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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기 싹 뺀 이시언의 세상 쓸데없는 걱정

2020-01-07 10:06

취재 : 임언영 기자  |  사진(제공) :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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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언은 걱정이 정말 많다. 안 바쁘면 안 바빠서 걱정, 바쁠 땐 안 바빠지면 어떡하지 하는 조바심에 또 걱정이다. 세상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걸 본인도 너무 잘 알지만 멈출 순 없다. 한 시간 인터뷰를 나눠보니, 그 세상 쓸데없는 걱정이 지금의 이시언을 만든 가장 큰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
영화 <아내를 죽였다>의 이시언은 웃음기를 싹 뺐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MBC)로 유쾌하고 친근한 모습을 보이던 그는 영화에서 아내를 죽인 용의자가 됐다. 아내의 사망이 일어난 전날 밤은 블랙아웃으로 기억이 사라졌고, 아침에 눈을 떴을 때는 본인의 옷에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 게다가 피 묻은 칼까지. 그는 본인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이시언의 첫 스크린 주연작이기도 하다.

인터뷰 테이블에 앉은 이시언은 <아내를 죽였다> 속 ‘정호’와 <나 혼자 산다>의 ‘대기 배우’ 사이 어딘가에 있었다. 차분히 이야기를 하다가 이내 익살스러운 말로 분위기를 풀었고, 가벼운 이야기를 하다가도 사뭇 진중한 모습을 보이면서 반전의 모습을 선보였다. 평소 생각이 너무 많다는 그는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변증법적으로 내놓았다. 분야를 오가며 받은 많은 관심과 사랑이 만든 결과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본인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배우는, 본인을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 모두를 생각하는 사람이 됐다. 그러다 보니 ‘세상 쓸데없는 걱정’이 너무 많아졌다.
 

전혀 다른 이시언을 만났다. 배우에게는 제일 좋은 칭찬이다. 감독님과 첫 미팅 때 내가 더 많이 물었다. 왜 나를 쓰려고 하냐, (나 말고) 검증된 사람 많다, 도박이다 등등.(웃음) 감독님께서는 우연히 티브이 채널을 돌리다가 내 연기를 보셨다고 했다. (김하라 감독은 이시언에 관해서 평범한 얼굴 속에 따뜻함과 악함이 공존하는 얼굴로 일상적인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적합한 배우라는 말을 남겼다.) 안 해봤던 연기라서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생겼다.

새로운 모습이 잘 어울린다. 도박, 싸움, 술에 취한 연기가 모두 자연스러웠다. 실제로 도박은 못 한다. 잘할 것 같은 얼굴을 가지고 있지만 당구도 못 친다.(웃음)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스스로 그 상황에 몰입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고민하면서 캐릭터를 분석했다. 계속 취한 상태로 나오는데, 중간에 술이 한 번 깬다. 술 취함의 느낌을 다르게 내려고 많이 신경 썼다. 이 영화의 모든 것이 거기 담겨 있다고 생각했다. 멀쩡히 술 안 취한 사람이 블랙아웃이 되면 말이 안 되니까.

실제 술버릇은 어떤가. 블랙아웃 경험도 있나. 많이 있다. 주로 택시 안에서 블랙아웃이 된다. 경험상 긴장을 놓지 않아야 정신도 안 놓는 것 같다. 긴장을 하면 술은 안 취하지만 자리가 재미없어지니까.(웃음) 실제 술버릇은 말이 많아지는 거다. 요즘에는 잘 운다. 내면에 스트레스가 많다. 나 정도 나이가 되면 다 그렇지 않나? 유부남 친구들이든 총각 친구들이든 비슷비슷하게 힘든 것 같다. 다들 힘들게 사는 듯하다.

주연으로 출연해보니 조연과 차이가 있던가. 연기할 때 주조연의 차이를 크게는 못 느꼈다. 분량 많은 드라마 출연작도 있었다.(웃음) 현장에서 감독님께 어필하는 부분이 많아진 것이 다른 것 같다. 확실히 부담감은 있다. ‘이시언의 영화’라는 타이틀이 있으니까.

