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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하고 싶은 욕심이 커서” 이재욱

2020-01-21 07:57

취재 : 이근하 기자  |  사진(제공) : 안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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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세 편, 영화 한 편. “더 하고 싶은 욕심이 커서”라는 이재욱의 말마따나 데뷔한 지 1년을 막 넘긴 배우의 필모그래피에 여백을 찾기가 힘들다. 그래선지 이재욱의 존재감이 또렷해지는 요즘이다. 흔히 말하는 ‘잘생긴 신인 배우’라고만 이재욱을 설명하기엔, 배우로서 풀어내는 그의 이야기가 참 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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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가 종영하고 며칠 지나지 않은 때였다. 연이은 인터뷰와 차기작 준비로 피로할 법도 한데 찰나의 흐트러짐조차 없었다. 기자를 발견하곤 후다닥 뛰어 들어와 인사를 건네던 그 순간부터 끝맺음 인사와 함께 나가던 순간까지, 시종일관 반듯하고 진중했다. 단순히 ‘신인이기 때문에’ 보이는 태도라기보단 매 순간 충실하려는 이재욱의 일상이었다.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마르꼬 한’ 배역을 시작으로 1년 내내 작품 활동이 가능했던 배경 중 일부가 그 태도에 있었을지도.

지난 1년간 그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이하 ‘<검블유>’),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어쩌다 발견한 하루>(이하 ‘<어하루>’)에 출연했다. 한 작품을 끝내고 별도 휴식기를 보낼 틈도 없었다. 그러나 힘들지 않으냐는 물음에 배역 분석에 원하는 만큼 시간을 투자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만 털어놓을 뿐이었다.
 
 
요즘 일정이 아주 빡빡한 걸로 알아요. 피곤하겠어요. (웃음) 괜찮습니다! 감사히 하는 일이고 경험이고 또 추억이니까요.

12월 1일이 데뷔 1주년이었는데 어때요? 뭔가 좀 신기하고요. 너무 빠른 시일 내에 과분한 인기를 받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팬분들에게 너무나 감사하고요. 한편으론 아쉬움이 있어서 2020년엔 조금 더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아쉬움이라는 게 어떤 부분일까요? 일단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랑 <장사리> 촬영을 맞물려서 했어요. <검블유>랑 <어하루>도 겹쳐서 촬영을 하다 보니 시간 분배 같은 것들이 아쉬웠던 것 같아요. 인물(배역)에 대해서 100을 연구할 수 있다면 그때 상황에서는 50 대 50으로 나눠야 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오는 아쉬움이 있더라고요.

그 답변은 배우가 배역에 완전히 몰입하지 못했다고 들릴 수도 있겠는데요. 음, 백경(<어하루> 속 이재욱의 배역)이가 100이라고 하면 저는 50밖에 공감을 못 한 것 같아요. 워낙 비극적인 상황의 아이, 열여덟 살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설정값이 아니었거든요. 개인적으론 백경이가 가진 슬픔을 시청자분들께 많이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어하루>는 화제성에 비해 시청률 수치가 높은 작품은 아니었어요. 그 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시청률을 보면 3%대에서 더 내려가지도 올라가지도 않더라고요. 오히려 마니아층이 생겼다는 게 뿌듯했어요. 또 회를 거듭할수록 화제성이 커지고, 저 그리고 출연한 다른 배우들 이름까지 화제가 되는 것도 좋았어요.

배우 이재욱을 대중에 처음 알린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남다른 의미의 작품일 것 같아요.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죠. 저는 제가 군대 다녀와서 학교를 졸업한 뒤엔 대학로에서 연극을 할 줄 알았어요. 근데 오디션에 붙으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지금까지 일어나고 있어요. 정말 감사하고 스스로에게 참 의미 있는 작품이에요.

대작이었던 만큼 오디션 경쟁이 치열했을 텐데 본인의 어떤 점이 통했다고 보나요? 잘 모르겠어요.(웃음) 일화를 말씀드리자면, 1차 통과하고 2차 오디션에 갔을 때 너무 무서운 거예요. 감독님께서 제작비에 관한 말씀도 하시고 이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라고 하시니까 문득 겁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이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저 카메라 연기를 해본 적이 없는데”라는 바보 같은 말을 했어요.(웃음) 근데 그런 점을 귀엽게 봐주신 게 아닐까 생각해요.

데뷔한 지 1년 된 배우인 점을 감안했을 때 필모그래피가 탄탄한 편이예요. 운이 좋았어요. 거칠고 부드럽고 또 거칠고 부드럽고 이렇게 다른 모습의 캐릭터를 번갈아 계속 보여드릴 수 있었던 건 정말 운이 좋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연차가 오래되고 실력이 좋은 배우들도 정말 많으시잖아요. 근데 제가 운이 좋게 그 배역들에 캐스팅돼서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게 아닐지.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지만 약간의 쉼이 필요하지 않나요? 배우들이 말하는 ‘배역에서 빠져나오는 시간’도 필요할 테고요. 어떤 캐릭터에 과몰입해서 정신적인 영향까지 받은 적이 아직 없어요. 물론 배우가 이전 캐릭터를 정리하고 다른 캐릭터를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힘든 점이 있는데, (연기를) 더 하고 싶은 욕심이 커서 쉼 없이 하고 싶어요. 또 도전하고 싶고 밟아 가고 싶고. 쉬지 않고 달리는 중입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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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이재욱의 소신
모든 답변에 앞서 신중함을 기했다. 질문을 들으면 짧게라도 호흡을 가다듬고 천천히 답변을 이어갔다. ‘연기’나 ‘작품’을 얘기할 때면 꾹꾹 힘줘 말하는 모습에서 그가 배우로서 지닌 일종의 소신이 전해졌다.

