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구독 이벤트
예스24교보문고알라딘인터파크
ISSUE
  1. HOME
  2. ISSUE
  3. star&

우리가 몰랐던 양준일

2020-03-10 09:30

취재 : 이근하 기자  |  사진(제공) : 모비딕북스, 김보하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우연’으로 보였지만 ‘필연’이었다. 인고의 시간을 지난 양준일이 ‘오늘의 양준일’이 되는 건 마땅했다. “준일아, 네 뜻대로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내가 알아. 하지만 걱정하지 마. 모든 것은 완벽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어.” 양준일은 20대의 자신에게 보낸 메시지를 매일 증명해 보이고 있다.
양준일은 지난해 12월 31일 콘서트를 필두로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했다. 이날 콘서트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향후 계획을 발표했는데, 그 첫 번째가 ‘출간’이었다. 그는 “양준일 머릿속에 들어가 있는 게 뭔지 글로 표현하고 나누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양준일 MAYBE: 너와 나의 암호말>(이하, ‘<너와 나의 암호말>’)을 내놓았다.

“아픈 분들이, 아픔을 나누고 싶은 분들이 그리고 인생이 이게 다인가 하고 생각하는 분들….”

이번 에세이를 어떤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냐는 물음에 대한 그의 대답이었다. 그는 외로운 이들에게 힘이 되고자 했다. ‘아마도(Maybe) 이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며 자신의 삶을 받아들인 것처럼. <너와 나의 암호말> 속 91개 단어가 풀어낸 ‘양준일’은 단단하고 또 단단하다.
 

‘우연’ 아닌 ‘필연’

양준일의 부모는 전쟁이 한창이던 베트남 사이공에서 그를 가졌다. 아버지는 미국 여행사에서 군인 여행 업무와 관련한 일을 했고, 어머니는 영자신문 기자였다. 어머니는 혼자 한국으로 돌아오고서야 아이가 생긴 사실을 알았다. 베트남으로 다시 돌아갔다. 양준일은 전쟁 통인 세상에 첫발을 내디뎠다.

열 살부터 시작된 이민자의 삶은 ‘편견’을 익숙하게 했다. 양준일은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싸움을 거는 아이들이 많았다고 기억한다. 자신보다 큰 덩치의 아이들이었지만 집까지 쫓아가 죽을 각오로 덤볐다고. 그는 “맞는 게 두려운 게 아니라 맞서지 못한다는 게 두려웠다”고 했다. 소중한 무언가를 빼앗기는 걸 싫어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시절 그의 자전거를 탐내는 무리를 마주치면, 반대 방향으로 토할 때까지 달렸더란다. ‘깡’이 제법 있었던 모양이다.

고등학교 시절 별명은 ‘조용필’이었다. 노래 좀 하는 사람은 다들 ‘조용필’이라고 불리던 때였다. ‘노래’는 고등학생 때서야 시작했다지만 ‘춤’을 춘 건 그전이다. 중학교 시절 팝핀(Poppin)으로 춤을 시작했다. 그가 <너와 나의 암호말>을 통해 회상한 10대 양준일은 댄스경연대회를 휩쓰는 소년이었다.

“존 트라볼타의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그 전율을 잊을 수 없다. 존 트라볼타와 마이클 잭슨에게 몸으로 선을 표현하는 법을 배웠다. (…) 중학교 2학년 때에는 유일한 동양인 학교 대표로 뽑혀 댄스경연대회에 나가 1등을 했다. 3학년 때 다시 학교 대표로 출전해 또 1등을 하면서 동네에서 유명해졌다.”

춤을 잘 춘다고, 노래를 곧잘 한다고 해서 연예인을 꿈꾼 건 아니었다. 할리우드 1세대 한인 배우 고 오순택 씨와 그의 가족이 함께한 식사 자리가 발단이었다. 오 씨는 그의 부모에게 “준일이는 연예인을 해야 한다”, “준일이가 한국이나 일본에 살았으면 벌써 데뷔했을 거다”라고 단언했다. 양준일 스스로도 묘한 확신이 생겼다.

그래선지 그는 ‘내가 왜 연예인이 되었지’의 첫 단추로 오순택 씨를 가리킨다. 최근 <한국일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관련 일화를 밝히기도 했다. <슈가맨3>에 출연한 뒤 다시 미국으로 갔을 때 오 씨를 찾아뵈려고 했단다. 오랜 기억을 끄집어내 보니, 도대체 그가 자신의 무엇을 보고 연예인이 되리라 했는지 물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그가 세상을 떠난 뒤였다.
 
