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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겨운 고향처럼 윤인구 아나운서

2020-05-15 09:01

취재 : 임언영 기자  |  사진(제공) : 안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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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저녁 6시, 하루하루 성실하게 채워온 <6시 내고향>의 시간이 모여 7000회라는 역사를 맞았다. 성실함을 꼭 닮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주는 반가운 친구 같은 윤인구 아나운서에게 만남을 청했다.
인터뷰 테이블에 앉은 윤인구 아나운서가 하얀 종이를 꺼냈다. 본인이 인터뷰이가 된 자리인데 무슨 일인고 하니, 단서들을 적어두면 말을 풀기 쉬울 것 같아서 미리 준비했다고 한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걸 적어두지 않으면 후루룩 지나가버려요. 떠오르는 건 그때그때 적어두는 편이에요. 매일 생방송을 하는데, 끝나고 후회하면 뭐 해요. 미리 적어두고 준비를 해야죠. 오늘처럼 인터뷰를 하다 보면 집에 가서 놓친 이야기가 생각날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생각나는 대로 적어봤어요.”

사진 촬영을 위해 어제 저녁부터 짧은 단식을 했다는 말도 전했다. 오랜만에 하는 잡지 스틸 촬영을 앞두고 자전거를 11㎞나 탔단다. “하루 굶는다고 무슨 티가 나겠냐”는 아내의 핀잔을 들었지만 ‘앞으로 몇 년은 두고 볼 텐데, 후회하지는 말아야지’라고 생각했다. 본인의 일이 아닌 것처럼 농담처럼 들려주는 말을 듣고 있자니 성실함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올랐다. 무엇이든 자기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던 착한 모범생 친구가 생각났다. 전 국민이 아는 24년 차 아나운서의 태도가 새삼 새로웠다. <6시 내고향>의 7000회를 이렇게 성실한 아나운서가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것에는 이유가 있어 보였다.

며칠 전 <6시 내고향> 7000회 특집 생방송을 진행하셨습니다. 7000회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대단한 숫자지만 너무 부담을 안 가지려고 했어요. 자연스럽고 신나게 할 수 있는 것들을 부담 때문에 못 하면 안 되니까요. ‘어제 한 것처럼, 내일 할 것처럼 자연스럽게 하자. 그래야 더 잘 놀 수 있다’ 그런 마음으로 임했어요.

MC로서 소감도 궁금해요. 그 순간에 내가 있다는 사명감은 있어요. 운이 많이 작용했다고 봐요. 저도 회사에서 나가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사표를 가슴에 품고 다니는데요. 낼라치면 선배가 먼저 선수를 치고 후배가 먼저 선수를 치더라고요. 그 사람들에게 갔을 기회가 남아 있는 제게 많이 왔어요.

지나치게 겸손한 말씀인데요? 진짜 그렇게 생각해요. 물론 그 기회가 왔을 때 실망을 시키지 않고 살린 건 제 장점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그들이 나갔기 때문에 기회가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여기서 좀 더 욕심을 부려보자면 30주년인 내년 5월 20일까지 지켜보는 거예요.

본인에게 <6시 내고향>은 어떤 의미를 가진 방송인가요.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 고향이 없어요. 명절에 고향 집에 내려가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막연하게 고향에 대한 동경이 있었어요. 그런 아쉬움을 대리만족하게 해주는 게 <6시 내고향>이에요. 그리고 장모님이 생각나요.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신다면요? 장인이 경남 고성 분이시고 장모님이 경남 진해 분이세요. 처가에 가면 경상도 사투리가 시끌벅적하게 나오는데 저는 그게 좋았어요. 장모님께서 여름이 되면 항상 ‘하모’라는 갯장어로 국을 만들어주세요. 매해 여름 만들어서 보내주시는데, 방송에서 “올여름에는 왜 안 보내주시나요?”라고 말하면 다음 날 바로 보내주신 추억도 있어요. 그런 장모님이 지난겨울 영화처럼 돌아가셨어요. <6시 내고향>은 제게 장모님을 떠올리게 하는 방송이에요.