<아내를 죽였다>는 이시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작품인가. 크게 의미 두는 편은 아닌데, 지금 생각해보면 도박 같은 감사한 작품이다. 감독님 개인 자본이 많이 들어갔다. 이런 연기를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할 뿐이다.
 

# <나 혼자 산다> 속 명랑 쾌활함
실제 모습과 싱크로율은?

브라운관 속 이시언은 친근한 배우다. 매주 선보이는 <나 혼자 산다>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그렇고, 처음 눈도장을 찍은 <응답하라 1997> 속 캐릭터도 그랬다. 실제 이시언은 그 둘의 캐릭터와는 전혀 다르다. 그래서 싫으냐 물으니, 그건 또 아니라고 한다. 작품 활동을 하면서도 <나 혼자 산다>에는 꾸준히 출연하고 있다.

<나 혼자 산다>와 연기 활동 병행이 힘들지 않나. 이 프로그램이 잘나가서 놓지 않겠다는 마음은 아니다. 물론 병행하다 보면 지칠 때도 있다. 그런데 그보다 이 사람들(출연자, 제작진)을 보는 게 너무 행복하고 즐겁다. 이미 친한 친구 이상의 느낌을 가지고 있어서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만두면 배신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제작진이 이제 그만하고 나가라고 하면 나가겠지만, 지금은 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

<나 혼자 산다> 속 이시언은 실제 이시언인가. 그 모습이 다는 아니다. 항상 그렇지는 않다. 5~6시간 녹화한 뒤에 한 시간 분량으로 줄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예능에서는 캐릭터를 잡아야 하니까.

그럼 실제 이시언은 어떤 사람인가. 사람들은 내가 가만히 있으면 기분이 안 좋은 줄 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웃을 수는 없지 않나. 그런데 이해는 한다. 나도 그런 실수를 하니까. 나도 (안)재홍이 처음 만났을 때 <응답하라> 속 캐릭터만 생각하고 친근하게 다가갔다가, 바로 나랑 같다는 것을 캐치했다.(웃음)

고정된 이미지를 만든다는 측면에서, 리얼 예능이 배우에게는 마이너스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런 이야기 많이 듣는다. 인터넷 댓글을 다 찾아보는 편인데, 실제로 작품을 보면 몰입이 안 된다는 분들도 계신다. 그렇다고 해서 감사한 프로그램을 일부러 떨쳐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예능이 나에게는 너무 고마워서, 평생 감사하게 생각하고 살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댓글을 다 보나. 100개 중 100개는 아니더라도 90개는 본다. 악플이라는 데 조금 무뎌지긴 했다. <나 혼자 산다> 이야기를 하면, 말을 해도 욕을 하고 말을 안 해도 욕을 한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서 있어도 욕을 한다. 뭘 해도 욕을 한다. 귀를 만져도, 다리를 꼬아도, 어떻게 해도 욕은 먹게 되어 있다. 댓글에는 기안84와의 불화설도 있다. ‘기안 무시하지 마라’, ‘야라고 부르지 마라’ 등등 너무 많다. 좋은 댓글들은 기억이 잘 안 난다. 한두 개씩 가뭄에 콩 나듯 달린다.

왜 읽나. 나도 전에는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댓글은커녕 기사도 없던 시절, 댓글로 상처받는 동료를 보면 “왜 신경 쓰냐”고 한마디 하고 그랬다. 그런데 이제 내가 그러고 있더라. 댓글 보는 데 별다른 이유 없다. 돌을 던져서 개구리가 맞는다는 말이 진짜 맞다. 물론 개구리도 좀 서성이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웃음) 악플이 이런 식이다. 얼마 전에 차를 타고 지나가는데, 길을 지나가던 팬과 눈이 마주쳤다. 서로 손을 흔들고 헤어졌는데, 그날 바로 SNS로 메시지를 받았다. 멀리서 그 장면을 본 어떤 분이 ‘너 아까 내가 지나가다 봤는데 차에서 손 내미는데 재수 없었다. 정치인처럼 건방지게 손을 흔들고 지나가냐’라는 내용이었다. ‘죄송합니다’ 하고 답장을 보냈다.

