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구독 이벤트
예스24교보문고알라딘인터파크
ISSUE
  1. HOME
  2. ISSUE
  3. star&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피아니스트 김태형 ‘내 삶 안에 음악’

2020-05-13 09:30

취재 : 장가현 기자  |  사진(제공) : 이종수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젊은 두 음악가가 특별한 무대를 선보인다. 뛰어난 테크닉과 놀라운 음악적 표현을 보여주는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과 논리 정연한 해석 그리고 진정성 있는 연주로 정평이 난 피아니스트 김태형이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준비했다. 어려운 공연을 앞두고 있는 두 사람을 4월 비 오는 금요일에 만났다.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과 피아니스트 김태형을 만난 날은 종일 내린 비로 쌀쌀했다. 바깥 기온과 다르게 두 사람이 있던 지하 연습실은 땀이 날 정도로 후끈했다. 연습에 매진한 두 사람의 이마에는 땀이 맺혀 있었다. 두 사람의 협연을 듣고 있자니 ‘귀 호강’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올랐다. 놀라운 표현력을 가진 바이올리니스트와 부드럽고 진정성 있는 연주로 정평이 난 피아니스트는 합주 중간에 의견을 나누면서 하모니를 맞춰나갔다.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은 최근 클래식 유튜브 채널 <또모>에 출연해 뜨거운 관심과 호응을 얻었다. 한국에 알려진 지는 얼마 안 됐지만 그는 해외에서 유명한 인재다. 8세에 런던 영재 음악학교인 예후디 메뉴인 학교에 입학해 떡잎을 보이다 12세 때 연주자들의 성지 영국 위그모어홀에서 첫 독주회를 열었다. 13세 이후에는 영국의 각종 콩쿠르와 음악상을 휩쓰는 신예로 성장했다. 지휘자 정명훈이 “하늘이 내린 재능”이라고 극찬한 바 있고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한수진의 재능을 알아보고 따로 가르침을 준 것은 유명한 일화다. 18세 때 코리안심포니와 정명훈의 지휘로 한국 무대에 데뷔했고 펠릭스 안드렙스키, 자카 브론, 안나 추마첸코를 사사했다.

피아니스트 김태형은 2004년 포루투 국제콩쿠르, 2008년 아니마토 국제음악콩쿠르에서 1위를 석권하고 2010년 퀸엘리자베스 국제음악콩쿠르에서 5위, 영국 헤이스팅스 피아노 협주곡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청중상을 수상했다.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 무대를 선보인 바 있으며 2013년 클래식그룹 트리오 가온을 결성해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 첼리스트 사무엘 루츠커와 함께 활동하고 있다. 2018년부터는 경희대학교 음악대학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본문이미지

# 유니콘으로 뭉친 듀오

두 사람을 하나로 엮은 이는 베토벤이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연주하는 긴 여정을 시작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수진이 김태형에게 제안해 성사되었다. 총 10곡으로 구성된 바이올린 소나타를 세 번의 리사이틀로 나눴다. 두 사람의 첫 번째 공연일인 5월 10일에는 바이올린 소나타 1번, 3번, 9번을 선보인다.

기자를 발견한 한수진이 먼저 손을 내밀어 반갑다고 악수를 건넸다. 뒤를 이어 김태형과 인사를 나눴다. 하루 종일 연습에 매진한 두 사람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오늘 리허설은 어땠냐고 물으니 “생각만큼 잘되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연주의 합에는 만족감을 보였다.
 

짧게 봤지만 두 분 사이가 좋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연주하는 입장에서 어떠세요?

김태형 처음부터 잘 맞는 사람은 끝까지 편안하잖아요. 수진 씨랑은 처음 만나고 지금까지 불편한 것 하나 없이 편안해요.
 

두 분이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는지 궁금한데요.

한수진 작년 초에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됐어요. 처음부터 대화가 잘 통하고 공통점이 있어서 잘 맞더라고요. 미술관 다니는 것도 좋아하고 둘 다 호기심이 많아요. 유니콘 아시죠? 둘 다 유니콘을 좋아해요.(웃음)

김태형 왜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모르겠어요.(웃음)
 

베토벤 소나타 연주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나요?

