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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장인 하정우의 특별한 외출

2020-01-14 09:08

취재 : 임언영 기자  |  사진(제공)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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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는 하루를 못 쉬었어요. 연말에는? 호주 갈 짐을 싸야겠죠.” 하정우는 요즘 호주 멜버른에 머물며 <보스턴 1947>을 찍고 있다. 19일 개봉한 <백두산> 홍보에 맞춰 잠깐 서울에 들어온 그는 시간을 쪼개가며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는 중이다.
하정우에게 ‘재난장인’이라는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 <터널>, <더 테러 라이브>, <PMC: 더 벙커> 등 여러 차례 재난에 빠진 인물이 되었던 그가 <백두산>에서 다시 한 번 재난 속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백두산 화산 폭발이라는 초유의 재난이다. 그는 출연작 전부를 따져보면 많지 않은데, 이번 영화가 개봉하고 갑자기 ‘재난장인’이라는 말이 나왔다면서 의혹을 제기했다.

이병헌과 하정우의 특급 조합으로 화제가 된 영화 <백두산>의 베일이 드디어 벗겨졌다. 한국형 블록버스터는 놀라운 기술력으로 시선을 잡아끌었고, 두 배우의 연기 시너지는 한국 영화 역사의 새로운 기록이 됐다.

호주 멜버른에서 차기작 <보스턴 1947>을 촬영 중인 하정우가 <백두산> 개봉에 맞춰 잠깐 서울에 들어왔다. 12월에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촬영을 하고 있다며 근황을 전한 그는 <백두산>을 처음 본 소감을 “장점이 많은 영화”라는 말로 대신했다.
 

뭐 하고 지냈나. <보스턴 1947>이라는 영화를 찍고 있다. 막바지다. 호주 멜버른에 가서 마지막 12회 차 찍으면 1월 말에 끝난다. <백두산> 촬영 끝난 뒤 못 쉬고 바로 작품에 들어갔다. 올해에는 노화가 빨리 진행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첫날부터 <백두산> 관객 스코어가 심상치 않다. 천만배우로서 어떻게 보나. 흥행은 예상할 수 없다. 잘되길 바랄 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기도하고 응원하고 있는 거다. 재미있기를, 단점보다 장점만 봐주시기를 바란다. 영화 개봉을 앞두면 항상 걱정이 앞서는데, <백두산>은 우려했던 것보다는 잘 봤다.

하정우가 생각하는 영화 <백두산>의 장점은 뭔가. CG로 인한 스케일 큰 볼거리도 많지만, 두 인물이 여정을 함께하는 과정이 좋다. 버디 무비에서 나올 법한 티키타카가 있다. 코미디적인 부분들이 소소하게 재미를 주고, 그걸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는 힘이 이 영화의 장점 아닌가 한다. 재난 영화라는 거대함보다는 두 인물이 함께하는 여정을 따라가는 것이 재미 아닌가.

그래서 출연을 선택했나. 우리나라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다. ‘백두산 진짜 폭발할 수 있겠다’ 한 번쯤 생각하지 않나. 그런 걸 다룬 소재라는 것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 이병헌, 마동석, 배수지 섭외한
‘감독 마인드’ 배우

 
<백두산>을 만든 이해준, 김병서 감독은 하정우에게 감사한 마음이 크다. 그도 그럴 것이, 본인이 먼저 발 벗고 나서 상대 배우들을 적극적으로 섭외했기 때문이다. 드라마 촬영 중인 이병헌에게 전화를 걸어 시나리오를 읽어달라고 읍소를 하는가 하면, 함께 해외 촬영을 한 마동석에게는 호텔방에서 맥주잔을 기울이며 출연 약속을 받아냈다. 이번 영화에서 아내 역할로 출연한 배수지 역시 하정우의 주선으로 섭외에 응했다.

왜 이병헌을 적극적으로 섭외했나. 병헌이 형이랑 무조건 하고 싶었다. 형을 만나면 뭐든 함께 하자고 말하기도 했고. <백두산> 프로젝트 이야기를 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올랐다. 안성맞춤이겠구나 싶어 제안을 드렸다. 그때 병헌이 형이 <미스터 션샤인> 찍을 때였는데, 전화 걸어서 빨리 시나리오 읽어달라고 재촉하고 그랬다. 잘 부탁드린다고.

염원하던 이병헌과의 첫 작업은 어땠나. 성실한 분. 그렇다고 내가 덜 성실한 것은 아니지만, 20대처럼 굉장히 열정적이시다. 촬영 중간중간 먹방 유튜브도 보시고.(웃음) 마주 보고 연기를 하다 보면, 뒷모습이 걸리면 연기를 덜 하게 되는 게 있다. 병헌이 형은 앞을 찍든 뒤를 찍든 뭘 찍든 100을 하신다. 대단하다. 병헌이 형이랑 말 주고받을 때 재미있었다. 연기하는 맛이 서로 느껴졌다.

마동석, 배수지 섭외에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들었다. 동석이 형은 <신과 함께2> 찍으러 대만 갔을 때, 호텔방에서 맥주 마시면서 정신없는 틈을 타 약속을 받아냈다. 배수지는 황보라(동생 차현우의 연인)랑 친해서 같이 자주 만나는 사이인데, 그 역에 잘 맞을 것 같아서 추천했다. 두 감독님이 나에게 고마워했다.(웃음)

배수지와의 연기는 어땠나. 알콩달콩한 부부로 나온다. 연기를 봤을 때는 오글거렸고, 연기할 때는 민망했다. ‘큐티쁘띠’라고 애칭을 부르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닌데, 시나리오에 적혀 있고 감독들이 원해서 소화하려고 노력했다. 나에게는 눈 뜨고 보지 못할 난해한 모습들이었다.