실제로 대화를 나눠보니 ‘설지환’(<검블유> 속 배역) 같아요. 아주 차분하고 신중해 보여서요. 말을 잘 못 해서(웃음) 정리를 하면서 말씀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어려워요.(웃음)

배우로서 본인의 강점 혹은 무기는 뭐라고 생각해요? 무기로 삼고자 하는 것들을 많이 생각해봤어요. 근데 뭐 하나 내세울 게 없어요. 제가 잘생긴 것도 아니고 키가 크지만 비율이 좋은 것도 아니고. 강점이랄 게 없는데 뭐 조금 애늙은이처럼 생겨서(웃음) 제 나이보다 더 많은 연령대를 연기할 수 있는 게 강점인 것 같더라고요.

부쩍 늘어난 인기에 비하면 너무 겸손한 자체 평가 아니에요? 인기는…(웃음). 아주 조금씩 실감하고 있어요. 모성애를 자극하고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백경 역이 없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인터뷰도 할 수 없었을 것 같아요.

혹, 차기작이 이전 작품에 비해 덜 주목받게 된다면요? 그걸 생각할 만한 위치는 아닌 것 같아요. 작품 속 인물 중 하나가 되어서 잘 섞이자는 마음이 제일 커요. 제가 연기하는 인물을 통해 더 공감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포커스를 두고 싶어요.

직업 특성상 마냥 좋은 평가만 있진 않을 거예요. 그런 부분을 생각해본 적 있나요? 좋지 못한 평가를 받는다면 제가 더 잘해야죠. 평가 받는 직업을 제가 선택한 거고요. 평가가 좋든 그렇지 않든 담담하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할 것 같아요. 기분이 좋든 싫든 ‘이 순간도 지나겠지’ 하는 마음으로 흔들림 없이 받아들여야죠.

1년 새 촬영장에서 본인이 느끼는 변화가 있을까요? 네, 있어요! 1년 전엔 현장 사인이 뭔지도 잘 모른 채 연기했었고 어느 스태프가 어느 소속에서 어떤 일을 담당하는지도 몰랐어요. 정말 그냥 날것이었던 거죠. 근데 지금은 어느 분야에서 어떻게 일해야 하는 건지, 스태프들을 만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음, 뭐랄까요. ‘소통의 방법’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부분을 더 알아가는 것 같아요. ‘마르꼬 한’ 시절과는 많이 달라진 걸 느껴요.

더 빨리 개선하고 싶었지만 더딘 점은 없어요? 현장에서 누군가와 말을 섞고 친해지는 게 아직까지도 어렵고 조심스러워요. 그래도 제가 나왔던 작품들 속 선배님, 동료들 모두 정말 유하신 분들이라 제가 적응을 좀 더 빨리 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요.

지금까진 강한 캐릭터와 온순한 캐릭터를 반복해왔는데 그 외에 욕심나는 캐릭터는요? 나중에 나이를 많이 먹고 경험을 쌓다 보면 스스로 무게가 조금씩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그럼 그땐 꼭 느와르를 만나서 어떤 배역이든 그 장르 안에서 연기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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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물둘 청년
겉으론 나이보다 성숙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일지라도, 살짝 더 들여다보면 영락없는 스물둘 청년이다. 친구 이야기가 나오면 절로 올라가는 입꼬리가 인상에 남는다. 또, 한없이 어른스럽다가도 또래 스태프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짓는 미소는 소년 같기도 했다.

배우 말고 스물두 살의 이재욱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요. 친구들 앞에선 굉장히 천진난만한 사람이요. 되게 장난꾸러기 같은.(웃음) 친구들이랑 있으면 더 밝아지는 것 같아요. 좋게 생각하려고 노력하기도 하고요.

친구들이 재욱 씨의 연기를 보고 뭐라고 하던가요? 제가 나오는 장면마다 초 단위로 캡처해서 보내더라고요.(웃음) 아직까지도 제 연기를 못 보겠다고 말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오그라든대요.(웃음) 그러면서 응원도 많이 해주는 친구들이예요.

함께 온 스태프들과 굉장히 사이 좋아 보여요. 가족이죠. 저를 위해서 일해주는 고마운 사람들이에요. 그분들이 있기에 제가 이렇게 존재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SNS로 팬들과 하는 소통도 꾸준하더라고요. (소통을) 잘 못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팬미팅, 팬 사인회를 요청해주시는 분들도 많은데 스케줄 때문에 못 하고 있거든요. SNS 계정을 만든 이유도 그래서예요. 틈날 때마다 조금이라도 소통하려고요. 근데 게시글 올리는 게 낯간지러워서 쉽지가 않아요.(웃음) 팬분들이 자주 올려달라고 하시는데 그게 잘….(웃음)

지금 보니까 딱 그 나이대 청년이네요. 일을 하느라 이 시절에만 누릴 수 있는 부분을 놓칠 수도 있을 텐데 어때요? 그 질문을 듣고 잠깐 생각을 해봤는데요. 이때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놓치기 싫어서 그동안 제가 따낸 캐릭터를 포기했다면 훨씬 더 큰 후회로 남았을 것 같아요.

앞으로 이재욱 배우 앞에 붙을 수식어가 기대됩니다. 본인이 바라는 수식어는요? 제일 어렵겠지만 ‘믿고 보는 배우’요.(웃음) 대신 대중 여러분께 그만큼의 높은 집중력을 보여드려야 하고 진정성도 있어야 하고 경험도 있어야겠죠. 열심히 더 많은 작품들을 소화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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