해명을 하지 그랬나. 서로 기분 나쁘지 않은 선에서 설명하면 된다.

배우로서의 피로감은 없나. 신인 때는 배우로서의 자부심이 있었다. ‘나는 배우다’라는 마인드가 컸다. 어디 가서 “나는 연예인이 아닙니다”라는 말도 잘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이야기를 하기가 부끄러워졌다. 연기에 대해 이야기하면 ‘네까짓 게’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런 생각을 한 지 몇 년 됐다.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면서 어느 순간 대한민국이 다 아는 연예인이 되어 있었다. ‘배우로서’라는 질문에는 대답을 할 수 없다. 심적 부담감이 크다. 후폭풍도 무섭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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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선한 배우’
걱정이 만든 건강한 동력

이시언은 ‘신선한 배우’를 높게 평가한다. 똑같은 연기를 하는 사람이 있으면, 더 신선한 사람이 선택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배우로서 늘 새롭게 발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시키는 것만 하면 되는데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면서 가볍게 던진 그의 말에는 배우 이시언의 진정성이 담겨 있었다.

생각이 진짜 많다. 요즘 제일 많이 하는 생각은 뭔가. 쓸데없는 걱정을 사서 한다.(웃음) 주로 미래에 대한 걱정이다. ‘집도 대출받았는데 다 갚을 수 있을까?’ 같은, 쓸데없는 걱정이다. 하도 걱정을 많이 해서 하고 싶은 뭔가를 진행을 잘 못 하기도 한다.

그런 생각이 지금을 즐기지 못하게 방해하지 않나? 스스로 너무 엄격한 것 아닌가? 유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나한테 왜 이래?’라는 생각이 절대적이다. 사람들이 환호해주면 좋은 것보다 ‘나한테 왜 이러지?’ 이렇게 된다.

지금 이시언의 모습은 어떤가. 스스로 마음에 드나. 아예 생각도 못 했던 모습이다. 인기를 얻는다는 표현보다는, 내가 대중들에게 알려질지 생각을 못 했었다. 생각지도 않았던 것이 오니까 내 그릇이 작다는 생각이 든다. 다 못 담고 넘치는 것만 같다.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목표를 잘 정하지 않는다. 도달하지 못했을 때의 자괴감을 생각하면. 이것도 쓸데없는 걱정이지만. ‘누구처럼 되어야지, 누구는 몇 살 때 이렇게 됐어, 저 사람은 이렇게 했으니 나도 저렇게 하는 게 꿈이야. 내 롤모델은 저거야’는 안 한다. 되는대로 하자는 생각이다. 상처받지 않기 위한 방어다. 다만 신선한 배우에 대한 욕심은 있다. 목소리든 톤이든, 늘 새롭게 발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연기 말고 해보고 싶은 거 있나. 라디오 디제이. 20대 초반 군 제대하고 부산에 있을 때 공장에서 일했다. 일 끝난 뒤 버스 타고 집에 갈 때 부산방송 라디오가 나왔다. 낙동강 변을 지나가는 버스였다. ‘행복하게 실내에서 라디오를 진행하는 건 얼마나 행복한 직업일까’ 생각했다. 부산에서만 했던 방송인데 디제이의 목소리가 너무 행복하게 들렸다. 그때부터 로망이 생겼다.

결혼 계획은 없나? 딱 적령기인데. 할 때 되면 하지 않을까. 꼭 하겠다, 안 하겠다는 아니고 기회가 되면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혼주의자였다가 결혼할 수도 있고, 내일 결혼하겠다고 했다가 안 할 수도 있으니까.

연말이다. 올 한 해(2019년) 이시언은 어땠나. 영화 <아내를 죽였다> 촬영을 시작으로 드라마 <어비스>(tvN)를 거쳐 지금은 <간택>(TV조선) 촬영에 한창이다. 매주 꾸준히 출연하는 <나 혼자 산다>도 빼놓을 수 없다. 나름 재미있고 행복하게 잘 보낸 것 같다. 그런데 동시에 이런 것들이 불안하다. 지금은 이런데 바쁘지 않으면 어떨까 하는. 그 스트레스로 요즘 탈모가 왔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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