그와 정반대인 멋진 장면도 많다. 첫 장면인 강남역 질주 장면에 대한 호평이 쏟아진다. 도로는 오픈세트에서 아스팔트를 깔아놓고 진행했고, 골목길은 무술팀에서 운전하면서 찍었다. 12회 차를 찍었는데 실제 대로변에서 찍은 것은 하루였다. 일요일 아침에 강남역에 가서 촬영했다. 시민들이 너무 많이 구경을 했는데, 혼자 놀라는 장면 찍느라 민망했다.(웃음) 영화의 첫 숟가락을 뜨는 역할을 하는 장면이다. 감독님들이나 제작진이 더 공을 들인 것 같다.

조인창은 허술한 듯하지만 위기에서는 기지를 발휘하는 인물이다. 캐릭터 설정은 어떻게 했나. 시작은 영화 <더 록>의 니콜라스 케이지 캐릭터였다. 수송기 안에서 다리를 떠는 장면을 보고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다. 허술하고 허둥대고 당황하고 쪼는 것들을 확장시켜서 감독님께 제안 드렸다. 그래야 리준평과 대비가 되고, 인물이 성장해나갔을 때 캐릭터가 더 재미있게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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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까지 해외 로케이션 일정
<노팅 힐> 같은 로코 찍고파

연말 계획을 물으니 호주 갈 짐을 싸야 한단다. 호주에서 <보스턴 1947> 촬영이 끝나면 두 작품을 더 찍어야 한다. 3월에는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모로코까지, 쭉 해외에 머물며 김성훈 감독과 <피랍>이라는 영화를 찍는다. 가을에는 윤종빈 감독과 도미니카공화국에 가서 <수리남>을 촬영한다. 그는 “스케줄이 엉망”이라고 너스레를 떨면서 “2022년에 쉴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향후 계획을 전했다.

작품 스케줄이 정말 많다. 비결이 있나. 내 일이니까 그러지 않을까. 개봉을 많이 해서 그렇게 느껴지는데 2018년에 8개월 쉰 적도 있다. 물론 지금은 스케줄이 엉망이지만.(웃음)

연출 욕심도 있지 않나. 2년 정도 시간을 보내야 해서 당장 생각은 못 하고 있다. 마음은 가지고 있다.

이번에 ‘재난장인’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왜 감독들은 하정우를 재난 영화에 선택할까. <터널>에서 김성훈 감독이랑 처음 인물 이야기를 했을 때, 차 안에 갇혀 내내 고통만 받고 그 안에서 적응하고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표현해내는 것은 어떨까 이야기했다. 나는 그런 걸 재미있어한다. 그런 상황을 만들었을 때 하정우라는 사람은 어떻게 극복하고 이겨낼까라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어서 흥미를 느끼는 게 아닐까.

재난장인으로서 촬영 노하우가 있나? 그런 건 없다. 대신 현장에서 이런 말은 한다. 인체에 덜 해가 가는 걸로 세팅해달라고. 세트장에서 재난 상황을 만들면 미세먼지 지수가 최악으로 나온다. 배우들은 그 환경에 그대로 노출된다. 분장에 자국이 남아서 마스크도 못 쓴다. 처음에는 먼지를 뿌릴 때 흙을 사용했는데, 내가 콩가루나 흑임자 가루를 넣어보자고 제안을 했다. 미숫가루나 다른 가루는 어떻겠냐고도 하고.(웃음) 노하우라고 하면 치료가 있다. 끝나고 코 청소를 한다는 식의. 촬영이 쉽지는 않다.

주로 제작 규모가 큰 영화에 출연한다. 부담감은 없나. 아쉬운 부분은 있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를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핸드폰에 들어가는 영화 말고 미니멀한 사이즈의 영화를 하고 싶다. 영화 산업이 커지다 보니 양극화가 되는 것 같다. 큰 영화는 더 커지고 작은 영화는 더 작아지고. 나도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이 10년 전보다는 줄었다. 그런 갈증 때문에 내가 제작한 영화 <싱글라이더>의 형태로 기회를 엿보는 것 같다.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이어가려고 노력한다. 영화사에서 작은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드라마 계획도 있나? 영화를 먼저 생각하기 때문에, 드라마는 뭔가를 바꿀 만한 프로젝트가 있으면 찍겠다고 생각은 한다. 그런데 내 마음은 작품을 하고 나서 연출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커서, 뭔가 그 안에 다른 게 끼어 들어갈 틈이 없다.

연말이다. 내년 계획과 바람이 있다면? 차기작 두 작품을 정했다. 둘 다 해외 로케이션 작품이다. 바라는 것은 건강하게 촬영하는 것, 재미있는 영화가 되었으면 하는 것. 사실 마음 한구석에서 찍고 싶은 영화는 로맨틱코미디다. <노팅 힐> 같은 영화를 찍고 싶은데, 작가를 섭외해서 그걸 써달라고 해야 가능할 것 같다. <멋진 하루>처럼 일반적인 캐릭터를 해본 지 오래됐다. 너무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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