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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조성진 "외롭지 않냐고요? 오히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요"

2020-05-11 07:49

취재 : 임언영 기자  |  사진(제공) : Christoph Kostlin, DG, 유니버설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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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 머물고 있는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인터뷰를 나눴다. 다가오는 5월 네 번째 정규앨범 <방랑자(The Wanderer)> 발매를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다. 코로나19로 인해 투어 공연을 잠시 쉬고 있는 그는, 시간이 정말 빨리 흐른 것 같다면서 스물일곱 살 피아니스트의 삶과 생각을 전했다.
“시간이 정말 빨리 흐른 것 같아요. 2015년을 생각해보면, 2010년에서 2015년은 그렇게 빨리 간 것 같지 않은데 2015년에서 2020년은 빠르게 지난 느낌이에요. 저도 벌써 한국 나이로는 스물일곱 살이고… 제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받침에 ‘ㅂ’이 들어가면 20대 후반이라고. 그래서 책임감도 더 느껴요.”

콘서트 피아니스트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려온 조성진이 콩쿠르 이후 5년이라는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렀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5년 만에 가장 오래 쉬고 있다는 그는 현재 베를린에 머무르고 있다. 많은 예술가들이 관객 없는 온라인 연주를 선보이며 코로나19로 상심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가운데, 조성진 역시 온라인 콘서트를 열어 화제가 됐다. 지난 3월 28일 마티아스 괴르네와 슈베르트 가곡을 연주한 그는 “관객 없는 라이브가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실제로 콘서트를 하는 것처럼 에너지를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조성진이 연주자로서 쉼표 없는 일정을 소화하게 된 기점은 정확하게 5년 전이다. ‘쇼팽 콩쿠르 우승자’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세계무대에 이름을 올린 이후 몰아치듯 연주자로서의 행보를 이어왔다. 그중에는 레코딩 앨범 작업도 있다. 쇼팽, 드뷔시, 모차르트로 이어지는 정규앨범을 발매한 그는 다가오는 5월 본인의 네 번째 신보를 발매한다. <방랑자>라는 이름이 붙은 이번 앨범의 레퍼토리는 슈베르트, 베르크, 리스트로 구성했다. 모두 조성진이 직접 선곡한 결과물이라 더 의미가 깊다.
 

전작들과 달리, 이번엔 여러 음악가의 작품을 한 앨범에 담았네요. 사실 한 작곡가만 레코딩하는 게 더 편하고 쉬운 점이 많지만, 한 번쯤 리사이틀 프로그램같이 여러 작곡가들을 엮어 녹음을 해보고 싶었어요. 어떤 아티스트들은 콘셉트에 맞춰서 레퍼토리 프로그램을 짜는 걸 참 잘하는데 저는 한 번도 그런 걸 해본 적이 없어서요.

슈베르트, 베르크, 리스트로 레퍼토리를 구성한 배경과 이유를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어요. 고심 끝에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을 무조건 넣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맞춰 다른 곡들을 정했어요. 세 곡 모두 소나타 형식의 곡인데 악장마다 쉬지 않고 연결되어 있어요. 그래서 한 악장 소나타처럼 들려요. 베르크 소나타는 한 악장의 곡이긴 하지만 몇 개의 주제를 가지고 한 곡을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방랑자’라는 이름은 어떻게 붙게 되었나요? 슈베르트 방랑자 2악장 때문이에요. 가곡 ‘방랑자’의 주제를 따와서 ‘방랑자’가 됐거든요. 방랑이라는 게 낭만주의 시대에, 특히 슈베르트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단어였던 것 같아요. 물론 리스트도 낭만 시대의 작곡가였고 그 사람도 (물론 말년에는 한곳에 머물렀지만) 여기저기서 살았고 여행도 많이 다녔었습니다만. 그런 점이 이 시대 뮤지션과도 공통점이 있지 않나 해서 방랑자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본인도 세계를 누비는 피아니스트로 살고 있습니다. 조성진이 생각하는 방랑의 개념은 무엇인가요. 슈베르트의 방랑과 비교해볼까요. 슈베르트와 저를 비교하기란 무리가 있을 것 같지만.(웃음) 제가 파리로 유학을 2012년에 갔었는데요, 처음 몇 년 동안은 어디가 집인지 모르겠더라고요. 방학이나 연주 때문에 한국에 가면 거기가 집인 것 같고, 다시 파리로 오면 거기가 또 집인 것 같고. 어디가 진짜 집인지 잘 못 느꼈어요. 콩쿠르 이후 베를린으로 이사를 오고 생각해보니 이제는 베를린에 돌아오면 집인 것 같다가, 항상 돌아다니는 게 제 직업이니까 호텔에 오면 또 편해서 집인 것 같고요. 그래서 ‘내가 있는 곳이 집이구나’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어요.