 
본문이미지

가족에 대해…

살면서 한 최고의 선택은 ‘가수가 된 것’, 가장 잘못한 선택도 ‘가수가 된 것’이라고 했다. 비록 실패를 거듭했을지라도 음반을 낸 것을 후회한 적은 없었다. 아이를 키우며 경제적으로 힘들 때, 그 딱 한 번을 제외하곤. 인생 최고의 선택을 잠시 후회하게까지 만든 아들은 더할 나위 없는 존재다. 양준일의 표현을 빌리면 2015년 6월 “우여곡절 끝에 얻은” 아들이다. 쉬는 날 대부분을 아이와 걷는 데 보낸다. 조금 늦게 얻은 아이다 보니 함께하는 시간이 유난히 소중하기도 하거니와, 보다 건강한 아빠가 되고 싶어서다.

“아이가 스물다섯이 되면 제가 일흔이 되거든요. 내가 그때 살아 있으려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아이를 건강하게 키워야죠. 아들 쫓아다니는 게 제 취미예요. 저를 많이 닮은 것 같아요.”

아들과 다투면 먼저 건네는 사과는 아빠 몫이다. 양준일이 현재 아들에게 바라는 건 자신을 피하지 않는 것뿐. 어떤 일이 생기거나 혹은 아무 일이 없을지라도 ‘아빠’를 떠올리길 바란다고 말한다. <너의 나의 암호말>에선 일종의 ‘양육 철학’도 엿보인다.

“아이가 집중을 잘 못한다고 탓하기에 앞서 집중을 못하는 이유를 살피자. 아이는 집중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부터 아이에게 집중해야 한다. (…) 아이를 잃기 싫다면 지금 집중하자. 긴 말이 필요한 게 아니다.”

아이의 엄마, 아내와의 첫 만남은 2005년 어느 날이다. 그는 그날의 떨림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지하철 층계를 올라가다 멈춰 서서, 되돌아갈지 망설이다 아내를 마주했다.

“아내와는 온라인 채팅으로 만났다. (…) 고민 끝에 만났는데 한눈에 반했다. 이국적이어서.”

호수공원을 거닐던 일화도 인상적이다. 그가 에세이 속 ‘동행’이라는 제목 아래 공개한 이 일화는 꼭 들어맞는 두 사람을 비추고 있다.

“(…) 돌아오는 길. 아내가 물었다. 오빠, 무릎이 안 좋아요? 걷다가 무릎이 아파서 내가 절뚝거렸는데 우리 걸음걸이가 똑같은 거 같아서요.”

이듬해 두 사람은 결혼했다. 이를 두고 양준일은 사랑하지만 ‘사랑’ 때문에 결혼하고 싶었던 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자신보다 아내의 영혼이 더 슬프게 느껴져 그를 보호할 수 있길 바라서였다.

“언젠가 아내에게 얘기했다. 우리가 같이 산다는 건 함께 서브마린으로 들어가는 거야. 서브마린은 철저히 고립된 공간이잖아. (…) 누군가와 궁전에 사는 것보다 아내와 반지하방에서 살기를 바랐다.”

아내는 춤추고 노래하는 양준일은 잘 알지 못했다. 그런 모습은 <슈가맨3>에서 처음 봤다. “메이크업이랑 헤어 하고 집에 가면 아내가 나를 못 알아보고 제 전화번호를 달라고 할 것 같다”는 양준일의 우스갯소리가 마냥 농담은 아니었던 듯하다. <슈가맨3> 제작진이 전한 녹화 당일 현장 속 아내는 “당신이 진짜 이런 사람이었구나. 평범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멋있는 사람이었구나”라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했으니 말이다.
 
 
본문이미지

부유하게 자랐지만…
양준일이 말하는 ‘가난’, ‘돈’

소위, ‘잘사는 집’에서 자랐다. 두 살 어린 동생은 중학교를 1등으로 졸업하면서 부모님으로부터 ‘포르쉐’를 선물로 받았다고 했다. 양준일은 폭스바겐을 몰고 통학하던 때다.

“우리 집이 잘살아서 고등학생 시절 내가 포르쉐를 두 대나 타고 다녔다는 얘기가 있다. 반은 맞고 반은 사실이 아니다. (…) 부모님은 동생이 포르쉐를 타는데 형이 폭스바겐을 타는 건 맞지 않다며 내게도 포르쉐를 사줬다. 어린 동생이 면허를 따기 전이라 한동안 내가 두 대를 번갈아 몰았다.”

이런 그에게 ‘가난’은 인생의 균형을 잡아주었다. 한국에서 실패를 거듭하고 돌아간 미국에서의 삶은 흔한 말로 바닥과 같았다. 음식 서빙을 하다가 무릎을 다치기도, 발톱이 빠질 지경까지 창고 정리 일을 하기도, 콜센터 카펫 바닥을 수없이 비질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손에 쥐어진 수입은 월세를 제하고 나면 60만원이 채 안 됐다. 세 식구가 써야 하는 돈이었다.