‘코로나 상생 장터’는 <6시 내고향>만의 좋은 콘텐츠인 것 같아요. 그게 <6시 내고향>의 장점인 것 같아요. KBS가 지닌 네트워크의 힘이고요. 위기나 재난 상황에서 힘을 발휘하는 게 힘이 아닐까 생각해요. ‘상생 장터’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 어려운 농어촌의 상황을 전달하고 시청자의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좋은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현장 반응도 굉장히 좋아서 보람도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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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나운서 윤인구만의 색깔은?

윤인구 아나운서가 시청자들과 호흡을 나눈 시간이 벌써 24년에 접어들었다. <6시 내고향>, <아침마당>, <TV쇼 진품명품>, <청춘 신고합니다> 등 간판 프로그램을 두루 거친 그는 진중하고 안정감 있는 진행으로 꾸준하게 사랑받아왔다.

윤인구 아나운서만의 색깔이 있어요. 구체적으로 설명할 순 없지만 진중함에 가까운. 사실 그게 처음에는 고민이었어요. 항상 선배들도 그런 말을 해주셨는데, 그 색깔이 뭔지 가르쳐주진 않으셨어요. 배우라면 드라마 속 캐릭터가, 가수라면 장르가 색깔이 되는데 아나운서가 색깔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아요. 저는 늘 그 고민이 많았고 지금도 그 고민을 하고 있어요. 시청자분들이 “저 사람의 색깔이 있다”고 얘기해주시면 감사해요.

24년 동안 꾸준하게 사랑받았어요. 그만큼의 시간이 흘렀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한 가지 위안을 삼고 감사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면, 밖에서 만나는 분들이 “그래도 윤인구 씨는 KBS에 남아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씀하실 때예요. 그럴 때는 ‘사표를 내지 않길 잘했구나’ 생각해요. 아나운서의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시면 어떤 칭찬을 들었을 때보다 뿌듯하고요.

오랜 시간 식상함을 가지지 않을 수 있었던 비결은 뭔가요. 때때로 옷을 갈아입기 때문이 아닐까요? <6시 내고향>을 10년 한다면 개인적으로는 큰 의미가 있겠지만 보시는 시청자 여러분에게는 식상할 수 있잖아요. 저는 프로그램 주기가 5년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아침마당>도 <TV쇼 진품명품>도 5년 주기로 옷을 갈아입었어요. <청춘 신고합니다>는 4년 만에 막을 내렸고요. <6시 내고향>에서 코너와 코너 사이를 매끄럽게 하는 것이 MC의 롤이라면, <아침마당>에서는 좀 더 속을 보여주는 것이 롤이에요. 그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에, 식상하지 않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아나운서로서 지키는 스스로의 원칙이 있나요. ‘연출된 모습을 보여주지 말자, 되도록 그냥 나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자’는 생각을 해요. 그때그때 충실한 게 아나운서에겐 최선의 모습인 것 같아요.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에 최선을 다하는 것.

처음 아나운서가 될 때 생각나시나요? 제가 사회복지를 전공했거든요. 면접 볼 때 사장님께서 전공이 아나운서와 무관한 것 같은데 어째서 지원하게 되었냐고 질문을 하셨어요. 예상 질문 중 하나였어요.(웃음) 당시 제가 준비했던 답은 “사회복지라는 게 고아원이나 양로원에 계신 불쌍한 사람들만 돕는 게 아니라 넓은 의미에서 TV를 시청하는 마음에 상처를 받은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웃음을 전해줄 수 있는 것이다”라고 대답했어요. 그땐 합격을 위해서 준비했던 말이에요. 세월이 지나고 보니, 그게 정말 사회복지를 공부했던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졸업한 이후 잊고 있었지만, 내 마음 한편에 있는 사람에 대한 사랑이 내 안에서 발현되는 게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요. 24년 전에는 단순히 KBS에 합격하기 위해서 했던 말을 지금은 자연스럽게 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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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