그런 삶이 외롭진 않나요. 가끔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외동아들이라 어렸을 때부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 (혼자 있는 걸) 힘들거나 외롭다고 느끼진 않습니다. 연주를 하러 다니면 오케스트라 단원이나 지휘자, 다른 뮤지션 등 사람들을 많이 만나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 ‘방랑’이라는 이름으로 엮은 슈베르트·베르크·리스트
네 번째 정규앨범

앨범 녹음 과정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에피소드를 말씀드리자면, 작년 6월 베를린에서 슈베르트와 베르크를 녹음했고 10월에 함부르크에서 리스트 소나타를 녹음을 했었어요. 리스트 소나타는 30분짜리 곡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녹음에 녹음했어요. 한 번에 녹음하는 게 더 흐름이 좋다고 생각해서, 최대한 라이브처럼 들리게 녹음하려고 한 거예요. 슈베르트 녹음을 마치고 관객 20~30명을 초대해 연주회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쳤거든요. 그게 ‘방랑자 환상곡’ 뮤직비디오의 장면인데, 다 들어보니 관객들 앞에서 친 연주가 저에게는 가장 괜찮게 들려서 그 테이크를 썼어요. 리스트 녹음할 때는 관객이 없어서 프로듀서 2~3명을 (녹음실로) 내려오게 해서 그 앞에서 연주했어요.

관객이 있을 때 더 만족스러운 연주가 나오는 이유가 있나요? 솔직히 말하면 관객이 있는 게 조금 더 편해요. 어느 정도의 긴장감이 음악을 더 잘 만들어주는 것 같고, (녹음할 때도) 콘서트 하듯이 연주하는 게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녹음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곡, 혹은 애착이 가는 곡이 있다면요? 저는 항상 녹음이 연주보다 어려운 작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기록으로 남는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요. 아무래도 리스트 소나타가 가장 어려운 곡이었던 것 같아요. 긴 곡이고, 스케일도 크고, 피아노 레퍼토리에서 가장 어려운 곡 중 하나이기 때문에.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리스트를 쳤고, 처음 무대에 오른 게 2011년이었어요. 그때부터 매년은 아니지만 3년에 한 번씩은 무대에 올랐어요. 그럴 때마다 저의 해석이나 음악적인 관점, 시각이 바뀌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방랑자 환상곡’은 슈베르트 자신도 “너무 어려워 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주로 표현하기 위해 어떤 점에 주안점을 뒀나요. 기술적으로 어려운 곡이라는 점은 사실이에요. 사람들이 어렵다고 느끼지 않도록 연주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테크닉적으로 편해야 하는 것 같아요. 제가 2018년 말부터 이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는데, 무대에 오를수록 편해지는 게 있더라고요. 이 곡은 상상력이 많이 가미되고 악장마다 캐릭터도 달라서 그걸 잘 표현하려고 했어요.

‘방랑자 환상곡’은 옛 대가들의 명반이 많습니다. 이 명반들의 숲에 자신의 것을 내놓으면서 조성진의 유니크함으로 부각시키고 싶은 것이 있나요? (웃음) 저는 이런 생각을 안 하는 편이에요. 그러면 더 억지스럽고 부자연스럽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한 대로 치는 게 제일 개성 있는 연주라고 생각해요. 사람 목소리가 다 다르듯이 연주도 다 다르거든요. 가장 자연스러운 게 가장 개성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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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
조성진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현재 베를린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그곳 생활은 어때요? 베를린은 굉장히 기회가 많은 곳이라고 생각해요. 사람을 만날 기회도 있고, 꼭 음악이 아니더라도 아티스트가 자신의 예술적인 것들을 선보일 기회가 많아요. 외국인도 많아서 다른 독일 도시와 다르게 활기찬 느낌이 있어요. 도시가 제 음악적인 부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이곳에 오면 편한 느낌은 있어요.

