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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애의 <부부의 세계> “치열하게 슬펐고 애틋했다”

2020-06-03 09:55

취재 : 김경미  |  사진(제공) : JTBC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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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세계>가 28.4%라는 폭발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화제를 모았던 <부부의 세계>를 이끌어온 김희애는 다시 한 번 연기력에 정점을 찍었다. 김희애에게 <부부의 세계>란 무엇인지 들어본다.
<부부의 세계>는 영국 BBC에서 방영된 <닥터 포스터(Doctor Foster)>의 리메이크작이다. <닥터 포스터>에 비해 초스피드로 전개되면서 원작과 다른 결론을 맺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김희애(지선우), 박해준(이태오), 한서희(여다경) 세 사람의 결론은 원작과 유사했다. 박해준은 한서희에게 버림받아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나락으로 떨어지고, 김희애는 가장 지키고 싶었던 아들이 사라지면서 삶의 한쪽을 잃었다. 시청률 6.3%로 출발한 <부부의 세계>는 방영 내내 화제를 모았고 28.4%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김희애, 박해준, 한서희 모두 감정 소비가 큰 캐릭터라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도 피로감을 호소할 정도로 극에 빠져들었다.
 

<부부의 세계>를 마친 소감이 어떤가? 지선우를 둘러싼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 속에서 홀로 고독했지만, 애정 어린 관심을 보내주신 시청자 여러분 덕분에 덜 외로웠던 것 같다.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긴 <부부의 세계>를 만나 치열하게 슬펐고, 애틋한 시간을 보냈다. 지선우가 되어 누군가를 사랑하고 미워하면서 가지고 있던 에너지를 100% 이상 쏟아낸 느낌이다. 배우로서 귀한 경험을 하게 해준 지선우가 오래 기억될 것 같다.

마지막 촬영을 끝냈을 때 마음이 어땠나? 끝났다는 게 실감이 잘 안 났고 한동안 감정을 추스르기 어려웠다. 애달픈 시간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울컥했던 것 같다. 그리고 모든 배우들과 제작진, 스태프들이 무탈하게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어 감사했다.

촬영 중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감정 소비가 정말 많은 캐릭터라 매 장면이 산 넘어 산이었다. 혼자 감정 컨트롤도 많이 해야 했고, 감정에 집중하려 노력했다. 분량이 많다 보니 혹시라도 아파서 촬영에 차질이 생길까 마음도 많이 졸였다. 그렇다고 쉽게 했으면 그만큼 감흥이 떨어졌을 거다. 정말 혼신의 힘을 다 쏟아서 후회도 없고 보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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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선우는 남편의 외도를 알았을 때 큰 상실감을 느꼈다. “이 지옥 같은 고통을 어떻게 해야 돌려줄까? 남김없이, 공평히, 완벽하게”라며 분노를 느끼지만 사실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들의 양육권을 지키는 것이었다. 이것을 위해 이태오의 친구와 잠자리를 하기도 하고, 아들이 자신을 선택하도록 일부러 이태오의 화를 돋워 폭행당하기도 한다. 어렵사리 아들을 곁에 두게 되었지만 그녀의 인생은 행복하지 않다. 아들은 엇나가고 여다경과 결혼한 이태오는 복수라는 이름으로 주위를 맴돈다. 지선우와 이태오는 이혼했지만 돌고 도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며 각자 지키고 싶었던 것을 잃는다.

김희애에게 지선우란 어떤 캐릭터인가? 지선우는 복수의 화신 같은 모습이 강렬했지만 따뜻한 엄마였고, 의사로서 일도 열심히 했다. 할 일이 많은 인물이다. 정말 한 가지로 규정할 수 없는 캐릭터라서 더 도전하고 싶었고 노력하게 됐다. 사실 처음에는 상상하기 쉽지 않은 상황과 캐릭터여서 두렵기도 했다. 촬영하면서 점점 지선우에게 연민을 느끼고 응원하는 마음이 커지면서 더 몰입하게 됐다.