한수진 언젠가는 꼭 하고 싶었어요. 제가 아프면서 공백기가 길었잖아요.(한수진은 2012년 오른쪽 턱관절 수술을 받은 이후 6년 동안 수술을 반복했다.) 오랫동안 연주를 못 하고 어려운 시기를 지나니 지금에서야 조금 보이는 것이 있더라고요. 지금이 베토벤 소나타를 연주하기에 적절한 시기인 것 같아 준비가 된 건 아니지만 도전해고 싶었죠. 딱 지금 보이는 만큼의 베토벤을 많은 분들에게 선보이는 것도 좋을 것 같았어요.

김태형 수진 씨가 먼저 제안을 해줬고 저도 당연히 해보고 싶었던 프로젝트라 하겠다고 했어요. 아까 수진 씨도 준비가 안 됐다고 했지만 저는 더 안 된 것 같아요. 이번 기회에 이 곡들을 배우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베토벤은 음악가들에게 무척 중요한 작곡가니까요.
 

중요한 공연이니만큼 연습도 많이 했을 것 같은데, 연습한 지 얼마나 됐어요?

김태형 보통 듀오 공연을 하면 (공연 시작) 직전에 그 도시에서 만나서 세 번 정도 맞추면 충분해요. 이번엔 둘이 좀 일찍 만나서 리허설을 했어요. 워낙 중요하고 쉽지 않은 프로젝트라 일찍 시작한 거예요. 수진 씨는 원래 영국에 있어야 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일찍 들어온 것도 있고요.
 

잘 맞는 사이라지만 곡을 해석하는 방법은 다를 것 같은데요. 두 분이 어떻게 의견을 조율하는지 궁금합니다.

김태형 음… 진짜 안 맞는 경우도 있어요. 피아니스트는 워낙 많은 사람들과 공연을 하니까 솔직히 맞추려면 다 맞출 수 있어요. 너무 안 맞는 사람과도요. 그러면 제가 불편하겠죠. 가령 어떤 패시지(악절)에서 나는 이게 중요한데 상대방은 다른 데가 중요하다 그러면 맞추는 데 진짜 오래 걸려요. 하지만 같은 부분이 특별하다는 것에는 동의하는데 방식이 다른 건 금방 맞추는 것 같아요. 리허설에서 쉽게 진행돼요. 수진 씨와 함께하는 이런 경우인 거죠.

한수진 태형 씨가 되게 배려 있는 게 피아니스트 중 고집이 센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요. 템포 같은 건 곡 전체의 틀이거든요. 그 틀에서 의견이 달라지면 느낌이 이상해져요. 대화해도 조율이 안 되면 정말 심란한데, 저희는 그런 의견 충돌도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또 태형 씨한테 되게 놀랐던 게 퀄리티 있는 연주를 하는 사람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하면서 굉장히 물처럼 부드럽게 흘러가는 감각이 있더라고요.
 
 
본문이미지

# 베토벤에게서 발견한 나의 모습

두 사람의 시너지 때문인지 인터뷰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두 사람은 천진난만하다 싶으면서도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진지했다. 역경을 딛고 주옥같은 작품을 남긴 베토벤을 떠올릴 때는 특히 더 그랬다.
 

두 분이 바라보는 베토벤은 어떤 사람인가요?

김태형 베토벤은 틀이 있지만 그 안에서 자유로웠던 사람인 것 같아요. 슈베르트가 틀에 있기보다 내가 원하는 감정대로 흘러가는 작곡가라면, 베토벤의 음악에는 집요함과 고집스러움이 있는 반면에 자유로움도 있어요. 그가 표현하려 했던 요소, 마킹 하나까지 살리려면 집요해져야 하죠. 그래도 힘든 부분이 있는 만큼 그 끝에 있는 성취감이 훨씬 커요.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니까요. 이 모든 것을 연주하고 청중과 공유했을 때 느끼는 기쁨이 베토벤의 매력인 것 같아요.

한수진 저도 비슷한 이야기인데 언젠가 지휘자 콜린 데이비스가 말하길 “모차르트는 신이 인간에게 은혜를 내려주는 것 같고, 베토벤은 인간이 신에게 간절히 기도를 올리는 것 같다”라는 말을 했어요. 그 말에 공감했어요. 항상 힘겹지만 간절한 마음으로 늘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제가 바라본 베토벤은 인간 승리의 케이스예요. 그 역경의 시간을 결국 이겨냈기 때문에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해지고 빛났던 게 아닌가, 그리고 그 시련 덕분에 아름다운 곡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어요.
 