코로나19로 전 세계 공연이 얼어붙었습니다. 라이브 스트리밍 등 온라인 콘서트가 하나의 대안으로 떠올랐고, 본인도 마티아스 괴르네와 슈베르트 가곡을 연주했죠. 직접 해보니 어떻던가요? 마티아스 괴르네가 라이브 콘서트 아이디어를 줬어요. 5년 만에 처음 이렇게 오래 쉬고 있어서, 이 상황이 어색하고 뭔가를 해야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사실 음악가들 중에 워커홀릭이 많거든요.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았는데, 마침 좋은 기회가 왔죠. 관객 없이 라이브 하는 건 처음이었는데, 처음에는 어색하다가 나중에는 실제로 콘서트를 하는 것처럼 에너지를 느꼈어요. 도이치 그라모폰 세계 피아노의 날 라이브 스트리밍에도 참여했는데, 집에서 피아노를 치는 걸 보여주는 건 처음이었어요. 피아노를 조율한 지 오래돼서 피아노 소리가 조금 아쉬웠어요.

피아니스트로서, 이런 시기에 음악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도 다른 때보다 요즘 음악을 더 많이 듣게 된 것 같아요. 하루 종일 집에 있으니 음악이 사람들의 여가생활이 될 수 있는 거죠. 클래식뿐 아니라 음악은 우리 삶에 필요한 존재구나 느꼈어요. 마땅히 할 게 없거나 위로가 필요할 때, 즐기려고 할 때, 음악은 늘 필요하죠. 이번 사태 때문에 음악의 중요성을 더 느끼게 됐어요.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음악이 있다면요? 그건 사람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웃음) 그냥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게 좋은 것 아닐까요. 저는 피아노 음악을 많이 듣고 있어요. 특정 곡이 아니라 연주자 위주로 듣고 있는데요. 에밀 길렐스와 브론프만. 제가 좋아하는 피아니스트예요. 작년에 뉴욕필과 베토벤 4번 연주를 하는 브론프만의 라이브를 처음 봤는데 너무 좋았어요.

(쇼팽 콩쿠르 이후) 지난 5년을 돌아보면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인간 조성진은 어떻게 성장했나요. 일단 시간이 정말 빨리 흐른 것 같아요. 2015년을 생각을 해보면, 2010년에서 2015년은 그렇게 빨리 간 것 같지 않은데 2015년에서 2020년은 빠르게 지난 느낌이에요. 저도 벌써 한국 나이로는 스물일곱 살이고… 제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받침에 ‘ㅂ’이 들어가면 20대 후반이라고. 그래서 책임감도 더 느껴요. ‘브람스는 20대 초반에 피아노 콘체르토를 작곡했는데 나는 지금 뭐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변화라고 하면 이렇게 연주하러 다니는 생활에 조금 더 적응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성장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이 없어요.

먼 미래의 조성진의 모습을 그려본다면요? 40대, 50대의 먼 미래요. 일단 건강하게 살아 있었으면 좋겠고.(웃음) 그리고 피아노를 계속 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뜻대로 안 되는 게 많은 것 같아요. 미셸 베로프 같은 경우에도 부상을 당하면서 연주를 쉰 적이 있었는데…. 운도 필요하고요, 좋게 되기를 바라면서 노력을 하면서 그렇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작년에 깜짝 지휘 데뷔로 관심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피아니스트이자 클래식 아티스트로서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지휘를 한번 해봤지만 지휘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아직까지 깊이 해본 적은 없어요. 아직 지휘자로서는 자신이 없지만 그래도 유럽에서 제안이 들어와 성사된다면 2~3년 안에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할 수 있는 레퍼토리(피아노 콘체르토)로요. 다음 앨범은 쇼팽이 될 것 같고, 공연은 계속 해야죠. 저는 이 커리어를 유지하는 게 큰 도전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오케스트라, 홀, 뮤지션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재초청을 받는 거요.

조성진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무대에서 만족스러운 연주를 하면 행복하고, 휴식 시간에도 행복해요. 사람들과 편하게 얘기하고 맛있는 것 먹으면 행복해요. 여행 다니는 것도 재미있고, 새로운 것 보고 경험하는 모든 것이 행복해요.

지금은 다 못 하고 있는데 괜찮은가요. 사실 안 괜찮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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