분과 같이 작품을 하는 게 진짜 맞나 싶을 정도로 영광스러웠어요. 다시 한 번 대단하다고 느낀 건 배우 김희애가 아니라 지선우로 앉아 계시더라고요. 덕분에 저도 김윤기로 앉아 있으려고 최대한 노력했던 것 같아요. 지선우로서 지내며 편안하게 해주신 선배님 덕이 컸어요.

‘김윤기’랑 ‘이무생’이 많이 달라요? 아주 다르다고 할 순 없는 게 어쨌든 그 역할을 맡았고, 어느 정도 동일한 지점이 있었기 때문에 감독님께서 제게 같이 하자고 말씀해주시지 않았을까 해요. 근데 조금 다른 점은 김윤기는 저보다 훨씬 이성적이죠. 이성 갑!(웃음) 그리고 기다릴 줄 아는 남자고요. 저도 물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이 되려 하지만 2% 부족해요. 포장을 좀 해보자면 인간적인? 하하. 틈이 있다는 점에서 김윤기랑 달라요.

2006년에 데뷔한 이후 요즘만큼 조명 받은 건 처음이에요. 그 사이를 어떻게 견뎠어요? 쉬진 않았어요. 크고 작은 작품을 계속 하면서 바쁘게는 보냈어요. 저는 버텼다기보다 그냥 시간이 흘렀다는 느낌을 받아요. 결국 지난 시간은 자양분이 됐기 때문에 “버텼다”고 얘기하고 싶진 않아요. 좋은 기회를 통해 갈고닦아온 시간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맡았던 역할들도 다 좋았어요. 연기에 만족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연기하는 그 순간은 행복하게 했어요.

다작을 한다는 건 성실함을 증명해 보이는 걸까요? 크든 작든 모든 역할에 충실하는 데서 스스로 재미를 느꼈기 때문에 연기 끈을 놓지 않았던 것뿐이에요. 제가 좋아하니까 계속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남이 알아주든 그렇지 않든 의기소침할 필요도 없는 거고요. 그런 마음이 오늘까지 지탱할 수 있는 힘이었어요.

‘윤기’는 ‘선우’를 기다렸고 ‘무생’은 ‘오늘’을 기다렸군요. 오! 그렇게 보니 비슷하네요.(웃음)

뻔한 질문이지만 롤 모델이 궁금합니다. 이건 제 지론인데, 어느 한 명을 롤 모델로 잡고 따라가긴 싫더라고요. 선배든 후배든 저마다 가진 색을 가진 연기자들이 많으니 그걸 다 배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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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 배려하고 선을 넘지 말아야 하는 존재”

2011년 결혼해 아들과 딸을 둔 아빠이자 남편이다. 그가 <부부의 세계>를 ‘많은 생각을 안겨주는 드라마’라고 정의한 건 그래서였는지도. 친구처럼 지내는 아빠가, 선을 넘지 않는 남편이 되고 싶다고 했다.

드라마가 흥행을 하니 ‘불륜’이 새삼 화두로 떠올랐어요. 불륜을 다룬 드라마가 과거에도 있었는데 또 화제가 되는 건 ‘재해석’이겠죠. 이것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저도 그 지점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요. 불륜은 큰 틀이고 그 안에서 다뤄지는 인간의 감정을 생각했던 것 같아요. 때론 공감이 되는 부분도, 아 이런 감정이 생길 수 있나 보다 하는 부분도 있었어요.

드라마 내에서 지선우가 내레이션으로 부부를 정의하곤 했는데, 이무생 씨가 생각하는 부부는 어떤가요? 서로에 대해 배려하는 동시에 선을 넘지 말아야 하는 존재. 이태오도 손제혁도 선을 넘었기 때문에 일이 벌어진 거잖아요. 윤기는 선을 지킨 거고요.

남편 이무생은 선을 넘지 않기 위한 노력을 어떻게 해요? 촬영 끝나면 바로 집에 들어가고 눈뜨면 알아서 아침 챙겨 먹어요.(웃음) 그런 것들이 최소한의 미덕이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 거라도 제가 해야죠.

결혼을 해서 좋은 점이 있다면 꼽아주세요. 진정한 내 편이 생겼다는 거예요. <부부의 세계>도 그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준 것 같아요. 대신 결혼을 좋은 사람과 해야겠죠. 그전엔 좋은 사람을 찾는 충분한 노력이 필요하고요. 결혼은 새로운 시작이니 조금 늦게 한다 해도 좋은 사람부터 찾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그렇게 해서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했어요.

아내는 ‘완벽한 김윤기’를 시청하며 어떤 반응을 보이던가요? 글쎄요, 김윤기가 워낙 자상하잖아요. 저도 노력은 하지만 모자란 게 사실이죠. “내가 더 잘할게~” 하면서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고 있습니다.(웃음)

‘이무생 부부의 세계’는 안녕하네요.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짐작하건대, 연기 활동 외의 시간은 가족과 보내는 편이죠? 아무래도요. 집에서 보드게임, 장기, 체스를 많이 해요. 아들이 체스를 좋아했는데 최근에 장기로 넘어갔어요. 뛰어노는 것도 좋아해서 같이 축구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요.

극 중 몸매가 드러나는 타이트한 의상을 주로 입더라고요. ‘이무생, 목폴라 박제하라’는 등의 재밌는 반응도 있던데 관리를 따로 하고 있나요? 특별히 관리하는 건 아니고 운동, 몸 쓰는 걸 워낙 좋아해요. 이전 작품 끝나고 3~4개월 정도 여유가 생겨서 못 했던 운동을 다시 시작했어요. 그렇다고 제가 몸이 막 좋은 건 아니고(웃음) 우리 코디분이 잘 입혀주신 것밖에 없어요. 저한테 맞게 잘 입혀주셔서 감사드리죠.

후속 작품 제안은 많이 들어왔어요? 들어온 것 같은데 정하진 못했어요. 어쨌든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찾아뵙고 싶습니다.

예능 프로그램 섭외 요청도 있을 법한데요. 예능을 해본 적도 없고 말주변이 좋지도 않아서요. 오히려 예능에 출연했다가 이미지가 반감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예능 프로그램에 대해선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언젠가 또 인터뷰를 나눈다면 그땐 어떤 얘기를 들려주시겠어요? 인간 이무생보다 작품에서 맡은 캐릭터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역이 보이고 나아가 작품까지 보이게 하는 배우를 꿈꿔요. 인간 이무생만 자꾸 내비치다 보면 한계가 있을 거예요. 저는 한 사람일 뿐이잖아요. 하지만 캐릭터로서 얘기하면 한계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작품을 계속 하는 거고, 그렇게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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