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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손열음 “클래식 좋아하는 이 찾는 즐거움”

2020-05-12 09:40

취재 : 장가현 기자  |  사진(제공) : 안웅철 An, Woong 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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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손열음이 돌아왔다. 국내에서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의 모습만 보여주던 그가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 슈만의 곡으로 구성된 독주회를 연다. 공연을 앞두고 독일 집에서 ‘집콕’ 생활을 하고 있는 손열음과 전화로 이야기를 나눴다.
올해는 음악가들에게 특별한 해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 슈만 탄생 210주년, 말러 탄생 150주년이 동시에 찾아왔기 때문이다. 손열음이 늘 ‘최애’ 작곡가라고 언급한 슈만의 곡으로 앨범을 발매했다. 그리고 앨범 발매를 기념해 슈만의 곡으로 구성된 독주회를 연다.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이 아니라 피아니스트로서 독주회를 여는 것은 4년 만의 일이다.

그런데 현재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다. 전 세계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올해 예정된 많은 공연이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손열음도 코로나19를 비껴가진 못했다. 유럽에서 예정된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고 국내에서 예정돼 있던 4월 공연도 취소됐지만 다행히 5월 공연은 살아남았다. 그는 현재 독일에서 한국으로 들어올 날을 기다리는 중이다.
 

# 슈만과 함께 돌아온 피아니스트

지난 3월 말 슈만의 ‘크라이슬레리아나’, ‘판타지’, ‘아라베스크’를 담은 손열음의 음반이 발매됐다. 이 음반 발매를 기념해 5월 13일 예술의전당에서 오랜만에 독주회를 연다. 손열음은 오랜 시간 슈만을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로 꼽았다. ‘가장’이라 손꼽는 이의 곡을 드디어 선보이게 된 손열음의 마음은 어떤지 궁금했다.

올해 여러 거장들의 기념 연주회가 많이 열려요. 사실 슈만도, 말러도 모두 거장인데 베토벤에게 밀린 감이 있어요. 그럼에도 슈만을 선택한 건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이기 때문인가요? 모든 작곡가들이 베토벤에게 묻혀요.(웃음) 슈만을 제일 좋아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슈만의 곡들로 연주회를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번에 슈만 앨범을 발매하면서 독주회도 같이 준비하게 됐고요.

2016년 <모던 타임스> 공연 이후 4년 만에 여는 독주회예요. 공연을 앞두고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사실 벌써 공연 준비를 하고 있고 그러진 않아요. 원래 지금쯤 다른 공연을 하고 있을 예정이었는데 다 없어졌잖아요. 저뿐만 아니라 연주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똑같은 시기라고 알고 있어요. 저도 가만히 있어요.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의 곡으로 앨범을 냈어요. 녹음은 제가 2017년 6월에서 7월쯤 했어요. 음반을 언제 내겠다고 계획한 게 아니라, 이건 나중에 음반으로 나오든 안 나오든 상관없이 녹음을 하고 싶었어요. 그걸 제가 잘 가지고 있다가 이번에 나오게 된 거예요.

그때 슈만의 곡들을 녹음한 이유가 있나요? 개인적으로 힘들던 시기였어요. 그래서 슈만의 어두운 감성이 제게 와닿았던 것 같아요. 제가 ‘크라이슬레리아나’와 ‘판타지’를 가장 좋아하는데, 두 곡 다 슈만이 클라라와의 사랑이 힘겨울 때 만든 곡이에요. 클라라 부모의 반대를 이겨내고 결국 사랑을 이루잖아요. 그래서인지 어두운 감성이 깊은 반면에 사랑을 향한 열정도 느껴지는 곡이에요.

