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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일과 가족에 대해…

“돈도 잘 버는데 가정적이라고요? 젊었을 때 워낙 ×차반으로 놀아 더 뭘 하겠어요”

2020-02-26 10:23

취재 : 이근하 기자  |  사진(제공) : 더본코리아, 소유진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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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은 기본적 욕구에 충실한 사람이다. 점심 식사를 하면서 저녁 메뉴를 고민하고, 저녁 식사를 하면서 다음 날 아침 메뉴를 고민한다. 하물며 개인 메신저 상태 메시지는 ‘뭐 먹지?’다. 거창한 계획 같은 건 잡지도 않는다. 닥치는 대로 힘껏 산다. ‘오늘의 백종원’은 그래서 존재할 수 있었다.
“또 나댄다고 하면 어떡해요….”

백종원은 인터뷰 섭외 요청을 단박에 받아들이지 못했다. 큰 이유는 빠듯한 스케줄이었지만 혹시 모를 대중의 시선도 신경 쓰고 있었다. 예상 밖이었다. 전화기 너머 호쾌한 웃음소리처럼 쿨하게(?) 인터뷰에 응할 줄 알았다. 그는 “진지하게 더 생각해보겠다”며 통화를 마쳤다.

며칠 뒤 백종원의 고심 끝에 인터뷰가 확정됐다. 2월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무렵이다. 그가 대표로 있는 더본코리아 사옥을 찾았다.

직원 안내에 따라 대표실로 향하는데 칸막이 없는 업무 책상들부터 눈에 들어왔다. 직원 누구도 뻥 뚫린 책상 옆을 개의치 않는 듯했다. 칸막이를 대신해 무언가 쌓아 올린 흔적도 없었으니 말이다. 웬걸, 대표실은 그 흔한 가림막도 없이 내부가 훤히 보이는 통유리 방이다. 방송 프로그램 속 백종원을 시청하는 것 같은 느낌으로 그와 마주했다.
 

확실히 방송이 부해 보이나 봅니다. 실물이 훨씬 슬림해요. (웃음) 그래요? 아무래도 뭐 TV가….

사무실에 칸막이가 없네요? 여기는 기획부서라 그래요. 수시로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곳이라. 아래층이나 별관엔 칸막이 있어요.

대표 지시사항인가요? 지시라기보단 처음부터 이랬어요. 수시로 일어나서 뭐 물어보고, “야 어디에 팔릴 것 같으냐, 어떤 메뉴가 될 것 같으냐” 이런 것들도 얘기하거든요. 저도 커튼 없잖아요. (바로 앞 직원 모니터를 가리키며) 모니터를 대표실 쪽으로 돌리고 있는 것도 웃기죠.(웃음) 저도 제 모니터 보기 바빠서 직원들 모니터 볼 일이 없어요.

만나면 묻고 싶었어요. 매체 인터뷰에 대한 부담감이 큰 것 같더라고요. 방송 프로그램에 나오는 거랑 인터뷰는 좀 달라요. 인터뷰는 얘기한 대로 전달되는 게 아니잖아요. 며칠 전에 ‘유튜브 행사’ 나간 것도 봐요. 기사 제목을 앞 내용 다 자르고 자극적으로 썼어요. 성질 급한 사람들은 기사 내용 안 보고 제목만 보고 판단할 수도 있단 말이에요. 언론에 계신 분들 자주 만나기가 싫어요. 몇 번 당하고 나니까 불신이 많아요.

불신이 꽤 쌓였나 본데요. 쌓인 건 아닌데 왜 굳이 그런 사람들까지 만나야 하나 싶은 거죠. 어떤 사람들은 저더러 자꾸 홍보 때문에 방송 출연을 한다는데, 그 소리 들어가면서까지 인터뷰하면 웃기잖아요.

오늘 인터뷰는 그렇게 되지 않길 바라봅니다. 하하하.
 

# “내가 골목 상권, 농가를 살려낸다고요?”
한때는 ‘슈가보이’였다. 대중은 그가 요리할 때 설탕을 아끼지 않는 모습에 환호했다. 일각에선 “당 섭취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일었지만, 백종원의 대중적 인지도를 올린 덴 ‘슈가보이’를 빼놓을 수 없다. 이후로 호칭은 진화해왔다. ‘백주부’에서 ‘백선생님’이 됐고, 요즘은 ‘백대표님’으로 통한다. 친근감은 여전하다 해도 호칭이 전해오는 전문성은 확실히 커졌다. 대중이 백종원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다. 죽은 상권과 농가를 살려내는 ‘미다스의 손’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정작 백종원은 “내가 살려낸다고 착각하시는 것”이라고 말한다.