윤 아나운서는 본인이 낯을 가리고 사람 만나는 걸 어려워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그의 주변에는 사람이 많다.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먼저 손을 내밀 줄 알고, 본인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이 있으면 언제든지 잡아서 도움을 건네고 싶어 한다. 사람을 좋아하는 그는 다양한 사람을 통해서 깨달음과 자극을 얻는다. 동시에 본인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

낯가린다는 말을 여러 번 하시네요. 저는 낯가리고 무대에 서고 싶지 않은 사람이에요. 사람 사귀는 데 시간도 오래 걸려요.(웃음) 그럼에도 그걸 극복할 수 있었던 건 일 덕분이에요. 늘 새로운 사람들이 와서 방송을 하는데, 제가 먼저 풀어주지 않으면 방송이 안 되는 거예요. 일을 위해서라도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하니까 그렇게 극복을 한 거죠.

멘토가 있으신가요? 홍두표 TV조선 회장님. 제가 입사할 때 KBS 사장님이셨어요. 같은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다가 저를 뽑아주신 회장님이라 먼저 인사를 드린 적이 있어요. 그때를 인연으로 가끔 모시고 식사하면서 조언도 구해요. 39세 때부터 동양방송 사장을 시작으로 50년 가까이 활약하신 분인데 그분이 멘토라는 것에 감사해요. 김동건, 손범수 선배는 제가 먼저 접촉하는 대선배들이세요. 엄홍길 대장님도 계세요. 2007년 멕시코, 쿠바의 애니깽 루트를 따라가는 한 달간의 여정이 있었어요. 밤에 일정이 끝나면 맥주 한잔 하면서 매일 이야기를 나누었죠. 그러면서 왜 이분이 위대한지 알았어요. 저는 사람을 좋아하면 맹목적으로 좋아해요.

매너리즘에 빠진 적은 없으신가요? 자극이나 영감은 어디서 받으세요? 사람이에요. 지휘자를 보면서 깨달음, 자극을 얻기도 해요. 역할을 바꿔서 보다 보면, 오히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아요. 객석에서 열심히 무대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보일까?’라는 생각을 해요. 나와는 다른 분야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새로운 자극을 받는 편이에요.

어떤 아나운서가 되고 싶으신가요. 아나운서로서의 목표가 있다면요. 저의 지금 방송이나 직업을 대하는 태도는 모두 김동건, 손범수 선배에게 배운 거예요. 자주 접촉하면서 배웠어요. 그런 선배가 내가 되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늘 해요. 후배들이 제게 자주 접촉했으면 좋겠어요.

아나운서가 천직이시네요. 행복한 것 같아요, 이 일이. 욕먹는 사람도 얼마나 많아요. 저는 누군가를 위로해줄 수 있고, 격려해줄 수 있고, 칭찬해줄 수 있어요. 그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게 즐거워요.

<6시 내고향> 방송 시간이 2시간 남짓 남았어요. 이제 생방송의 긴장감은 없으시죠? 보통 4시부터 준비에 들어가요. 우리 아이들도 물어봐요. “아빠는 안 떨리지?” 하고요. 저는 늘 떨려요. <연예가중계> 리포터 할 때도 늘 떨었어요. 김병찬 선배가 “인구야, 너는 신입인데 안 떨더라. 그 모습이 되게 좋아 보인다” 말씀을 해주셨는데, 저 되게 떨었거든요. 그게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인 것 같아요. 아마추어는 그 떨림이 실수로 이어지고, 프로는 속으로 떨고 있지만 겉으로는 태연할 수 있어요. 저는 이제 그 떨림과 긴장의 상황이 스트레스가 아닌 설렘이 됐어요. ‘오늘은 누굴 만날까’, ‘어떤 소식을 전해줄까’로 바뀌었어요. 그게 없어지면 무대에 설 이유도 사라지겠죠. 시청자 앞에 선다는 것은 나에게 주어진 책임이잖아요. 그만큼 무서워하고 두려워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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