그렇게 좋아하는 곡을 이제야 선보이게 됐으니 숙원사업을 해결한 기분이겠어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하하) 사실 해외에서는 오래전부터 연주를 했어요. ‘판타지’는 한 10년 전쯤부터 연주하기 시작했고 ‘크라이슬레리아나’는 2013~14년쯤부터 계속 연주했어요. 두 곡을 가장 좋아하는데 같이 묶어서 연주하는 건 처음이에요. 둘 다 캐릭터가 강렬한 곡이라 함께 연주할 생각을 잘 안 하거든요. 공연 시간도 길고. 그런데 저는 하고 싶었어요.

좋아하는 곡을 연주하니까 특별히 더 신경 쓰는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요. 아뇨, 오히려 그전 공연보다 신경 쓰는 부분이 없었던 것 같아요. 2013년 예술의전당에서 독주회를 준비할 때는 어떤 곡을 들려드리면 좋을까 이런 생각도 하고 곡의 구성과 조화를 많이 고려했는데, 이번에는 진짜 제일 하고 싶었던 걸 하자고 마음먹고 자연스럽게 곡을 정했으니까요.

공연에는 ‘어린이 정경’이 추가됐어요. 슈만의 대표곡이라 고르신 건가요? ‘어린이 정경’은 음반에 들어가는 곡은 아니에요. 연주회에서 연주하는 곡은 슈만을 대중적으로 알린 곡이라 관객들에게 친근함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곡을 선택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숙원사업을 이뤘지만 사실 세 작품이 관객들에게 친근한 곡은 아니에요. 관객들에게 친근한 작품은 아닐 수 있어요. 슈만이 클라라와 사랑에 빠졌을 때 반대가 심했잖아요. 그때 좌절에 빠졌던 슈만의 심경이 곡에 표현돼 있어요. 슈만이 음악으로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집중해서 들으면 곡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사랑’이라고 하니 궁금해지네요. 좋은 만남을 하고 계신가요? 연애는 항상 하죠.(하하) 막 찾아서 하는 건 아니고 자연스럽게 만나는 편이에요. 좋은 감정이 음악을 하는 데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저한테 사랑은 음악을 하는 데 제일 중요한 요소이지 않나 싶어요. 사실 누구에게나 사랑은 그런 존재죠. 너무 당연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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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니스트, 기획자, 작가

손열음은 원래 피아노만 치고 싶어 하던 아이였다. 타고난 재능으로 유명해지는 것이 숙명이었던 아이는 사람들이 알아보는 게 두려워 큰길도 피해 다니곤 했다. 그럼에도 무대에 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던 손열음은 세계를 유랑하며 연주 투어를 다니는 거장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어느 날 음악 에세이집을 출간해 작가가 되더니 2018년부터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예술감독을 하고 있다. 그리고 오랫동안 MBC <TV 예술무대>의 진행자로 활약 중이다.

손열음 하면 다양하게 활동하는 음악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이런 활동들을 좋아하세요? 전혀 아니에요. 저는 사실 할 줄 아는 것도 없어요. 다양한 활동이라고 해봤자 글을 썼던 것밖에 없는걸요. 전 되게 피동적인 스타일에요.(웃음) 할 줄 아는 건 피아노 치는 것밖에 없어요.

그런 것 치곤 <TV 예술무대>는 벌써 3년째 진행을 하고 있잖아요? <TV 예술무대>는 제작진에게서 몇 번 해달라고 연락이 왔을 때 계속 거절하다가 결국 하게 됐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있던 프로그램이고 저도 애청자였거든요. 클래식 음악을 다루는 방송이 거의 없는데 거기에 일조하면 의미가 있겠다 싶어서 결국 하게 됐어요.

얼마 전에는 <놀면 뭐하니?>에 출연해서 화제가 됐어요. 그때 연주한 ‘터키행진곡’이 엄청난 화제가 되었죠. 사실 뭐 하는지 잘 모르고 나갔어요.(웃음) 피아노 연주는 즉흥적으로 제안을 받은 거예요. 1층에 있는 피아노 전시장이 문을 닫아서 급하게 디지털피아노를 준비해주셨어요. 갑자기 진행된 거라 저는 사실 걱정했어요.