방송에서 되게 자주 보여요. 의외로 많이 안 나오는 건데! 저보고 방송 많이 한다고들 하시는데 지금도 보세요. <골목식당>, <맛남의 광장> 두 개예요. 연예인하고 비교하면 뭣하지만 연예인들은 여덟 개, 아홉 개씩 하잖아요. 케이블 재방이 잦아서 (시청자) 피로감이 생기나 봐요. 하긴 우리 부모님도 “왜 이렇게 방송을 많이 하느냐”고 하시니까.(웃음)

가장 최근에 시작한 <맛남의 광장>은 <골목식당>의 연장선이라고 보면 되나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근데 둘 다 잘못 보면 제가 누군가한테 도움을 준다고 오해를 해요. 안 되는 골목, 덜 알려진 농산물을 제가 살려낸다고 착각하시는 거죠. 아니에요. 문제점을 공론화하는 것이지 아, ‘공론화’라는 것도 웃기다. 이런 문제가 있다고 매체를 통해 알려드리는 것뿐이에요. 제가 무슨 힘이 있다고…. 예를 들면 <골목식당>은 출연자들과 이야기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소비자로 하여금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이죠.

<맛남의 광장>은요? 그것도 가서 긁어내는 거예요. “이렇게 해 먹으면 맛있어요”를 알려드리는 것이지 “이걸 사 드세요!”는 아니거든요. 방송 보는 사람이 싫으면 그만인 거니까. 어떤 분들은 방송을 보고 “저거 맛있겠는데? 한번 사 먹어볼까?”, “농민들이 힘들긴 하겠다”고 하실 텐데, 그런 방향이 될 수 있도록 매체를 활용하는 거죠.

<맛남의 광장> 못난이감자 편에서 정용진 부회장과 곧장 비즈니스를 하던 사람이 힘이 없다니요. 그건 연출이에요? 아이, 어떻게 연출해요. “연결 안 되면 편집해버리면 되잖아” 하고서 시도한 건데. 장사를 오래 해와서 그런 걸 원래 즉흥적으로 잘해요. 그리고 뭐 (연결) 안 돼도 그만이니까.

더 많은 인맥을 기대해도 될까요. 글쎄요, 모르죠. 의도적으로 하는 건 아니잖아요.

<골목식당>은 방영한 지 3년 차가 됐는데 이때까지 이어질 거라 예상했나요? 생각 못 했죠. 중간에 힘든 일도 많았지만 필요로 하는 분들이 많으니까 계속 해온 것 같아요.

‘빌런’이라 불리는 출연진도 있잖아요. 화병 안 나나 싶을 때가 있어요. ‘빌런’이라고 하는 거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왜 저 사람은 솔루션 안 받아들여?” 하시는 데, 그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예요. 회사든 학교든 특이한 성격을 가진 사람, 대화 안 통하는 사람 있잖아요. 그 사람이 말을 잘 못 알아듣거나 자기주장이 강할 순 있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거든요. 물론 정신적으로 부딪히니까 다른 프로그램에 비하면 스트레스는 많이 받죠. 근데 시청자분들의 이해도가 예전보다 높아졌어요. 지금은 “아침부터 힘들겠다”, “나라도 일관성이 없겠다”, “방송 나오면 손님 욕심 나겠다”라고 해요. 식당을 운영하거나 음식 만드는 사람에 대한 이해도 상승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렇게 만드는 게 제 의도였어요.

‘빌런’ 여럿을 취재한 적 있어요. 열이면 열, 백 대표에 대해선 칭찬만 해요. 그래요? 왜 칭찬하지.(웃음) 리얼하게 해서 그런가. 화내는 모습 중에 방송 안 나간 것도 많아요. 저는 젊은 친구들한텐 굉장히 안 좋게 얘기해버리거든요. 정신 바짝 차리라고. 방송이랑 관계없이 어떻게든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 그랬던 것 같아요.