“인생이란 끊임없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 뒤늦게 찾아온 명성 때문에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난 가난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양준일은 ‘돈’을 ‘우산’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하나라면 자신과 가족이 써야 하는 것이지만, 남는 게 있다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건넬 수 있는 것. 굴곡이 많았던 그의 인생이 알려져선지 진정성이 더욱 느껴지는 대목이다. 지난 흔적을 따라서 본 양준일의 오늘은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하듯, 장대비가 걷힌 양준일은 삶이 단단해졌다. 익숙한 정도(正道) 위든 혹은 그 자리를 벗어나든 어디를 걸어도 불안하지 않을 만큼. 이제 그의 도약에 더 큰 놀라움이 생기진 않는다. 오히려 그 도약의 끝이 어디쯤일지에 대한 기분 좋은 궁금증이 인다.

“사람의 영혼을 만지면서 살고 싶다. 계산하지 않는 사람이고 싶다. 가족처럼 팬들을 챙기고 싶다.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며 살고 싶다. 이 모든 것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초점을 잃고 싶지 않다.”

그는 ‘앞으로’를 이렇게 예고했다.
Copyright ⓒ woman.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 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1. 메인으로
  2. 기사목록
  3. 맨 위로
댓글달기  (총 18건)
글쓴이    비밀번호 (숫자 4자리를 입력해주세요)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영과니  ( 2020-03-17 )  수정 삭제    답글 찬성 :5   반대 : 0
멋진놈이다^^
  주닐럽  ( 2020-03-11 )  수정 삭제    답글 찬성 :8   반대 : 0
양준일님,, 언제나 응원합니다∼∼!!
  이근하기자  ( 2020-03-10 )  수정 삭제    답글 찬성 :1   반대 : 0
58x75
  lucy  ( 2020-03-10 )  수정 삭제    답글 찬성 :10   반대 : 0
팬분들을 가족처럼 생각하시는 양준일님 당신의 팬이어서 행복합니다.
  하니  ( 2020-03-10 )  수정 삭제    답글 찬성 :23   반대 : 0
진솔한말 인고의 세월로 집착하지 않는 비움 현재에 충실한 삶 팔색조의 매력 ∼ 양준일은 영원 하리
  김보람  ( 2020-03-10 )  수정 삭제    답글 찬성 :19   반대 : 0
양준일님! 때때로 조용히 때때로 열렬히 그러나 식지 않고 늘 당신을 응원해요. 사랑하고 아낍니다:)
  리아 김  ( 2020-03-10 )  수정 삭제    답글 찬성 :19   반대 : 0
언제나 응원합니다 양준일∼∼^^
  순례자  ( 2020-03-10 )  수정 삭제    답글 찬성 :10   반대 : 0
참 괜찮은 사람이다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이다
건강하게 롱런하길 바랍니다
  유민  ( 2020-03-10 )  수정 삭제    답글 찬성 :6   반대 : 0
준일님의 행복한 미래를 응원합니다
  Because  ( 2020-03-10 )  수정 삭제    답글 찬성 :6   반대 : 0
기사 잘 봤습니다 .양준일님의 모든 순간을 응원합니다
  귤이  ( 2020-03-10 )  수정 삭제    답글 찬성 :11   반대 : 0
이미 알고 있었던 내용이였는데 읽고나니 또 코끝이 찡해지네요ㅜㅜ 이제 힘든시간 없이 행복하게 웃을수있는 일들로 꽉꽉 채워졌음 좋겠어요∼! 언제나 응원할께요∼^^
  조남숙  ( 2020-03-10 )  수정 삭제    답글 찬성 :12   반대 : 0
양준일씨 자유로운영혼 이제시작입니다 늘응원할께요∼^^∼♥
  박경숙  ( 2020-03-10 )  수정 삭제    답글 찬성 :17   반대 : 0
한치앞도 못보는 인간이라고 하지요...
보석이었습니다...
  양지혜  ( 2020-03-10 )  수정 삭제    답글 찬성 :13   반대 : 0
양준일을 응원합니다 ∼∼^^
  togo  ( 2020-03-10 )  수정 삭제    답글 찬성 :11   반대 : 0
양준일 신드롬
  준일님포에버  ( 2020-03-10 )  수정 삭제    답글 찬성 :11   반대 : 0
좋은기사 잘봤습니다
사진도 봤던 거고 내용도 아는거지만 다시 한번 양준일님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는 시간이었고 앞으로 더 응원합니다
  jeong  ( 2020-03-10 )  수정 삭제    답글 찬성 :12   반대 : 0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며 살고싶다!!
양준일님의 아름다운 영혼을 사랑합니다♡
  새싹  ( 2020-03-10 )  수정 삭제    답글 찬성 :12   반대 : 0
사진 선정, 필체 좋습니다. 여러 곳에서 접한 내용이라 알지만 그것을 너무 과하지도 않게 잘 쓰셨네요. 이근하 기자님 늘 건강하시길.
이번호 커버이미지
이번호
서점 이벤트
  • 예스24
  • 교보문고
  • 인터파크
  • 알라딘
  • 이달의 목차
  • 지난호보기
  • 정기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