베토벤의 상황이 수진 씨에게는 더 와닿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한수진은 태어날 때부터 왼쪽 귀가 들리지 않았다.)

한수진 귀 이야기를 많이 하세요. 저랑 다른 게 저는 이런 상황을 갖고 태어난 거고, 베토벤은 20대 때부터 귀가 안 들리기 시작했잖아요. 그게 어떤 고통이었을지 상상이 안 가요. 음악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감각을 잃어가기 시작했을 때 얼마나 불안했으면 자살 생각도 했을까요. 하지만 공감이 갔던 부분이 있어요.
 

어떤 부분인가요?

한수진 저도 아파서 치료를 받은 시기가 있었잖아요. 그때 치료뿐 아니라 여러 가지 개인적인 일들이 겹쳐서 무척 힘들었어요. 캄캄한 터널 속에 있는 기분이었는데 그 터널 안에서 제가 붙잡고 있던 게 딱 두 가지예요. 신이 인간에게 준 삶의 목적과 음악에 대한 사랑. 저는 신을 믿으니까 그분이 무슨 계획이 있으셔서 이런 일을 허락하셨을 거다, 나중에 돌아보면 오늘이 감사하게 느껴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때 제가 악기를 못 잡고 있었잖아요. 저에게 들어온 좋은 공연을 다 못 하게 되고 ‘한수진은 이제 음악 안 하는 거냐’라는 말도 들려오니까 마음이 초조했어요. 그런데 그 시기가 지나고 제가 다시 돌아왔을 때 사람들이 “너의 연주에 또 다른 감정이 생겼어”라고 하더라고요. 그게 그 어둠이 준 선물이 아닌가 싶어요.
 

태형 씨는 어떠셨어요?

김태형 저는 음악을 참 힘들게 공부했어요. 대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집안이 힘들어졌거든요. 그 상황에서 콩쿠르도 나가야 했으니 부담이 컸죠. 그냥 나가서 좋은 경험을 하고 왔다고 하기에는 경비가 많이 들었으니까요. 뮌헨으로 유학을 갈 때도 비슷한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악착같이 했고 절실하게 했어요. 그래서 더 단단해지고 내실이 다져진 것 같아요.
 

그런 상황이었으면 삶이 곧 음악이라 할 정도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을 것 같은데요?

김태형 그랬었는데 너무 빠져 있으니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조금 거리를 두려고 해요. 제 삶이 곧 음악인 채로 몇십 년을 살아온 것 같아서 분리하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그냥 멀찌감치 보는 연습을 하고 있는 거죠.

한수진 저는 아니에요. 제가 어려서부터 호기심이 되게 많은 아이였어요. 바이올린을 시작하고 나서도 연습만 하지 않았어요. 공부든 뭐든 재밌고 즐거운 걸 많이 찾아서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음악이 나의 삶이 아니라 내 삶 안에 음악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떨 때는 태형 씨가 부러워요. 온통 음악이 가득한 삶.
 

그러면 음악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뭘 하세요?

김태형 미술관 많이 가는 것 같고요. 또 걷는 것도 좋아해요. 걸으면서 이런저런 생각도 정리해요. 지금은 많이 못 나가니까 주로 집 근처를 걷는 편이에요.

한수진 독서를 좋아하는데 예전처럼 책 읽을 시간이 잘 안 나요. 제가 종이 만지는 걸 좋아하는데 책을 다 들고 다닐 수 없으니까 전자책을 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종이책을 보는 느낌이 아니더라고요. 눈도 피곤하고요. 요즘은 짬이 날 때마다 옛날에 읽었던 베토벤 책을 다시 보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팁 하나씩 알려주세요.

한수진 한번 들어보고 오시는 게 어떨까요? 곡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들으면 음악하는 사람도 어려워요. 몇 번 듣고 익숙한 상태에서 오시면 듣기 편하실 거예요.

김태형 정말 좋은 팁이네요. 시간이 나시면 곡에 얽힌 이야기를 읽고 오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Copyright ⓒ woman.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 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1. 메인으로
  2. 기사목록
  3. 맨 위로
댓글달기
글쓴이    비밀번호 (숫자 4자리를 입력해주세요)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이번호 커버이미지
이번호
서점 이벤트
  • 예스24
  • 교보문고
  • 인터파크
  • 알라딘
  • 이달의 목차
  • 지난호보기
  • 정기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