항간엔 ‘백종원이 출연료 없이 <골목식당>에 출연한다’는 소문도 있었어요. 내가 왜 출연료를 안 받아요. 말도 안 되지. 단, 출연료에서 쓰는 게 많아요. 가령 제가 방송에서 “여기 뭐 해주자”고 했을 때 그건 내가 진짜로 직접 해주는 거예요. 왜냐하면 제작비 없는 걸 아니까요.

출연료 수준은 국민 MC들과 견줄 수준인가요? 에이! 그건 아니지.(웃음) 연차가 있는데. 출연료는 아마 연차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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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인과 요리연구가 사이, 그 어디쯤
언젠가부터 <SBS 연예대상>이 가까워지면 유력한 대상 수상자로 ‘백종원’이 꼽힌다. 그러나 매번 그는 “나는 연예인이 아니”라며 거론되는 것조차 손사래를 친다. 지난해에는 공로상이 주어졌다. 백종원은 당시 “더 열심히 해서 좁게는 SBS이고 크게는 시청자, 국민 분들에게 기운을 드릴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수상 소감을 남겼다. 그의 말마따나 연예인은 아니라지만 ‘연예인’과 ‘사업가’, ‘요리연구가’ 사이 경계를 재주껏 넘나들고 있는 것 같다.

최근 몇 년간 대상 후보로 언급되고 있는데 당사자는 싫어하는 걸로 알아요. 언급조차 불편하다고 계속 얘기했어요. 그렇다고 시상식에도 안 나가버리면 쪼는 맛이 없잖아요.(웃음) 제작진은 몇 달 전부터 시상식을 준비했을 테고 이왕이면 흥행해야 되는데, 까짓것 내가 좀 불편해도 흥행 요소가 된다면 참석하는 게 낫지 싶어서 나가는 거예요. 대신 그전부터 사인을 보내죠. 난 절대 (대상은) 안 받는다! 거절한다고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겠지만 빼줬으면 좋겠다는 의사 표시예요.

공로상은 괜찮고요? 공로상 받을 걸 내가 미리 어떻게 알아요.(웃음)

방송 하는 걸 봐선 연예인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은데요. 자꾸 저보고 연예인이라고 하는데 아직은 아녜요.

‘아직은’? 뭐 어떻게 될지 모르죠. 사업 다 접고 연예인이 될 수도 있겠지만(웃음) 지금은 사업이 더 우선이에요.

본인 사업을 할 시간은 있을까 싶기도 해요. 십몇 년 전에 음식점을 직영으로 운영할 땐 직접 뛰어다니면서 했지만, 프랜차이즈화 이후론 담당자들이 분점관리를 하는 거죠. 원래부터 우리 회사에서 제 역할이 메뉴를 개발하거나 현재 팔고 있는 메뉴를 어떻게든 업그레이드하는 것에 주력하는 거예요. 그래서 주로 외국에 나가서 새로운 걸 먹으러 다니면서 데이터를 쌓아왔어요. 지금은 그 시간이 방송하는 시간이라고 보시면 돼요. 그리고 뭐, 사무실에 앉아 있어야만 업무를 하는 건가요. 음식에 대한 고민도 제겐 업무예요.

일반적으로 대표는 ‘경영’을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기업 매출이 일정액을 넘어가면 각자 전문 파트들이 있어요. 우리도 그렇게 작은 회사는 아니니까 제가 혼자 모든 걸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저는 방향만 대략적으로 설정하는 것이고. 그렇게 해야 잘 돌아가지 않을까요.

더본코리아 보유 브랜드가 10여 개 돼요. 가장 애착을 갖는 브랜드가 있다면요. 없어요, 똑같아요. 다브랜드 전략은 경영방침이에요. 프랜차이즈 회사가 무엇으로 돈을 버느냐고 하는데 우리는 분점에 물건을 공급해서 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면 사람들이 “너네 매장이 천 개 되니까 엄청나게 싸게 사겠다”고 하는데 바보 같은 소리! 많이 사면 조금 사는 것보다 싸긴 하지만, 어느 수준을 넘어가면 싸지질 않아요. 장기매입이 돼야 하는 거예요. 장기계약 들어가려면 다브랜드 전략이 필요한 거고요. 그래야 돼지고기 파동이 나도 다른 걸로 메울 수 있죠. 가맹점 수를 유지해야 장기계약이 돼서 보다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고, 분점 사장한테 주면서 우리도 남길 수 있으니 서로 윈윈하는 거예요.