지선우는 긴장감을 유발하는 인물 같다. 모완일 감독님의 섬세한 연출과 주현 작가님의 필력이 깃든 대본의 힘이 발판이 됐다. 그 분위기에 녹아들어 늘 긴장 속에 살았다. 현장 분위기도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었고, 배우들이 모두 진지하게 임해서 드라마의 톤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그래서 긴장감이 몰아치는 상황도 자연스럽게 그려진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아무래도 1, 2회에 등장한 남편 이태오의 생일파티가 기억에 남는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게 거짓말이었고, 속았다는 걸 알게 된 순간이다. 이 드라마의 시작이자 지선우 인생에서 가장 큰 사건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남편보다 동료, 지인들의 배신이 오히려 충격이 컸다. 혼란과 슬픔이 밀려와서 지선우의 감정에 휩쓸리기도 했다.

아들 준영(전진서 분)을 대하는 감정 몰입도 대단했다. 어떻게 보면 준영이의 반항은 지극히 일반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빠, 엄마의 분열 과정을 다 지켜보며 받은 상처가 얼마나 컸을지 상상이 됐다. 각자의 아픔은 상대적이다. 지선우는 남편으로 인해 힘들었지만, 준영에게는 좋은 아빠였기에 엄마를 전부 이해하기에는 힘든 지점이 있었을 거다. 지선우 역시 아들을 끔찍하게 사랑하지만, 좋은 엄마라고 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어찌 됐건, 남편과의 위태로운 관계에서 아들을 헤아리지 못했고, 이혼을 위해 그 마음을 이용하기도 했다. 모든 심정들이 이해가 갔기에 더 애잔했다.

‘김희애 패션’, ‘지선우 스타일’이 화제였다. 연기도 물론 중요하지만 스타일링도 그 캐릭터를 보여주는 데 큰 부분을 차지한다. 시청자들의 다각도 몰입을 위해 비주얼적으로도 지선우의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싶었다. 지선우가 가진 ‘심플한 멋’을 살리고 싶었는데, 스타일팀이 그런 접근을 위해 많이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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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애는 ‘믿고 보는 배우’, ‘연기파 배우’로 통했다. <아내의 자격>, <밀회> 등 그가 선택한 드라마는 늘 화제였다. 그런 그가 <부부의 세계>로 다시 한 번 연기 내공을 폭발시켰다. 어느 드라마나 주인공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부부의 세계>는 ‘김희애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에게 크게 의존한 작품이다. 그녀와 호흡을 맞춘 박해준은 김희애 덕분에 연기력을 꽃피웠고, 한소희는 짧은 경력이 믿기지 않을 만큼 여다경과 한 몸이 됐다.

함께 촬영한 배우들은 어땠나? 박해준 씨는 워낙 연기를 잘하고 상대방까지 연기를 잘하게 만드는 능력을 가진 배우다. 정말 지선우와 이태오로 혼연일체가 되어 서로 사랑하고 미워했다. 한소희, 이학주, 심은우 씨를 비롯한 많은 배우들은 처음 봤을 때 낯선 얼굴들이었다. 그런데 촬영을 한 번씩 해보고 ‘이렇게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지금껏 어디에 있었나’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너무 놀랐다. 모든 출연 배우들이 정말 열정과 노력을 다했다. 그들을 보면서 마지막까지 자극을 받으며 힘을 낼 수 있었다.

신드롬급 인기를 실감하는지? 사실 아직 드라마의 인기를 잘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주로 촬영장에서 시간을 보냈고, 감정 조절이 필요해서 조용히 대기하다 현장에 나갔다. 또 촬영이 없는 날에는 혹시라도 피해가 될까 봐 최대한 집에서 머물기도 해서 직접적으로 체감하기는 어려웠다. 다만 온라인상에서 실시간 반응이 뜨겁다는 걸 보며 신기했고, 기분 좋은 에너지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시청자분들께 한마디 해달라. 그동안 <부부의 세계>를 사랑해주시고 애정으로 지켜봐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배우로서 표현할 것이 풍부했던 지선우 캐릭터를 만나 많은 응원과 사랑을 받아 행복했다. <부부의 세계>는 제게 정말 기적이고, 선물 같은 작품이다. 앞으로 또 다른 작품으로 인사드릴 때까지 건강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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