방송 나가고 반응 보셨어요? 댓글이 진짜 재밌어요. 전자피아노 시점에서 ‘내가 터키행진곡 치던 썰 푼다’ 이런 재밌는 댓글도 있는 반면, 역시 손열음이라는 댓글이 대부분이에요. 사람들 되게 창의적이에요.(웃음) 그런 반응은 제대로 못 봤어요. 한마디로 기회가 좋았고 그분들이 좋은 의도를 가지고 불러주셔서 잘된 것 같아요.

2015년에는 책도 출간했어요.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직을 맡은 것도 그렇고, 이렇게 다양하게 활동하는 이유가 클래식을 알리려는 사명감 때문인가요? 없다고는 못 할 것 같아요. 클래식을 알리려고 하기보다 ‘클래식을 알았다면 좋아할 사람들을 찾는 일을 좋아한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클래식이 솔직히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잖아요. 길기도 하고 집중력도 필요하고. 빨리빨리 돌아가는 시대의 흐름과 역행하는 부분도 많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래식을 좋아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는 게 흥미로운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했을 수도 있겠네요. 그럴 수도 있어요. 제가 사실 되게 평범한 건데 음악가들 사이에서는 특이한 경우죠. 주변에 음악하시는 분들 보면 음악가 가정에서 자라서 어릴 때부터 음악학교에 다니잖아요. 저는 주변에 음악을 안 한 사람들이 훨씬 많기도 하고 꽤 오랫동안 일반 학교를 다녔어요. 그런 환경에 있다 보니 당연히 클래식에 쉽게 접근하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빨리빨리 변하는 시대가 손열음이라는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줬나요? 글쎄요. 아, 뭘 정해놓고 살지 않는 점? 지금까지 살면서 봤을 때 계획한 대로 다 되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계획하는 것도 싫고요. 30대가 되면 뭘 해야겠다 이런 거 생각하는 분들이 더 많은 거 같긴 한데. 그런 걸 안 해봤어요.(웃음)

지금 이런 상황 역시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죠. 독일도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하죠?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요새는 일상이라고 할 만한 게 없어요. 아, 아니다. 처음으로 일상이 생겼어요. 평상시엔 규칙적인 생활도 없고 자주 돌아다니니까 한곳에 오래 있어본 적이 없어요. 학창시절 이후 처음인 것 같아요. 그래서 되게 기분이 오묘해요. 원래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하는 성격인데 평소에는 그럴 기회가 없잖아요. 처음에는 되게 좋았어요. 지금도 좋긴 한데 이게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게 좀 그렇지만, 좋아요 되게.

집에선 주로 뭘 하세요? 제가 사실 취미가 없어요. 피아노 치는 것 빼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거든요.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요. 그래도 지루하다는 느낌이 별로 없더라고요. 가만히 있는 게 좋아요. 평상시에 많이 돌아다녀서 많이 상쇄가 되어 그런가 봐요. 아, 요리를 좀 해봤어요.

요리도 직접 해요? 잘하고 싶은데 잘 못해요. 제가 혼자 맛있게 먹을 정도로는 하는데 그래도 크게 (실력이) 는다는 느낌은 없어요. 요리는 확실히 재능이 필요한 일인 것 같아요. 저는 시간 관리가 잘 안 되더라고요. 시간을 계산해서 쪼개고 생각하는 게 안 돼요.

그럼에도 시간은 또 흐르고 있어요. 앞으로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실 건가요? 음… 일단 한국에서는 평창대관령음악제를 시작하면서 그게 우선순위가 됐어요. 그래도 1년에 한 번 정도 비중 있는 공연을 하려는 생각은 있어요. 지금은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이걸 잘 이어가고 싶고요. 요즘에는 음반 작업을 꾸준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전에는 음반 작업에 급한 게 없었어요. 음반은 준비를 해서 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시간이 지나고 있더라고요. 마냥 어린 줄 알고 그랬는데 시간이 흘러가는 게 삶이더라고요.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무언가를 남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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