디저트 시장에 더 진출할 계획은요? 준비해놓은 거 많죠. 근데 쉽지 않아요. 요샌 규제가 심해서 비슷한 유의 브랜드도 못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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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소유진은 개인 SNS에 가족의 일상을 담곤 한다.

#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
‘자수성가’는 아니라고 했다. 사업하는 데 있어 ‘돈’을 지원받진 않았어도, 먹는 데 관심을 둘 수 있는 환경은 보장됐기 때문이다. 미식가 아버지는 어린 백종원에게 다양한 맛을 일깨워줬지만, 아들이 요식업자가 되길 바란 게 아니다. 사학재단을 운영하는 집안 뜻에 따라 교육자가 되길 누구보다 바란 아버지였다. 그러나 백종원이 내린 결론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적인 머리가 평범하진 않아요. 대체 어떤 가르침을 받고 자란 걸까요. 아버님이 미식가예요. 덕분에 어릴 때부터 외식을 엄청 다녔더니 입맛이 까다로워진 거고, 먹는 데 관심을 갖게 된 거죠. 그래서 자수성가했다는 소리를 안 하는 거예요.

사업에 관한 부모님 관여는 없었고요? 전혀! 오히려 아버님은 사업하는 걸 싫어했어요. 교육자가 되길 원하셨으니까. 할머니, 할아버지는 제가 음식점 하는 걸 알고 아예 인연을 끊으려고 하셨고요. 아버님은 제가 옛날에 사업하다 망했는지도 몰라요.(웃음) 어머님은 감으로 아셨을 거예요. 워낙 젊었을 때부터 집에 안부전화를 많이 하던 아들인데 한동안 전화도 안 받았으니 불안하셨겠죠.

사회복지학과를 전공한 건 집안 뜻이 컸겠네요. 부모님 뜻을 거스를 수 없는 시절이었잖아요. 사학재단을 운영하려면 교육학과나 사회복지학과를 가야 한다는데 교육학과 공부는 진짜 못 하겠더라고요. 1학년 2학기 때 학사경고, 근신을 주룩주룩 맞았을 정도로(웃음) 학교에 안 갔어요.

학교 안 가는 대신 뭐 했어요? 낚시하러 다녔어요. 미끼를 천원어치 샀는데 물고기를 2만원어치 잡아봐요. 득이잖아. 그런 식으로 시간이든 뭐든 투자해서 잡아내는 걸 좋아했어요. 어릴 때부터 무에서 유를 창출한다거나 적은 돈을 들여서 뭔가 만들어내는 게 좋았어요. 경제관념이 있었던가 봐요.

90년대엔 식당을 하다가 목조주택 사업을 벌인 적도 있던데요. 막연히 큰 사업을 하고 싶었어요. 크게 가려면 현대 정주영 회장님, 대우 김우중 회장님처럼 건설이나 무역을 해야겠구나! 자재 수입만 한 게 아니라 건축회사까지 차렸더니만 IMF 때 환율이 확 올라가면서 망했죠.

실패한 사업에 대한 갈증은 없어요? 그때 느낀 게 ‘본인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는 거구나’예요. 건축 사업도 초반에 되게 잘됐는데 재미는 없더라고요. 단순히 큰 사업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으니까요. 지금은 방송이든 뭐든 음식이랑 관련된 거니까 너무 재밌어요. 피곤한 줄도 몰라요. 일단 먹는 걸 정말 좋아해요.

먹는 데 일가견이 있어 보여요. <맛남의 광장>에서도 메뉴 구상을 금방 해내던걸요. 그건 우리 회사 개발3팀이 전담해서 저랑 같이 고민해 만드는 거예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게 뭐 먹을까.(웃음) 제일 큰 고민이 그거예요. 아침 먹으면서도 점심, 저녁은 뭘 먹지 생각하고 저녁 먹으면서 내일 아침을 고민해요.

사업 면에서 궁극적인 목표는 있을 텐데요. 우리나라 외식문화가 잘 정착됐으면 하는 거예요. 외식시장 파이가 커져야 우리 같은 외식 프랜차이즈 회사들이 더 잘돼요. 지금처럼 인구가 더 늘지 않는 상황에선 파이가 커질 수 없잖아요. 파이가 줄어든 이유는 가격 때문에 아침, 저녁을 생략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라고 봐요. 저렴하게 커피 한 잔까지 먹을 수 있는 아침 식사가 나와야 하거든요. 그러면 그걸 누가 할 수 있을까요.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먹는 게 좋아서, 음식 만드는 게 재밌어서 하는 사람들이 버텨요. 단, 식당 하는 사람들에 대한 소비자들 인식도 바뀌어야 해요. 서로 존중할 수 있어야 발전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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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한테 덜 미안하려고 살 빼요”
‘백종원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우스갯소리가 온라인상에서 회자된 적 있다. 과거 사진과 현재를 비교하면 아이로니컬하게도 지금 더 젊어졌다. 관리가 잘됐다고 하는 게 맞을지도. 아내 소유진의 내조가 큰 몫을 했다. “와이프가 운동하고 있어서 내가 골라 입고 나왔다”는 이날만 제외하곤 평소 메이크업과 의상은 소유진이 챙긴다. ‘남편 백종원’의 역할도 아내 못지않다. 일 없으면 곧장 집이다.

예전보다 젊어 보여요. 성형했어요? 아잇, 성형을 어떻게 해요. 살 빠져서 그래요. 결혼할 때 12㎏ 정도 뺐어요.

먹을 일이 많아서 몸 관리가 쉽지 않겠어요. 많이 움직여요. 운동 못 한 지 좀 되긴 했는데 결혼하고서 1년 전까진 일주일에 4~5일씩 동네 헬스클럽을 다녔어요. 먹으려고 운동해요.(웃음) 그리고 살이 안 쪄야 와이프한테 덜 미안하니까.

살이 찌면 미안해지는 건가요? 가뜩이나 나이 차 많은 사람이랑 결혼했다고 별별 오해를 사는데, 내가 스타일이라도 꾸미고 다녀야 덜 미안하죠. 결혼 발표 했을 때 아내더러 돈 보고 결혼했다고들 했으니까…. 아내가 나가서 노는 걸 좋아해요. 같이 어딜 가더라도 욕은 안 먹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니까 살을 더 빼게 되더라고요. 남들이 실물 보고 “저 정도면 데리고 살 만하네, 괜찮네”라고 말하는 게 낫잖아요.(웃음)

돈 보고 결혼했다는 덴 ‘백종원은 600억대 재력가’라는 얘기도 한몫했을걸요. 그러니까요. 생각보다 돈 없는데 대체 그건 어떻게 계산해서 나온 금액인지 모르겠어요. 와이프가 맨날 농담 삼아서 “돈 많다는데에?”래요.(웃음)

결혼하고서 4년간 주말마다 장인, 장모를 모시고 식사한 일화가 유명해요. 장인어른 연세가 워낙 많으셨으니까 오래 같이 못 있을 것 같아서 매주 식사를 대접했죠. 그리고 장인어른이 제 편을 엄청 들어주셨어요. 장모님이 초반에 결혼을 반대하셨거든요. 장인어른이 옆에서 힘을 주셨어요. 사람 괜찮고, (소)유진이가 좋다는데 왜 그러느냐면서 바람을 넣어주시니까 저는 계속 뭉개야겠다 생각했죠.(웃음)

방송에 비친 가정적인 면모 덕분에 이미지가 더 좋아진 점도 있어요. 실제론 방송보다 더 해요. 가정적일 수밖에요. 나이 먹고서 뭘 해요. 나이 먹으면서 골프도 끊었고 정말 좋아하던 술도 줄였어요. 그러니까 시간이 의외로 많아요. 방송 준비하거나 회사 일 말곤 집에 일찍 들어가요. 애들이 너무 보고 싶고 같이 노는 것도 좋잖아요. (가정을) 늦게 꾸렸으니 당연하죠.

백종원은 돈도 잘 버는데 가정에도 충실하다면서 부러움 섞인 목소리가 커졌어요. 잘하는 거 아닌데.(웃음) 결혼을 늦게 해서 그럴 거예요. 일찍 결혼했으면 이러진 않았을걸요. 젊었을 때 워낙 ‘×차반’으로 놀아서 더 이상 뭘 해보겠어요.

‘×차반으로 놀았다’는 말은 해석을 잘해야 할 것 같아요. 늦게까지 술 먹고 다니고 놀러 다니고 그런 거죠. 생각을 해봐요. 20대 후반부터 40대 중후반까지 혼자 살았고 더군다나 음식점 여러 개 하는 사장인데 그 나이대에 할 거 다 해봤겠죠.

세 아이들 자랑 좀 해주세요. 자랑할 게 뭐 있어요. 애들은 애들이지. 둘째가 나랑 많이 닮았는데 크면서 예뻐지더라고요. 막내는 아주 요물이고.(웃음) 육아 관련 프로그램에서 방송 요청이 많이 들어와요. 그건 절대 안 된다고 했어요. 가끔 노출되는 건 프로그램 취지 때문이에요. 돼지 열병 발생했을 때 내가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사람들이 안 믿어요. 돼지 농가에 도움이 되려면 애들을 유튜브에 출연시켜서 (돼지고기를) 먹는 걸 보여주면 믿지 않을까 해서 처음 노출한 거였어요. <맛남의 광장>도 농산물 홍보니까, 이왕이면 애들이 나와서 사람들이 프로그램에 더 관심을 가지면 좋잖아요. 아직은 어려서 괜찮지만 조금 지나면 못 나오게 해야죠.

아빠 사업 물려받는 일을 논하기엔 첫째 용희 군이 너무 어리죠? 지금부터 30년 뒤면 내가 은퇴할 텐데 그래봤자 애는 37살이에요. 그 나이 때 나는 어땠나 떠올리면 ‘혼돈의 시대’였어요. 내가 사업을 성공해서 애한테 큰돈을 준다고 가정하고 이게 독일지, 득일지 판단해보니 독이 될 것 같아요. 물론 제가 기본적으로 조금씩은 주겠죠. 근데 그 이상은 본인이 알아서 해야죠. 나도 부모님한테 환경만 받고 일어섰어요.

아이들이 걸었으면 하는 방향이 있나요? 그냥 본인들이 좋아하는 일 했으면 좋겠어요. 일이 일 같지 않았으면. 얼마 전에 행사장에서 “유튜브를 돈벌이로 생각하지 마라”라고 말한 게 그런 의미예요. ‘나는 유튜브로 돈을 벌 거야!’가 아니라, ‘나는 매일 코피가 흘러도 유튜브가 재밌어. 근데 이게 돈까지 돼’ 이러면 행복하잖아요.

가족 단위 CF 제안도 꽤 있을 것 같아요. 많이 들어오는데 부부가 같이 나댄다고 할까 봐 가리는 게 많아요. 저는 브랜드랑 연관된 건 신경 써야 해서 댓글을 보는데, 어쩔 수 없이 상처 입더라고요. 연예인(아내)은 더하겠죠. 칭찬받으면 더 일하고 싶은 반면에 악플 달리면 의욕이 확 죽어버리는 거예요. 안 보려고 해도 기사 나오면 어쩔 수 없이 댓글을 읽게 돼요.

아내랑 다툼은 없어요? 싸움이 되겠어요? 워낙 애교도 많고(웃음)… 싸움이 거의 안 돼요.

기부, 외식문화 개선, 화목한 가정 등등 선한 영향력이 커지다 보니 나중에 정치를 하려나 싶기도 했어요. 지금 50대 중반인데 정치는 무슨! 나중에 하면 죽을 일 있어요? 하려면 진작 했어야죠.(웃음) 이 상황에서 내가 왜 정치를 해요. 정치는 정치하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죠.

새해가 벌써 두 달 지나고 있어요. 목표한 바는 순항 중인가요? 회사 목표는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애들 건강히 잘 크는 것 말곤 특별히 없어요. 새해엔 뭘 해야겠다 이런 거 없어요. 원래 그렇게 안 살아요. 닥치는 대로 산다고 하면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바로 눈앞에 있는 거 최선을 다해서 살아요. 큰 그림 그리고 이런 건 안 해요. 살다 보니 계획 잡아서 못 이루는 것보단 순간순간 열심히 해서 이루는 게 더 재밌더라고요.

백종원은 성공한 사업가인 거죠? 성공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무리 없이 살다가 죽으면 성공한 삶인 것이지, 사업에서 성공은 끝이 없지 않을까요? 어차피 계속 도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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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민호  ( 2020-02-26 )  수정 삭제    답글 찬성 :4   반대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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